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1353화 (1,348/1,497)

< 1353화 > 1353. 신의 아틀란티스

제 6,700 구역, 연예의 왕국은 어지간한 그 이름 그대로 국가에 달하는 인구수를 갖추고 있다. 무려 1,000만에 달하는 인구수가 이 구역에 꽉 차 있다.

물론, 인구수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건 아니었다. [아틀란티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개개인의 힘이다.

6,700 구역의 인간들은 몬스터와 싸우고 쌓아 올린 힘과 경험이 없다. 6,700 구역은 몬스터가 나오지 않는 풍족한 곳이다보니 힘을 갖춰야 할 이유가 없다. 외부의 출입도 시스템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기에 위험하다고 느끼지도 않는다.

6,700 구역에 군대가 없는 이유였다.

말하자면 6,700 구역은 온실이었다, 이 구역의 인간들은 온실 속의 화초고.

'잡초든, 화초든 아무래도 좋아. 중요한 건 인구수가 1,000만에 달한다는 거지. 이 중에 내 마음에 쏙 드는 미녀가 한 명도 없겠어?"

나는 6,700 구역의 유명한 곳을 돌아다녔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곳들이었다. 그곳에서 내 마음에 쏙 드는 미녀를 찾아 꼬실 생각이었다. 즉, 길거리 캐스팅이다.

그러나 3시간이 지나서 나는 일을 너무 쉽게 생각했음을 깨달았다.

'어떻게 된 게 마음에 드는 여자가 한 명도 없는 거지?'

인구수 1,000만의 도시. 그것도 유동 인구가 많이 몰리는 곳에서 3시간이 죽치고 앉아 있었다. 지나가는 대부분이 젊은 사람들이었고, 모두 헤어 디자인이나 패션 센스가 뛰어났다. 시선을 끄는 미녀도 다수 발견했다. 하지만 연예인을 시킬 정도의 미모라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다.

'주서현과 비교하면 어중이떠중이야. 주서현과 같이 아이돌을 시키면 바로 망할 거야. 미모가 너무 차이 나니 백댄서 수준이 될게 분명하니까.'

내가 원하는 건 주서현의 백댄서가 아니라, 주서현의 동료였다. 걸그룹은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니까.

나는 추가로 2시간 더 길거리를 돌아다녔다.

헛짓거리였다.

5시간을 내다 버렸다.

주서현에 맞먹는 미녀는 존재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주서현 급의 미녀를 다른 기획사가 내버려 둘 리 없지. 주서현도 여기에 오자마자 릴리트 엔터테인먼트의 계약 제안을 받았잖아.'

6,700 구역 이름은 연예의 왕국이다.

그 이름 그대로 연예인이 주류인 특수한 구역이다. 이 구역에 존재하는 연예인 기획사만 100곳이 넘으니…. 어지간한 미녀들은 전부 그들이 싹 쓸어갔을 것이다.

'어쩔 수 없어. 계획을 바꾸자. 적당한 미녀들을 꼬셔서 주서현 원툴의 걸그룹을 만드는 거야.'

릴리트 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한 탑클래스 아이돌? 그건 주서현의 힘만으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못할 것 같으면 튀면 되지.'

그래서 눈높이를 낮추어 적당한 미녀에게 접근했다.

"안녕하세요. 혹시 저와 조금만 대화해 주실 수 있나요?"

나는 귀티가 흐르는 여자에게 다가가 정중히 물었다. 여자는 나를 위에서 아래로 훑어봤다. 자기가 예쁜 걸 아는지 싸가지가 좀 많이 없어 보였다.

"작업… 같은 느낌은 아니고. 기획사에서 나오셨어요?"

"아, 예. 바로 알아보셨네요."

“이번이 17번째 거든요."

여자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당황했다. 돈을 달라는 건가? 일단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그녀의 손 위에 주섬주섬 돈을 올렸다.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돈 달라는 거 아니었습니까?"

