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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351화 (1,346/1,497)

< 1351화 > 1351. 신의 아틀란티스

6,700 구역, 연예의 왕국에 온 지 이틀이 지났다.

그동안 나와 주서현은 호텔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호텔이 너무 편안해서 나갈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거기다 원웬만한 일은 호텔에서 전부 할 수 있었다.

아틀란티스에서 드문 현대 배경의 구역인 만큼 TV나 스마트폰, 컴퓨터 등이 모두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호텔에서 제공하는 음식도 무척 만족스럽다. 어지간한 맛집은 이 호텔의 발끝도 따라오지 못할 것이다. 장담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하는 여자가 주서현이었다. 주서현의 몸을 탐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을 어렵지 않게 보낼 수 있다.

강명진이 맡긴 일이 있긴 하나, 휴가는 아직 2주 가까이 남았다.

나는 오후가 되어서야 커다란 침대에서 일어났다. 내 옆에는 알몸의 주서현이 잠들어 있었다. 밤새도록 내게 시달린 주서현의 몸은 엉망이었다. 탱탱한 엉덩이에는 자국이 남아 있고, 희고 풍만한 가슴에는 이빨 자국이 선명하다. 특히 후각에 집중하면 정액 냄새를 어렵지 않게 맡을 수 있다.

'오늘은 주서현이랑 같이 호텔 밖으로 나가서 놀까? 오랜만에 영화관이나 클럽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삐리리리리.

탁자 위에 놓인 전화기가 울렸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전화가 올 곳은 프런트뿐이었다.

'체크 아웃은 며칠 뒤야. …전화할 이유가 없을 텐데? 감히 내 시간을 방해해? 시답잖은 일이면 지랄이 뭔지 제대로 보여주지.'

딸칵.

전화를 받았다.

-고객님. 릴리트 엔터테인먼트의 릴리트 대표께서 고객님을 찾으십니다. 만날 시간이 없으시다면 저희가 쫓아내겠습니다.

릴리트 엔터테인먼트.

어제 택시 기사가 준 명함에 적힌 이름이었다. 설마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다.

-릴리트 대표께서 고객님께서 찾으시는 인물을 알고 있다고 하십니다.

에트월을 벌써 찾았다고?

예상 밖의 일에 좀 놀랐다. 일단 한 번 만나봐야 할 것 같다.

“그 대표라는 사람을 데리고 올라와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고객님.

전화기를 내려놓은 나는 냉장고에 다가가 음료수를 꺼내 마셨다. 시원하고 달콤한 음료수가 몸에 들어오자 나른함이 사라지고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냥 왔을 리는 없을 테고… 나와 거래를 하러 왔겠지. 릴리트 엔터테인먼트가 원하는 것은….'

나는 침대에 누워있는 주서현을 바라봤다. 일단 주서현을 깨워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샤워할 시간은 없으니 옷이라도 대충 입혀 놓자.

문이 열리고 릴리트 엔터테인먼트의 대표가 당당한 걸음으로 스위트룸에 들어왔다.

"안녕. 큐에로스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묵는 걸 보니 재산이 많은가 봐?"

신비하게 느껴지는 보라색 머리카락과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 투명할 정도의 새하얀 피부는 탱탱하고, 장난기 서린 얼굴은 내 음심을 자극한다. 검은 정장을 입고 있음에도 어색함 없이 잘 어울린다.

그녀는 인간이 아니었다. 머리 양쪽에 자라나 있는 산양의 것과 닮은 뿔이 있다. 붉은색의 눈동자는 섬뜩하면서도 아름답다.

내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 그녀는 내게 아찔한 미소를 지었다.

「검은 유혹(僞)이 당신을 보며 웃습니다.」

"위신이시군요. 혹시 제가 아는 릴리트가 맞습니까?"

"아마 맞을걸? 주서현이라는 여자는 어딨어? 난 네가 아니라 그녀를 만나러 왔어."

“그녀는 제 동료입니다."

릴리트는 내 몸을 아래에서 위로 훑어봤다. 불쾌하지 않았다. 그녀 정도의 미녀라면 얼마든지 날 훑어봐도 상관없었다.

