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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342화 (1,337/1,497)

< 1342화 > 1342. 고스트 로맨스

"좋군. 현실의 내 몸보다 훨씬 나아."

성유진은 자신을 둘러싼 귀신들을 보며 씨익 웃었다.

성유진이 몸의 주도권을 되찾기 전에는 약간의 불안감이 있었다. 귀기를 자신의 뜻대로 사용하지 못할 경우였다.

그러나 귀기(鬼氣)도 기운이었다. 오히려 귀기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고 반응하니 어떤 의미로 마나보다 더 편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뇌천류의 특성이 없어서 조금 불편하긴 해도, 뇌천류의 지식과 감각은 가지고 있으니 귀기를 이용해 뇌천류를 사용할 수 있었다.

"끼에에에엑!"

새처럼 생긴 귀신이 괴성을 지르며 성유진에게 달려든다. 성유진은 여유작작했다. 기운이 퍼지고 감각이 확장되어 이곳에 있는 귀신들의 존재가 모조리 느껴진다. 느껴지는데도 귀신을 두려워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잘 봐라. 이게 제대로 된 칼질이라는 거다."

자신의 안에서 지켜보고 있을 나찰귀 도진에게 거드름 한 번 피워주고 팔을 움직인다.

뇌천류(雷天流) 뇌광(雷光).

푸른 번개가 번뜩이는 순간, 이미 귀신은 반으로 갈라져 죽은 뒤였다.

-…말도 안 된다. 인간이 이렇게나 쉽게 귀기를 다룬다고?! 설마, 네놈…. 인간이 아니라 귀신이었나?!

"크큭. 멍청한 놈. 내가 귀신으로 보이나? 내 몸에 들러붙은 넌 말하지 않아도 알 텐데. 난 귀신이 아니라 인간이다."

성유진은 말하는 와중에도 꾸준히 칼을 휘둘렀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완벽하게 통제 중인 귀기를 이용하여 귀신을 학살한다.

힘을 이용해 무식하게 싸우는 도진과는 달랐다. 성유진의 칼은 깔끔했다. 너무 깔끔해서 예술로 느껴질 정도였다.

-…대단하군. 네놈의 검술을 인정한다. 이런 광경을 보고서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귀신 30마리를 참귀도로 베었을까. 거침없이 달려들던 귀신들이 주춤했다. 서로의 눈치를 본다. 성유진이 다가가면 뒤로 물러나기까지 한다.

"귀신 주제에 겁을 집어먹었군. 그냥 덤빌 것이지 귀찮게 하는군. 어차피 다 내 손에 죽게 될 텐데."

“으아아아아! 건방 떨지 마라!!"

대머리 귀신 갓파가 달려든다. 어중이떠중이 귀신 중 유독 귀기가 강하다.

성유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정신을 집중했다. 이어 보법을 밟으며 갓파를 스쳐 지나가며 벤다.

영천류(影天流) 벽계(碧溪).

갓파는 자신이 어떻게 베인 건지도 모르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쓰러졌다.

"오랜만에 하는 건데 잘 되네.

-방금 그 움직임은 뭐냐…. 마치 귀신같은 움직임이군.

"귀신 같다라…. 귀신인 네가 그런 말을 하니 웃기지도 않는군."

성유진은 일부러 죽이지 않고 치명상만 입힌 갓파의 목을 붙잡고 들어 올렸다.

"도진. 귀기를 흡수하는 거… 어떻게 할 수 있지?"

-인간 따위가 나의 귀식(鬼食)을 흉내 내려고 하는 거냐?

"네가 귀기를 생각 없이 막 써대는 바람에 부족할 것 같아서 그래."

-관둬라. 너는 인간이다. 인간답게 싸워라.

"직접 먹어야 하나? 내가 좀 미식가라 그건 싫은데. 네가 말하는 귀식도 능력에 가까우니…."

