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1328화 (1,328/1,497)

< 1328화 > 1328. 고스트 로맨스

[성유진

레벨: 83

근력: 105 체력: 100 민첩: 100 지능: 100 정력: 110 마나: 103]

[사용 가능 포인트: 9,531]

현실로 돌아온 나는 반사적으로 포인트를 확인했다.

9,531 포인트.

제법 모였다.

그러나 이상하게 많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2만 포인트 정도 있으면 좋을 텐데.'

내 기준이 좀 높아진 모양이다. 그리고 그건 뇌천류 특성 때문이다.

[뇌천류(雷天流) Lv.3

뇌천류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뇌천류 특성의 레벨을 올리고 싶은데, 레벨 4로 올리기 위해선 무려 5만 포인트가 필요했다. 내가 가진 포인트는 1만도 되지 않는다.

[뇌전(雷電) Lv.10

뇌전을 뜻대로 다룰 수 있습니다. 뇌전을 다룰 때 마나와 활력이 소모됩니다.]

'뇌전도 레벨업 하려면 1만 포인트가 필요하고…. 쩝. 500포인트가 부족하군.’

고작 [500] 포인트 벌겠다고 백환 세계로 다시 들어가기도 뭐하다.

'랜덤 뽑기나 할까? 화련비도를 수리할 수 있는 아이템이 나올지도 모르잖아.'

곧바로 고개를 내젓는다. 랜덤 뽑기에 9,531 포인트 전부를 투자해도 내가 원하는 물건이 나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포인트를 능력치에 투자하기로 했다. 솔직히 신체 능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지만… 피지컬은 좋으면 좋을수록 좋다.

'우선 마나를 올리자. 마나가 많아야 강한 공격을 많이 쓸 수 있어.'

그리고 마나 능력치는 마나의 양만 많아지는 게 아니다. 마나에 대한 통제력도 올라간다. 간단히 말해서 마나에 대한 모든능력이 올라가는 것이다.

정력 다음으로 가장 효율 좋은 능력치가 마나라고 생각한다. 가장 효율이 높지 않은 건 당연히 지능이고.

'능력치 1 올리는데 400 포인트가 소모되는군. 나중에 가면 얼마나 많은 포인트를 요구할지…. 상상도 하기 싫네.'

[성유진

레벨: 83

근력: 110 체력: 106 민첩: 105 지능: 100 정력: 110 마나: 110]

[사용 가능 포인트: 331]

능력치를 올렸다. 남은 포인트 331로 랜덤 뽑기를 하려다가 관뒀다. 화련비도의 칼날에 금이 간 게 자꾸 떠오른다. 뭔가 오늘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음. 하린이나 만나러 갈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그러고 보니 슬슬 퀘스트를 할 때가 됐다.

'이번엔 쉽게 가자. 간단한 퀘스트로….'

퀘스트 중 하나를 확인한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고스트 로맨스

당신은 배움의 길을 걷는 학생입니다. 그리고 전문 퇴마사입니다. 당신에게 일어나는 사고를 모두 해결하고 청춘을 구가하십시오.

퀘스트의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난이도마다 페널티가 다릅니다.

퀘스트 성공 조건: 해피 엔딩.

슈퍼 겁쟁이 난이도 퀘스트 성공 보상 : 3,000 포인트

겁쟁이 난이도 퀘스트 성공 보상 : 7,000 포인트

사나이 난이도 퀘스트 성공 보상 : 10,000 포인트

슈퍼 사나이 난이도 퀘스트 성공 보상 : 10,000 포인트, 염원의 반지.]

내 시선을 끈 건 염원의 반지였다.

[염원의 반지

염원의 반지에 특성과 스킬 중 하나를 담을 수 있습니다.

염원의 반지를 착용한 자는 염원의 반지에 담긴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가격: 300,000 포인트

※주의

하나의 능력만 담을 수 있습니다.

염원의 반지에 담긴 능력은 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내 특성과 스킬을 반지에 담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완전 회복이나 뇌천류를 반지에 담을 수 있다는 거다.  그 착용자는 스킬을 쓸 수 있고.

'유리아가 완전 회복을 쓰거나, 엘레나가 절대 정신을 가질 수 있다는 거군.'

남들에게 주지 않고 내가 쓸 수도 있다.

가령 완전 회복을 염원의 반지에 담으면 여벌의 목숨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다.

'이 퀘스트는 반드시 해야 한다!'

고스트 로맨스.

