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0화 > 1330. 고스트 로맨스
"유진아. 저번에 빌려준 노트는?"
나를 부른 여학생을 쳐다본다.
미녀였다.
검은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었고, 가슴은 H컵 정도로 무척 컸다. 그리고 엉덩이도 가슴 못지않게 크다.
히로인 중 한 명인 유세미다.
검도부 소속이며, H학년 4반의 반장이다. 성적도 좋고, 대인관계도 좋은 여학생이다. 거기에 집안까지 유서 깊다. 학생들 사이에선 그녀를 완벽 초인이라고 불린다.
또한 그녀는 주인공의 소꿉친구다. 다시 말해 지금은 내 소꿉친구다.
"미안. 깜빡하고 안 가져왔어."
“그래?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럼 이따 방과 후에 너희 집에 같이 가자. 그 노트가 오늘 꼭 필요해."
유세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는 자지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유세미는 얼굴과 몸매가 한하린과 비슷했다. 다시 말해 여러 가지로 내 취향이라는 것이다.
"오케이. 같이 가자. 근데 검도부는 일은?"
"살인 사건 때문에 당분간 부활동은 없을 거야."
"아. 살인 사건.”
"응. 오늘도 오비 편의점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대. 들었어?”
"신오정에게서 들었어."
"요즘 뭔가 흉흉하니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띠리리리리리.
종이 쳤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학생들이 모두 제자리에 착석했다. 유세미 또한 자기 자리로 향한다. 뒷자리에 앉은 나와 달리 반장인 그녀는 앞자리에 앉았다. 나는 그녀의 새하얀 목덜미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일단 유세미를 내 자지의 노예로 만들고… 다른 두 명도 강간해 버리자. 그럼 그녀들도 행복해질 테니 해피 엔딩이 되는거지.'
공략법 따윈 집어치워라. 내 방식대로 한다.
나는 실실 웃었다.
수업은 지루했다.
점심시간이 되었다.
급식을 대충 먹은 나는 학교 구석의 빈 교실로 들어가 신오정이 오기를 기다렸다.
"허억, 헉! 성유진! 네가 사 오라는 물건을 사 왔다!"
신오정이 당당하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학교 밖에 잠깐 나갔다 왔을 뿐인데 그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기분 나빠서 거리를 벌렸다.
"손에 쥐고 있는 봉투에 있지? 근데 뭘 이렇게 많이 사 왔어?”
"나간 김에 출출해서 간식도 사 왔다. 핫도그도 몇 개 사 왔지. 먹을 텐가?"
“안 먹어. 내가 사 오라는 건?"
“이거 말이지. 솔직히 좀 의아하군. 퇴마 의식에 왜 구충제가 필요한 거지?"
"보면 알아. 자, 구충제를 먹어."
신오정의 몸이 딱 굳어졌다.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날 바라봤다.
"구충제를 먹으라고?"
“그래. 오늘의 퇴마 대상은 너야. 네 몸에는 귀신이 들어가 있어. 아귀라는 지독한 놈이지."
“아귀…. 들어본 적 있다. 아귀에 빙의 당한 자는 식탐이 어마어마하게 강해진다지. 내가 식탐이 높은 이유가 이거였군. 드디어 비밀을 밝혔다! 하지만… 구충제 따위로 아귀를 퇴마할 수 있는 건가?"
"되더라고."
"……."
신오정은 불신 가득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날 믿어. 난 퇴마사야. 이쪽 방면으로는 전문가라고. 너, 장래에 내 협력자가 되겠다며? 그럼 내 말을 믿어야지."
"아니…. 나는 널 믿는다. 믿는데… 대체 무슨 원리로 구충제로 아귀를 퇴마할 수 있는 거지?”
나도 모른다.
원작에서도 자세한 이유 따윈 안 나왔다.
“그냥 먹어. 구충제 먹어도 안 죽어. 귀신은 퇴마해야지."
“으음. 알겠다."
그는 느릿한 손으로 구충제를 꺼내 입에 넣었다.
“으으으윽!”
그가 배를 부여잡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괴로워한다. 그의 등에서 아귀가 나타났다. 아귀는 신오정 이상으로 괴로워했다.
『1. 퇴마봉으로 아귀를 때린다.』
『2. 가만히 지켜본다.』
선택지가 떴다.
원래는 구충제를 먹인 순간부터 끝이다. 아귀는 떨어져 나가 사라질 것이다.
'선택지가 뜬 걸 보면… 구충제의 효과만으로 부족할 수 있겠군.'
『1. 퇴마봉으로 아귀를 때린다. V』
선택지를 선택하자마자 몸이 멋대로 움직였다. 귀신을 때려잡을 수 있는 퇴마봉을 손에 꽉 쥐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신오정을 향해 퇴마봉을 휘둘렀다.