성유진은 광명승천도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가 익힌 무공 중에 상대방의 기운을 흡수하는 무공도 존재했다. 천마신공(天魔神功) 흑암혈(黑暗穴)이 그러했고, 흡성대법이 그러했다.

'천마신공은 사용할 수 없어. 정확하게는 사용할 수야 있겠지만… 무작정 사용하기엔 뒷감당이 문제야. 지금 내겐 절대정신이 없으니까.'

남은 건 흡성대법이었다. 성유진은 흡성대법의 구결을 귀기를 움직였다.

성공했다.

갓파의 귀기가 흡수된다. 귀기를 빼배앗긴 갓파는 미라처럼 홀쭉해진다.

성유진은 깜짝 놀랐다. 설마하니 첫 시도에 바로 성공할 줄 몰랐던 탓이다.

'…내가 이렇게 재능 넘칠 리 없는데…. 아, 그건가. 원래 이 세계의 몸은 재능이 있었나? 보통 가문이 아니라고 했으니… 혈통빨일 가능성이 크군.'

좋은 게 좋은 거였다. 나는 씨익 웃었다.

-이 버러지 같은 것이…!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 오는 거냐!

"씁. 갑자기 왜 고함치고 지랄이야. 뒤지고 싶냐?"

-너는 갓파의 원혼이 기어들어 온 것도 모르는 거냐? 네가 행한 귀식은 완벽하지 않군. 귀식을 완벽하게 사용했다면 귀신의 원혼 따윈 정신에 침범하지도 못한다.

"아, 그래? 너, 의외로 쓸모 있네. 내 정신에 들어오는 귀신은 네가 다 처리해라."

-이 자식이… 나를 부하처럼 부려 먹는군. …뭐, 좋다. 마음대로 날뛰어라. 네놈의 검술, 네놈의 전투 방식. 모두 지켜봐 주마.

“새끼가. 대놓고 사람 밑천 뽑으려 하네."

성유진은 실실 웃으며 잡귀를 붙잡아 귀기를 흡수하는 걸 반복했다. 그동안 백귀야행의 주인인 누라리횬은 성유진은 내려다보며 관찰했다.

"인간이 육체를 차지한 것인가…. 그런데 저건 뭐지? 왜 나찰귀가 몸을 차지했을 때보다 더 강해 보이는 것이냐…. 거기에 어지간한 귀신들보다 귀기를 더 잘 다루는 군, 어처구니가 없구나."

"두목. 계속 지켜보실 겁니까? 잡귀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다이텐구가 말했다.

성유진의 귀기를 사용하는 방식에 흥미를 느끼고 있던 누라리횬은 주위를 둘러봤다. 귀신들이 당장이라도 성유진을 죽이고 싶어 했다. 누라리횬은 좀 더 지켜보고 싶었으나, 귀신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누라리횬이 허락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먼저 나선 것은 다이텐구였다.

질풍처럼 날아가며 단숨에 성유진의 머리를 발로 박살 내려고 했다.

뇌천류(雷天流) 질풍신뢰(疾風迅雷).

순간 성유진의 몸이 사라졌다. 당황한 다이텐구가 몸을 멈춘 순간이었다. 다이텐구는 시야가 빙글빙글 도는 걸 느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계에서 목이 사라진 자신의 몸을 볼 수 있었다.

‘…이 내가 목이 베였다고?! 게다가 그걸 뒤늦게 깨닫다니…!'

성유진은 다이텐구의 귀기를 흡수했다. 다이텐구는 자신의 존재가 성유진에게 빨려 들어가는 걸 느꼈다.

'이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저주가 되어 네놈의 정신을 갉아 먹어주마!'

다이텐구의 원혼은 성유진의 정신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가 만난 것은 한 자루의 칼을 쥐고 있는 도진이었다.

"반갑다, 코쟁이. 내 구역에 온 걸 환영한다. 이 대머리를 가지고 노는 것도 질리던 참이었다."

