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70화 > 1370. 신의 아틀란티스
포비츠의 처녀 검증에 의해 인터넷이 난리 났다.
시작은 포비츠였으나, 그 화제가 향하는 곳은 포비츠 외의 다른 아이돌들이었다.
연예계에서 이 흐름을 모르는 자들은 없었다.
순결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그리고 살아남으면 팬들을 확보할 수 있다.
자신 있는 걸그룹들은 유니콘의 뿔을 이용해 순결을 증명했다. 증명된 걸그룹의 팬들은 기세가 등등해졌고, 아직 증명하지 않은 걸그룹의 팬들은 초조하게 손톱을 깨물었다.
'3일. 아무리 좋게 봐도 3일이 한계군.'
3일 내로 순결을 증명하지 않으면 팬들은 떠날 것이다. 아니, 떠나기만 하면 다행이지. 안티로 돌아설 소지가 다분했다.
유니콘의 뿔을 구하지 못했다? 그런 변명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유니콘의 뿔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니까. 당장 처녀를 증명한 아이돌에게 유니콘의 뿔을 빌리기만 하면 된다.
'배우들이라면 그나마 낫겠지만… 아이돌에게 있어 순결은 중요하지.'
아이돌은 우상이었다.
언젠가 그 자리에서 내려오겠지만, 아이돌로 지내는 동안에는 깨끗해야 한다. 그래야 팬들이 안심하고 덕질할 수 있지.
'자기가 빠는 아이돌이 비처녀다? 그럼 바로 걸레 되는 거지.'
사실상 은퇴밖에 답이 없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포비츠는 전원 처녀다. 침몰 걱정이 없는 안전한 배다. 아무것도 모르는 개돼지 같은 팬들은 그렇게 생각하겠지.
'니들이 그렇게 덕질하는 포비츠는 내가 전부 따먹었습니다. 어제도 따먹었고, 오늘도 따먹고, 내일도 따먹을 예정입니다~'
팬들에게 그렇게 외치고 싶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포비츠의 보지는 전부 내가 따먹었다!
'핑크 러브가 고꾸라졌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나 핑크 러브는 자신들의 순수를 라이브로 증명했다. 그녀들은 모두 처녀였다. 핑크 러브의 인기가 더 높아졌다.
'보자. 포비츠의 인기가….'
포비츠의 매니저이자 프로듀서인 나는 포비츠의 인기도와 순위를 알 수 있었다.
「포비츠의 인기도: 911,005」
「포비츠의 인기 순위: 17위」
'6,700 구역의 인기 순위를 알려주는 사이트도 있지. 저번에 봤을 때 핑크 러브의 순위는 4위였는데….'
「2위 -핑크 러브」
2위로 올랐다.
처녀성을 증명한 결과였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쩌다 보니 핑크 러브를 도와준 꼴이 된 것 같았다.
'다른 아이돌 걸그룹은 고꾸라진 거로 만족해야 하나.'
조급하게 굴 필요는 없다.
포비츠가 데뷔하고 아직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다. 핑크 러브를 제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핑크 러브를 제친 뒤에는….'
「1위 - 아프로디테」
비너스 엔터테인먼트의 주인이자, 6,700 구역의 시작이자 끝인 아프로디테를 뛰어넘어야 한다.
아프로디테는 골치였다.
6,700 구역은 아프로디테를 연예인 이상의 존재로 추앙한다. 뭐, 실제로 아프로디테는 여신이지만.
'거의 세뇌 당한 수준이지.'
실제로 아프로디테는 아름답다. 그러나 내 눈에는 포비츠의 비주얼과 아프로디테의 비주얼과 별 차이 없다.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의 권능이 영향을 끼치는 거야.'
1년.
그 정도 시간이 있으면 포비츠는 무난하게 아프로디테의 인기를 넘어설 것이다.
확신할 수 있다.
'근데 그럴 시간이 없어. 포비츠에게 남은 시간은 20일 정도야. 그 이후엔 유리아와 미령이 역소환 돼.'
20일 내로 승부를 봐야 한다.
'아프로디테를 죽여버리는 편이 가장 간단할 것 같은데…. 불가능하지.'
아프로디테는 6,700 구역에서 죽지 않는다. 시스템의 가호를 받고 있다. 아프로디테를 죽일 수 있었다면, 6,700 구역은 옛날 옛적에 공략되었을 것이다.
'…아프로디테는 나중이야. 일단은 포비츠가 핑크 러브를 뛰어넘어야 해.'
