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1375화 (1,370/1,497)

< 1375화 > 1375. 신의 아틀란티스

늦은 밤.

성유진이 팍씨TV의 박순철을 조지고 있을 때, 포비츠 멤버들은 숙소로 들어가 하루를 마무리한다.

보통 아이돌이었다면 대량의 스케줄을 견디다 못해 녹초가 되어 침대에 쓰러졌겠지만, 그녀들은 보통 아이돌이 아니었다.

모두가 마나를 이용할 수 있는 능력자였으며, 기본적인 신체 능력도 뛰어났다. 이 정도 스케줄에 체력이 떨어져 녹초가 되는 일은 없었다.

그녀들은 각각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냈다. 몸을 씻거나, 6,700 구역에서만 누릴 수 있는 드라마나 게임을 즐기면서 편리함을 누린다.

"주인님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오늘은 늦은 새벽에 들어온다고 하시는군요."

유리아가 말했다. 성유진의 귀가는 늦을 테니 먼저 방에 들어가서 자라는 뜻이었다.

알몸에 하얀 가운 한 장을 걸치고 소파에 앉아 있는 엘레나는 와인잔을 흔들며 유리아에게 물었다.

"유진이 그랬나? 그런데 왜 유진이 네게만 연락한 거지?"

"간단하죠. 주인님이 절 가장 믿기 때문이죠."

"네가 유진을 채근한 건 아니고?"

"…그건 조금 모욕적이군요. 저는 주인님의 메이드입니다. 주인님을 채근하는 일 따윈 없습니다."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랭해진다. 주서현은 살짝 몸을 떨었고, 태블릿PC를 만지작대던 미령이 그녀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유리아를 뒤에서 덮치듯 끌어안은 것이다.

"자, 자, 싸우지 마세요. 서방님이 알면 화낼 거예요?"

"싸운 적 없다."

“싸운 적 없습니다."

"네. 네. 그러시겠죠. 서현 언니도 뭐라고 말 좀 해봐요. 알죠? 서방님이라면 모두의 잘못이라며 저희도 같이 벌 받게 될 거예요."

벌.

그 다언에 주서현이 주먹을 꽉 쥐었다.

"벌이라니… 알몸으로 물구나무서서 쪼그려 앉은 그 녀석의 물건을 빠는 건 싫어. 너희도 진정해. 그러고 싶지 않을 거 아니야."

모두의 시선이 주서현에게 향했다. 미령은 한 손으로 입을 막으며 놀랐다.

"우와. 그런 것도 당했어요? 저는 안대를 끼고 팔이 묶인 채로 서방님께 희롱당하는 벌을 생각했는데…."

"저는 알몸 산책 정도로 생각했습니다만…."

"……."

엘레나는 입을 꾹 다물었다.

벌.

그녀는 딱히 성유진에게 벌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 있는 여자들보다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빠진 그녀는 연신 와인을 마셨다.

그렇게 포비츠의 토크쇼가 시작됐다. 아이돌 걸그룹의 토크쇼라 하기엔 지나치게 농익고 야한 토크쇼가. 그 중심에는 한 남자가 있는 건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까. 서현 언니는 서방님을 위해서 정조대를 찬다는 거죠?"

"그놈을 위해서? 아, 아니야! 그놈이 시켜서 어쩔 수 없이 차는 것뿐이야!"

“에이. 저번에 제가 정조대 닦고 있는 언니를 봤는데요? 그 모습이 꼭 골룸이 반지를… 아, 골룸 알아요?"

"알아. 지구에서 얼마나 유명한데 모를 리가… 아니, 그게 아니라. 정조대는 더러운 게 묻어 있어서 닦은 것뿐이야."

"전 서방님을 위해서라면 정조대 정도는 얼마든지 찰 수 있어요. 다른 언니들도 그렇죠?"

유리아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주인님이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정조대를 찰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정조대를 찬 적 있습니다."

"유리아 언니가요? 진짜요?"

“네. 예전에 실수한 적이 있어서. 벌로서 반나절 정도 정조대를 찬 적 있습니다."

"뭐야. 플레이의 일종이었네. 엘레나 언니는요?"

“정조대라. 딱히 놀랍지는 않군. 귀족 영애 몇몇이 정조대를 찬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그러니까 정조대를 착용해도 상관없다?"

