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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398화 (1,393/1,497)

< 1398화 > 1398. 아카데미의 구원자

기말고사 실기 시험을 알아낸 나는 곧장 이시은과 함께 훈련실에 들어갔다.

이시은의 아카데미 입학 순위는 34위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학년 10위 안에 들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나와 같이 일본에 못 가게 되겠지.

'아직 조교가 진행 중인데 떨어질 수 없지. 일본에서 내 수발을 들 사람도 필요하고.'

나는 훈련복을 입은 이시은의 몸을 위에서 아래로 훑어봤다.

"왜, 왜 그래?"

이시은이 당황했다. 그러면서도 몸을 가리지 않는다.

파란색의 긴 머리카락과 하늘을 떠올리게 하는 푸른 눈, 피부는 눈처럼 하얗고 가슴은 풍만했다. 허리는 쏙쪽 들어갔고 골반은 잘 발달 됐다.

“시은이 너, 이제 보니 가슴이 더 커진 것 같다?"

"역시 유진이야. 바로 알아보는구나. 사실 최근에 브래지어가 꽉 끼는 느낌이야."

“G컵으로 성장한다고? 좋네."

"네가 좋아해서 다행이야."

“싫어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가슴과 엉덩이는 클수록 좋으니까."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이시은을 벗겨서 성장을 확인해보고 싶다. 하지만 그건 나중에 해도 늦지 않으니 지금은 원래 목적이었던 훈련부터 한다.

“1대1 대련. 시은이 네 상대는… 최소 50위권 안에 드는 학생일 거야."

"대련은 솔직히 좀 자신이 없어. 내가 패배하면 어쩌지?”

"패배해도 돼. 단, 어이없게 패배해선 안 돼. 대련의 승패 이상으로 대련의 내용이 더 중요하니까. 이번 대련은 성적을 매기기 위한 목적이란 걸 잊지 마. 교사들이 네 대련을 평가할 거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기는 편이 훨씬 좋다. 결국, 전투란 이기기 위한 행위니까. 이기면 추가 점수를 받을 것이다.

"1대1 대련은 총 3번. 네가 10위권 내로 들어가려면… 최소 2승은 확보해야 해."

"내가 할 수 있을까?”

"10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면… 여름 방학 내내 나랑 못 만나. 그래도 돼?"

"그, 그건 안 돼. 열심히 할게. 유진아, 도와줘. 나도 너랑 일본에 가고 싶어."

이시은이 의욕을 불태웠다. 눈이 이글거린다. 각오를 다진 모양이다.

이렇게 의욕을 내줘서 다행이었다. 의욕의 존재 여부는 상당히 큰 차이니까.

'상으로 나중에 엉덩이를 때려줘야겠군.'

나와 이시은은 거리를 벌리며 마주했다. 나는 대충 창 한 자루를 손에 쥐었고, 이시은은 양손에 각각 단검을 쥐었다. 이시은은 총 4자루의 단검을 사용한다. 다른 2자루의 단검은 그녀의 허벅지에 장비되어 있었다.

무기는 딱히 중요하지 않다. 이시은의 전투 방식은 단검을 주로 쓰지 않으니까.

『이름: 이시은

근력: D- 체력:D+ 민첩: D-내구: D-마나: B

특성: 에너지 포스(S)

스킬: 에너지 드레인(B+), 에너지 볼(C+)

호감도: 95

심리: 반드시 유진이랑 같이 일본에 갈 거야. 일본에서 유진이랑….」

이시은의 정보를 확인했다.

능력치만 따지면 B등급인 마나를 제외하고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학년 상위의 경우 신체 능력이 C급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시은에겐 S등급의 스킬이 있지. 에너지를 직접 다룰 수 있게 해주는 특성. 이걸 잘만 다루면 10위권 내로 안착하는 건 일도 아니야.'

이시은이 긴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시작할게?"

“시작해."

쾅!

코앞에서 에너지 폭발이 일어났다. 미리 기감으로 마나의 흐름을 파악했던 나는 백스텝을 밟으며 가뿐하게 에너지 폭발을 피했다.

