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73화 > 1373. 신의 아틀란티스
"히익, 히이익, 히익이…."
모델 루아.
내가 슈퍼카를 몰며 6,700을 5바퀴 도는 동안 쉬지 않고 허리를 흔든 그녀는 몸을 덜덜 떨었다. 그녀의 사타구니에는 방금 막 싸지른 따끈파끈한 정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좋아. 보지 조임이 제법이었어. 살려줄게."
슈퍼카를 잠시 멈추고 길거리에 알몸인 그녀를 내렸다. 눈물로 엉망인 그녀의 표정은 내게서 떨어져서인지 훨씬 안정화되어 있었다. 살아있다고 좋아하는 모양이다.
'처음부터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지.'
루아는 미녀였다.
딱히 내게 반항적이지도 않았다. 죽일 이유가 없었다.
'마음 같아선 데려가서 밤새도록 즐기고 싶지만….'
해야할 일을 계속 미뤄둘 수 없었다. 슬슬 나를 쫓는 경찰들의 포위망도 빠져나가기 힘들어지고 있고.
나는 액셀을 있는 힘껏 밟으며 텅텅 빈 도로를 질주했다. 다른 운전자들은 내가 두려워 모습을 감췄다.
비너스 엔터테인먼트의 건물은 그 명성만큼이나 크고 화려했다. 못해도 릴리트 엔터의 2배 이상은 될 것 같았다. 입구에는 양복을 입으면 경비원들이 나를 환영하듯 서 있었다.
"멈춰라! 여긴 비너스 엔터다! 네놈 따위가 들어올 곳이 아니다!"
경비원 중 하나가 소리쳤다. 마나가 담긴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린다.
'보통이 아니군. 이 정도면… 바깥 구역에서도 꽤 하는 놈이었겠어.'
그런 놈이 왜 6,700 구역에서 경비원 노릇을 하고 있을까?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 보나 마나 돈 때문일 테니까.'
나는 브레이크 대신 엑셀을 계속 밟았다.
「천마신공(SSS)을 사용합니다.」
시커먼 천마기(天魔氣)가 슈퍼카를 감싼다.
비너스 엔터 건물을 막아선 경비원들도 마나를 사용했다. 마나로 육체를 강화하고 양팔을 이용해 가드를 올린다. 맨몸으로 내 돌격을 막아낼 모양이다.
'크크. 날 얕보고 있군.'
나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 그걸 알고 있다면 이런 무식한 방법으로 막아설 리 없었다.
나는 희대의 명언을 떠올리며 경비원들과 부딪쳤다.
'모르면 맞아야지.'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슈퍼카와 경비원이 부딪쳤다. 날아가는 건 경비원들이었다. 평범한 슈퍼카였다면 어림도 없었겠지만, 슈퍼카를 감싸고 있는건 천마기였다.
이대로 1층 강화 유리문을 박살 내고 들어가 몇 바퀴 돌려고 했으나… 경비원들과의 충돌로 슈퍼카도 반쯤 맛이 갔다.
'어쩔 수 없지.'
슈퍼카에서 내렸다. 슈퍼카는 기다렸다는 듯이 폭발을 일으켰다. 호신강기로 몸을 감싸고 있었기에 폭발이 내게 해를 끼치는 일은 없었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테러를 저지르는 거냐! 죽어라!"
아까 내게 멈추라고 소리 질렀던 경비원이 나를 향해 뛰어온다. 놈은 딱 봐도 심상치 않은 돌 몽둥이를 손에 쥐고 있었다.
"헤라클래스의 몽둥이군."
"호오. 테러리스트 주제에 보는 눈이 있군. 그래. 이게 바로 헤라클래스의 몽둥이다."
"병신이. 뭘 자랑스러워하는 거냐. 그거 암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A랭크 무기잖아.”
경비원의 얼굴이 와락 구겨진다.
“…네 말대로 암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무기 중 하나인 건 맞다. 그러나 이 몽둥이가 약하다는 건 절대 아니다. 지금까지 제대로 사용하는 놈이 없었을 뿐이지. 이 몽둥이의 위력을 네놈에게 제대로 보여주마."
경비원이 내게 몽둥이를 휘두른다. 몽둥이에 담긴 힘이 엄청났다. 완전히 휘두르지도 않았는데도 몰둥이에서 발생한 풍압에 머리카락이 흔들릴 정도다.