"끼아아아아아악!”

심장에 칼이 박힌 갓파가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소멸한다.

"나찰귀…!"

"나는 1대1로 싸워 누구에게도 져본 적 없다. 거기에 이곳은 내 구역이다. 이곳에 있는 한 내 힘은 더 강해지지. 아까와는 다를 거다."

"네놈을 죽이고 그 인간의 정신을 파괴하겠다!"

"멍청한 놈. 그게 가능했다면 내가 지금 여기에 이러고 있겠냐."

도진과 다이텐구가 정신 세계에서 격돌할 때, 성유진은 들뜬 마음으로 참귀도를 휘두르고 있었다.

몸이 가볍다.

손과 발이 뜻대로 움직인다.

참귀도란 칼은 화련비도에 맞먹을 정도로 끝내준다.

더군다나 에너지라 할 수 있는 귀기도 충만했다. 귀기가 부족하다 싶으면 귀신을 잡아 흡수하면 된다.

이 압도적인 힘으로 무쌍게임을 하듯 달려드는 귀신들을 모조리 학살한다.

"존나 재밌군!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건방 떨지 마라, 인간!"

이누가미가 달려든다. 날카로운 손톱을 휘두르며 성유진의 육체를 찢어 발기려한다.

뇌천류(雷天流) 뇌강인(雷彊刃).

번개의 칼날이 번뜩이고 이누가미의 손톱이 부러진다. 번개의 칼날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이누가미의 몸을 베어 갈랐다.

"말도 안 된다…! 한철보다 더 단단한 나의 손톱이…!"

“아아, 이건 검강이라는 거다. 용의 비늘도 벨 수 있지."

콰아아앙!

위에서 거대한 뼈의 손이 성유진을 찍어 누른다. 성유진은 뼈의 손이 몸에 닿기 직전 옆으로 움직여 피했다. 기감을 통해 가샤도쿠로의 존재를 미리 파악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회피였다. 직후, 가샤도쿠로의 팔을 밟으며 위로 치솟았다. 참귀도를 가샤도쿠로의 해골 중심에 박아 넣는다.

"흐흐… 멍청하긴…. 그깟 칼로… 내 머리는 자를 수 없다…."

"개새끼의 손톱보다 더 단단하긴 하군. 그럼 내부는 어떨까?"

파지지지직.

참귀도를 통해 뇌전이 해골 속으로 들어간다. 성유진은 텅 비어 있는 해골 속에 뇌전이 가득 차는 걸 느꼈다.

"소용없다…. 나는 너희와 같은… 나약한 생물이… 아니다…!"

성유진은 가샤도쿠로의 머리에서 칼을 뽑고 그대로 지상으로 떨어졌다.

"됐다. 이제 그만 죽어라."

"뭐?"

뇌천류(雷天流) 극기(極技) 폭진뢰(爆震雷).

가샤도쿠로의 해골 속에 가득 찼던 번개가 일시에 폭발한다. 가샤도쿠로의 해골이 산산이 조각나 수류탄처럼 사방으로 흩어졌다.

지상에 착지한 성유진은 입술을 할짝이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어두운 하늘에 떠 있는 수백 마리의 귀신들이 일제히 움찔 떨었다.

"다이텐구 님과 이누가미 님에 이어 가샤도쿠로 님까지 당하다니…!"

"예언이 옳았다! 저 인간은 우리 귀신의 재앙이 될 것이다!"

"나찰귀 도진은 최악의 배신자다!"

"놈을 여기서 죽여야 한다! 귀신을 위해!"

"인간 따위가!"

귀신들은 성유진을 향한 두려움을 숨기지 않고, 악을 쓰듯 성유진에게 달려들었다.

뇌천류(雷天流) 만뢰(卍雷).

