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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331화 (1,331/1,497)

< 1331화 > 1331. 고스트 로맨스

『†당신은 심한 가위에 눌렸다가 알일어났습니다.』

눈을 뜨자마자 바로 샤워실로 향했다.

따뜻한 물을 맞으면서 생각에 잠겼다.

'유세미와 지다혜는 서로를 싫어하고 있어. 만나면 반드시 서로 죽이는 건가? 아무리 귀신에 씌었다고 해도 상식은 있을 텐데….'

아니다.

지다혜는 필요 이상으로 자극받았다. 내가 유세미의 치마 속에 손을 넣고 보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사이가 좋아 보이지는 않으니, 유세미와 지다혜는 마주치지 않는 게 최선 같은데….'

귀찮은 건 지다혜의 동선이었다.

식탁에 빵을 갖다 놓은 것까지 포함해서 내 집을 자기 마음대로 드나들고 있다. 스토커 중에서도 심각한 쪽이다.

'여자를 집으로 데려오는 건 삼가야겠군.'

샤워실 밖으로 나왔다.

식탁 위의 빵은 무시하고 퇴마봉과 유세미의 노트를 챙긴다.

『1. 정문으로 들어간다.』

『2. 후문으로 들어간다.』

정문으로 들어가면 신오정을 만난다. 신오정이 지껄일 말들은 알고 있었기에 후문을 선택했다.

『2. 후문으로 들어간다. V』

선택지를 고르자마자 몸이 멋대로 움직이더니 후문으로 향했다.

후문은 정문에 비해 길이 좁고 등교하는 학생이 적었다.

"안녕. 후문에서 널 보다니 별일이네."

내게 말을 거는 여학생이 있었다. 푸른빛이 도는 백발의 여인이었다. 피부는 창백하게 느껴질 정도로 하얗고, 두 눈동자는 빙하처럼 새파랗다. 겉모습은 뛰어난 미녀였으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서릿발처럼 차갑다. 아니, 실제로도 그녀는 차갑다.

가슴은 유세미보다 조금 더 큰 I컵이다. 당연히 엉덩이도 컸다.

그녀는 마지막 3번째 히로인인 설지영이다. 다른 히로인처럼 그녀 또한 귀신에 씌어있다.

설녀. 냉기를 다루는 귀신이다.

그리고 그녀는 이 동네에 귀신이 넘쳐나게 된 사태의 흑막이다.

'…악의를 가지고 귀신을 불러 모은 게 아니니… 흑막이라기보다는 원인에 가깝지.'

이제 와서 그녀를 퇴마한다고 해서 사태가 진정되는 것도 아니었다.

"지영 선배. 몸은 괜찮으세요?"

"요즘은 괜찮아. 뛰어다녀도 아무렇지도 않은걸."

나는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서리가 내린 듯한 하얀 머리카락 때문일까. 그녀의 외모는 어딘가 비현실적이었다. 성욕을 느낀 나는 그녀의 다짜고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설녀답게 그녀의 체온은 남들보다 낮았다.

"유진아…?"

"선배. 잠깐 둘이서 이야기 좀 하죠. 괜찮죠?"

“이제 곧 있으면 수업이 시작할 텐데?"

"제가 중요해요? 아니면 수업이 중요해요?"

"그야 당연히… 유진이 네가 더 중요하지.”

나는 그녀를 데리고 옥상으로 향했다. 보통 학교는 옥상에 들어갈 수 없다. 항상 문을 잠가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은 미연시 세계다. 옥상 문은 열려 있었고, 사람이 없어서 둘이서 대화하기 딱 좋았다.

나는 설지영의 손을 당겨 품 안에 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커다란 가슴을 한 손으로 움켜쥐었다. 물론 너무 커서 한 손으로 가슴 전부를 움켜쥐는 건 불가능했다.

"유, 유진아?!"

"선배. 전 퇴마사예요. 선배도 알고 있죠?"

"으응. 알아. 유명한 퇴마 가문이잖니."

퇴마 이야기가 나오자 설지영이 긴장했다. 찔리는 게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이 동네에 귀신이 늘어났어요. 특히 학교를 중심으로 귀기(鬼氣)가 퍼지고 있죠. 이것들 전부… 선배의 짓이죠?”

