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77화 > 1377. 신의 아틀란티스
「포비츠의 인기도: 8,954,090」
「포비츠의 인기 순위: 6위.」
시간이 지날 때마다 포비츠의 인기도가 상승한다.
TV를 켜면 포비츠가 나오고, 거리를 걸으면 포비츠의 광고를 보고, 인터넷에는 포비츠와 관련된 기사를 쉽게 볼 수 있다.
지금 6,700 구역은 포비츠가 지배 중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보통 이 정도면 역효과도 날 수 있지만…, 포비츠의 비주얼은 역효과를 무시할 정도로 특출났다. 지나치게 예쁘니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기에 포비츠의 노래는 중독성이 어마어마했다. 지금 포비츠의 뮤직비디오의 재생 횟수는 1억이 넘는다.
'콜린 이사가 실종되고 릴리트 엔터가 진정한 의미로 포비츠에 집중하기 시작했어.'
릴리트는 콜린의 실종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똑똑한 여자니 분명 내가 손을 쓴 것이란 걸 짐작하고 있을 텐데도.
대신 전력을 다해 포비츠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회사의 운명을 포비츠에게 건 것이다.
"릴리트 대표님. 포비츠의 뭘 믿고 이렇게까지 지원해주시는 겁니까?"
"직감? 성 PD가 노리는 건 이 구역의 지배권이겠지. 포비츠로 아프로디테의 인기도를 넘길 생각이야. 그렇지?”
"예. 포비츠라면 가능할 겁니다. 가능하게 만들 겁니다. 릴리트 대표님 덕분에 일이 더 편해졌습니다."
릴리트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데이비드를 갈구면서 일을 벌였을 거다.
“그래서 왜 도와주는 겁니까?"
포비츠가 정말 아프로디테를 넘는다. 말은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시간이 더 있으면 모를까, 단기간에 포비츠가 아프로디테의 인기를 넘을 가능성은 10% 이하다. 좀 더 냉정하게 보면 5%도 안 된다.
"직감이라니까. 그리고 이렇게 투자했으니 나중에 내 몫도 단단히 챙겨줄 거지?"
"뭐, 그건 걱정 마시죠.”
"후후. 사실 엔터 회사를 운영하는 일이 좀 지겨워졌어. 이대로 있어봤자 결국 릴리트 엔터는 비너스 엔터를 뛰어넘지 않을 테니까. 실패하면… 뭐, 그냥 엔터 일에 손 떼는 거고. 성공하면 6,700 구역이 더 재밌어지겠지?"
"6,700 구역은 변할 겁니다. 사람의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안 좋은 쪽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상관없어. 그건 그것대로 재밌을 것 같으니까."
릴리트가 히죽 웃는다.
워낙 인간 같아서 잠시 깜빡했던 사실을 다시금 떠올린다. 릴리트는 위신이다. 가짜 신이라고 해도 그 사고방식은 신의 것과 똑같다. 그리고 신 대부분은 자기가 흥미 있고 재밌어 보이는 일에는 적극적으로 나선다.
"릴리트 대표님. 계약은 잊지 않으셨죠?"
“계약?"
“이거 왜 이러십니까. 주서현이 탑클래스 연예인이 되면 보지를 벌려주겠다고 했잖습니까. 설마 보지를 걸고 한 계약을 어기겠다는 건 아니시죠? 이래 보여도 전 보지 자리의 주인입니다."
포비츠는 신입이긴 하지만 이미 탑클래스 연예인이다. 포비츠의 인기도가 그걸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릴리트는 시치미를 떼듯 히죽 웃는다.
"내가 말하는 탑클래스 1위를 말하는 거… 몰랐어? 탑이 원래 최상위라는 뜻이잖아."
릴리트는 보란 듯이 다리를 꼬았다. 짧은 정장 치마, 그 사이가 살짝 보였다. 검은색 팬티다. 일부러 나를 유혹하고 있다.
"뭐, 성 PD가 억지를 부린다면… 생각을 바꿀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릴리트의 목소리가 끈적거렸다. 나를 유혹하는 것이다. 나와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고 싶은 모양이지만 나는 사타구니 사이로 몰리는 의식을 애써 옆으로 밀어냈다.
내 앞에서 스스로 처녀 보지를 벌리는 릴리트가 보고 싶어졌다.
