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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348화 (1,343/1,497)

< 1348화 > 1348. 특수 작전

자동차는 강원도를 통해 군사 분계선을 넘어 북한에 진입했다.

북한에 들어왔다고 해서 무언가가 특별해지는 건 아니었다. 공기도 그대로다. 다만, 도로가 영 별로였다.

"여기다. 멈춰."

불편한 도로를 한참을 내달리던 승합차는 장주석의 도로 한복판에 멈췄다. 그리고 우리는 무장한 상태로 차에서 하차했다.

장주석의 능력은 블러드 컨트롤. 그저 혈액을 조작하기만 하는 능력이 아니었다. 대상의 피를 이용해, 대상을 추적하는 능력도 있었다.

"자세히 어느 쪽입니까?"

김시엄이 물었다. 장주석은 검지를 들어 숲을 가리켰다.

“이 숲이다. 이 숲 안에 장주석이 있다."

"쉬기 위해 이곳에 온 건 아닐 테고…. 우리의 추적을 눈치채고 여기서 떨쳐내려는 속셈인 모양이군요. 장주석 씨. 혹시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습니까?"

"오차 범위는 약 30m다. 그 이상은 아무리 그래도 힘들다."

"오강후는 매복하고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큽니다. 계획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김시엄이 야구 모자를 만지며 말했다. 그는 확실한 작전을 원했다.

지금까지 입을 꾹 다물며 침묵하던 신보라가 앞으로 나섰다.

"도망자인 오강후 일행이 선택할 수 있는 매복은 한정적이야. 매복의 가능성을 확인한 이상 우리가 주의하면 당할 일은 없어. 도망치느라 지친 오강후야. 체력을 회복할 시간을 주지 말고 지금 당장 습격하는 게 최선이야."

“신보라 씨. 작전을 짜는데 5분이면 됩니다. 냉정하게 행동하시죠."

“작전을 짜고 싶으면 너희끼리 해. 난 오강후를 잡으러 가겠어."

신보라가 당당히 앞으로 걸어갔다. 나도 그녀의 뒤를 때따라가면서 말했다.

“신보라 씨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여기까지 와서 작전에 뭔 의미가 있습니까. 후딱 일 끝내고 돌아가죠."

김시엄의 표정이 보기 좋게 구겨졌다. 팔짱을 낀 장주석이 우리 뒤를 따라온다.

"나는 작전이 필요하다는 김시엄의 말에 동의한다만… 4명 중 절반 이상이 작전을 거부하니 어쩔 도리가 없군."

“하, 젠장. 이 일은 협회에 보고할 겁니다."

김시엄이 짜증스레 중얼거리며 우리 뒤를 따라왔다. 그도 어쩔 수 없었다. 이제 와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으니까.

우리는 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는 오강후와 그의 부하 4명을 발견했다. 그들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옷에는 피와 흙이 덕지덕지 묻어있고, 얼굴에는 피로감이 가득했다. 자동차를 타고 이곳으로 온 우리와 다르게, 그들은 두 발로 달려서 여기까지 왔다.

오강후는 우리들을 보고 피식 웃는다.

"협회의 전문 추적대가 붙었다고 생각했는데… 애송이들이었잖아."

우리가 무기를 꺼내고 그에게 달려들기 전에, 오강후가 먼저 손을 흔들었다. 그의 부하들이 일제히 방독면을 썼다. 그리고 오강후의 손목에서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와 사방으로 퍼진다.

"독연이다. 조심해라."

장주석이 말했다. 쓸데없는 오지랖이었다. 여기서 오강후의 능력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뇌천류(雷天流) 뇌섬(雷閃).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화련비도를 휘둘렀다. 붉은 번개를 휘감은 푸른 검기가 오강후를 향해 날아간다. 오강후는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방독면을 쓴 그의 부하들이 앞으로 나섰다. 일제히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내 검기를 가볍게 막아낸다.

신보라가 허공에 손을 내밀었다. 그 손에 길쭉한 해머가 만들어진다. 생김새는 오함마와 비슷했다. 은색이라 그런지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해머를 양손으로 쥐고 있는 힘껏 땅바닥을 찍었다.

