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1369화 (1,364/1,497)

< 1369 화 > 1369. 신의 아틀란티스

"……."

주서현은 놀란 눈으로 손에 쥔 유니콘의 뿔을 바라봤다.

"하하. 유니콘의 뿔이 갑자기 빛나서 서현 씨가 놀란 모양이네요. 아까 설명했듯이 유니콘의 뿔은 처녀가 쥐면 빛나요. 지금 이렇게 말이죠. 여자 입장에서 조금 수치스럽지만, 순결을 증명하는 데 있어 유니콘의 뿔만큼 확실한 건 없죠."

"그, 그렇군요.”

주서현은 유니콘의 뿔을 들고 어쩔 줄 몰라 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미리네는 주서현에게서 유니콘의 뿔을 받았다. 그녀가 만지자 유니콘의 뿔이 다시 검게 변한다.

'기만이 제대로 작동하는군.'

나는 고유 특성 기만(SS)으로 유니콘의 처녀 감별 기능을 속였다. 주서현, 유리아, 미령, 엘레나가 만지면 순결 여부없이 유니콘의 뿔은 빛날 것이다.

'미리네에게 내 기만(SS)을 꿰뚫어 볼 능력은 없겠지."

고유 특성 기만(SS)은 의외로 사용법이 다양했다.

미리네는 인터뷰를 계속 이어 갔다. 그녀는 유니콘의 뿔을 미령의 손에 쥐여주며 묻는다.

"미령 씨는 연애하고 싶지 않나요?"

"연애요? 으음. 옛날에는 흥미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이돌 일에 집중하고 싶어요. 연애는 나중에도 할 수 있으니까요."

"와우. 자신감이 대단하시네요. 연애란게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전 제 얼굴과 몸매를 믿거든요."

“……하긴 그 미모면 어떤 남자도 넘어가지 않을 리 없죠."

미령은 자랑하듯 유니콘의 뿔을 흔들었다. 유니콘의 뿔은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다음으로 유니콘의 뿔은 유리아에게 넘어갔다. 물론, 그녀의 손에서도 유니콘의 뿔은 빛나고 있었다.

"팬들은 포비츠의 멤버 중에서 유리아 씨가 가장 신비롭다고 느껴요. 인간 같지가 않다고 할까… 팬분 중에는 유리아 씨를 여신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종족이 인간인 건 맞으시죠?"

"팬분들이 그렇게 생각하다니… 조금 충격적이네요. 전 인간이에요."

"여신이라고 하셔도 믿었을 거예요. 유리아 씨는 취미가 뭔가요?"

"취미는."

유리아가 내 쪽을 힐끗 쳐다봤다. 그리고 싱긋 웃는다.

"딱히 취미라 할 건 없는데… 굳이 말하자면 요리라고 할까요. 전 좋아하는 사람이 제가 만든 요리를 먹어주는 게 좋아요. 삶의 요소인 의식주 중 식을 제가 관리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오…. 좋아하는 사람에게 요리를 해준다라… 그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제가 맞춰봐도 될까요?"

"너무 쉬워서 맞추고 뭐고 할 것도 없을 텐데요."

“그렇죠. 유리아 씨는 포비츠의 멤버들과 생활하고 있으니…. 유리아 씨의 요리를 먹는 건 포비츠의 멤버분들이시겠죠. 멤버분들. 유리아 씨의 요리는 어떤가요?"

주서현, 미령, 엘레나가 질문에 대답했다.

"맛있어요. 위험할 정도로…."

“한 번 먹으면 멈출 수 없다고 해야 할까. 마약 같달까요? 핫, 설마 진짜 마약을 넣은 건 아니죠?!"

"나는 황실 주방 경력을 가진 요리사의 요리를 먹어본적 있다. 유리아의 요리는 그 요리사의 요리를 아득히 초월했다."

그녀들의 극찬을 들으며 나는 조용히 입맛을 다셨다.

유리아의 요리에 익숙해진 내 입맛은 유리아의 요리가 아니면 만족하지 못하게 됐다. 평범하게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대부분은 그저 그런 느낌이다. 피자나 치킨 같은 자극적인 음식은 예외긴 하지만.

"티아 씨. 유니콘의 뿔을 쥐어 주세요."