팍! 파악! 팍!
손맛이 끝내줬다.
“악! 아아악! 악! 서, 성유진! 아프다! 그만…! 그만해라…!"
"이 귀신 놈아! 당장 신오정의 몸에서 나와라!"
팍! 팍! 팍팍팍!
계속된 구타에 아귀는 괴로워하다 사라졌다.
『†당신은 성공적으로 아귀를 퇴마했습니다.』
『†이 지역의 귀기도가 미약하게 하락합니다.』
『†당신의 과잉 퇴마에 신오정이 사망했습니다.』
몸이 멈췄을 때는 죽었다. 신오정은 죽은 상태였다.
나는 신오정의 시체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번 회차는 글렀다. 아마 시스템이 배드엔딩을 알리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게 될 것이다.
“…안 뜨잖아. 신오정의 죽음은 배드엔딩과 아무 관계 없나?"
알림창을 다시 한번 읽어봤다.
귀기도(鬼氣度) 가 하락했다.
귀기도는 원작에 있는 시스템 중 하나다. 귀기도가 높으면 귀신들이 깽판 치고, 반대로 귀기도가 낮으면 귀신들의 힘이 약해진다.
'원작의 히든엔딩의 조건이 귀기도 관리지.'
귀기도가 낮을수록 게임이 편해진다. 그래서 고인물들은 스피드런을 할 때 귀신을 싹 다 정리한다.
띠리리리리리리!
점심시간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나는 신오정의 시체를 구석에 밀어 넣었다. 이 교실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적어도 오늘은 시체가 발견될 일은 없을 것이다.
교실로 돌아갔다. 오후 수업이 시작되었다.
"신오정. 신오정 어디 갔어?"
선생이 신오정을 찾았다. 같은 반 학생들은 모두 모른다고 말했고, 나는 창밖을 쳐다봤다.
"성유진. 네 옆자리의 신오정 어디 갔어?"
"모릅니다."
“이 녀석아, 네가 모르면…."
선생을 돌아봤다. 선생은 눈이 마주치자 바로 기가 죽었다. 그는 헛기침하더니 수업을 진행했다. 다른 학생들도 웬만해선 나와 눈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는다. 이 세계의 나는 깡패로 유명한 모양이다.
방과 후.
유세미와 함께 하교했다. 그녀에게서 좋은 냄새가 났다. 나는 그녀가 손에 쥔 짐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세미. 그거 뭐야? 칼?"
"아, 이거? 목도야. 요즘 동네 분위기가 흉흉하잖아. 호신용으로 가지고 다니려고."
"음. 그래."
“석연치 않은 표정이네. 많이 이상해?"
좀 이상하긴 했다.
원작의 유세미는 검도부이긴 했으나 목도 같은 걸 들고 다니지 않았으니까.
"아니. 호신용으로 들고 다니니 상관없겠지. 근데 살인범과 마주치면 싸울 생각하지 말고 도망쳐."
"살인범 따위에 안져.”
“오. 검도 대회 우승자 출신다운 패기 넘치는 발언이야. 근데 무술가랑 살인자는 달라. 그냥 도망쳐. 대한민국 법이 좆같아서 살인자를 패다가 너도 인생 좆될 수 있어."
"날 걱정해 주는 거구나…. 알았어. 살인자와 마주치면 도망칠게."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학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자 하교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별로 없었다. 오른손을 천천히 움직였다. 유세미의 엉덩이에 닿는다. 유세미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유, 유진아…!"
"유세미. 너 많이 컸다. 엉덩이로 탱탱하고…."
"너 이거 성희롱이야! 알고 있어?!"
『1. 엉덩이에서 손을 뗀다.』
『2. 손을 떼지 않는다.』
『3. 내친김에 치마 속에 손을 넣는다.』
볼 것도 없었다. 난 이미 점심시간 때 살인을 저지른 놈이다. 갈 때까지 간 놈이라는 뜻이다.
『3. 내친김에 치마 속에 손을 넣는다. V』
"하윽?!"
팬티 위로 만지니 더 좋았다. 특히 탄탄한 허벅지가 마음에 든다.
유세미는 부들부들 떨었다. 당장 목도를 꺼내 내게 휘두르는 것도 각오했는데… 좀 의외였다.
"유진아. 다른 사람에게도 이러는 건 아니지?"
"다른 여자에게도 이랬으면 난 감옥에 가 있었겠지."
"나한테만 이러는 거구나…. 나한테는 이래도 돼. 으응…."
유세미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쉬워도 너무 쉬운거 아니야? 호감도 탓인가? 호감도 50은 내 생각보다 더 대단하구나.'
