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9화 > 1339. 고스트 로맨스
『Day 4 체크 포인트가 저장되었습니다.』
익숙한 알림창을 확인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몸을 꽁꽁 얼리는 한기가 아직 느껴지는 듯했다.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옆에 누워 있는 유세미의 젖가슴을 주무른다. 커다란 가슴이 내 손에 의해 이리저리 모양을 바꾼다.
“으으응….”
유세미가 신음을 흘린다. 나는 계속 그녀를 희롱하면서 설지영에 대해 생각했다.
설지영은 지금 시점에서 완전히 설녀에게 넘어갔다.
아예 처음부터 시작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히로인 공략 순서를 설지영으로 바꾸는 거다. 하지만 그것도 통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설지영은 처음부터 설녀에게 넘어간 상태일지도 몰라. 처음에 나도 키스했을 뿐인데 죽었잖아.'
회귀.
말이 좋아 회귀지, 지금까지 해 온 것들을 생으로 날리는 꼴이다. 거기에 회귀 후의 결과가 회귀 전의 결과보다 더 좋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설지영의 힘은 예상 밖이야. 귀신을 제법 퇴치하며 귀기도를 내렸는데도 단숨에 날 죽일 정도의 힘을 가졌어.'
저항조차 할 수 없었다.
지금의 나는 설지영과 마주치면 죽는다.
일단 살아야 설지영을 공략하든, 뭐든 할 수 있다.
'이 동네에 존재하는 모든 귀신을 전부 죽여서 귀기도를 한계까지 낮춰야 하나? 그럼 적어도 설지영에게 얼어 죽지는 않겠지?'
나는 이 동네에 있는 귀신들을 생각해봤다. 남은 귀신은 5마리다. 이 5마리의 귀신을 퇴치한 것으로 귀기도를 확 낮출 수 있을까?
'…5마리 만으로 부족할 거야. 원작에서 나오지 않은 귀신도 찾아내서 퇴마해야 해.'
그럼 알지 못하는 귀신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서 얻는가?
신오정.
정보 수집력 하나만큼은 뛰어나니, 신오정의 도움을 받으면 될 것이다.
"유진아…."
어느새 유세미가 깨어났다.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녀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허벅지를 벌리고, 발기한 자지를 축축한 보지에 갖다 댄다. 내 손은 그녀의 겨드랑이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녀의 목에 입을 맞추며 삽입을 시작했다.
“아앙! 앙!"
유세미의 달콤한 교성을 들으며 계획을 짠다.
설지영은 나를 찾고 있다. 그 목표는 얼려 죽이는 것. 그러니 설지영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오후가 되면 모텔로 찾아와 날 얼려 죽이지. 아마 잡귀를 부려서 날 찾았을 거야.'
잡귀는 지능이 낮다. 즉, 내가 한 자리에 머물지만 않으면 나를 추적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잡귀는 보이는 족족 죽이면 돼.'
계획을 수립했다면, 실천을 시작할 시간이다.
'그 전에 섹스부터 하고.'
“하아아아아앙!"
유세미는 학교로 갔고, 나는 지다혜의 집으로 향했다. 지다혜는 구속된 상태로 얌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만 그녀가 있는 장소가 달라졌다. 방이 아니라 거실에 있다. 그녀의 부모님들은 소파 옆에 찌그러져 있었다.
"유진 선배! 오셨네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 다혜야. 지금은 잠깐 들린 거야. 나도 너랑 계속 있고 싶은데… 일이 좀 꼬였거든."
"괜찮아요. 전 언제까지나 선배를 기다릴 수 있어요."
지다혜는 기특한 소리를 내면서 다리를 모으고 당겼다. 1자로 앙다문 보지가 자연스레 내 쪽으로 향한다. 이렇게 유혹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나는 자지를 잡고 지다혜의 보지에 내려찍었다.
지다혜와 한 판하고 본래 목적을 달성한다.
자동차.
지다혜의 아버지가 타고 다니는 고급 세단이 목적이었다.
'차가 있으면 빠르게 움직일 수 있지.'
기동력은 확보되었다.
다음은 신오정에게 문자를 넣었다. 수업받고 있을 시간인데도 신오정에게서 바로 답장이 왔다.
성유진: 퇴마를 좀 하려는데 귀신에 대한 정보는 있냐?
