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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403화 (1,398/1,497)

< 1403화 > 1403. 아카데미의 구원자

1대1 대련 실기 시험이 끝난 다음 날에는 대형 몬스터와의 1대1 전투 시험을 시작했다.

몇몇 학생들은 공개로 진행되는 시험 방식에 불만을 드러내며 아카데미에 정식으로 항의했다. 아카데미는 10분 만에 대답했다.

마루한 아카데미는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배우기를 원한다. 다른 학생들의 전투를 보는 것만으로도 배울 점이 있으므로 모든 실기 시험은 공개로 진행한다.

아카데미의 반응은 단호했다. 자신의 전력이 다른 사람에게 노출되는 것을 우려한 일부 학생들은 다시 아카데미에 항의했으나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카데미 밖에 공론화시킨다? 불가능하다. 아카데미의 명분과 이유는 완벽했다.

다만 이건 시험이었다. 시험이 차례대로 진행되고 그게 시험을 치르는 학생에게 공개되면, 후순위에 경기를 치르는 학생이 유리했다.

이건 아카데미가 반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아카데미는 뻔뻔하게 나왔다. 1대1 대련의 순위로 1대1 몬스터 전투 시험을 시작한 것이다. 다시 말해, 1대1 대련 순위 1위인 내가 가장 먼저 1대1 몬스터 전투 시험을 치르게 됐다는 뜻이었다.

'빨리할 수 있어서 좋군.'

나는 이 시험 방식에 불만 없었다. 오히려 환영한다. 쓸데없이 기다릴 필요는 없으니까. 필기 시험과 다르게 실기 시험을 빨리 끝내면 그날로 아카데미 일정은 끝난다.

'지금은 오전 9시. 시험을 빨리 끝내면 느긋하게 놀 수 있다는 거지.'

저벅저벅.

경기장으로 무표정한 감독관이 걸어왔다.

“성유진. 전투 시간은 최대 2분이며, 상대할 대형 몬스터는 랜덤으로 설정된다. 대형 몬스터의 랜덤성은 히어로 협회와 정부 기관이 보증한다. 그 외에 궁금한 거 있나?"

나는 경기장 관리실을 힐끗 쳐다봤다. 히어로 협회와 정부 기관 관계자들이 그곳에 모여 있었다. 이번 시험 내용은 아카데미 외부로 알게 모르게 노출될 것이다.

"없습니다."

“좋다. 일정이 밀려 있으니 바로 시작하겠다."

삐이이이이익!

감독관이 호루라기를 불렸다.

오로라 시스템이 가동한다. 공간이 잠깐 일렁이더니, 그곳으로부터 트윈 헤드 오우거가 만들어졌다. 보통 오우거보다 2배 이상의 덩치를 가진 대형 몬스터였다. 목 위에 다린 두 개의 머리가 성유진을 노려본다.

"트윈 헤드 오우거…!"

"A급 히어로도 혼자서 상대하기 힘든 트윈 헤드 오우거라니 성유진의 운도 여기까지인가."

"유진아, 파이팅!"

"내가 할 땐 제발 그냥 오우거가 나왔으면 좋겠다.”

주변이 시끄러웠다.

모두가 내 실패를 예상했다. 트윈 헤드 오우거는 소환되는 대형 몬스터 중에서 가장 강한 놈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구경꾼들의 반응을 무시하고 찰나를 사용했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6]

나를 향해 다가오는 오우거의 걸음이 느려졌다. 나는 느려진 세계 속에서 생각했다.

'이놈이 나올 줄은 좀 많이 예상 밖인데.'

어떻게 할까.

전력을 내보일까? 아니면 평가가 떨어지지 않게 대충 싸우며 끝낼까. 트윈 헤드 오우거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오우거처럼 무식하게 싸우니 2분의 시간을 끄는 건 어렵지 않다. 나는 여기 있는 애기들과 달리 몬스터와의 전투 경험도 풍부하니까.

『이름: 성유진

근력: B 체력: B 민첩: B 내구: C+ 마나: A+

특성: 정령안(S) 악마 사냥꾼(S)

스킬: 정령계약(A) 정령강령(A) 역장(C+) 검술(B+)

카르마: 선(善) 34」

능력치를 확인하며 견적을 뽑아낸다.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맞춰져 있는 능력치다. 특히 마나 능력치는 현역 A급 히어로들도 부러워할 수준이다.

'전력으로 가자. 대신, 칼은 쓰지 않고.'

판단을 내린 나는 천둥 부엉이 모카를 소환했다.

