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4화 > 1394. 신의 아틀란티스
「생지옥이 2단계로 올랐습니다.」
「생지옥의 범위가 넓어집니다.」
「생지옥의 특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생지옥의 특성을 선택해 주십시오.」
생지옥에 도착하자마자 알림창이 떴다.
생지옥의 단계가 2단계로 올랐다. 단계가 낮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단계 상승이 엄청나게 빨랐다.
'생지옥에 죄수를 꽉꽉 채워 놓은 보람이 있군.'
나는 선택할 수 있는 특성을 살펴봤다. 저번과 달리 2개의 특성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부패: 죄수들의 몸이 썩어들어갑니다. 부패의 속도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기생충: 죄소둘의 몸에서 기생충이 자랍니다. 기생충은 죄수들의 내장을 파먹습니다. 기생충의 종류와 행동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부패와 기생충.
고민은 짧았다.
「'기생충' 특성을 선택합니다.」
부패의 경우 몸이 썩어 들어간다. 다시 말해 보기가 영 좋지 않아진다는 말이다. 반면에 기생충은 죄수의 몸 내부에서 생활한다. 겉보기에는 멀쩡하다는 뜻이다.
"데이비드."
“네."
지옥의 관리자인 데이비드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를 향해 127명의 새로운 죄수들을 넘겼다.
“감히 내게 대들었던 놈이다. 당분간은 집중적으로 괴롭혀 주도록. 그리고 이 새끼는 특별히 신경 써서 심문해라. 놈이 알고 있는 정보를 모두 캐내라."
"맡겨만 주십시오. 어떤 정보라도 캐내겠습니다."
데이비드가 자신감에 찬 어조로 말했다. 그는 고유 특성으로 대상의 거짓말을 탐지할 수 있었다. 정보를 캐내는데 최적인 능력이다.
"바룬. 이 생지옥에서 네놈이 얼마나 버틸지 기대하마."
"내가 입을 열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천마, 네놈의 최후가 다가오고 있다! 카록이 네놈의 심장에 칼을 박을 거다!"
바룬이 바락바락 소리쳤다.
나는 피식 웃으며 놈의 얼굴을 발로 찼다.
그리고 1시간 뒤.
바룬의 태도는 바뀌어 있었다. 당당하던 얼굴은 공포로 물들어 있었으며, 뻣뻣하던 자세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공손히 내 앞에 무릎 꿇고 머리를 땅에 박았다.
"뭐든, 뭐든 하겠습니다. 제발 절 여기서 꺼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나는 바룬의 머리를 짓밟았다. 짜증이 나서 나도 모르게 발에 너무 힘을 줬다. 바룬의 머리가 부서진다. 그런데 시간이 되감기는 것처럼 그의 부서진 머리 파편들이 모이더니 재생을 시작했다. 부서진 머리가 재생하기까지 5초도 걸리지 않았다.
생지옥의 효과다. 생지옥의 죄수들은 무슨 짓을 당해도 죽지 않는다.
"진작에 이렇게 협조적으로 나왔으면 너도 편하고, 나도 편했을 거 아니야."
"저, 저를 죽여도 좋습니다. 제발 여기서 꺼내주십시오."
"죽여도 좋다? 아직 제 주제를 파악하지 못한 모양이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여기서 꺼내 주십시오!"
“개새끼가. 자비를 내려줄 때 잘했어야지.”
바룬을 발로 차서 죽이며 화를 풀던 나는 고개를 돌려 데이비드를 바라봤다.
"정보는 다 캐냈어?”
"모든 정보를 캐내기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그래도 카록이라는 반란자에 대한 정보는 캐냈습니다."
"확실하지?"
"네. 추가로 3번을 검증했습니다."
"네가 말해봐."
데이비드는 캐낸 정보를 요약해서 내게 말했다. 요약도 내가 알아듣기 쉽게 최대한 줄여서 말했다. 역시 데이비드는 꽤 유능한 놈이었다.
"쯧. 반란자의 뒤에 사교가 있었나. 그놈들이 설마 척박한 서쪽에까지 손을 뻗칠 줄이야…."
그나마 다행인 건 사교가 본격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렐티아를 지배한 후에 조용히 자리 잡고 아래에서부터 서서히 전도하려는 속셈이었겠지.'
사교는 광신도 집단이었다.