“…뭐, 유진이 부탁한다면 못 들어줄 이유는 없지."

"우와. 엘레나 언니는 뼛속까지 귀족이면서 의외로 서방님에게 관대하네요."

“시끄럽다, 여우.”

"악! 꼬리 잡아당기지 마요!"

그녀들이 정조대를 주제로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키이이이이잉.

날카로운 소음이 숙소 내부에 울렸다. 모두가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유리아의 그림자가 꿈틀거리고, 미령의 여우 귀가 쫑긋댔다. 주서현은 마나를 끌어올렸고, 엘레나는 테이블에 와인잔을 올려두었다.

엘레나가 미령을 바라봤다.

"여우. 네 결계지?"

"네. 침입자네요. 숙소 바로 근처까지 왔어요. 지금 문 앞에서 뭔가 수작을 벌이고 있네요. 습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은데… 흐음. 어디에서 왔을까요?"

“아마도 비너스 엔터테인먼트겠죠. 아까 주인님이 날뛰신 것 같은데… 비너스 엔터에 감이 좋은 사람이 있다면 주인님을 의심하고 있겠죠. 정말 습격을 마음먹었을 테면… 벌써 습격하고도 남았겠죠."

유리아가 그림자를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그림자 속에서 단검이 치솟았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단검을 쥐었다.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어쩔 셈이지?"

"제압하고 정체를 알아내겠습니다. 아니면 엘레나 님이 나서겠습니까?"

엘레나가 대답하기 전에 주서현이 나섰다. 그녀 주위에는 검이 두둥실 허공에 떠 있었다.

"내가 하지. 요즘 검을 뽑지 못해 실력이 녹슬지 않았나 걱정이 될 정도야. 문밖에 있는 놈을 제압하면 되지?"

엘레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제압하지 않는다. 우리가 놈을 제압하면 일이 더 귀찮아질 수 있다. 그리고 놈들은 유진의 정체를 확신하고 있는 게 아니다. 그 정체를 확신했다면… 본격적으로 무력을 동원했겠지. 이럴 때는 유진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주는 편이 더 낫다. 그래야 귀찮은 일이 안 일어나지."

엘레나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녀가 수명 일부를 사용해 환술을 사용한다. 그의 앞에 환술로 만들어진 성유진이 나타났다.

유리아는 가짜 성유진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주인님의 모습을 한 인형이라… 불쾌하군요. 설마, 엘레나 님은 평소에도 주인님의 인형을 가지고 노십니까?"

"터무니없는 생각이군. 인형 놀이를 할 나이는 옛적에 지났다. 인형을 가지고 놀 시간에 와인 한 잔 더 마시는 게 이득이다."

띵동!

초인종이 울린다.

“그래서, 내 뜻대로 할 건가?"

"전 엘레나 언니 의견에 찬성이요."

“…엘레나 님의 말이 타당합니다. 주인님도 정면충돌은 원하지 않겠죠."

모두의 시선이 주서현에게 향했다. 주서현은 어깨에서 힘을 뺐다.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다면 그걸로 좋아.”

딱.

엘레나가 손가락을 튕긴다.

환술로 만들어진 성유진이 현관문 쪽으로 움직인다.

성유진이 문을 열며 짜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뭡니까?"

문밖에 있는 남자는 성유진의 등장에 살짝 허둥거렸다.

"어, 여, 여기가 포비츠의 숙소라고 들었는데… 사, 사인 한 장만 받을 수 있을까요?"

"안 됩니다. 포비츠는 지금 휴식 중입니다. 당장 사라지세요. 근처에 숨어 있거나, 행패를 부린다면 바로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남자는 부리나케 도망쳤다.

가짜 성유진이 현관문을 닫고 거실로 들어온다.

"괜찮을까요? 스캔들이 날 수도 있습니다. 프로듀서가 이 늦은 시간에 담당 아이돌 숙소에 있는 건 이상하니까요."

"그 정도 스캔들이야 릴리트 엔터에서 제어할 수 있다. 대형 기획사라고 하니 무능하진 않겠지."