"……."

설지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숨을 삼킨다. 나는 개의치 않고 그녀의 가슴을 주물렀다. 이번에는 아예 대놓고 양손으로 주무른다. 부드럽고 말랑하며 중독적이다. 차가운 게 흠이긴 한데 이건 이것대로 매력이 있다.

"…맞아. 내 잘못이야. 나는 불치병이었어. 현대 의학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병에 걸렸어. 살고 싶었어. 의학이 안 되니 오컬트의 힘을 빌렸어. 그게 설마 이렇게 될 줄은…."

“이해해요. 사람은 누구나가 실수를 하는 법이죠. 선배가 일부러 귀신들을 불러 모은 건 아니잖아요."

“이해해 줘서 고마워, 유진아. 네 말을 들으니 힘이 나네. 그런데… 언제까지 내 가슴을 만질 거니?"

"선배 가슴이 너무 꼴려서요. 만지면 안 돼요?"

"다른 사람은 안 되지만… 유진이, 너라면 괜찮아."

설지영이 수줍어하며 말했다. 내친김에 그녀의 블라우스를 벗긴다. 파란색의 브래지어를 아래로 내린다. 새하얀 눈의 산 같은 유방 위에 분흥색의 앙증맞은 유두가 존재했다.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분홍색 유두를 만졌다.

'원작 미연시는 전체 이용가 게임이라 섹스를 하지 못해. 그게 불만이었는데… 이 세계에선 다르지.'

유두가 딱딱하게 발기하며 쫄깃해졌다.

나는 설지영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선배."

"유진아…."

『†설지영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설지영의 호감도: 58』

『†설지영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설지영의 호감도: 69』

『†설지영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설지영의 호감도: 75』

『†설지영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설지영의 호감도: 81』

『†설지영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설지영의 호감도: 90』

호감도가 올라가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1초에 호감도가 5씩 올라가는 수준이다. 호감도는 정확히 90에서 멈췄다.

『†해피엔딩의 조건 중 하나를 달성했습니다.』

'이렇게 쉽게?'

당황하면서도 납득했다. 유세미와 지다혜를 보면 알듯이 이미 히로인들은 내게 마음이 있는 수준을 넘어 집착하고 있을 지경이었다. 호감도가 빠르게 상승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심장이 두근거려 내 심장이 느껴지니?"

"가슴을 만지고 있는데 당연히 느껴지죠.”

"후후, 그렇네…."

설지영이 조용히 두 눈을 감았다. 턱을 약간 치켜들며 입술을 살짝 내민다. 나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를 집어넣는 순간이었다.

냉기가 내 입안으로 훅 들어온다. 입술과 혀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나는 두 눈을 부릅뜨고 설지영을 바라봤다. 설지영은 뺨을 붉히며 두 눈을 꾹 감고 있었다. 지금 상황을 전혀 모르는 모양이다.

냉기는 내 몸 전체로 퍼져나가고, 마지막에는 내 심장을 얼렸다.

『†설녀의 냉기가 당신의 심장을 얼립니다.』

『†당신은 눈앞이 깜깜해졌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당신은 심한 가위에 눌렸다가 일어났습니다.』

눈을 뜬 나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설지영은 일부러 나를 죽인 게 아니다. 그저 자신의 힘이 그 정도인지 몰랐을 뿐이다.

'젠장. 이래서는 설지영과 섹스할 수도 없잖아.'

귀신을 퇴마해야 하는데, 설지영의 경우엔 귀신을 퇴마해선 안 된다. 불치병에 걸린 설지영이 살아갈 수 있는 건 설녀의 힘 덕분이다. 설녀를 퇴마하는 순간 설지영도 죽는다. 원작의 배드엔딩 중 하나가 바로 그거다.

'설녀를 퇴마할 수는 없어. 그러니 귀기도를 내려 설녀의 힘을 약화시켜야 해.'

귀기도를 내리면 다른 히로인들도 어느 정도 얌전해지겠지.