"동료라. 평범한 동료는 아니네."

"네?"

릴리트가 코를 킁킁거렸다. 그리고 다 안다는 듯이 짙은 미소를 짓는다.

“시치미 떼지 마. 내 코는 상당히 좋거든. 널 보자마자 알았어. 너한테서 풍기는 진한 수컷의 냄새와 발정 난 암컷의 냄새에 머리가 아플 정도야. 밤새 쉬지 않고 박아댔네."

"……."

훅 치고 들어오는 말에 당혹스러웠다. 나를 이렇게 당혹스럽게 만드는 여자는 오랜만이었다.

일단, 나는 릴리트를 데리고 거실로 향했다. 소파에 앉아서 대충 음료수를 대접한다. 그녀는 음료수를 홀짝이며 고개를 창문을 바라봤다. 화려한 도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여기 스위트룸은 언제봐도 뷰가 일품이라니까."

“본론이나 들어가죠.”

“아까 말했잖아. 주서현을 데려오라고. 내 본론은 네가 아니라 그녀에게 있어."

“하하. 그러니 저랑 이야기하면 됩니다. 결론을 내리는 건 저니까요."

릴리트가 진지한 눈으로 날 빤히 바라봤다.

“나 그런 거 싫어하거든? 네가 그녀의 주인이라도 돼?"

“주인이라. 딱히 틀린 말은 아니군요.”

“……어쨌든 나는 본인이 오면 대화할 거야."

릴리트가 고집을 피웠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갑은 나고, 그녀가 을이다. 그러나 그녀의 정체가 갑을 관계를 바꿔 버린다. 위신. 검은 유혹.

가지고 있는 힘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되지 않는 지금, 그녀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그녀의 말을 따른다.

침실에 가서 주서현을 데리고 왔다. 급하게 옷을 입은 주서현은 상태가 좀 엉망이었다.

릴리트는 주서현을 빤히 쳐다봤다.

"얼굴이랑 몸매. 모두 S급. 좋네. 분위기도 특별하고 제법 있어."

“…당신은 또 뭐야?"

주서현의 목소리는 다소 날카로웠다. 그녀는 정체 모를 불청객을 반길 만큼 좋은 성격은 아니었다.

"목소리도 A급이야. 이 정도면 조금만 노력해도 탑을 노려볼 만 하겠어. 택시 기사가 한 건 해냈네. 음. 내가 누구냐고 들었지? 나, 릴리트 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인 릴리트야.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앞에 와서 앉아. 정액 냄새랑 애액 냄새가 거슬리긴 하지만 봐줄게. …지린내도 좀 나네. 요실금이 있는 건 안 되지? 그럼 안 되는데…."

주서현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나랑 섹스하면서 오줌을 지린 건 맞았기 때문이다. 나는 주서현에게 손짓해 내 옆에 앉혔다.

릴리트는 탁자 위에 명함과 계약서를 내밀었다.

"주서현. 너를 릴리트 엔터테인먼트로 영입하고 싶어. 일단, 첫 계약금은 1억 페니에 3년 계약. 수익은 7대3이야. 보통 신인은 5대5인데… 내가 많이 양보한 거야. 계약금 1억 페니도 말도 안 되게 높은 거고.”

나는 바로 거절하는 대신 주서현을 바라봤다. 주서현의 반응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반응은 내 예측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안 해."

"왜? 연예인 해보고 싶지 않아? 퍽퍽하고 위험한 추방자의 삶을 버리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기회야. 혹시 스폰이나 성접대 같은 걸 걱정하는 거야? 걱정하지 마. 난 내 소속 연예인들에게 억지로 시키지 않아. 뭐, 하고 싶다고 한다면 예외지만."

연예 기획사 대효가 성접대를 아무렇게나 언급한다. 이 인간도 정상은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인간이 아니지만.

"연예인이 되어 편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 당신이 무슨 말을 하든, 난 안할 거야."

주서현의 단호함은 철벽과 같았다. 릴리트는 눈살을 찌푸리며 턱을 매만졌다.

"흐음. 곤란하네….”

릴리트의 시선이 옆에 있는 내게 향했다.