"릴리트 대표님의 말이 맞습니다. 탑클래스란 자고로 1위만을 가리키죠. 크크, 포비츠는 다음 주에 1위를 달성할 겁니다. 그때 제 앞에서 처녀 보지를 벌릴 릴리트 대표님의 모습이 기대되는군요."
“…흐음. 그때가 되면 위신의 체면도 전부 버리고 보지를 벌려줄게. 근데 정말 괜찮겠어? 지금 나… 조금 흥분한 상태인데."
릴리트에게서 색기가 뿜어져 나온다.
고민된다. 그냥 한 번 애걸복걸하면 지금 릴리트의 보지를 따먹을 수 있다.
'……아니지. 냉정하게 생각해라, 성유진. 지금 내가 애걸복걸해서 따먹는 보지와 직접 벌려서 따먹어 달라는 보지는 다르다. 난 완전히 승리한 후에 릴리트의 보지를 따먹을 것이다.'
나는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며 참았다.
“다음 주가, 기대되는군요. 흐흐, 흐흐.”
“이걸 참네?"
「포비츠의 인기도: 11,410,797」
「포비츠의 인기 순위: 4위.」
6,700 구역의 거리를 포비츠가 돌아다녔다. 포비츠는 실물이 더 아름답다는 말이 나돌았다. 인기도가 더 올라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쯤 되니 아프로디테도 위기의식을 느낀 것일까. 비너스 엔터테인먼트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비너스 엔터의 간부가 방송국장을 만나고, 포비츠와 관련된 기사가 조금씩 내려간다. 대신 그 자리에 핑크 러브의 기사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상승세를 탄 포비츠의 인기를 겨우 그 정도로 막을 순 없어. 내가 비너스 스튜디오를 박살 내서 그런가? 비너스 엔터의 개입이 많이 늦었어.'
데이비드를 통해 비너스 엔터가 사이버 렉카를 만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나는 비너스와 접촉한 사이버 렉카를 몰래 찾아가 죽였다. 시체는 적당한 상자에 넣어 인벤토리에 넣었다. 시체가 발견되지 않는 이상 살인이 아니라 실종이기 때문이다.
"비너스 엔터의 이사가 경찰청장을 만났습니다.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경찰을 움직여 천마를 잡을 생각인 모양입니다. 비너스 엔터는 성유진 님을 천마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괜찮다. 내 알리바이를 깨진 못할 테니까."
이 부분에선 엘레나의 도움을 받았다. 엘레나의 환술이 있는 한 내 알리바이는 무적이다. 기만(SS)까지 있으니 내가 천마라는 증거는 절대 못 찾는다.
"하지만 경찰 새끼들은 괘씸하군. 오늘 밤은 경찰을 조져야겠어."
"……."
「포비츠의 인기도: 13,179,634」
「포비츠의 인기 순위: 3위.」
3위.
포비츠는 새로운 곡의 발매를 앞두고 인기도 3위에 올랐다.
포비츠의 위에는 2위인 핑크 러브와 부동의 1위인 아프로디테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프로디테는 여전히 여유만만이었다. 그녀는 포비츠의 기세에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지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 오만은 곧 후회로 변할 것이다.
반면, 핑크 러브는 움직임이 있었다.
포비츠에 맞서서 새로운 곡을 발표하기로 한 것이다. 포비츠와 똑같이 '뮤직킹덤'에서 새로운 무대를 선보인다고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알렸다.
'정면 승부를 걸어왔군.'
원래는 ‘뮤직킹덤'의 첫 번째 무대는 포비츠의 것이었으나, 메인 PD가 직접 연락하며 무대 순서가 바뀌었다. 핑크 러브의 신곡이 첫 번째, 포비츠가 그다음 무대였다.
당연히 나는 메인 PD에게 대놓고 지랄했다. 메인 PD는 연신 사과를 반복했다. 자기도 위에서 압력을 받아 어쩔 수 없다는 변명과 함께.
'비너스 엔터가 작정하고 압력을 넣었군.'
괜히 업계 1위가 아니었다. 이 정도 되면 나도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지금 천마로서 메인 PD와 TKT 방송국을 조지러 갈 수도 없었다.
'잘못되면 뮤직킹덤 자체가 무산될 수 있어.'