휘우우우우우웅.

이시은의 주위로 에너지 볼이 만들어진다. 말 그대로 에너지 덩어리. 즉, 마나 덩어리라 할 수 있다.

이시은이 손가락을 뻗어, 날 가리켰다. 에너지 볼 6개가 나를 향해 날아온다.

'에너지 볼의 컨트롤과 속도는 뛰어나네. 에너지 볼로 포위하는 법도 알고….'

하지만 내 움직임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겨우 이것만으로 10위권 내에 들어가지 못한다.

창에 마나를 담아 휘둘렀다. 창이 에너지 볼을 가른다. 갈라진 에너지 볼이 폭발을 일으켰으나, 나는 이미 폭발 범위를 벗어나 다른 에너지 볼을 처리하고 있었다.

모든 에너지 볼을 베어내고 이시은의 앞에 당도한다. 창끝은 이시은의 목을 겨누었다.

“…내가 졌어."

"왜 졌다고 생각해?”

"유진이, 네가 너무 빨랐어. 속도를 따라갈 수 없었어. 중간에 네 움직임도 몇 번이나 놓쳤어."

"문제점은 알고 있네. 네가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도… 빨라져야 하지 않을까?"

그녀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녀는 일반인보다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신체를 사용할 줄 몰랐다.

몸을 직접 움직이는 재능은 별로 없는 것이다. 그녀 주위에 나나 성하리가 있었기에 더더욱 자신의 부족함을 실감하는 거지.

"정답이야. 느리면 빨라져야지. 어떻게 빨라질래?"

“어… 몸을 움직여서?"

“시은아. 넌 몸을 움직이는 데 재능이 없어. 대신 마나를 다루는 재능이 탁월하지. 마법사들을 떠올려봐. 그들도 육체를 잘 못써. 하지만 육체 능력자와 잘만 싸우지."

"마법을 이용한 게 아니야?"

"마법이 아니라 마나를 이용한 거야. 마나를 이용해 의식을 가속해서 싸우는 거야. 육체 능력자도 결국은 마나를 이용해서 싸우니… 결국엔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마나로 육체를 강화해야 할까?”

"글쎄. 그건 사람마다 방법이 다 달라서. 너한테 맞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내야겠지."

이시은에겐 재능이 있으니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해야 할 건 훈련을 이어가며 전투의 요령을 그녀에게 알려주는 것뿐이다.

"자, 2차전 가자."

훈련은 다시 시작되었다.

2차전, 3차전을 넘어 총 14차전까지 도달했다.

이시은이 먼저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았다. 반대로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마나를 펑펑 써댄 그녀와 달리 나는 산책하는 느낌으로 가볍게 움직였다.

"…나, 진짜 잘할 수 있을까?"

"괜찮아. 점점 강해지고 있어."

이시은을 격려하기 위한 빈말이 아니었다. 이시은은 정말로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었다.

"문제는 시은이 네가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이 너무 단조롭다는 거야. 에너지 볼만 계속 써대고 있잖아. 굳이 에너지 볼만 쓰는 이유는 뭐야?”

"에너지 볼이 가장 편한걸.”

“편한 길만 찾으려 해선 안 돼."

나는 그녀에게 에너지를 사용하는 법에 대해 가르쳤다.

이시은의 에너지 포스(S)는 창의력을 요구하는 특성이다. 에너지 포스에 중력, 화력, 염력 등등이 모두 포함되기 때문이다.

"우선 중력을 다루는 연습부터 하자. 육체 능력자들을 상대하기에 중력만큼 좋은 힘은 없거든."

"아, 응. 알았어."

그리고 내가 집중한 건 이시은이 가진 에너지 드레인(B+)이다. 내 생각대로라면 이 스킬이야말로 진짜 무시무시한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시은아. 에너지 드레인은 평소에 어떻게 사용해?"

"응? 에너지 드레인은 사용 안 해."

"…안 한다고? 왜?"

