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50화 > 1350. 신의 아틀란티스
떠날 준비를 끝마친 나와 주서현은 공간 이동 주문서를 찢어 6,700 구역 근처로 이동했다. 6,700 구역은 공간 이동이 불가능한 구역이었다.
6,700 구역 근처에 나타난 우리를 반사적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우리는 아스팔트 도로 한복판에 있었다. 이 세계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아스팔트 도로에 주서현은 놀란 듯 눈을 치켜떴다.
나는 도로의 앞과 뒤를 번갈아 바라봤다. 앞에는 커다란 도시가 작게 보인다. 못해도 수십 km는 가야 할 것 같다. 뒤쪽에는 도로를 제외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뒤로 돌아가자.”
"뒤? 도시는 앞에 있잖아."
"뒤로 가는 게 더 빨라. 따라와."
"……."
주서현은 조용히 날 째려봤으나, 아무 말 하지 않고 내 뒤를 따랐다.
5분 정도 걸었을까.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버스 정류장?"
"괜히 여기에 아스팔트 도로가 있겠어?"
나와 주서현은 아무도 없는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았다. 나는 자연스럽게 주서현의 허벅지로 손을 뻗었다.
움찔.
이제는 익숙해질 때가 됐는데도, 주서현은 내가 성추행을 할 때마다 놀란 듯 반응한다. 솔직히 내가 그녀를 성추행하는 이유의 절반 이상은 주서현의 찰진 반응 때문이었다.
내 손은 그녀의 허벅지를 만지다가 사타구니 사이까지 들어갔다. 바지와 팬티. 두 겹의 천 너머에 있을 주서현의 보지를 상상한다.
딱딱한 정조대의 감촉은 느껴지지 않았다. 가끔은 이런 날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
움찔. 움찔.
보지를 손가락으로 꾹꾹 누를 때마다 반응한다. 그 반응이 재밌어서 낄낄 웃었다. 주서혀의 뺨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차라리… 차라리 정조대를 차겠어…!"
"누구 마음대로. 넌 선택할 권리가 없어."
분해 죽으려고 하는 그녀의 얼굴을 다른 손으로 잡는다. 얼굴을 내 쪽으로 천천히 거리를 좁혔다. 키스의 시간이 다가왔음을 느낀 주서현은 질끈 눈을 감았다.
입술을 겹쳤다. 싫어하는 내색을 하면서도 막상을 입을 맞추면 거부하지 않는다. 입술을 벌리고 그녀의 혀와 숨결을 빨아들인다.
쪼옥. 쪼옥.
내 입안에 들어온 그녀의 혀를 정성들여 빨았다. 주서현은 간헐적으로 몸을 떨었다. 입을 뗐을 때는 스위치가 올라간 표정이었다. 바지가 두꺼워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아마 보지도 흠뻑 젖어 있을 것이다.
'좀 더 해볼까.'
키스를 이었다.
주서현은 오직 키스만으로 절정을 느꼈다. 끈적하게 타액을 교환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버스가 달려오는 게 보였다. 나는 주서현의 입에서 떨어졌다.
"하아, 하아, 하아….”
주서현은 뜨거운 숨을 몰아쉬었다. 숨을 고르면서 녹아내린 표정을 빠르게 정리한다. 나는 피식 웃었다.
버스가 정류장에 섰다. 버스 내부에는 제법 많은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당 2,000 페니다."
버스 운전사가 말했다. 나는 4,000 페니를 내고 주서현과 함께 버스에 탔다.
2,000 페니. 환화로 따지면 2만 원 정도다. 더럽게 비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좌석에 앉은 주서현은 획획 지나치는 바깥 풍경을 보며 내게 물었다.
“왜 버스가 돌아다니는 거야? 여긴 아직 6,700 구역이 아니잖아."
"6,700 구역은 주위에도 영향력을 끼치거든. 그리고 6,700 구역 태생의 대륙인은 제한 없이 안과 밖을 드나들 수 있어. 6,700 구역은 풍족한 곳이라, 시민 일부는 색다름을 원하며 구역 밖으로 나오거든."
할 일도 없었던 지라 주서현의 허리를 만지면서 6,700 구역에 관해 설명했다.