'힘은 나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이긴 한데… 안 맞으면 그만이야.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6]
찰나로 간단하게 몽둥이를 옆으로 피했다. 몽둥이가 허공을 때린다. 그에 발생한 충격파가 나를 덮치지만, 하반신에 힘을주고 버텼다. 나는 부릅뜬 눈으로 날 노려보는 경비원의 턱에 주먹을 날렸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적공(寂空).
제대로 꽂혔다. 천마기가 경비원의 머리에 침투했다.
"뭐냐. 고작 이따위 주먹으로 나를 어떻게 하겠다고?"
"느끼지도 못한 건가. 힘만 쓴 병신이었군."
"이 새끼가…."
경비원이 이를 악물고 몽둥이를 위로 들어 올렸다. 나는 관심 없다는 듯 몸을 돌렸다. 놈이 몽둥이를 휘두르려고 할 때였다.
펑! 놈의 머리가 그대로 폭발했다. 뇌수가 바닥을 더럽히고, 몸통이 힘없이 바닥에 떨어진다.
"꺄아아아아악!"
1층에서 일하던 비너스 엔터 직원이 비명을 지른다. 그중에서 여자의 비명이 가장 컸다.
'못 생겼군. 봐줄 가치가 없어.'
검지로 여자 직원을 가리켰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흑탄(天魔黑彈).
검은 기운이 총알처럼 쏘아진다. 천마흑탄은 여직원의 머리에 닿는 순간, 그래도 튕겨 나가 지상에 박혔다.
"……."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허공을 바라봤다.
「비너스 엔터테인먼트는 특수 공간입니다. 비너스 엔터테인먼트에서 비너스 엔터테인먼트 소속 직원은 피해받지 않습니다.」
검지는 다른 직원을 가리켰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흑탄(天魔黑彈).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천마흑탄은 직원의 몸을 꿰뚫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비너스 엔터테인먼트는 특수 공간입니다. 비너스 엔터테인먼트에서 비너스 엔터테인먼트 소속 직원은 피해받지 않습니다.」
'젠장. 이런 게 있을 줄이야. 데이비드 그 새끼는 이걸 알고 있었나? …아니. 알고 있었다면 미리 말했겠지. 그 새끼가 날 기만하기에는 잃은 것들이 너무 많으니까.'
침착하게 생각했다.
시스템의 보호를 받는 건 엔터테인먼트 소속 직원에 한한다. 그것도 이 건물 안에서만 보호받는 거다.
'현 인기도 순위 1위인 아프로디테에게 주어진 어드밴티지인가.'
아프로디테는 6,700 구역의 지배자나 다를 바 없다. 그러니 이런 능력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경비원들은 뒤진 걸 봐서… 경비원들에겐 통하지 않는 능력인가 보군.'
핑크 러브의 매니저와 비너스 엔터의 직원 절반 정도를 죽일 생각이었는데… 불가능할 것 같으니 계획을 바꾼다.
'건물을 박살 내야지."
인벤토리에서 적당한 검을 꺼내 손에 쥐었다. 시커먼 마기가 검을 감싼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검(天魔劍).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커다란 검강이 반달 모양으로 날아가 기둥과 부딪힌다. 기둥 따윈 바로 박살 나야 정상이지만… 커다란 흔적을 남겼으나 부서지지 않았다.
「비너스 엔터테인먼트의 건물은 부서지지 않습니다.」
'부서지지 않는다고? 유리문은 개박살 났잖아.'
나는 유리문을 바라봤다. 유리문은 박살 났지만 다른 건 전부 멀쩡했다.
'이러면 괜히 헛고생만 한 거잖아.'
얻을 건 없다.
판단을 내린 나는 몸을 돌렸다. 지금은 물러나는 게 제일 올바른 판단이다.
“내 회사를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고 도망가려고?"
여성의 고혹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는 대단했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내 귓가에 입을 대고 속삭이는 것 같다. 목소리가 끈적하게 달라붙는 기분이다.
「무지개 거품(僞)의 목소리가 당신의 마음을 흔듭니다.」
「당신의 경악스러운 정신력이 무지개 거품(僞)의 유혹을 떨쳐냅니다.」
무지개 거품은 아프로디테의 신명이었다.
'아프로디테가 목소리로 내게 뭔가를 했나?'
궁금증을 뒤로하고 몸을 뒤로 돌렸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그 유명한 여신의 미모를 직접 보고 싶었다.
아프로디테는 어깨가 노출되고 가슴이 깊게 파인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서 있었다. 팔짱을 끼며 풍만한 가슴을 자연스럽게 강조한다.