그들은 심해 깊은 곳에서 새로운 세상이 나타나면, 기존의 모든 세계가 멸망해 사라진다고 믿는다. 그들은 새로운 세상의 주민이 되기 위해 종교 활동을 한다.
사교는 자신들을 심해성교(深海星敎)라 부른다. 그리고 그들은 새로운 세상을 '르뤼에'라 말한다.
'성가신 놈들이지.'
나는 혀를 쯧쯧 찼다.
사교와 더 깊게 얽히기 전에 반란자들을 처리해야 할 것 같다.
반란자들을 처단하기 위해 천마신교의 마풍단을 이끌고 도시를 나섰다. 500명도 되지 않는 인원이지만, 그 500명 중에 내가 있었다.
나는 선두에서 흑랑을 탔다.
검은색 털을 가진 늑대.
원래 사막 늑대로서 갈색 털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풍 신공을 익히며 멋들어진 검은색 털로 변했다. 당치도 평범한 사막늑대보다 컸다. 그리고 물론 암컷이다.
“가자, 흑랑!"
“크엉!"
검은 늑대가 사막을 내달렸다.
2시간이 지났다. 목적지에 도착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렐티아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에나스는 내 옆에서 정면을 바라보며 기가 찬다는 듯이 말했다.
"설마 이렇게 가까운 곳에 놈들의 본거지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결계를 이용해 마을을 숨기고 있었군요."
“사교놈들이 도왔으니 이 정도는 별로 놀랍지도 않다. 마을이 분주해 보이는군."
“저희를 눈치채고 전투를 준비 중입니다."
"뭐, 대놓고 달려왔으니 눈치채는 것도 당연하지."
반란자들의 마을을 지켜보고 있던 에나스의 얼굴이 굳어졌다. 지하에서도 반란자들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반란자들의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얼핏 봐도 2만은 될 것 같군요. 그중 절반은 사막인이 아닙니다."
"흩어져 있는 사막 부족의 전사들을 끌어모으는 것도 모자라, 외부의 용병들도 모았군."
“천마님. 일단 렐티아로 물러나 병력을 모으시지요."
"됐다. 이놈들은 내가 처리한다. 너희는 뒤로 물러나라."
적당한 숫자였다면 마풍단을 이끌고 싸웠을 것이다. 하지만 2만명은 너무 많았다. 아무리 마풍단이라 하더라도 40배 차이는 감당할 수 없었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랜던 마법 주문서를 꺼냈다.
[랜덤 마법 주문서
마법 주문서를 찢으면 랜덤으로 마법이 발동한다. 발동 직후, 어떤 마법이 발동하는지 알 수 있다.
가격: 3,000 포인트
※주의
마법에 따라 사용자의 목숨도 위험해집니다. 신중하게 사용하십시오.]
솔직히 어떤 마법이 나올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난 행운 수치가 높았다.
'아틀란티스 세계의 행운인지라, 랜덤 마법 주문서에 먹힐지 알 수 없어. 뭐, 안 먹히더라도 나한텐 천운(天運)이 있지.
천운.
확률을 조작할 수 있는 스킬.
이걸 이용하면 가장 좋은 마법을 원하는 대로 뽑을 수 있을 것이다.
'천운을 사용한다.'
[천운(天運)은 유희 생활 어플에 영향을 끼칠 수 없습니다.]
"씨발."
랜덤 마법 주문서는 유희 생활 어플의 물건이다 보니 천운이 통하지 않았다.
계획이 시작부터 어그러졌다. 그러나 랜덤 마법 주문서를 인벤토리에 넣지 않았다. 랜덤 마법 주문서를 써서 어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3,000 포인트. 단순히 마법 한 번 사용하는 데 쓰는 포인트치고는 지나칠 정도로 비싼 포인트였다.
'나중에 이게 또 랜덤 뽑기에서 나올지도 모르니까. 어떤 방식인지 한 번 실험은 해봐야지.'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
천마군림보를 이용해 반란자들의 마을 중심에 나타났다. 반란자들은 내가 갑자기 나타나자 깜짝 놀라서 소리치며 무기를 쥔다.
찌이익!
주문서가 찢어졌다.
[랜덤 마법 주문서를 사용합니다.]
[멸망의 노래가 발동됩니다.]
[30초 뒤 세계가 멸망합니다.]
[멸망의 형태는 유성 충돌입니다.]