성유진을 중심으로 번개 줄기가 뻗어 나왔다. 번개 줄기는 팽이처럼 회전하며 사방팔방을 누빈다. 번개에 휩쓸린 수백 마리의 귀신들은 감전당해 전멸했다. 몇몇 귀신이 살아남았지만, 성유진이 날린 검기에 그대로 베여 절명한다.

“크크. 좋군.”

사방에 귀기가 넘쳐난다. 성유진은 흡성대법을 이용해 귀기를 천천히 흡수하며 누라리횬을 올려다봤다. 성유진의 주위에는 번개가 사라지지 않고 공간에 잔류한다.

“이제 남은 건 너뿐이다. 설마, 부하들이 전멸할 때까지 움직이지 않을 줄이야. 내가 그렇게 무서웠나?"

"착각하지 말거라, 나는 네놈에게서 배우고 있었을 뿐이다. 네놈이 귀기를 사용하는 방식… 아주 효율적이더군. 덕분에 좋은 걸 배웠노라. 백귀야행은 다시 만들면 그뿐이다."

누라리횬이 검지를 들어 나를 가리켰다. 시퍼런 벼락 한 줄기가 튀어나와 내게 쏘아졌다. 깜짝 놀란 나는 급히 옆으로 피했다.

“이 새끼…. 뇌천류를 본 것만으로 모방한 건가?"

“이걸 뇌천류라 하는가? 마음에 안 드는군. 너를 죽이고 다른 이름으로 짓겠다."

"너한테 다음은 없다. 넌 여기서 죽는다. 이미 준비는 끝났어."

"준비가 끝났다…? 음?"

누라리횬은 하늘을 쳐다봤다. 공간에 가득 고여있던 귀기가 단숨에 뇌기로 변하여 하늘에서 반응한다. 콰르르르르르릉! 귀를 찢을 듯한 천둥소리가 울린다.

"번개가 서로 공명하는 건가?"

“뇌명(雷鳴), 아니, 뇌명과 달리 내가 번개를 통제하는 게 아니니… 다르게 불러야겠지. 정했다. 이건 뇌천류의 새로운 극기다."

콰지지지지지직!

공간이 구겨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거대한 번개가 하늘 중심에 모습을 드러냈다.

누라리횬은 도망치기에 늦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는 새어 나오는 탄식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말도 안 되는군…. 이런 힘을 인간 따위가 가지다니…."

뇌천류(雷天流) 극기(極技) 뇌천명(雷天命).

하늘에서 거대한 번개가 떨어진다.

그것은 폭포였고, 그것은 해일이었다.

지상에 내려치는 순간 모든 것을 삼키고 쓸어버린다.

성유진은 감았던 눈을 떴다. 호신강기로 최대한 몸을 보호했기에 큰 피해 없이 뇌천명에서 버틸 수 있었다.

그의 눈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산이 있었던 장소에는 허허벌판이 펼쳐졌다. 땅은 시커멓다. 번개에 의해 땅이 그을렸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번개의 해일에 모든 것이 쓸린 것이다.

성유진은 앞으로 걸어갔다.

놀랍게도 누라리횬은 살아 있었다. 머리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마저도 머리의 절반은 녹아내렸다.

성유진은 마무리를 위해 참귀도를 역수로 쥐고 위로 올렸다.

"…하늘이시여. 어찌하여 이런 인간을 지상에 내리셨는가….”

"네가 아무리 한탄해 봤자, 하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 이제 죽어라."

푹.

칼은 누나리횬을 꿰뚫었다.

『†당신은 백귀야행을 퇴마했습니다.』

『†당신의 힘에 하늘이 경악하고, 지옥이 탄식합니다.』

『†귀신들은 당신의 존재에 강렬한 두려움을 느끼다 못해 염불을 외우고, 기도합니다.』

『†오오, 부처여. 오오, 예수여. 오오, 부처여. 오오, 예수여.』

『†귀신의 한탄이 지옥을 가득 채웁니다.』

『†전 세계의 귀기도가 대폭 하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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