나는 잠깐 멍하니 아프로디테를 바라봤다. 긴 금발 머리카락은 보석처럼 반짝이고, 푸른 눈동자는 바다처럼 깊었다. 피부는 진주와도 같았으며, 입술은 시선을 끄는 분홍색이다. 얼굴, 몸매. 그 모든 게 완벽했다. 단순히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수준이다.
아프로디테.
그녀는 6,700 구역에서 모델 일을 하고 있다. 방송에는 출연하지 않고 순순히 모델로서만 일하는 것이다. 그럴 뿐인데도 6,700 구역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갔지만… 그녀를 직접 보니 이해가 갔다.
저 외모는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이다.
'그리고 외모가 아닌 다른 매력이 있다. 잘은 설명할 수 없지만… 사람을 이끄는 매력이 아프로디테에게 있어.'
나와 눈이 마주친 아프로디테가 미소 짓는다.
“시선이 너무 뜨거운걸. 날 갖고 싶니? 그래, 너도 어쩔 수 없는 남자구나."
「무지개 거품(僞)의 황홀한 미모가 당신을 유혹합니다.」
「당신은 신과 같은 정신력으로 무지개 거품(僞)의 유혹을 떨쳐냅니다.」
"…그렇군. 남자를 유혹하는 스킬을 가지고 있는 건가?"
"흐음. 정신력이 뛰어나네? 내 매력은 목석도 공략하고, 죽어가는 노인도 침을 흘리게 만들 정도인데… 혹시 고자니?"
"당장 그 망발을 취소해라. 미녀라고 해도 봐주는 것에 한계가 있다."
"안 봐주면 어쩔 건데? 날 죽이게?"
"내 육변기로 삼아주지. 어차피 넌 죽지도 않잖아."
아프로디테는 시스템의 비호를 받고 있다. 비너스 엔터 내부가 아니더라도, 6,700 구역의 지배권을 얻지 못하는 이상 그녀를 죽이는 건 불가능했다.
"건방지네. 건방진 남자 싫어하지는 않아. 건방져도 될 만큼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말이야."
그녀가 아찔한 미소를 짓는다.
진짜로 정신이 아찔해진다.
「미의 권능이 당신을 매료합니다.」
「천공의 신들도 감탄할 정신력으로 매료를 일부 저항합니다.」
“어머. 버티는 거니? 너처럼 정신력이 대단한 인간은 정말 오랜만이야. 이거 정신력 하나만큼은 성자(聖子)급 이잖아. 보기와 다르네. 하지만 육체를 솔직한걸. 꽤 대물이야."
아프로디테가 웃는다.
내 몸은 통제를 벗어난 듯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특히 사타구니가 심각했다. 자지가 바지를 뚫을 기세로 발기한 것이다.
‘이건 정신력과 관계없어. 남자의 본능이 아프로디테에게 매료된 거다! 위신이 이 정도의 권능을 사용할 줄이야….'
남자는 아프로디테를 어떻게 할 수 없다. 고자가 아닌 한 모두 그녀의 노예가 될 것이다.
「미의 권능이 당신의 육체를 매료했습니다.」
「보지 자리가 반짝 빛납니다.」
「당신의 육체가 미의 권능을 일부 저항합니다.」
"보지 자리…? 맙소사! 그 병신 같은 별자리의 주인이 너였니?!"
"그래. 내가 보지 자리의 주인이다!"
나는 아프로디테에게 달려들었다.
아프로디테를 죽일 수 없지만, 그게 아프로디테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녀를 납치하고 감금하고 범하며 조교 한다.
'인기도 순위 1위인 아프로디테를 내 육변기로 만든다면…! 자연스럽게 6,700 구역의 지배자는 내가 된다!'
쒸이이익.
기감에 무언가가 잡힌다. 아프로디테에게 달려가던 나는 바로 몸을 틀어 날아오는 것을 피했다.
'화살?'
화살이 땅에 박혀 부르르 떨었다.
나는 화살을 쏜 자를 쳐다봤다. 검은색 정장을 입은 회색 머리의 엘프였다. 그는 묵묵히 시위에 다음 화살을 걸었다.
"불경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
아프로디테가 말했다.
“너 같은 남자에게 흥미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딱히 새로울 것도 없어. 이만 죽으렴."
엘프 궁수가 시위를 놓았다.
화살은 순식간에 천 개로 늘어나 나를 포위하며 날아왔다. 천 개의 화살이 내 몸에 꽂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