포비츠가 신곡을 발표하는 무대다. 잡음은 최대한 없는 게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면으로 덤비면 포비츠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오히려 더 좋아. 그날은 핑크 러브가 포비츠에게 최고의 아이돌이란 타이틀을 양도하는 날이 될 테니까.
나는 그날을 생각하며 비릿하게 웃었다.
그날은 왔다.
'뮤직킹덤'의 생방송이 시작되었다.
핑크 러브와 포비츠는 각각 다른 무대에서 리허설을 진행했기에 서로 어떤 무대인지 알지 못했다.
핑크 러브의 무대 리허설을 본 스태프들은 역대급이라 평했고, 포비츠의 무대 리허설을 본 스태프들도 역대급이라 말했다. 누가 최고의 아이돌이 될지는 방송 후가 될 것이다.
“갑작스럽게 발표된 핑크 러브의 신곡 무대! 지금 공개됩니다!"
포비츠는 무대를 준비하느라 바빴고, 나는 바쁜 무대 옆에서 스마트폰으로 핑크 러브의 생방송 무대를 지켜봤다. 내 옆에는 사마라가 긴장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그녀는 불안한 듯 중얼거렸다.
"무대부터가 보통이 아니군요. 돈을 덕지덕지 바른 게 느껴집니다. 이러다 혹시 포비츠가 밀리는 게 아닐지…."
"무대에 돈을 바른 건 맞아. 근데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지. 이렇게 되면 중요한 건 퍼포먼스겠군."
핑크 러브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나와 사마라는 동시에 놀랐다.
본래 핑크 러브라는 걸그룹은 그 색깔이 명확했다. 밝고 활기차고 명랑하며 청순한 걸그룹. 대중들에게 가장 잘 먹히는 걸그룹을 표방하고 있다. 애초에 그룹 이름부터가 귀엽고 아기자기하다. 대중들에게 확실한 컨셉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전주부터가 어두우면서도 퇴폐적이다. 무엇보다 무대 위에 올라온 핑크 러브의 의상이 노출도가 제법 있는 어두운 계열이다. 즉, 기존의 컨셉을 내다 버리고 섹시로 돌아선 거다.
“이, 이건… 포비츠의 신곡 컨셉과 겹치는…. 설마, 누군가가 비너스 엔터에 포비츠의 정보를 퍼뜨린 게…."
“아니, 우연이겠지. 쟤들이 포비츠도 아니고…. 단기간에 포비츠를 따라 컨셉을 바꿀 리 없잖아. 포비츠가 대비하기 전 부터 조금씩 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거야. 그러다 이번 포비츠에게 자극받아 급하게 발표한 거지."
핑크 러브가 춤을 춘다.
칼군무는 기본이고, 어려워 보이는 안무도 손쉽게 해낸다. 노래도 나쁘지 않다. 칼을 갈았다는 말이 잘 어울릴 것이다.
"역대급이네요. 이거 어쩌면 포비츠가….”
사마라는 불안한 듯 엄지손톱을 물어뜯었다.
초조해하는 그녀와 달리 나는 씨익 웃었다.
“이거 운이 좋은데."
“…네?"
“사마라. 넌 너무 포비츠에 익숙해졌어. 연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으니 그럴 수밖에 없지만 사마라 포비츠의 가장 큰 장점은 뭐지?"
".비주얼이요. 핑크 러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압도적인 비주얼…."
“비슷한 컨셉, 비슷한 곡과 안무. 전부 비슷하다면 남은 건 비주얼뿐이지. 포비츠가 질 리 없어. 그리고 내가 봤을 때 핑크 러브의 컨셉 변경은 너무 급했어."
핑크 러브의 골수팬들이 갑작스러운 컨셉 전환을 쉽게 받아들일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반면에 포비츠는 달랐다. 데뷔한 지 1달도 지나지 않았다. 아직 골수팬들도 만들어지지 않은 시점. 색달라진 포비츠의 매력을 쉽게 받아들일 것이다.
"크크. 핑크 러브. 생각보다 별거 없군."
나는 스마트폰을 끌고 주머니에 넣었다. 스태프 중 한 명이 고함쳤다.
"포비츠의 무대 곧 시작합니다! 5! 4! 3! 2! 1!"
포비츠의 무대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