목표를 정한 나는 바로 움직였다. 챙길 건 챙기고 학교로 향한다.

『2. 후문으로 들어간다. V」

설지영과 만났다.

이번에도 옥상으로 데려가서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그것만으로 설지영의 호감도가 오른다. 그녀의 가슴을 주무른 건 덤이었다.

『†설지영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설지영의 호감도: 70』

그 후에는 바로 교실로 돌아갔다. 지각하긴 했으나 많이 늦은 것도 아닌지라 선생으로부터 잔소리 듣는 게 전부였다.

쉬는 시간에 유세미가 내게 다가왔다.

"유진아. 저번에 빌려줬던 노트 말인데…."

"그거? 당연히 가져왔지. 자."

"아, 응. 가져왔네…."

유세미는 뭔가 아쉬운 듯한 눈으로 날 쳐다봤다. 다음 수업에 관해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나는 신오정에게 퇴마를 구실로 구충제를 사 오라 시켰다. 빈 교실에서 신오정을 기다렸다. 그는 이번에도 구충제뿐만이 아니라 음식을 잔뜩 사 왔다.

"구충제를 먹는 게 아귀를 퇴마하는 방법이라고…?"

"닥치고 먹어, 신오정."

“알겠다. 구충제를 먹는다고 죽는 건 아니니… 너를 믿도록 하지.”

쓸데없이 비장한 표정을 지은 신오정이 구충제를 먹었다.

“으으으윽?!”

그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배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그리고 어김없이 선택지가 나타났다.

『1. 퇴마봉으로 아귀를 때린다.』

『2. 가만히 지켜본다.』

‘1번을 선택하면 과잉 퇴마로 신오정을 죽이게 돼.'

답은 2번이었다.

『2. 가만히 지켜본다. V』

"끄아아아악! 아아악! 아프다…! 아파! 성유진! 이게 정녕 맞는 거냐?!”

신오정이 배를 붙잡고 데굴데굴 구른다. 나는 퇴마봉으로 신오정의 머리를 때리고 싶었다.

'한 대만 때리자, 퇴마를 위한 일이었다고 구라치면 돼.'

그러나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가만히 지켜본다는 선택지를 골랐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로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신오정과 마찬가지로 괴로워하던 아귀는 어느 순간 견디지 못하고 신오정의 몸에서 빠져나갔다. 그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도망간 게 아니라 사라진 것이다.

『†당신은 성공적으로 아귀를 퇴마했습니다.』

『†이 지역의 귀기도가 미약하게 하락합니다.』

신오정의 얼굴이 편해졌다.

꾸르르르르륵.

"허억. 고통이 사라졌다. 하지만…."

꾸르륵, 꾸륵!

신오정은 배를 붙잡고 몸을 돌렸다.

“신호가 거세게 오는군. 잠깐 볼일 좀 보고 오겠다."

"야. 화장실 가는데 음식은 왜 가져가?"

"당연히 먹기 위해서다. 내보내는 게 있으면 들어오는 게 있어야 하지 않나? 그게 당연한 진리다."

"미친놈. 네 식탐은 아귀 때문이 아니라, 그냥 네가 돼지라 그랬던 거야."

"돼지라 부르지 마라. 돼지는 의외로 체지방률이 낮다."

“지랄 말고 꺼져."

신오정이 화장실로 가고 나는 퇴마봉을 챙기고 일어났다. 어깨를 풀면서 지하로 학교 지하로 내려간다.

지하에는 보일러실이 있었다. 학교 전체를 커버하는 만큼 보일러실은 무척 컸다.

딸칵.

보일러실의 형광등이 커진다. 보일러실의 중심에 코트를 입고 빨간 마스크를 낀 긴 검은 머리의 여자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빨간 마스크가 손을 들었다. 그 손톱은 새까맸다. 빨간 마스크가 천천히 마스크를 벗었다. 입이 끝까지 찢어져 있었다. 이빨은 상어의 그것처럼 삐죽하다.

『1. 빨간 마스크를 퇴마한다.』

『2. 도망친다.』

『3. 빨간 마스크에게 살려달라고 빈다.』

『1. 빨간 마스크를 퇴마한다.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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