미령은 유리아와 엘레나의 진지한 대화를 뒤로하고 인형 성유진에게 다가갔다. 손을 뻗어 인형 성유진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다가 얼굴, 팔, 어깨 등을 만져본다.

"와. 진짜 겉모습은 서방님이랑 똑같네요. 안쪽도 그러려나?"

"자, 잠깐!"

주서현이 경악하며 미령을 말렸으나, 미령은 이미 인형 성유진의 옷을 술법으로 찢어 벗겼다. 엘레나와 유리아의 시선도 인형 성유진에게 향한다.

"……성기도 주인님의 것과 똑같군요."

“크흠. 내 기억을 토대로 만들었으니 당연하지."

"저 서방님에게 입혀보고 싶은 옷이 있었는데… 입혀봐도 되죠? 전 인형 놀이를 제법 좋아하거든요."

누군가가 말리기도 전에 미령은 재빨리 움직였다. 그녀는 어디선가 가져온 마이크로 비키니를 성유진의 인형에 입혔다.

"푸훗. 이렇게 보니 진짜 변태 같네. 인형아, 엎드려봐."

인형 성유진이 바닥에 엎드렸다.

미령의 두 눈이 흥미로 반짝 빛난다.

"언니들도 인형 놀이는 하는 게 어때요?"

"…미령이 그렇게 말한다면야… 어쩔 수 없죠. 마침 집사 옷을 가지고 있는데 입혀 보겠습니다."

"…음. 나도 어울려주지. 아버지가 생전에 입던 발데르트 가문의 예복이 있는데… 유진에게 잘 어울릴 것 같군."

“서현 언니도 같이해요. 혼자서 쏙 빠질 생각하지 말고요. 평소에 서방님에게 뭔가 시켜보고 싶은 일은 없었어요?"

"시, 시켜보고 싶은 일은….”

주서현은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했다. 그녀의 머릿속에 그동안 성유진에게 당했던 일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그럼 알몸 물구나무서기를…."

인형 성유진은 바로 옷을 벗고 물구나무를 섰다. 인형은 어떠한 불만도 없이 그저 여인들이 시키는 대로 행동했다.

말 그대로 인형 놀이. 처음에는 그래도 상식적인 걸 요구하던 그녀들은 깔깔 웃으며 괴상한 짓을 성유진 인형에게 시켰다.

몇 시간 후, 새벽이 되어 숙소에 들어온 성유진은 깜짝 놀랐다.

"헉! 이, 이게 뭐야?!"

거실 중심에 SM 플레이를 할 때나 입은 검은색 가죽을 입고 물구나무를 선 채로 허리를 흔들고 있는 자신의 자신의 인형을 발견한 것이다. 더 가관인 것은 인형이 내뱉고 있는 말이었다.

"싸랑해요, 미령, 싸랑해요, 유리아, 싸랑해요, 엘레나, 싸랑해요, 주서현."

"모, 몬스터 인가?!"

깜짝 놀란 성유진은 인벤토리에서 검을 소환했다.

「마천의 왕이 낄낄 웃습니다.」

「천공의 주인이 피식 웃습니다.」

성유진은 알림창을 보며 냉정함을 되찾았다.

"엘레나, 엘레나의 짓이지! 아니지, 엘레나만이 아니라 다른 녀석들도 다 동조한 거야.”

인형 성유진의 주위에 온갖 옷들이 보였다. 인형 놀이를 하며 놀았을 것이다.

'멤버들은 모두 잤나? 젠장. 피곤할 테니 억지로 깨우는 건 아니고 나중에 시간이 날 때 벌을 줘야겠군. 일부러 놈을 여기에 둔 건 내게 보여주기 위해서겠지.’

대충 말해서 날 놀리는 거였다.

화는 나지 않았다.

그녀들의 장난에는 어울려줄 수 있다.

그러나 성유진 성격상 당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4명 전원 야간 알몸 산책을 할까. 이걸 빌미로 들먹이면 엘레나도 거절하지 못할 거야. 그리고 이번일의 주도자는… 미령이나 엘레나겠지. 둘 다거나. 인형은 엘레나가 환술로 만든 것 같고….'

자세한 사정을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유리아를 덮치면 된다.

키스 한 번 해주면 전부 불 것이다.

'키스가 아니어도 말하겠지만.'

성유진은 유리아의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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