-암흑노래왕!
신분을 숨기고 오직 목소리만으로 노래하는 인기 예능프로그램이었다.
이 예능 프로그램에 미령이 참가자로서 몰래 출연했다.
"이럴 수가! 암흑 시라소니의 정체는 최근에 데뷔한 걸그룹인 포비츠의 미령이었습니다!"
ㄴㅇㄱ
ㄴㅇㄱ
ㄴㅇㄱ
"미령 씨. 정말 감미로운 목소리였습니다. 우승 소감 좀 말씀해주시죠."
“이렇게 노래 부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이돌도 노래 잘 부를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는데… 증명됐을까요?"
"하하. 요즘 시대에 누가 아이돌은 노래 못 부른다고 생각합니까. 저희는 아이돌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오락왕!
미령은 참가자들끼리 게임하며 경쟁하는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갔다.
“미령 씨의 우승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아… 나 뒤통수가 너무 아파…."
"미령이가 스파이였을 줄이야…. 꿈에도 몰랐어."
"미령이에게 내 코인 전부 줬는데… 눈물 날 것 같아….”
참가자들이 우울한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미령은 그들의 중심에서 활발하게 웃으며 방방 뛰었다.
"아싸! 우승! 이제 이 금목걸이는 제 겁니다!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예요!"
미령은 환하게 웃었다.
-길거리 노래방
이름 그래도 길거리에서 노래하는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정확하게는 지나가는 시민들과 함께 노래하는 프로그램이다.
“미, 미령 님! 실제로 보니 엄, 엄청 아름다우세요! TV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아하하. 고마워요. 우리 어떤 노래 부를까요?"
“저, 노래 잘 못 부르는데…"
"괜찮아요. 잘하거나, 못 하거나 상관없어요. 즐겁게 부르면 되니까요!"
예능 프로그램 PD들은 포비츠 멤버 중 미령을 선호했다…."
미령의 활발한 캐릭터 덕분이다. 개인 방송을 통해 다른 멤버들보다 방송감이 좋고, 재주가 많아서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도 잘 녹아들었다.
미령은 아주 잘하고 있었다.
-워리어 로드
워리어 로드는 6,700 구역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다.
프로그램 내용은 연예인들을 모아 놓고 스포츠 쇼를 벌인다. 물론 참가자들의 능력치는 모두 평등하게 맞춰놓고.
'한국 예능으로 따지면 출발 드림팀 같은 거지.'
워리어 로드는 좀 더 격렬하다.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실수하면 팔다리가 꺾일 정도로.
그러나 주서현은 여기서 독보적인 활약을 했다.
다른 연예인들과 똑같은 능력치를 가졌다고 해도, 몸을 사용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생겼다. 연예인들은 주서현을 따라갈 수 없었다.
'주서현은 미래의 검제(劍帝)야. 운동 재능은 아틀란티스 최고 수준이지.'
워리어 로드를 뛰는 주서현의 주행은 완벽했다. 너무 완벽해서 워리어 로드에 함께 출연한 연예인들은 주서현에게 질투심 대신 경외감을 느꼈다.
"주서현 씨. 정말 대단하십니다! 원래 이렇게 운동을 잘하셨나요?"
"……네. 뭐,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못 한다는 소리는 들은 적 없어요."
"잘난 척?!"
“아뇨! 잘난 척하는 건 아니고…."
“하하. 농담입니다. 그리고 주서현 씨 정도면 잘난 척 하셔도 됩니다. 다음 주에도 워리어 로드에 나와서 활약해 주시면 좋겠는데… 가능하신가요?"
"글쎄요. 소속사랑 이야기해봐야 할 것 같아요."
"이거 참, 메인 PD님의 똥줄이 바싹 타겠군요."
촬영을 끝낸 주서현은 내 쪽으로 걸어왔다. 나는 그녀와 함께 자동차로 향했다. 그러면서 자연히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뭐야?"
"줘. 아까 근육질 남자가 너한테 몰래 쪽지 주는 거 다 봤어."
“…그걸 보고 있었다고?"
"촬영장에서 계속 너만 보고 있었지."
"……."
주서현이 코를 찡긋거렸다. 그녀의 뺨이 약간 붉어졌다.
'다른 멤버들은 알아서 잘 처신하겠지만… 주서현은 영 불안하단 말이지. 눈 떼면 사고 치지 않을까 싶고.'
그리고 '워리어 로드'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보다 상당히 거친 프로그램이다. 사고가 나는 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주서현을 계속 지켜봐야 했다.