신오정: 흐흐. 역시. 너라면 그럴 줄 알았다. 안 그래도 귀신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
성유진: 알고 있는 거 전부 말해 봐.
신오정: 음.
성유진: 왜?
신오정: 정보가 너무 많아서 말이다. 뭐부터 말해야 할지 고민되는군. 요즘 귀신들은 너무 활개를 치고 있다. 위험한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닌가?
성유진: 위험한 뭐든 간에 다 퇴치하면 그만이야. 귀신에 대한 정보는?
신오정: 길쭉한 남자를 아나?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어린아이를 납치하는 귀신이다.
성유진: 알고 있어. 그놈은 지금 퇴마하러 가는 중이야.
신오정: 오. 과연 지옥의 육단봉…! 발 빠르게 움직이는군.
콰앙!
자동차가 무언가를 쳤다. 한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운전하고 있던 나는 힐곳 옆을 쳐다봤다. 정장을 입은 길쭉한 남자가 바닥에 쓰러져 움찔거리고 있다. 나는 핸들을 틀어 남자를 밟아댔다.
『†당신은 성공적으로 길쭉한 남자를 뺑소니했습니다.』
『†당신의 무자비한 퇴마 뺑소니에 귀신들이 당신을 두려워합니다.』
『†길쭉한 남자는 온몸의 뼈가 부서져 홀쭉한 남자가 되었습니다.』
『†이 지역의 귀기도가 하락합니다.』
성유진: 길쭉한 남자 퇴마 완료.
신오정: 벌써?! 과연 지옥의 육단봉 대단하군.
성유진: 그딴 식으로 부르지 말라니까.
성유진: 다른 귀신에 대한 정보는?
신오정: 구울이라고 아나? 좀비와 비슷하면서도 좀 다른 놈인데….
성유진: 시체를 파먹는 놈이군.
신오정: 알고 있군. 말이 편하겠어. 그 구울을 뒷산에서 봤다는 제보가 있다. 사슴 시체를 파먹고 있었다고 하더군.
성유진: 그런 정보는 어디서 얻는 거냐?
신오정: 괴담 카페다. 미스터리한 글들이 자주 올라오지. 내가 정보를 수집하는 사이트 중 하나다.
성유진: 구울의 위치는?
신오정: 공용 화장실 뒤쪽이라고 하던데… 자세한 위치는 나도 모른다.
성유진: 오케이. 지금 뒷산으로 간다.
신오정: 구울은 낮 동안은 땅속에 숨는다고 한다. 지금 간다고 해서 구울을 퇴마하진 못할 텐데?
성유진: 땅 파면 나오겠지.
액셀을 밟았다.
내가 믿고 있는 구석은 다른 것이었다. 나는 귀기를 보고 느낄 수 있다. 땅속에 숨어 있더라도 귀기를 완벽히 숨기진 못할 것이다. 대략적인 위치만 안다면 구울을 찾아낼 수 있다.
"귀기가 느껴지는군…."
챙겨 온 삽으로 땅을 팠다. 구울이 땅 아래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창백한 시체 같은 구울이 고개를 든다. 나는 퇴마봉으로 구울의 머리를 후려쳤다.
빡!
구울의 퇴치법은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정의의 퇴마봉이 있었다.
"귀신도 맞으면 죽어."
빡! 빡! 빡!
구덩이 속에 웅크린 구울은 자세가 좋지 못해 내 공격을 일방적으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 낮이라 힘이 약해진 것도 영향이 있었다.
『†당신은 구울의 꼴통을 박살 냈습니다!』
『†당신의 연속된 퇴마에 귀신들은 두려움에 빠지다 못해 분노를 느낍니다!』
『†멍청한 구울은 꼴통이 부서져 더 멍청해졌습니다!』
『†이 지역의 귀기도가 하락합니다.』
성유진: 구울 퇴마 완료.
신오정: 30분도 안 걸려서 구울을 퇴치하다니… 엄청나군.
신오정: 이번에는 죽음의 공중전화다.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 공중전화가 하나 있다. 새벽 2시가 되면 공중전화가 울리는데 그때… 전화를 받으면 저주에 걸려 죽게 된다.
성유진: 새벽 2시? 그때까지 기다릴 시간 없어. 다른 귀신은?