그녀의 크고 탱탱한 엉덩이를 주무르던 손은 더 대담해졌다. 팬티를 옆으로 젖히고 은밀한 부위에 손가락을 넣은 것이다.
"아아… 거기는…."
"세미야. 빨리 집에 가자. 집에 가서는… 알지?"
“으, 으응…."
유세미의 보지는 뜨겁고 축축했다. 그리고 매끈했다. 털 같은 건 느껴지지 않는다.
『†유세미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유세미의 호감도: 52』
『†유세미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유세미의 호감도: 54』
한옥 주택이 점점 가까워진다.
나는 보지 구멍에 손가락을 쌀짝 찔러 넣었다. 처녀막이 손가락에 걸린다.
"하윽, 학…."
유세미가 헐떡거렸다. 그녀가 잘 느끼는 체질이 아니라, 내 손가락 테크닉이 좋은 것이다. 성감 고조가 없더라도 여자 경험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찌극찌극.
보지 물소리를 들으며 현관문을 열었다. 뜻밖의 인물이 현관 안쪽에 있었다. 지다혜였다.
"…유진 선배? 왜 세미 선배랑 같이 있어요? 그리고 그 손은…."
분홍색 단발의 후배, 지다혜가 죽은 눈을 하고 이쪽을 쳐다본다.
"뭐, 뭐야?! 지다혜?! 네가 왜 유진이 집에 있어?!"
유세미가 당황했다. 그녀는 목도가 담긴 가방을 잡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보지를 만지던 손이 빠져나왔다. 내 검지에는 끈적한 애액이 묻어 있었다. 지다혜는 그걸 보고 눈이 돌아갔다.
“저는 선배님이랑 같이 저녁을… 뭐야. 저거 뭐야…!!! 유세미!! 네가 그 더러운 몸뚱이로 선배님을 유혹한 거야?!!"
“지다혜!! 왜 네가 유진이 집에 있냐고!!”
두 사람의 언성이 순식간에 높아졌다. 나는 불안감을 느끼며 그녀들 사이로 걸어가려고 했으나, 갑자기 세계가 멈췄다.
『1. 유세미의 편을 든다.』
『2. 지다혜의 편을 든다.』
'시발. 선택지 꼬라지 하고는.'
선택지 중에는 정답이 없었다.
'룰 브레이커를 사용한다.'
『†당신은 룰 브레이커를 사용합니다.』
두 개의 선택지가 사라지고,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나는 재빨리 두 사람 사이에 들어가 손을 들었다.
"자, 자, 두 사람 다 진정해! 우린 대화로 일을 해결할 수 있…."
콰앙!
갑작스러운 충격음과 함께 현관문이 뜯어지더니 유세미에게 날아갔다. 현관문은 유세미의 등을 정확히 때린다.
충격이 얼마나 큰지 유세미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지다혜의 등 뒤로 희끄무레한 지박령이 보인다. 폴터가이스트 현상이다. 즉, 지박령의 힘이다.
"유세미 네가 나쁜 거야! 감히! 감히 유진 선배를 유혹해?! 창녀 같은 년! 죽어버려!"
현관문이 위로 올라가더니 모서리로 유세미의 머리를 찍으려 했다. 쓰러졌던 유세미가 몸을 옆으로 굴려 현관문의 공격을 피했다.
그녀가 몸을 일으키며 가방에서 목도를 꺼내 손에 쥐었다. 유세미의 검은 두 눈에서 시퍼런 불꽃, 귀화(鬼火)가 타올랐다.
유세미는 도깨비에 씌인 년이었다.
“지다혜! 옛날부터 유진이에게 알랑거리는 꼴이 마음에 안 들었어! 다시는 유진이에게 접근 못 하게 만들어주겠어."
목도에 귀기가 어린다. 목도의 칼날이 강철로 변한다. 나는 숨을 크게 삼켰다. 최근에 발생한 살인 사건. 어쩌면 그녀가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할 수 있으면 해보시든가!"
지다혜는 주눅 들지 않고 소리쳤다. 우지끈! 집이 부서지고 온갖 물건들이 허공에 떠오른다.
"아니, 시발! 잠깐! 잠깐 멈춰 봐!"
그녀들은 내 말을 듣지 않고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이렇게 된 이상 몸을 써서라도 막는다!'
그러나 내가 나서기도 전에 결판은 났다. 지다혜는 목이 썰렸고, 유세미는 온갖 부서진 물건 파편에 꽂혀 죽었다.
"허… 씨발. 이게 뭐야."
바닥은 피투성이.
벽과 천장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
그리고 좆같은 알림창은 내 실패를 알리고 있다.
『†유세미가 지다혜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지다혜가 유세미에게 살해당했습니다.』
『†당신은 두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죄악감을 느낍니다.』
『†당신은 눈앞이 깜깜해졌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