콰앙!

충격파는 한 박자 늦게, 엉뚱한 장소에서 일어났다. 느닷없이 오강후의 발아래에서 충격파가 터진 것이다. 오강후가 인상을 찌푸리며 다리를 절었다.

"이런… 재미없는 능력을 쓰잖아. 계집은 사로잡을 생각이었지만… 마음이 바뀌었다. 전부 죽여라."

"예. 마스터."

그의 부하들이 일사불란하게 우리를 향해 달려온다.

장주석과 김시엄이 앞으로 나섰다. 장주석은 혈액팩을 손으로 뜯어 혈액을 조종했고, 김시엄은 검을 들고 무심하게 적들을 겨눴다.

"이놈들은 우리가 맡지."

“신보라 씨, 성유진 씨. 두 분은 오강후를 맡으십시오. 생포는 바라지도 않으니, 최대한 빨리 죽이십시오."

장주석과 김시엄이 적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신보라는 그들을 돌아보지도 않고 무심한 표정으로 오강후에게 향했다. 코앞에서 먹잇감을 빼앗길 수는 없었기에 보법을 밟으며 접근했다.

"고작 둘이서 나를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 내가 만만해 보였나 보군."

오강후의 육체가 커진다.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눈에서는 실핏줄이 터지며 피눈물이 흐른다. 육체를 강화하는 약을 만들어 자기 자신에게 투입한 것이다.

"오강후. 너를 처단한다."

신보라의 해머가 바뀌었다. 크기는 뿅망치 정도였다. 하지만 붉은색의 금속으로 이루어진 화려한 디자인 때문인지 어딘가 위협적이다. 그녀는 그 작은 해머로 오강후에게 휘둘렀다. 오강후는 커다란 손을 펼쳐 해머를 잡았다. 해머가 오강후의 몸에 닿는 순간 폭발이 일어났다.

"끄아아아아아악!"

오강후가 비틀거리며 비명을 지른다. 그의 오른손은 폭발에 휘말려 날아간 상태였다. 신보라는 여전히 무심한 얼굴로 해머를 휘둘렀다. 오강후가 기겁하며 해머를 피해 뒤로 물러났다.

오강후에게 달라붙으려던 신보라가 갑자기 피를 토했다. 독에 중독된 것이다. 신보라는 차분하게 해독제를 마셨다.

"그깟 해독제로 내 독에서 안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내 오른손을 날려버린 네게 약속하지. 너는 쉽게 죽지 못할 거다."

오강후가 피를 토하는 신보라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나는 그 틈을 노렸다.

'가속, 찰나.'

[가속을 사용합니다. 10분 동안 유지됩니다. 남은 스택: 6]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5]

뇌천류(雷天流) 뇌광(雷光).

노리는 것은 오강후의 목이었다.

오강후가 내 공격에 반응했다. 몸을 뒤로 다급히 젖힌다. 붉은 번개를 품은 칼날이 그의 목을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이 새끼가…!”

오강후가 뒤로 넘어지면서 하나밖에 없는 왼손을 휘둘렀다. 시커먼 독연이 뿜어지며 내 몸에 달라붙는다. 호흡을 멈췄으나, 소용없었다. 독연은 내 피부에 달라붙더니 그대로 흡수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속이 메스꺼워지고 팔다리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흐흐. 팔다리가 마비되는 감각은 어떠냐? 산채로 죽어가는 것처럼 두려울 거다. 어서 빨리 해독제를 꺼내 먹어라."

놈은 내가 해독제를 먹는 순간을 노리고 있었다. 너무 노골적이라 헛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나는 해독제를 먹는 대신 뇌천류를 운용했다.

파지직. 파직.

뇌기가 기혈을 타고 흐르며 독기를 모조리 태웠다. 메스꺼움이 사라지고, 팔다리가 다시 가벼워졌다. 오강후의 얼굴이 대번에 구겨졌다.

"젠장 할! 하필이면 독이 잘 안 통하는 놈이 추적대에 끼어 있을 줄이야…!"