무슨 창작물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최근에 잠깐 인터넷에서 반짝했던 게임이었다. 개인 방송인들을 시작으로 유행했던 미연시 게임.

미연시.

즉,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보지 전문가. 아니, 보믈리에인 내겐 껌처럼 쉬운 게임이다.

'…배드 엔딩을 좀 많이 보긴 했어도 그건 게임이라서 그래. 게임이 현실이 되면? 개껌이지. 공략하는 데 일주일도 안 걸려. 주요 히로인 3명의 공략법도 다 알고 있고.'

히죽히죽 웃었다.

염원의 반지는 이미 내 손에 들어와 있었다.

[슈퍼 사나이 난이도 퀘스트를 선택했습니다.]

[페널티가 다수 존재합니다.]

[페널티 1. 슈퍼 사나이 난이도.]

[고스트 로맨스의 설정과 내용이 일부 수정됩니다.]

[페널티 2. 일반인]

[모든 능력치가 일반인 수준으로 맞춰집니다. 마나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스킬과 특성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페널티 3. 노 인벤토리.]

[인벤토리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포인트를 소모해 페널티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페널티가 너무 심합니다. 어드밴티지가 주어집니다.]

[하루에 한 번 룰 브레이커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히로인들의 호감도가 50부터 시작합니다.]

'페널티가 좀 심한데?'

특성과 스킬 모두 봉인되고 신체 능력까지 일반인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억을 건들지 않는 점에서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룰 브레이커는 뭐야? 스킬이나 특성같은 건 아닌 듯한데….'

이건 잘 모르겠다. [고스트 로맨스] 세계에 들어가 직접 확인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히로인의 호감도가 50부터 시작한다라… 이건 좋네. 좋아도 너무 좋잖아.'

히로인 중 소꿉친구가 존재한다. 그 히로인는 시작부터 호감도가 30이다.

참고로 고스트 로맨스는 히로인의 호감도가 80이 되면 엔딩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호감도 100을 달성하면 진 엔딩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히로인 셋의 호감도를 동시에 90까지 올리면 하렘 엔딩을 볼 수 있다.

'크크. 존나 쉽군. 슈퍼 사나이 난이도가 아니라 슈퍼 겁쟁이 난이도 아니야?'

나는 퀘스트를 시작하려다가 멈칫했다.

'이미 해봤던 게임이지만… 사전 조사는 하고 가자.'

컴퓨터를 켰다. 작정하고 검색할 때는 스마트폰보다 컴퓨터가 더 편했다.

'이런 공략법도 있었군…. 오? 이런 것도 있었어? 몰랐네.'

게임이 나오고 몇 개월 지나서 그런지 숨겨진 것들과 스피드런용 공략법까지 발견되어 있었다. 미연시랑 스피드런. 어울리지 않는 단어인데 김치맨들의 특성을 생각하면 마냥 이상하지 않았다.

'오케이 공략법 숙지 끝. 단숨에 끝내고 염원의 반지를 손에 넣어주마.'

참고로 공략법은 어디까지나 참고용으로 숙지한 것이다.

나는 3번째 다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공략에 임할 것이다. 나는 인터넷에 나도는 공략법보다 내 3번째 다리를 더 신뢰한다.

'전부 내 자지의 노예로 만들어주마!'

[유희를 시작합니다.]

두 눈을 번쩍 뜨며 몸을 일으켰다. 몸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기분이 찝찝했다. 목에도 담이 왔는지 잘 안 움직인다.

『†당신은 심한 가위에 눌렀다가 일어났습니다.』

“……뭐야 이거?"

눈앞에 알림창이 떴다. 생각지도 못한 알림창에 눈을 끔뻑거린다.

'이거 원작 게임의 알림창이잖아. 글 앞에 십자가 모양.. 확실해.'

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집을 둘러봤다. 현대식 한옥 주택. 원작 게임 속 주인공의 집이다. 참고로 주인공은 퇴마사 가문의 아들로 혼자서 지낸다. 양친은 존재하지만, 퇴마 활동을 위해 해외로 출장 간 상태다.

『†당신은 아침 9시 30분까지 학교에 가야 합니다.』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아침 8시다. 슬슬 준비하고 학교로 가라는 뜻이다. 나는 샤워를 하고 옷장에서 교복을 꺼내입었다. 지갑에 학생증이 있었다.

성유진. 고로 학교 H학년 4반 17번.

'H학년은 또 뭐야.'

민증이 있었다. 이게 있으면 술도 살 수 있고, 여자도 살 수 있다. 나는 지갑을 주머니에 챙겼다.

