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88화 > 1388. 신의 아틀란티스
지하 가장 깊은 곳에 도착했다.
빛도 들어오지 않고, 환기 시설도 없는 곳이다. 현재 이곳에 3명이 들어왔다. 나와 데이비드, 콜린이다. 콜린은 릴리트 엔터의 이사였던 놈으로 감히 주제도 모르고 포비츠에게 성 상납을 제안했다. 놈은 팔다리가 잘린 채 벌레 같은 모양새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죽여줘…. 제발… 제가 잘못했습니다…. 절 죽여주십시오…!"
나와 데이비드는 벌레의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나는 그곳에서 생지옥의 핵을 꺼냈다. 겉모습은 시커먼 보석이다. 흑요석과 흡사했다.
「생지옥의 핵
생지옥을 만들 수 있다.
생지옥에 있는 자들은 죽지 않는다. 영원히 고통받는다. 구원은 없다.
생지옥의 관리자는 생지옥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랭크: SSS」
마천의 왕이 내게 준 물건. 솔직히 말해서 조금 꺼림칙했다. 그 마천의 왕의 물건이니까.
'이거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우선은 생지옥의 핵을 꽉 쥐어본다.
반응이 없었다.
마나를 움직이자 알림창이 떴다.
「생지옥의 핵(SSS)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사용한다."
생지옥의 핵에서 시커먼 기운이 흘러나온다. 이윽고 생지옥의 핵에 금이 쩍 가더니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등골을 얼어붙게 만드는 어두운 기운이 사방으로 퍼진다. 그 기운이 어찌나 섬뜩한지, 나도 모르게 주춤거렸다.
「생지옥이 펼쳐집니다.」
「스킬, 생지옥(S)을 획득합니다.」
「현재 생지옥은 1단계입니다.」
「생지옥의 특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가뭄 지옥의 지배자입니다. 생지옥에 가뭄 특성이 추가됩니다.」
「생지옥의 죄인들은 가뭄에 시달립니다.」
「당신은 생지옥의 주인입니다. 생지옥에서 모든 능력치가 30% 상승합니다.」
「생지옥의 범위를 지정할 수 있습니다.」
「생지옥의 관리자를 지정할 수 있습니다.」
「생지옥의 죄수를 지정할 수 있습니다.」
「죄수는 생지옥에서 죽지 않습니다.」
「관리자는 생지옥에서 죽지 않습니다.」
「평범한 인간이 생지옥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생지옥에서 쉽게 지치지 않습니다.」
「생지옥에서 모든 회복력이 200% 상승합니다.」
「생지옥에서 일정 기간마다 AP를 획득합니다.」
「현재 생지옥에서 고통받는 죄수가 없습니다. AP를 획득할 수 없습니다.」
「믿을 수 없는 업적입니다.」
「'지옥왕' 칭호가 주어집니다.」
「모든 능력치가 2 상승합니다.」
「생지옥은 죄수들의 고통과 번뇌를 원합니다.」
「생지옥의 특성을 선택해 주십시오.」
나는 주르륵 뜨는 알림창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뭐가 이렇게 많이 떠?'
천천히 알림창을 훑어본다. 대충 어떤 스킬인지 감이 잡힌다.
'일정 기간마다 AP를 획득할 수 있는 건… 구역과 비슷하군.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대단한 스킬이긴 해.'
모든 능력치가 올랐다. 이것만으로 꽤 기분 좋았다.
‘생지옥의 특성이나 선택해볼까.'
「선택할 수 있는 생지옥의 특성은 2개입니다.」
「당신의 행운이 추가적인 선택지를 불러옵니다.」
「작렬, 자해, 극통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행운이 빛을 발하는군. 크크.'
불쑥 찾아오는 행운은 날 기분 좋게 만든다.
'보자. 특성의 효과는 뭐지.'
「작렬: 죄수들의 육체가 24시간 중 최대 16시간 동안 불탑니다. 불타는 시간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자해: 죄수들이 자해하며 스스로의 정신과 육체를 파괴합니다. 자해의 수준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극통: 죄수들이 느끼는 고통이 배가 됩니다. 최대 10배의 통각까지 설정할 수 있습니다.」
'아하. 이런 식이군. 뭔지 대충 알겠다.'