6,700 구역은 현대 배경의 구역이지만, 제한이 많았다. 기본적인 제한은 티켓 없이 출입할 수 없다는 점과 6,700 구역내의 물건을 외부로 유통할 수 없다는 점 등이 있다.
"현대 배경 구역인데 왜 다른 클랜들은 공략하지 않는 거야? 6,700 구역은 공략하지 않는다는 협정이라도 있어?"
“그럴 리가. 아틀란티스의 공략 조건은 모든 구역의 공략이야. 6,700 구역도 예외는 아니야. 6,700 구역을 공략하지 않는 건 너무 어려워서 미뤄두는 것뿐이야."
유명한 구역 중에는 어렵고 힘들다는 이유로 공략이 되지 않은 곳이 제법 많았다.
주서현은 6,700 구역의 공략 조건을 듣고는 고개를 획획 내저었다.
버스는 6,700 구역, 연예의 왕국 입구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은 우리를 제외하고 모두 아무렇지 않게 6,700 구역 내부로 들어갔다. 그들 모두가 6,700 구역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이다.
반면 우리는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혀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6,700 구역, 연예의 왕국에 들어가기 위해선 입장권이 필요합니다.」
나랑 주서현은 파란색 티켓을 꺼냈다.
「연예의 왕국 입장권을 사용하시겠습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뜻을 알렸다. 파란색 티켓이 잿빛으로 변하더니 사라졌다. 우리의 출입을 가로막고 있던 보이지 않는 벽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주서현과 함께 6,700 구역 안으로 들어갔다.
「제 6,700 구역, 연예의 왕국에 입장했습니다.」
「일반인 신분입니다.」
주서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도시를 둘러봤다.
깨끗한 아스팔트 도로 위를 달리는 가지각색의 자동차들과 익숙한 형태의 신호등들. 인도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나무가 심어져 있다. 도로 주위에는 고층 빌딩이 줄지어 서 있었다. 서울이나 뉴욕처럼 발달한 도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주서현. 촌스럽게 왜 그래? 도시가 그렇게 신기해? 너 서울 출신이라며?"
"…이 세계에서 이런 도시를 보게 될 줄은 몰랐어."
주서현은 금세 정신 차렸다. 그러면서 허리를 매만진다. 평소에 차던 검을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6,700 구역에는 몬스터가 나오지 않는 곳인지라 처음부터 무장을 하지 않았다.
나는 주서현을 데리고 택시를 잡았다. 택시 기사는 우리를 힐곳 보고는 물었다.
"밖에서 온 외지인이십니까?"
"아이고. 티가 많이 납니까?"
나는 웃으며 되물었다. 이 발전한 도시에서 놀고먹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외지인은 여기 사람들에 비해 날이 서 있지요. 여긴 몬스터가 나오지 않으니 안심해도 좋습니다. 다만, 몬스터보다 더 무서운게 존재하지만요."
"몬스터보다 더 무서운 것? 그게 뭡니까?"
"돈입니다. 돈. 외지인들 대부분이 안전한 곳을 찾아 6,700 구역으로 옵니다만…, 돈이 너무 많이 필요하다 보니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그렇게 돈이 많이 필요합니까? 외지인이라면 신체 능력이 뛰어날 테고… 육체노동만으로 돈을 어느 정도 벌 수 있을 텐데요?"
"외지인 특별세가 좀 셉니다. 어지간한 능력으로는 버티지 못합니다."
"외지인 특별세라…. 저희도 내야 합니까?"
"2달 이상 6,700 구역에 체류하면 내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체류하지 않으면 강제 추방입니다."
"버티는 놈들도 있을 텐데요."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아무리 강한 외지인이라도 시스템을 이길 순 없으니까요."
"아하.
"저, 손님. 어디로 모실까요?"
"큐에로스 호텔로 부탁드립니다."
"큐에로스 호텔…."
택시 기사는 침을 꼴깍 삼켰다.
"6,700 구역에서 가장 유명하고 화려한 호텔을 찾으시는군요. 이거, 귀환 손님을 몰라봤습니다."
택시가 부드럽게 출발했다.