“그거야 다른 사람의 에너지를 빼앗을 필요는 없으니까?"

"……."

반박할 수 없었다.

에너지 드레인은 기본적으로 상대애게서 에너지를 빼앗는 스킬이다. 활용하기 어려웠다. 이시은은 훈련을 자주하는 것도 아니었고. 애초에 이시은은 히어로가 되고 싶은 생각 없이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이유는 오직 하나. 나와 함께하기 위해서.

“시은아, 잘 봐."

나는 손바닥을 펼쳤다.

파지지직.

뇌전이 손바닥 위에서 춤을 춘다. 빛나는 나뭇가지 같은 번개는 손바닥 밖으로 절대 빠져나가지 않는다.

"유진이의 번개…. 언제봐도 예뻐."

"너도 할 수 있어."

"나도…?"

"번개도 에너지니까. 평범하게 하는 건 힘들겠지. 하지만 감만 잘 잡으면 가능해."

"…어떻게 하면 돼?"

"에너지 드레인으로 내 번개를 흡수해 봐."

"감전되지 않을까?"

"번개도 에너지라니까. 전력. 지금 시대에선 흔하게 사용하는 에너지잖아."

“그렇네… 한 번 해볼게."

이시은이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그녀는 내 손바닥 위의 뇌전을 지긋이 바라보며 집중력을 끌어 올렸다.

반응은 바로 왔다.

뇌전이 내 통제에서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설마 곧바로 내 통제권을 흔들 줄 몰랐는데.'

마음만 먹으면 뇌전의 통제를 더 강화할 수 있다. 허나 그러지 않았다. 이건 이시은을 위한 연습이니까.

파지직.

뇌전이 내 손바닥 위에서 벗어났다. 뇌전이 이시은의 손바닥으로 빨려 들어가 흡수되었다. 이시은이 입을 벌렸다. 눈동자가 몽롱해진다.

“…시은아?"

그녀의 이상 반응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깨달음을 얻었군.'

불현듯 찾아오는 깨달음.

나와는 거리가 멀지만, 여기 아카데미 학생들이라면 사소한 깨달음이라도 최소 한 번쯤 겪어 본 경험일 것이다.

『이름: 이시은

근력: D- 체력: D+ 민첩: D-내구: D-마나: B

특성: 에너지 포스(S)

스킬: 에너지 드레인(A), 에너지 볼(B)

호감도: 95

심리: …….」

깨달음을 갈무리하는 이시은의 스킬에 변화가 생겼다. 에너지 드레인과 에너지 볼의 랭크가 오른 것이다. 그러나 이시은의 깨달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름: 이시은

근력: D- 체력:D+ 민첩: D-내구: D-마나: B

특성: 에너지 포스(S),

스킬: 에너지 드레인(A+), 에너지 볼(B), 환류(C)

호감도: 95

심리: …….」

에너지 드레인이 한 단계 더 오르고, 새로운 스킬까지 나타났다.

환류(C).

나는 그 이름을 보자마자 헛웃음을 터트렸다.

원작에서 환류는 1티어에 속하는 최상위 스킬이었다. 마법사가 얻으면 금상첨화고, 전사나 궁수들이 가져도 나쁘지 않은 스킬이다.

'에너지를 직접 다루는 이시은에겐 더할 나위 없지.'

이시은을 조용히 지켜봤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마나의 흐름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10분 후, 이시은이 정신을 차렸다.

"유진아. 방금 나….”

"깨달음을 얻은 걸 축하해. 어떤 느낌이야?"

"…뭐랄까. 정신이 충만해지는 느낌이야. 그리고 새로운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한 번 해봐. 할 수 있지?"

나는 손바닥을 펼쳤다.

파지지지직.

다시 뇌전을 일으킨다.

이시은은 정신을 집중하며 환류를 사용했다.

손바닥 위의 뇌전이 번쩍거리더니 마나로 돌아가 사라졌다.

환류의 능력 중 하나다. 가공된 마나를 가공되기 전으로 되돌린다. 즉, 다시 말해 이시은은 마법사의 천적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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