식탁을 지나가다가 갑자기 몸이 멈췄다.

『1. 빵을 먹는다.』

『2. 먹지 않는다.』

알림창이 떠오른다. 나는 뒤늦게 식탁으로 시선을 내렸다.

식탁 위에 빵 하나가 놓여 있었다. 다 식어서 맛없을 것 같은 빵.

'선택지? 선택지가 뜬다고? 게임처럼?'

몸은 안 움직여도 눈동자는 굴릴 수 있었다.

벽에 걸린 시계가 보인다. 시계는 멈춰 있었다. 초침이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나는 몸이 멈춘 게 아니라 시간이 멈춘 것임을 알았다.

'선택지를 선택해야만 움직일 수 있는 건가?'

『†당신은 룰 브레이커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알림창이 하나 더 떴다.

나는 룰 브레이커의 효과가 뭔지 알았다. 룰 브레이커는 선택지를 무시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것도 하루에 한 번.

'…시작부터 이따위 선택지가 뜨는데 하루에 한 번은 너무 적잖아.'

룰 브레이커는 아끼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나중에 더 곤란한 선택지가 뜰 수 있으니까.

'이딴 맛없을 것 같은 빵은 안 먹지만… 선택지가 떴다는 건 뭔가 특별한 빵이라 그런 거 아닐까?'

『1. 빵을 먹는다 v』

호기심에 1번을 선택했다.

멈췄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 몸은 멋대로 움직여 빵을 쥐고 입에 먹었다.

'선택한 선택지에 따라 몸이 움직이는 건가. 썩 좋은 감각은 아니야.'

『†당신은 식탁 위에 놓인 빵을 먹었습니다.』

『†아뿔싸! 수면제가 들어있는 빵이었습니다!』

『†당신은 잠에 빠졌습니다.』

나는 잠에 빠져 쓰러졌다.

눈을 떴다.

강제로 잠에 빠져서 그런지 머리가 좀 아팠다.

"선배, 일어났어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멍한 눈동자로 정면을 바라본다. 서 있는 여자가 보였다. 분홍색 단발에 교복을 입은 여자였다. 상당한 미녀였다. 가슴도 컸다. 나는 그녀를 알고 있다. 지다혜. [고스트 로맨스]의 히로인 중 한 명이다.

"지다혜….”

"네, 선배. 선배의 다혜예요."

몸을 일으키려다가 몸이 멋대로 움직이지 않는 걸 깨달았다. 사슬에 손과 발이 구속된 상태였다. 사슬은 벽에 붙어 있다. 사슬의 길이로 보아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건 기껏해야 1m가 전부다.

"…이게 무슨 짓이지?"

“선배. 모두 선배를 위한 일이에요. 앞으로 평생 제가 선배를 보살펴 줄게요. 하악, 하악… 학…."

지다혜는 얼굴을 붉혔다. 눈을 풀리고 벌어진 입에선 침이 줄줄 흐른다.

『†지다혜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지다혜의 호감도: 55』

『†지다혜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지다혜의 호감도: 67』

『†지다혜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지다혜의 호감도: 72』

『†지다혜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지다혜의 호감도: 75』

『†지다혜의 호감도가 상승…….』

지다혜의 등 뒤로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보인다.

'…지박령.'

[고스트 로맨스]의 히로인 셋은 모두 귀신에 씌인 년들이다. 그리고 퇴마사인 주인공이 히로인들을 구하는 게 [고스트 로맨스]의 줄거리다. 지다혜는 지박령에 씌었다.

근데 뭔가 잘못됐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

'시발. 히로인이 주인공을 납치 감금한다고? 뭐, 이런 개 같은….'

달콤한 미연시를 생각하고 있던 나는 뒤통수가 얼얼한 걸 느꼈다.

속옷 차림이 된 지다혜가 나를 보며 다가온다. 불끈거리는 자지는 둘째치고 여기서 벗어날 방법을 생각해봤다.

없었다.

지금의 신체 능력으로는 벗어날 방법이 아예 없다. 특성과 스킬도 사용할 수 없다.

"헤, 헤헤헤, 유진 선배…. 우린 영원히 함께할 수 있어요."

『†지다혜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지다혜의 호감도: 117」

'일단 지다혜와 섹스하며 탈출할 기회를 엿볼 수밖에….'

지다혜의 손이 내 몸에 닿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세계가 어두워졌다.

『†당신은 지다혜에게 잡혀 영원히 감금당할 거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당신은 눈앞이 깜깜해졌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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