신오정: 뭐, 너무 성급하게 굴지마라. 죽음의 공중전화에는 추가적인 정보가 있으니까.
성유진: 뭔데.
신오정: 특정한 번호로 귀신에게 통화하는 거다.
신오정: #666-4444로 전화하면 공중전화 귀신이 받는다고 하더군. 물론 귀신에게 저주를 받는 건 똑같다.
신오정: 근데 공중전화 귀신은 어떻게 퇴마할 거지?
성유진: 몰라. 공중전화를 박살 내면 되겠지.
신오정: 그런 무식한 방법으로 퇴마할 수 있을 리가….
신오정: 내 생각에는 퇴마의식을 해야 한다고 본다. 무당의 굿 같은 거 말이다.
신오정: 육단봉. 보고 있나?
신오정: 보고 있을 텐데.
신오정: 읽씹은 하지 말아다오. 제발.
신오정이 알려준 공중전화를 찾았다.
나는 바로 신오정이 알려준 #666-4444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4번 가더니 딸칵하는 소리와 함께 귀신이 전화를 받았다.
-히히히히히히. 히히히히히.
“이 씨발 새끼가. 재수 없게 쳐 웃고 있네.”
-꺄아아아아아악! 끼아아아아아악! 우에에에에에악! 끄아아아아아악!
-지옥의 비명이 들려? 너에게 당한 귀신들이 울부짖는 소리야.
-성유진.
-너는 죽는다.
-고통스럽게 죽을 거야.
-이히히히히히히히히!
“이 씨발 새끼가! 너 지옥에 있냐? 내가 애미 씨발! 지옥에 있다고 해서 못 갈것 같아? 지옥에 가서 쳐 죽여준다! 니 애미, 애비까지 싸그리 다 잡아내 죽일 거라고! 씨바아아아알!!"
쾅! 쾅! 쾅쾅쾅!
건방진 잡귀 놈에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퇴마봉으로 공중전화기를 후려쳤다.
-끄어어어어억!
“지옥에 있는 새끼들에게 똑똑히 전해! 내가 지옥에 가는 순간, 네놈 새끼들을 모조리 찢어 죽일 거라고! 이 씨발 새끼들아! 내가 지옥에 최대한 늦게 도착하기를 빌어라! 알겠냐! 알겠냐고 이 씹새끼야! 왜 대답이 없어?!"
쾅쾅쾅쾅쾅!
-끄어어어어….
『†당신은 공중전화 귀신을 퇴마했습니다!』
『†지옥에 있는 귀신들은 당신이 최대한 지옥에 늦게 떨어지기를 부처님께 빌고 있습니다!』
『†공중전화 귀신은 당신을 자극한 죄로 지옥의 귀신들에게 린치를 당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귀기도가 하락합니다.』
나는 박살 난 공중전화기를 보며 스마트폰을 들었다.
성유진: 공중전화 귀신 퇴마 완료.
신오정: 오오… 엄청난 속도군.
신오정: 다음 귀신은….
해가 저물 때까지 신오정이 알려준 귀신들을 퇴마했다. 총 13마리. 슬슬 나도 피곤해졌다.
여기서 그만둘까 싶었지만, 설지영의 힘을 생각하면 이 정도로도 부족할 것 같다.
성유진: 자잘한 놈들은 이제 됐어. 좀 큰 건 없냐?
신오정: 두 개 있다. 그중 하나는 이 마을과 관련 없는 거지만….
성유진: 둘 다 말해.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되겠지.
신오정: 하나는 백귀야행이다. 백귀야행에 대해선 너도 몇 번쯤 들어봤겠지. 아니, 퇴마사니 나보다 네가 더 잘 알려나?
성유진: 대충만 알아. 근데 백귀야행이 한국에서 일어난다고?
신오정: 아니다. 백귀야행을 발견한 건 일본이다. 일본의 한 어부가 오늘 새벽에 한국으로 향하는 백귀야행을 봤다고 하더군. 솔직히 신빙성은 거의 없는 정보다. 일본의 귀신들이 우리 한국에 올 이유가 없지 않나.
원작에서 백귀야행에 대한 정보는 아예 없었다. 나는 백귀야행을 무시하고 스마트폰을 두들겼다.
성유진: 다른 정보는?
신오정: 누리 병원을 알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