콰콰쾅!

천둥소리와 함께 모카가 나타나 새하얀 날개를 펼쳤다. 그 주위로 푸른 전류가 꽃잎처럼 흐트러진다. 상급 정령이 되면서 겉멋만 요란해졌다.

"꾸욱, 꾹!"

그리고 겉멋 이상으로 강한 힘을 보유했다.

“모카, 정령강령이다. 저 돼지 새끼는 단숨에 목을 친다."

“꾹!"

모카가 나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낙하했다. 내 가슴팍에 들어와 빙의한다.

정령강령(精靈降靈).

내 피부가 하얗게 변하고 등에는 전류로 이루어진 날개가 위협적으로 파지직 거린다. 나는 천둥 날개를 펼치며 하늘로 뛰었다. 날개가 펄럭이며 하늘을 난다. 트윈 헤드 오우거는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어 날 바라봤다.

'힘이 넘쳐흐르는군.'

상급 정령.

최상급 정령이 자연재해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면, 상급 정령은 한 구역을 지배하는 토지신급의 힘을 보유한다. 실제로 토지신 노릇을 하는 정령들 대부분이 상급 정령 이상이다.

모카는 상급 정령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에 그 힘이 완연하다고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모카의 힘을 받아들인 나는 트윈 헤드 오우거 따윈 얼마든지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은 힘을 느꼈다.

파지지지직.

천둥 날개가 전력을 내뿜는다. 전력은 내 손에 모여들어 창의 형태를 이룬다.

나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신의 아틀란티스에서 잠깐 본 '천공의 주인'의 벼락. 아스트라페를 재현한다.

‘그 힘을 정확하게 따라 할 순 없겠지. 하지만 아스트라페는 내 스킬이기도 했어.'

아스트라페를 사용했을 때의 감각을 떠올리며 뇌전을 뭉쳐 창의 형태로 만든다. 의지를 담은 마나를 이용해 뇌전에 실체를 부여하고 고정한다. 이 과정에서 수백 줄기의 뇌전이 사용되었다.

'효율이 쓰레기군.'

어쩔 수 없었다. '신의 아틀란티스' 세계에서는 스킬을 사용하면 시스템의 보정을 받아 편하지만, 이곳에는 시스템의 보조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난 마나통 만큼은 자신 있지.'

효율을 죄다 무시하고 아스트라페를 재현하는 데 집중한다. 일단 형태만큼은 그럴싸하게 만들었다.

'…이걸 던지면 그때 본 벼락만큼의 위력이 나올까? 그리고 이건 단순히 벼락을 창의 형태로 압축했을 뿐이잖아. 그때 본 제우스의 벼락은 뭔가 달랐어.'

제우스의 아스트라페를 재현하기에는 내 재능이 부족하다. 재능 없음은 이미 알고 있는 일이었기에 아무 감흥 없다.

'내 재능이 없으면, 다른 사람의 재능을 쓰면 되지.'

유희 생활 어플은 그 말도 안 되는 일을 가능하게 해준다.

[10초 동안 천재의 시간을 발동합니다.]

유리아의 압도적인 재능이 개방된다. 모든 감각이 개방되고 영성이 눈을 뜬다. 나는 부르르 몸을 떨며 희열을 느꼈다. 감각이 열리면서 본능적으로 벼락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알았기 때문이다.

벼락에 의지를 담고, 벼락을 하나로 합치고, 벼락의 형태를 다듬는다. 그 모든 과정을 5초 만에 끝냈다.

'천재의 시간 없이 하라면 못할 것 같군. 지금 당장은.'

트윈 헤드 오우거와 눈이 마주쳤다. 오우거가 나를 향해 양 주먹을 붕붕 휘두른다. 두 개의 머리는 성난 얼굴로 있는 힘껏 이을 벌리며 고함치고 있다. 손에 쥔 벼락의 소리가 시끄러운지라 트윈 헤드 오우거의 고함은 흐릿하게 들렸다.

"보채지 마라. 지금 죽여 줄 테니."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5]

찰나를 사용해 트윈 헤드 오우거를 겨누고 벼락의 창을 내던졌다.

아스트라페가 번쩍이며 지상으로 떨어졌다. 아스트라페가 트윈 헤드 오우거의 머리 사이를 가르며 지상으로 떨어져 폭발했다. 번개 폭풍이 경기장 내부를 휩쓸었다. 시끄러운 천둥 소리가 한 박자 늦게 울려 퍼진다.