"주서현의 주인이라는 말. 확실하지?"

"뭐? 이, 이놈이 내 주인일 리 없잖아!"

주서현이 발끈하며 일어선다. 나는 그녀의 팔목을 잡아당겼다. 그녀가 다시 소파에 앉았다. 나는 릴리트에게 보란 듯이 그녀의 가슴을 주물렀다. 주서현은 얼굴을 붉히고 입술을 깨물었으나, 저항하지 않았다.

"보시는 바와 같죠.”

"…좋아. 너랑 대화해야겠네. 주서현, 연예인 시켜. 5억 페니 줄게."

"주서현을 팔라는 겁니까? 이런 어디서도 구하지 못할 여자를?”

나는 주서현을 품에 끌어안았다. 주서현은 당황한 듯 팔다리를 꼼지락댔다. 주서현의 풍만한 가슴이 내 손에 의해 형태가 뭉개진다. 주서현은 고개를 푹 숙이며 붉어진 얼굴을 가렸다. 나는 주서현의 입에 손가락을 넣었다. 혀와 입천장을 손가락으로 문지른다. 일방적으로 희롱당하던 혀는 이내 반격하듯 움직였다. 혀와 검지가 마치 키스를 하는 것 같다.

"…알겠어. 너 같은 남자들을 내가 좀알아. 여자를 좋아하지?”

"남자가 여자 좋아하는 건 당연하죠."

"넌 그중에서도 심한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나랑 계약하면 우리 쪽 연예인들이랑 자게 해줄게."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까? 이거 연에 기획사가 아니라 창관 아닙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강제로 성접대를 시키는 건 아니야."

"성접대를 하고 싶은 연예인도 있습니까?"

“일반인들은 연예계가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들여다보면 연예계만큼 추잡한 곳은 없어."

릴리트가 웃으며 말했다. 색정적인 그 웃음에 자지가 동한다. 나는 나도 모르게 주서현의 젖가슴을 꽉 주물렀다.

“윽…."

“아, 미안 서현아."

손에서 힘을 풀고 주서현의 몸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릴리트가 대답은 재촉한다.

"조건이 있습니다."

“어떤 조건?"

“우린 계속 6,700 구역에 머물 수 없습니다. 때가 되면 돌아가야 합니다."

“……그게 언젠데?"

"2주 후요."

“최악이네. 2주 가지고 뭘 하겠다는 거야?"

“재량을 발휘하면 2달은 더 가능할 겁니다."

"2주나, 2달이나."

릴리트는 짜증스레 말하면서 주서현을 바라봤다. 주서현을 보는 그녀의 눈은 이글이글 타오른다.

"…다른 조건을 걸자. 기간 상관없이 주서현이 업계 탐클래스가 되면 뒤돌아보지 않고 은퇴하는 거야. 안 붙잡을 걸 약속할게. 대신, 다른 기획사에 들어가선 안 돼. 은퇴하고 이 도시에서 나가는 거야.”

“그건 그쪽에게 엄청 불리한 조건 아닌가요? 왜 그렇게 주서현에게 집착하는 겁니까?"

“이쪽 사정이 좀 안 좋아. 프로젝트 5개를 연달아 말아먹어서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거든. 뭐, 지분의 70%를 보유한 건 나니까 주식은 둘째치고… 문제는 소속 연예인들이야. 그들은 회사의 능력을 의심하고 다른 기획사와 계약할 준비까지 하고 있어. 망할 것들. 내가 어떻게 키워줬는데 바로 뒤통수를 치려고 하다니…."

그 기획사 대표에 그 연예인 아닐까. 나는 그 말을 삼켰다.

“아하. 능력을 증명하지 못하면 기획사가 무너질 상황이군요?"

"맞아. 그래서 회사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한 번의 성공이 필요해."

"주서현이라면 성공할 테고요?"

"내가 이 업계에서 몇 년을 굴렀는지 알아? 200년이야! 200년! 주서현은 성공할 거야. 확신해!"

"마지막 조건이 있습니다."

“뭔데?"

“성접대 말인데요. 그 대상에 대표님도 포함되는 거죠?”

“…날 안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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