특성을 허투루 선택할 수 없다.
생지옥에 처박힐 놈들은 내 여자를 건드리려고 한 놈들이다. 나는 그놈들이 최대한 고통 받기를 원한다.
'음. 잘 생각해보니 고민할 필요는 없군. 내게 딱 맞는 특성은 하나뿐이야.'
「'극통' 특성을 선택합니다.」
'작렬과 자해는 자동으로 죄수에게 고통을 주는 특성이야. 말하자면 자동 고문 기능이지. 근데 꼭 자동을 선택할 필요는없어.'
왜냐하면 데이비드가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를 시켜 버러지들을 고문하면 된다.
「생지옥 1단계
생지옥을 제어할 수 있다.
생지옥에서 모든 능력치가 50% 상승한다.
생지옥에서 쉽게 지치지 않는다.
생지옥에서 모든 회복력이 200% 상승한다.
생지옥에서 일정 기간마다 AP를 획득한다.
현재 생지옥 특성 : 가뭄
가뭄: 죄수들은 육체가 마르고, 강렬한 갈증을 느낀다. 가뭄의 수준을 조절할 수 있다. 현재 가뭄은 설정된 극악.
극통: 죄수들이 느끼는 고통이 배가 된다. 고통의 수준을 설정할 수 있다. 현재 설정된 고통은 10배.
종류: 스킬
랭크: S」
「데이비드를 관리자로 지정합니다. 관리자는 임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고통받습니다.」
「콜린을 죄수로 지정합니다. 죄수는 영원히 고통받습니다.」
「10일마다 1AP를 획득합니다.」
나는 데이비드와 콜린을 바라봤다.
데이비드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내 시선을 피했다.
콜린은 죄수로 지정되자마자 입을 벌리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댔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모, 몸이…!"
사지가 달린 콜린이 꿈틀댄다. 그의 피부가 쪼그라들고 보기 흥한 주름이 생긴다. 입술은 썩은 나뭇잎처럼 변했다. 온몸의 수분이 급속도로 말라가고 있었다.
‘가뭄 특성의 효과군.'
30초도 지나지 않았는데 콜린은 살아있는 미라가 되었다. 이 정도면 당연히 죽어야 정상이지만… 생지옥의 효과때문에 죄수가 된 그는 죽지 못한다. 이곳에서 영원히 고통받을 뿐이다.
“아아아아악! 물! 물을 줘! 물 한 모금만! 제발 한 모금만 주십시오! 아니, 침이라도 좋습니다! 오줌이라도 기꺼이 마시겠습니다! 제발! 이 갈증을…! 아아아아아아악!"
콜린이 미친 듯이 버둥거린다. 발악하는 애벌레의 모습은 썩 보기 좋지 않았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휘발유를 꺼내 콜린의 몸에 부었다. 천마기를 튕겨 불똥을 일으킨다. 콜린의 몸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놈의 비명이 고막을 때린다.
콜린은 온몸이 불타면서도 죽지 못했다. 피부가 타서 재가 되어도 다시 피부가 재생했다. 우습게도 머리카락은 재생되지 않았다. 놈은 반송장 상태였다.
"극통을 선택하길 잘했군. 휘발유만 있으면 불태울 수 있는데 굳이 작렬을 선택할 필요는 없지. 크크."
나는 이후로도 생지옥으로 여러 가지를 실험해봤다.
생지옥의 범위를 넓히자, 지하 공간이 일렁거리더니 분위기가 바뀌었다. 공간도 넓어졌다.
'생지옥의 단계가 높아질수록 공간도 넓어지겠지. 전문가를 불러 지하를 넓힐 필요는 없겠군. 이 정도 넓이면… 200명. 좀 무리하면 300명은 들어가겠군.'
그것 외에도 생지옥에서 천마신공을 수련하자 효과가 뛰어났다.
「천마신공과 전마지체가 죄수의 번뇌에 반응합니다.」
‘마천의 왕이 왜 내게 생지옥을 준건지 알겠군. 생지옥은 천마신공을 수련하기에 딱 좋은 장소야.'