주서현은 근육남에게 받은 쪽지를 내게 건넸다.
"쪽지 읽어 봤어?"
"아니. 대충 버리려고 했어. 안에 뭐라고 적혀 있는 거야?"
"식사 한번 하자는 글이랑 전화번호. 이 새끼가 누구 여자한테 수작질이야. 죽여버릴까.”
이미 죽이기로 정했다.
지금 바로 죽여버리면 의심받을 테니, 나중에 기회가 죽이기로 했다.
주서현은 눈살을 있는 대로 찌푸렸다.
"난 네 여자가 아니야."
"뭔 소리야. 넌 내 여자야.”
"몇 번이나 말하지만… 넌 언젠간 반드시 내 손으로 죽여버릴 거야."
“그래. 그래. 그리고 그때까지 넌 내 여자야.'
나는 차를 운전하려는 것을 멈췄다. 현재 차에는 나와 주서현. 단 둘뿐이다. 나는 운전석에서 주서현이 있는 뒷좌석으로 넘어갔다.
“…운전 안 해?"
"1시간 정도 여유 시간 있어. 원래는 밥이나 먹으러 가려 했는데… 안 되겠어. 네가 누구의 여자인지 제대로 알려줘야지."
주서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방금까지 세트장 위를 뛰어다녔던 주서현의 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지, 지금 그 짓을 하겠다고? 이 변태 자식.…"
“야외 섹스는 몇 번 했잖아. 아, 카섹스는 처음인가. 익숙한 땀 냄새가 나네."
주서현이 날 죽일 듯이 노려봤다. 내 손은 그러거나 말거나 자연스럽게 움직여 주서현의 옷을 벗기기 시작한다.
주서현의 풍만한 가슴을 손으로 주무르고, 자지를 보지로 비볐다. 날 노려보는 눈과 다르게 분홍색 젖꼭지는 딱딱해지고, 보지에선 애액이 조금씩 흐른다. 나는 그녀의 땀에 젖은 매끈한 피부를 즐기면서 몸을 겹쳤다.
"하윽…."
찌걱찌걱.
주차된 자동차가 조금씩 흔들렸다.
-비밀의 요리 레시피.
출연한 연예인들이 요리 실력을 뽐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포비츠에선 당연히 유리아가 출연했다. 출연진들은 모두 유리아의 요리 실력에 혀를 내둘렀다.
"와, 유리아 씨의 요리 실력… 엄청나네요. 칼질 속도가 무슨… 일류 셰프 뺨치는 수준이네요."
“요리 과정을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습니다. 저 요리는 최고로 맛있을 겁니다."
"닭 다리 살로 만든 완벽한 치킨 스테이크네요."
출연진들은 맛보기로 한입씩 먹었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건 치킨인가 스테이크인가."
"흑. 얼마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아른거려요. 할아버지가 닭고기를 많이 좋아하셨는데…."
"유리아 씨. 저랑 사업하지 않으실래요? 농담이 아니라 진담입니다. 우린 대박을 터트릴 수 있습니다."
출연진들이 제각각 리액션을 보였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MC가 상황을 수습하며 진행을 이어갔다.
“자, 모두 정신 차리세요. 방송해야죠. 유리아 씨. 요리를 대접할 한 사람을 선택해주세요. 선택받은 한 사람이 유리아 씨의 치킨 스테이크를 먹게 될 겁니다. 저를 선택해주세요. 제발."
"선택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요리를 만든 본인이 먹으시면 됩니다. 제가 그릇까지 싹싹 비워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절 선택해 주세요."
"이곳에 있는 사람 중 한 명을 선택하면 되나요?"
"네. 저를 선택하면 됩니다."
MC의 넉살에 유리아는 조용히 웃었다. 유리아가 요리가 담긴 접시를 들고 움직인다. 그녀는 미련 없이 MC를 지나쳤다.
“…크흑."
MC는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출연진들의 얼굴에 기대감이 서렸으나, 곧 그들의 얼굴도 슬픔으로 물들었다. 유리아는 요리를 내게 가져온 것이다.
"프로듀서님. 먹어주세요. 저는 프로듀서님이 이 요리를 먹어주셨으면 해요."
“유리아…. 이러면 곤란한데….”
메인 PD를 봤다. 메인 PD는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나는 감동한 표정을 연기하며 유리아의 접시를 받았다.
"잘 먹을게, 유리아."
치킨 스테이크를 썰어 먹었다.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감동적인 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