오강후는 상황이 불리해지자 몸을 뒤로 돌렸다. 스컹크처럼 독연을 흩뿌리며 도망치려고 한다. 나와 신보라는 동시에 움직였다. 신보라의 해머가 오강후의 다리를 박살 내고, 내 칼이 오강후의 목을 베었다.

오강후가 절명했다.

그러나 상황이 끝난 건 아니었다. 나와 신보라는 오강후의 부하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오강후와 그 부하들은 모두 사망했다.

협회가 우리에게 맡긴 일은 성공적으로 끝난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느닷없이 김시엄이 장주석을 공격하기 전까지는. 그는 방심한 장주석의 목을 베었다. 장주석의 머리가 떨어져 흙바닥을 데구루루 굴렀다.

신보라와 나는 동시에 김시엄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약간의 혼란을 느끼면서 김시엄에게 칼을 겨눈다.

“장주석은 왜 죽인 거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었나?"

"장주석의 능력은 성가십니다. 대상의 피만 있으면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능력이라니 성가셔도 너무 성가신 능력이죠."

김시엄이 여유롭게 말했다. 신보라는 째진 눈을 더욱 가늘게 뜨며 김시엄을 노려봤다.

"너, 뭐야."

김시엄은 대답 대신 히죽 웃었다.

"알 필요 없습니다."

김시엄의 다리가 현란하게 움직인다. 어떻게 보면 우스꽝스러워 보이지만, 나는 그 발놀림에 담긴 현묘함을 눈치챘다. 저건 보법이다.

'그것도 눈을 속이는 환보(幻步)다.'

대처 방법은 간단했다. 시각이 아닌 기감에 더 집중하면 된다.

기감을 끌어올렸을 때였다. 김시엄의 신형이 활처럼 튕기더니 신보라에게 달려들었다. 신보라는 당황하지 않고 대응했다.

해머를 세워 일단 김시엄의 검을 막은 것이다.

"너, 처음부터 중국 쪽이었어?"

"하하. 바로 알아볼 줄이야. 신보라 씨에게도 숨겨진 뭔가가 있군요. 그게 뭔지 딱히 궁금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여기서 죽어주십시오."

"죽는 건 너야."

신보라가 김시엄의 검을 쳐내고 짧은 해머를 높이 들었다. 해머에 붉은빛이 모이기 시작한다. 신보라가 허공에 해머를 휘둘렀다. 콰쾅! 폭발이 일어났다. 신보라는 그 폭발력을 이용해 김시엄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김시엄은 흐르는 물처럼 그녀의 공격을 피했다. 그러다 갑자기 그의 신형이 3개로 나뉜다.

‘…분신? 이 새끼 능력을 숨기고 있었군.'

3명의 김시엄이 동시에 신보라를 공격한다. 분신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신보라가 입술을 깨물었다. 공격을 버틸 생각인 모양이다.

'근데 이 새끼. 날 왜 무시하는 거야? 내가 B급이라서?'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4]

[천심(天心)을 발동합니다. 1분 동안 지속됩니다.]

[10초 동안 천재의 시간을 발동합니다.]

세 개의 스킬을 연달아 사용한다. 나는 순식간에 김시엄의 뒤를 잡았다. 3명의 김시엄이 동시에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3]

중심에 있는 놈의 등을 벤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2]

오른쪽에 있는 놈의 목을 베었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1]

왼쪽에 있는 놈의 심장을 찔렀다.

세 명의 김시엄은 동시에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곧 분신은 사라지고, 진짜 시체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목이 베인 놈이 진짜였다.

상황은 끝났다.

'보고나 하자. 이건 협회 측의 명백한 실수이니… 실적을 더 받을 수 있겠지.'

나는 무전기를 꺼냈다. 무전을 치는데 연락이 잡히지 않았다.

"김시엄. 이놈이 아무 준비 없이 이런 짓을 저지르진 않았을 거야."

“…뭐, 상황은 끝났으니 돌아가죠."

당연히 시체를 들고 가야 했다. 그 점이 무척 귀찮았다.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이 빚은 언젠간 반드시 갚을게."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아무리 봐도 미녀라고 하기엔 좀 그랬다. 나는 대충 대답했다.

"아,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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