이래야 마공이지.
나는 매우 흡족했다.
"데이비드. 리스트에 있는 놈들은 전부 데려와라. 관리하기 편하도록 팔다리는 자르도록. 인간 농장이란 이름은 어울리지 않고… 그냥 생지옥이라 부르지."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저 혼자 일을 처리하기에는 리스트에 적힌 자들이 너무 많습니다."
"못하겠다는 거냐?"
데이비드가 흠칫 놀랐다. 그의 흔들리는 눈동자가 비명을 지르는 콜린을 힐끗거렸다. 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
"3일! 3일만 제게 시간을 주십시오! 리스트에 있는 놈들 전부 이곳으로 데려오겠습니다!"
"데이비드. 나를 실망시키지 마라."
나는 생지옥을 뒤로하고 릴리트 엔터로 향했다.
30일.
유리아와 미령의 소환 시간이 끝났다.
6,700 구역의 지배권을 얻은 순간부터 포비츠의 활동은 전면 중단되었다. 목적을 달성한 이상 굳이 활동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활동을 중지하자 남은 소환 시간은 3일 정도였다. 우리는 3일 동안 놀았다. 비싼 리조트를 전세 내고 럭셔리하게 놀았다.
“주인님과 함께하는 시간은 늘 즐거웠습니다. 아이돌이란 직업은… 저랑 맞지 않는 듯하지만요. 전 주인님의 명령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수고했어, 유리아. 나중에 또 보자."
유리아가 사라졌다.
나는 느껴지는 공허함을 애써 떨쳐냈다. 유리아는 언제든지 다시 만날 수 있다.
“재밌었어요! 사실 아이돌의 삶에도 흥미가 있었거든요!"
미령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또 하자면 또 할 거야?"
“아뇨. 아이돌은 너무 힘들어요. 게임이나 만화 볼 시간도 없고요. 그냥 마음 편하게 개인 방송이나 할래요. 아, 이만 가볼게요. 다음에도 저 불러줘요, 서방님!"
"나만 믿어."
미령이 사라졌다.
"나도 이만 가봐야겠군."
"엘레나. 이제와서 이런 말 하기 뭐한데, 가문을 한 달이나 비워둬도 괜찮은 거야?"
"겨우 한 달 자리를 비웠다고 발데르트 가문이 기울기라도 할 것 같나? 그리고 지금은 지옥에 떨어져 있을 때와 상황이다르다. 원격으로 얼마든지 가문의 일을 처리할 수 있다. 뭐, 아이돌 일이 생각보다 바빠서 급한 일만 빠르게 처리했다마는…. 돌아가면 나머지 일이 쌓여있겠군. 하아."
엘레나는 한숨과 함께 떠났다.
남은 건 주서현이었다. 주서현과 나는 에트월을 데리고 에이플랜 레기온으로 귀환하면 된다.
"생각보다 긴 휴가가 됐어. 어때? 재밌었어?"
“…별로."
주서현이 나를 빤히 바라봤다. 무언가 질문할 게 있는 모양이다.
"물어봐. 지금 기분은 괜찮으니. 뭐든 대답해줄게."
"유리아와 미령…. 그 여자들의 정체는 뭐야?"
"비밀인데."
주서현의 눈썹 끝이 위로 올라간다.
"…뭐든 대답해주겠다고 말했잖아."
"대답해줬잖아. 비밀이라고."
“……네가 천마라는 거 사실이야?”
“사실이야. 이것도 비밀이니까, 다른 사람들에겐 말하지 마. 알았지?"
"말하면, 날 죽이기라도 할 거야?"
"말할 거야?"
주서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비밀을 지키리라 믿었다. 주서현의 성격이 그러니까. 그리고 지금의 주서현은 내 말을 따를 수밖에 없다.
"질문은 그게 끝이지? 에이플랜 레기온으로 돌아가자. 아, 6,700 구역을 내가 먹은 것도 비밀이야."
"…넌 대체 무슨 일을 벌이는 거야?"
"비밀이야."
우리는 에이플랜 레기온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3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