"누굴 거지로 보나? 명함 달라는 뜻이잖아요. 왜 그렇게 눈치가 없어요? 기획사에서도 말단이죠?"

“아, 명함. 제가 기획사가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 거 없는데요."

"하아. 기본이 안 돼 있네. 어디 기획사예요?"

여자가 날 날카롭게 쏘아봤다. 기획사의 이름을 듣고 거를 생각인 모양이다. 릴리트 엔터테인먼트는 6,700 구역에서도 손에 꼽히는 대형 기획사인 릴리트 엔터테인먼트를 거를 수 있을까?

나는 여자의 태세 전환을 기대하며 당당히 입을 열었다.

"릴리트 엔터테인먼트입니다."

"…거짓말하는 거 아니죠?"

"제가 왜 거짓말을 합니까. 의심스러우면 릴리트 대표님과 전화 연결도 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말하니 믿을게요. 하아, 그런데 설마 릴리트 엔터가 이렇게까지 추락했을 줄이야…. 릴리트 엔터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사실인가 보네."

"근처 카페에서 대화 좀 나눠주시죠. 나쁜 대화는 아닙니다."

"됐어요. 이거 가지고 가세요."

여자는 나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아까 쥐여준 지폐가 날아와 내 몸에 부딪혔다. 마침 바람이 불어와 지폐가 꽃잎처럼 흩날리며 땅바닥에 떨어졌다. 주변 지나가던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정신이 멍해졌다. 지금 나 갑질당한 거야? 떨어진 돈을 주우라고?

"시간만 버릴 뻔했네.”

여자가 차갑게 말했다.

“이 샹년이!"

짜악!

나도 모르게 싸대기를 날렸다.

여자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몸을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녀는 빨갛게 달아오른 뺨을 잡고 나를 올려다봤다.

"좋게 말해주니 내가 개호구로 보였나 보지?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넌 갑질 할 정도의 미모가 아니야. 개처럼 따먹어주마, 씨발년아."

도도하던 여자의 눈에 두려움이 차올랐다.

“꺄아아아아아악!"

여자의 비명을 들은 나는 머리가 차갑게 식는 걸 느꼈다. 그리고 주변 상황이 눈에 들어온다.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6,700 구역에는 6,700 구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이 있다. 이 장면이 인터넷에 올라가는 순간 일이 귀찮아질 것이다.

“이런 씨발! 스마트폰 안 치워?!"

내가 소리쳤다. 대부분의 사람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와, 대박."

"싸대기를 바로 갈겨버리네."

"릴리트 엔터테인먼트 소속이라는데?"

"릴리트 엔터 좆됐네."

나는 가장 가까이 있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빨갛게 염색한 머리카락, 코와 귀에 박은 은색 피어싱. 딱 봐도 양아치 스러운 놈은 내가 다가가도 전혀 쫄지 않았다. 오히려 같잖다는 듯한 눈으로 날 바라본다.

“야, 내가 스마트폰 치우라고 했잖아. 왜 말을 안 쳐들어?"

"하, 존나 어이없네. 댁이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이 스마트폰은 내 거야. 댁이 간섭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빡!

놈의 오른쪽 정강이를 발로 찼다. 그의 오른 다리가 바깥 방향으로 꺾였다. 딱 봐도 뼈가 뒤틀리다 못해 작살 난 상황이었다.

"아아아악!"

양아치가 균형을 잃고 쓰러진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놈을 발로 밟았다. 밟고 또 밟았다. 내친김에 왼 다리도 작살 냈다.

"끄아아악…! 그, 그만! 그만해 주십시오! 제가, 제가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세요!"

"너 운 좋은 줄 알아, 새끼야. 내가 평소 같았으면 그냥 죽여버리는 건데… 오늘은 휴가도 나왔고 하니 적당히 병신으로만 만드는 거야. 내가 살인마가 아니란 걸 다행으로 생각해."

양아치를 10초 만에 곤죽으로 만든 나는 스산한 눈빛빚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사람들은 이미 내게서 도망치고 있었다.