엘레나는 망설임 없이 유니콘의 뿔을 쥐었다. 유니콘의 뿔이 반짝반짝 빛난다.

생각해 보면 딱히 내가 나설 필요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엘레나에겐 내 기만(SS)보다 더 뛰어난 환술이 있으니까.

"나는 순결하다. 남자를 모르는 몸이지."

엘레나는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했다. 그녀의 말에 미리네가 어색하게 웃는다.

"말에 거침이 없으시네요. 부끄럽지 않으신가요?"

"잘못한 게 없는데 부끄러워할 이유가 있나? 설마, 내 순결을 의심하는 건가?"

“아뇨, 아뇨. 눈앞에서 유니콘의 뿔이 빛나는데 의심할 리가요. 후우. 티아 씨는 상대하기 힘드네요."

"내겐 취미를 묻지 않는 건가?"

“물으려고 했어요. 취미가 뭔가요?"

"와인이다. 나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건 한 잔의 포도주뿐이지."

"……네. 그러시군요. 어디 보자, 다음 질문은…."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창문 쪽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파파라치가 몰래 사진을 찍고 있군.'

씰룩이는 입꼬리를 진정시켰다.

지금 멤버들은 유니콘의 뿔을 들고 있다. 즉, 파파라치는 내 의도대로 잘해주고 있었다.

유니콘의 뿔을 든 멤버들의 사진이 늦어도 오늘 저녁까지는 공개될 테고, 화제가 되겠지.

'자연스럽게 다른 아이돌 걸그룹들은 심판대에 오르게 됐어.'

포비츠 멤버들이 그랬던 것처럼 순결을 증명해야 한다. 만약 증명을 거부한다? 비처녀의 낙인이 찍히고 연예계에서 떠나게 될 것이다. 증명을 피하는 것 자체가 비처녀라는 뜻이니까.

'크크. 절반 이상의 걸그룹이 망하겠지? 그중에 핑크 러브가 있으면 좋겠군. 그럼 손쉽게 최고의 걸그룹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인터뷰가 끝나고 포비츠를 데리고 다음 스케줄을 처리하러 갔다.

어제 포비츠가 데뷔한 ‘뮤직킹덤'의 TKT 방송국이다. TKT 방송국은 아이돌 친화적인 방송국으로서 프로그램 중 절반이상이 아이돌과 관련된 것들이다.

오늘 포비츠가 출연하기로 한 프로그램인 '아이돌쇼'’는 아이돌을 위한 방송 프로그램이다. 시청률도 최소 30%는 보장되는 프로그램으로 데뷔한 아이돌은 무조건 아이돌쇼에 출연해야 한다는 관례 같은 게 존재한다.

관례라고 해서 나쁜 건 아니었다. '아이돌쇼' 프로그램은 아이돌에게 친화적이고, 나쁜 소문도 없으니까.

나는 사마라와 함께 포비츠의 '아이돌쇼' 프로그램 촬영을 지켜봤다.

"대단하네요. 보통 막 데뷔한 아이돌들은 엄청나게 긴장해서 자잘한 실수를 하는데… 포비츠는 그런 게 없어요."

사마라가 말했다.

"뭐, 주서현은 긴장해서 딱딱하게 굳어 있지만."

"방송을 망칠 정도는 아니에요. 뭐랄까. 서현 씨는 늠름한 이미지가 있어서…. 오히려 지나치게 긴장하고 있어서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할까요?"

"그렇긴 해."

평소의 주서현은 강한 누님 같은 분위기다. 기가 세 보인다고 해야 할까. 평범한 사람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힘들다.

하지만 지금 MC의 질문에도 곤혹스러워하는 그녀는 어딘가 친근감이 느껴진다.

'실제로 주서현과 대화해 보면 의외로 어려운 느낌은 아니지만. …아니, 나만 그런가?'

녹화는 중간에 멈췄다. 사고가 일어난 건 아니었다. 단순히 휴식 시간이었다.

사마라와 함께 포비츠에게 가려는데, PD가 나를 찾아왔다.

"성 PD님. 잠시 이야기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습니다."

메인 PD와 함께 회의실로 들어갔다.

“곧 다시 촬영에 들어가야 하니 바로 본론을 말하겠습니다. 다음 주에도 포비츠가 출연해 줬으면 합니다."