나는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봤다. 경기장 바닥이 전부 뒤집혀 있었고, 트윈 헤드 오우거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쯧."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트윈 헤드 오우거가 죽는 순간을 정령안의 힘으로 완벽히 목격했다. 아스트라페는 트윈 헤드 오우거의 몸을 완벽히 가르지 못했다. 트윈 헤드 오우거의 몸을 7할 정도 가른 뒤에 힘을 잃고 폭발한 것이다.

'트윈 헤드 오우거를 한방 컷 내긴 했는데… 썩 만족스럽진 않군.'

나는 지상으로 내려섰다. 모카가 내 몸에서 나오더니 하늘 높이 날아올라 어딘가로 사라졌다.

몸을 비틀거렸다.

'…마나를 너무 썼나. 빈혈까지 느껴지네.'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팍 주었다. 쪽팔리게 여기서 쓰러질 수 없었다. 압도적인 힘을 보였으면, 압도적인 자세와 분위기를 유지해야 한다.

“성유진. 수고했다.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성적은… 내일 오전에 공지될 것이다."

감독관은 애써 놀라움을 숨기며 내게 말했다. 나는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천천히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감탄하는 아카데미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봤어? 트윈헤드 오우거가 한 방에 당했어."

"와, 번개가 경기장을 휩쓸었더라. 번개 폭풍이야. 번개 폭풍."

"아카데미 학생 수준 맞아? 너무 강하잖아. 정령이랑 합체했다고 해도… 우리랑은 차원이 달라."

"뇌성의 아들이잖아. 태생부터가 우리랑 다른 거지."

"잰 월반해도 되지 않나? 쟤랑 같이 아카데미를 다닐 생각하면… 크윽. 1등은 꿈도 꾸지 말아야겠다."

"성유진이 없었어도 넌 1등 못해. 어디서 200위 따리가 감히."

"250 따리가 시비 거네. 끝나고 대련 한판?"

"콜. 내가 그때 실수만 안 했어도 넌 제쳤다."

모두가 내 실력에 경악한다. 나는 만족하며 경기장 대기실로 떠나갔다. 이시은의 시험을 한 번 보고 갈 생각이었다.

내 다음 순서는 류하나였다. 그녀의 상대는 오우거였고, 1분 12초 만에 쓰러뜨렸다. 내게 자극이라도 받았는지 오우거에게 파고들며 무리한 움직임으로 오우거와 전투를 벌였다. 잡아서 다행이지, 잡지 못했다면 감점을 받아 성적이 떨어졌을 것이다.

김천우와 최다연도 대형 몬스터를 쓰러뜨렸다. 그 외에도 대형 몬스터를 쓰러뜨리는 학생들은 제법 있었다. 입학 순위 최상위권들은 일반 학생들과 격이 달랐다.

'이시은은 19번째군. 1대1 대련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어. 이번 시험만 잘 보면 10위권 내에 안착하겠지.'

랜덤으로 정해지는 대형 몬스터의 종류가 중요했다.

'오우거 같은 대형 몬스터면… 10위권은 포기해야 할지도 몰라.'

이시은의 앞에 나타난 대형 몬스터를 확인한 나는 피식 웃었다. 상대는 유령마. 이시은에게 있어선 최고의 상대였다.

전투가 시작되었다. 유령마는 하늘을 날고, 마법을 사용했다. 그렇기에 아카데미 학생 중에서는 트윈 헤드 오우거 이상으로 유령마를 꺼려하는 자들이 많다. 특히 앞에서 싸우는 전사들의 경우엔 유령마를 증오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시은에겐 마법사 이상으로 쉬운 상대지.'

이시은은 에너지 드레인으로 유령마의 마법과 에너지를 흡수했다. 마법은 사라지고 유령마는 분노했다. 분노한 유령마는 물리력으로 이시은을 짓밟을 의도로 지상을 달렸다. 거리가 가까워진 것이다. 실착이었다.

퍼어어엉!

유령마의 몸이 폭발했다.

이시은의 환류다. 몸이 에너지 덩어리로 이루어진 유령마는 환류를 쓸 수 있는 이시은에겐 오크보다 더 쉬운 상대다.

‘15초 만에 끝났나? 나보다 빠르네. 역시 상성이 중요하긴 해.'

경기장이 소란스러워졌다. 머리 좋은 아카데미 학생들은 이시은의 능력을 대충이나마 파악했다. 거기에 당연히 마법사들이 포함된다. 마법사들은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이시은을 바라봤다.

그리고 얼마 후, 이시은에게 메이지 제노사이더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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