나는 혀를 찼다.

사람들이 찍은 영상이 퍼지면 일이 귀찮아진다. 릴리트 엔터테인먼트가 논란에 휩싸이는 것은 물론이고, 주서현의 데뷔에도 잡음이 생기겠지. 릴리트 엔터테인먼트는 날 모른 척하며 일을 수습하겠지만….

'날 빼고 주서현을 아이돌로 데뷔시킨다? 웃기는 소리. 주서현은 내 아이돌이야.'

일을 수습해야 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방법은 해킹이었다. 이 근처에 있는 스마트폰을 전부 해킹해서 영상을 삭제하는 것이다.

'…그러기엔 사람이 너무 많잖아.'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다.

파지지직.

내 주위로 푸른 뇌전이 스파크를 일으킨다. 나는 정신을 집중하며 진각을 밟았다. 나를 중심으로 고리 형태의 전자기파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기계를 무력화한다. 도망가는 사람들의 스마트폰은 단숨에 벽돌이 되었고, 근처 건물에 걸려 있던 전광판은 단숨에 꺼졌다.

"어, 뭐야? 스마트폰이 꺼졌어?"

“너도? 나도!"

“이거 왜 이래? 안 켜지잖아?!"

당황하는 그들을 뒤로하고 일단 그 자리에서 도망치기로 했다.

「천공의 주인이 흥미로운 눈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천공의 주인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시스템 알림을 보며 피식 웃었다.

도시 한복판에 EMP를 터트리는 게 재밌을 것 같다고?

솔직히 말해서 존나 재밌었다.

길거리 캐스팅으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눈에 차는 미녀를 찾는 것도 힘들고, 그 미녀가 아이돌이 갖춰야 할 재능이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

그래서 계획을 바꿨다.

다른 기획사의 연습생을 감언이설로 스카웃하는 거다. 다른 기획사가 키우는 만큼 아이돌에 적합한 인재라는 것이다. 일단은 규모가 작은 기획사를 찾았다. 규모가 작다는 건 힘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플뢰르 엔터테인먼트.

3층짜리 건물의 엔터테인먼트였다. 거대 대형 기획사인 릴리트 엔터테인먼트 빌딩에 비하면 절반의 절반도 되지 않는 크기였다.

'인터넷을 보니 여기에 데뷔가 확정된 아이돌 연습생들이 있다지. 빼내자.'

당당히 건물로 들어가려는데,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나를 저지했다.

"죄송합니다만, 플뢰르 엔터테인먼트는 관계자 외 출입 금지입니다. 혹시 약속하고 오셨습니까? 누구와 약속했는지 알려주시면 바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

퍼억!

나는 경비원의 얼굴에 주먹을 내리꽃았다. 기절한 경비원이 뒤로 넘어진다. 나는 손을 흔들었다. 지금 내 신체 능력은 보통이 아닐 텐데 주먹이 얼얼하다. 다시 말해, 이 경비원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세계에서 평범한 일반인을 경비원으로 쓰는 게 더 이상하지.'

[해킹에 성공했습니다.]

[CCTV를 2시간 동안 해킹할 수 있습니다.]

CCTV를 해킹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거기에 혹시 몰라 고유 특성인 기만(SS)을 이용해 내 얼굴도 바꿨다. 나는 당당하게 연습실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너무 당당해서 그런지 누구도 날 제지하지 않았다.

연습실 안으로 들어간다. 트레이닝복을 입은 젊은 여자 7명이 신나는 노래와 함께 춤을 추고 있다. 하나같이 미모가 뛰어났다. 플뢰르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들이다. 선생이나 직원은 보이지 않는다. 딱 좋았다. 나는 문을 닫고 그녀들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연습에 집중하던 그녀들이 동작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 누구세요?"

“다른 기획사에서 왔습니다. 좋은 이야기를 가져왔으니 한 번 들어보시죠.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나는 그녀들을 보며 히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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