“다음 주에도요?"

나는 놀란 얼굴로 메인 PD를 바라봤다. 이번 출연은 사실 원래 나오기로 한 아이돌을 소속사의 힘으로 밀어내고 포비츠가 출연한 것이다. 메인 PD 입장에선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네. 오늘 찍으면서 확신했습니다. 포비츠는 대박 날 겁니다. 이참에 포비츠 특집으로 다음 주까지 진행하고 싶습니다."

"나쁘지 않네요. 대신 악마의 편집 같은 건 하지 마세요."

“하하하. 저희는 그런 거 안 합니다!"

평균 시청률 30%의 프로그램을 2주 연속 출연. 포비츠의 입장에선 나쁠 것 하나도 없었다.

“오늘 방송분은 사흘 뒤에 나오죠?"

"예. 기대해 주십시오.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믿을게요. 근데 일정이 좀 빡빡하네요? 지구에서는 보통 2~3주 전에 촬영하지 않나요?"

6,700 구역의 예능은 지구의 것과 달리 3~4일 전에 녹화하고 방송하는 식이다.

“어쩔 수 없습니다. 6,700 구역은 속도가 생명입니다. 조금만 뒤처져도 손해가 어마어마합니다. 그래도 예능은 그나마 낫지… 드라마판은… 어휴. 거긴 진짜 지옥입니다. 혹시 포비츠 멤버 중에 연기에 관심 있는 멤버가 있습니까?”

"연기라. 생각 안 해본 건 아닙니다."

유리아와 엘레나는 연기를 시켜도 잘할 것이다.

"전 추천해 드리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관심 있으시다면 제게 말씀해주십시오. 드라마 쪽에 인맥이 좀 있으니 제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하하. 그래 주시면 고맙죠."

'아이돌쇼' 촬영이 끝난 뒤에는 다른 스튜디오로 향했다. 광고 촬영 스케줄이 2개나 있었기 때문이다.

스케줄을 모두 소화했을 때는 오전 1시가 됐을 무렵이었다.

나는 사이드미러를 확인하고 혀를 찼다. 파파라치의 하얀색 중형차가 끈질기게 따라붙고 있다. 기어코 숙소까지 따라올 모양이다.

'귀찮게 구네.'

숙소에 도착하고 포비츠를 먼저 들여보냈다.

“사마라. 피곤하지? 퇴근해."

“…네. 고생하셨습니다."

“집에 태워줄까?"

"아뇨. 오늘은 근처 모텔에서 자려고요. 어차피 내일 새벽 5시부터 스케줄이 있으니…."

“그렇게 해.”

“성 PD님은…. 아닙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사마라는 나와 포비츠의 관계를 눈치채고 있었다. 계속 붙어 있는데 모르는 쪽이 더 이상하다. 사마라는 릴리트가 신뢰할 만큼 입이 무거우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문제는 사마라가 아니야.'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하얀색 중형차가 보였다. 차를 끌고 밖으로 나가서 적당한 거리에 주차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보니 파파라치가 자동차에서 장비를 주섬주섬 꺼내고 있었다. 딱 봐도 비싸 보이는 카메라 장비들이다.

'우주 망원경 같은 카메라?'

파파라치가 저 카메라로 무슨 짓을 할지는 뻔했다.

도촬.

'선넘네.'

나는 싸늘하게 웃으며 파파라치에게 다가갔다.

카메라를 꺼내는 놈의 어깨를 잡았다. 놈이 뒤돌아봤다. 놈의 얼굴에는 턱수염이 지저분하게 자라 있었다.

“…포비츠의 매니저?"

"아저씨. 봐줄 때 적당히 해야지. 적당히."

손에 힘을 준다.

놈의 표정이 단숨에 일그러졌다.

"끄아아아아악!"

“시끄럽게."

천마신공(天魔神功) 봉천(封天)

놈의 혈도를 짚었다. 몸도 못 움직이고, 말도 못 하게 된 놈은 눈알만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선 넘었으니 뒤져야지."

나는 놈을 운전석에 태웠다.

어떻게 죽일지는 이미 정했다.

놈은 도로를 역주행하다가 자동차와 함께 강에 추락해 익사할 것이다.

"잘 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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