"하하. 휴양차 찾아온 졸부라 생각하십시오. 아, 근데 제가 남자 한 사람을 찾고 있는데 택시 기사님의 도움 좀 받을 수 있겠습니까?"
“저 말입니까? 전 단순한 택시 운전사일 뿐입니다만…."
"괜찮은 정보가 있다면 알려주시는 걸로 충분합니다. 제가 찾고 있는 사람은 에트월이란 이름의 남자입니다. 이 도시에선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더군요."
"디자이너요?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들은 전부 알고 있습니다만, 에트월이란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군요."
"아, 그렇습니까."
"…디자이너 쪽이라면 제가 한 번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택시 기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는 바로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지폐를 꺼내 그에게 건넨다.
"30만 페니입니다. 에트월을 찾아 알려주신다면 50만 페니를 추가로 드리죠."
"헉…. 그렇게나 많이…. 엄청나게 통이 크시군요. 제게 맡겨만 주십시오."
기분이 좋아진 택시 기사는 이런저런 말을 쏟아냈다. 요즘 연예계에 돌아가는 방식이라던가, 요즘 핫한 연예인이 누가 있다던가, 연예인의 충격적인 스캔들이라던가. 대부분이 연예인과 관련된 정보였다.
어쩔 수 없는 게 여기 6,700 구역은 연예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구역이기 때문이다. 구역 이름이 괜히 연예의 왕국이 아니다.
"그런데 옆에 계신 분은… 미모가 무척 뛰어나시군요. 흑시 연예인 지망생 이십니까?"
“아, 제 동료입니다. 저랑 같이 휴양차 놀러 왔을 뿐입니다."
"아쉽군요. 모델로 데뷔해도 많은 인기를 끌 것 같은데…."
택시 기사는 본인일도 아닌데 진심으로 아쉬워하고 있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주서현에게 물었다.
“서현아. 데뷔할래?"
"안 해."
주서현이 딱 잘라 말했다. 눈빛을 쏘아내며 쓸데없는 짓거리 하지 말라는 의지를 발산한다.
"혹시 연예계에 관심 있으시다면 여기로 전화하십시오. 6,700 구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기획사입니다."
"릴리트 엔터테인먼트…? 여기 직원이셨습니까?"
"하하. 전 택시 기사입니다. 릴리트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약간의 돈을 받고, 미모가 뛰어나신 손님들에게 명함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흐음. 그렇습니까."
나는 주서현에게 건네 명함을 대신 받아 주머니에 대충 쑤셔 넣었다. 주서현은 불만스럽다는 듯 날 노려봤으나, 이내 고개를 획 돌려 창문 밖을 바라봤다.
"도착했습니다."
택시 기사가 차를 세웠다. 나는 그에게 택시비를 건네주고 차에서 내렸다.
큐에로스 호텔을 본 주서현은 입을 쩍 벌렸다. 그녀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꽤 놀랐다. 그만큼 큐에로스 호텔은 엄청났다.
크기도 크기지만 전체적으로 S처럼럼 생긴 디자인이 예술품처럼 느껴졌다. 색깔은 검은색과 황금색이 화려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건 거의 도시의 랜드 마크 수준이다.
호텔 입구에는 경호원들이 쫙 깔려 있었다. 그들은 나와 주서현을 조용히 주시했다. 나는 주서현을 데리고 호텔 안으로 들어가 스위트 룸을 빌렸다. 1박에 무려 800만 페니나 하는 곳이다. 한화로 1박에 8,000만 원 정도다.
스위트룸은 비싼 만큼이나 뷰가 좋았다. 도시 전체가 내려다 보였다.
'호텔에서 가장 좋은 방은 이미 누가 숙박 중이라 못 구했는데… 이 정도면 만족스럽군.'
주서현도 뷰를 보며 감탄하고 있다.
나는 그녀의 뒤로 다가갔다. 주서현이 긴장하는 게 느껴졌다. 주서현의 허리를 팔로 감싸며 귓가에 속삭인다.
“서현아. 심심한데 섹스나 할까?"
"발정 난 새끼…."
주서현이 질색하며 말했다.
사실이라 아무렇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