"뭐?"
나만 볼 수 있는 유희 어플 알림창을 보고 눈을 치떴다. 느낌이 싸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초인적인 시력이 하늘 어딘가를 주시한다. 저 멀리서 푸른 빛이 이쪽을 향해 날아온다.
직감은 유성의 목적지가 바로 여기라고 말하고 있다. 위험하다. 도망쳐야 한다. 근데 여기서 벗어난다고 안전한가? 저 정도의 유성이 여기로 떨어지는데?
「시스템이 경악합니다!」
「멸망의 인과가 생겨났습니다!」
「성유진 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아, 아니. 나도 이럴 줄 몰랐지."
나도 모르게 주춤거렸다.
「시스템이 당신을 죽일 듯이 노려봅니다.」
「마천의 왕이 낄낄 웃습니다.」
'나한테 제재를 가하나? 아니, 제재를 가할 수 있었으면 이미 하고도 남았겠지. 시스템은 내 능력에 대해 몰라. 그래서 섣불리 제재할 수 없는 거고.'
위험한 순간이라 그런지 머리가 빠르게 돌아간다.
나는 주문서를 찢었다. 그리고 거대 유성이 이쪽으로 날아온다. 여기서 중요한 건 거대 유성을 부르는 건 내 힘이 아니라, 주문서의 힘이라는 것이다.
'내가 시스템이었다면… 신좌를 의심한다. 누군가가 내게 시스템의 눈을 피해 위험한 주문서를 건넸다고.'
유희 생활 어플의 존재를 모르는 이상 그게 합리적이다.
「천공의 주인이 말합니다.」
「인과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아직 과(果)는 확정되지 않았을 터다. 막아라. 필요하다면 힘을 빌려주지.」
「시스템은 천공의 주인의 도움을 거절합니다.」
「시스템이 힘을 발휘합니다. 멸망의 인과를 최소한으로 축소합니다.」
나는 하늘을 보고 입을 벌렸다.
유성의 크기가 작아지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유성은 운석이 되어 지상에 떨어진다.
나는 최대한 버텼으나, 운석의 파괴력을 버티지 못했다. 그도 그럴게 운석은 정확히 내 머리 위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시야가 암전한다.
[죽음 저항이 발동했습니다. 앞으로 15초간 죽지 않습니다.]
[완전 회복을 사용합니다.]
부활한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나를 포위하고 있던 적들과 마을은 주춧돌 하나 남기지 못하고 쓸려나갔다. 나는 커다란 크레이터 중심에 있었고, 주변 모래는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일부 모래는 녹아서 용암이 되었다.
"크아아아악!"
뜨거운 모래 속에서 두 명의 남자가 튀어나왔다. 꼴이 말이 아니었다. 한 남자는 칼을 들고 있고, 다른 한 남자는 검은색 수도복을 입었다.
“그 인상착의… 네놈이 카록인가.”
"천마…! 네이놈…!! 비겁하게 이따위 짓을…!!!"
"반란자 주제에 비겁을 논하는가. 어처구니없군."
나는 카록의 옆에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아마도 사교의 신도일 것이다. 모종의 힘으로 운석에서 살아남은 모양이지만… 피를 울컥울컥 토하는 걸 보니 곧 죽음을 맞이할 것 같다.
"오, 오오…. 심연이…. 심연이 나를 부른다…. 르뤼에… 파탄…."
사교의 신도는 그 말을 남기고 죽었다. 못해도 주교급은 되어 보이는 놈의 허무한 최후였다.
"제기랄!"
카록이 몸을 돌렸다. 그는 저 멀리 달아나기 시작했다.
“어딜 가냐. 너도 여기서 죽어라."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흑탄(天魔黑彈).
손가락에서 쏘아진 검은 기탄이 카록의 등을 강타했다. 기력이 약해진 놈을 죽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시스템이 당신에게 제안합니다.」
「주문서의 출처를 알려주십시오. 막대한 보상을 약속합니다.」
「우주 용광로의 이용권을 드리겠습니다.」
"……."
나는 입을 다물었다. 시스템이 유희 생활 어플에 대해 알게 되면 어떻게 반응해올지 알 수 없었다. 이럴 때는 그저 침묵하는 게 편했다.
'한동안 질척거리겠군. 반란자들도 처리했으니… 현실로 돌아가자.'
[유희를 종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