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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326화 (1,326/1,497)

< 1326화 > 1326.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둘리바드의 검지가 나를 가리켰다.

"(레이저.)"

붉은 광선이 쏘아진다. 나는 옆으로 피하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3]

다시 한번 둘리바드의 눈을 노린다. 아까와는 다르다. 지금 나는 몸에 호신강기를 두르고 있다.

"(꺼져라.)"

다시 발동되는 용언. 정면에서 압력이 느껴진다. 나는 하반신에 힘을 주어 압력에 버티면서 칼을 휘둘렀다. 노리던 눈을 찌르진 못했지만, 어깻죽지를 베는 것에 성공했다. 놈의 피가 왕좌를 적셨다.

여유만만했던 둘리바드의 표정에 금이 갔다. 그는 고통을 참으며 고함쳤다.

"크으으윽! (토네이도!)"

발치에서 회전하는 바람이 일어난다. 내 몸을 찢어발길 기세였으나, 몸에 두른 호신강기가 바람에서 나를 지켰다.

"(바람이여!) (불이여!) (강철이여!) (냉기여!) (놈을 죽여라!)"

그의 용언에 따라 현상이 일어난다.

바람이 불고, 불길이 치솟고, 강철 검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냉기가 다리를 붙잡는다. 그 현상들에는 나를 향한 살의가 서려있었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2]

찰나로 한순간에 가속하여 모든 공격을 피한다. 둘리바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확실하군. 찰나를 이용해 가속한 내 움직임이 보이는 거야. 용안(龍眼)이라 그런가?"

둘리바드를 중심으로 마나가 움직인다.

"(눌러라)."

중력이 강해지며 내 몸을 아래로 짓누른다.

나는 버티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무리하며 뇌천류를 운용한다. 질주하는 뇌기가 기혈을 망가뜨린다. 바늘이 몸속을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나는 이를 악물며 칼을 휘둘렀다.

뇌천류(雷天流) 극기(極技) 산뢰(散雷).

붉은 전류 수천 줄기가 번쩍이며 공간을 타고 사방으로 뻗어나가다 사라졌다. 주위 일대에는 마나가 조금도 없었다.

드래곤의 그 잘난 용언도 결국 따지고 보면 마나의 반응이었다. 주변의 마나가 일시적으로 봉인된 이상, 놈은 용언을 쓰지못한다.

"전이!"

둘리바드가 급히 외쳤다. 허나 어퍼한 반응도 없었다.

"…젠장!"

"죽어라, 둘리바드!"

승리를 확신하며 칼을 휘두른다. 놈의 목을 깔끔하게 베어내려는 순간이었다. 놈의 몸이 변화를 일으켰다. 피부에 붉은 비늘이 돋아나고, 주둥이가 길쭉해진다. 용인으로 변한 것이다.

그래봤자 이미 늦었다. 오러 블레이드를 씌운 칼날은 그의 목에 닿았다. 그러나 칼날은 놈의 목에 절반도 파고들지 못했다.

"오러 블레이드가… 안 먹힌다고?!"

붉은 꼬리가 내 복부를 가격했다. 나는 뒤로 날아가 공중제비를 돌며 바닥에 착지했다.

"아니, 네 공격은 먹혔다. 목이 아프군. 드래곤의 비늘이라도 역시 오러 블레이드를 완벽히 막지 못하는군."

인간과 드래곤을 합쳐 놓은 용인의 형상이 된 둘리바드는 왼손으로 피가 흐르는 목을 잡았다.

"(회복.)"

용언이 발동되며 그의 출혈이 사라졌다. 산뢰의 효과가 끝난 것이다.

둘리바드는 왕좌를 잡고 몸을 일으켰다. 그의 몸은 1초가 지날 때마다 점점 커지고 있었다. 용인의 형상이 아니라 온전한 드래곤의 형상으로 변한다.

붉은 비늘을 가진 레드 드래곤으로.

-좋군. 인간의 모습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편하다.

놈의 목소리가 공간을 울린다. 성대가 아니라 마나를 통해 말하고 있었다.

(짓눌러라.)

거대한 압력이 내 몸을 덮친다.

"커억!"

나도 모르게 바닥에 무릎 끓었다. 용언의 위력이 더 강해졌다.

-하, 하하하! 인간의 몸일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편하군!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망가진 기혈로 인해 내장이 상하기 시작했다.

'완전 회복을 사용하기 전… 한 방 먹인다.'

고개를 들고 정면을 쳐다봤다. 그리고 경악했다. 30m에 달하는 거대한 드래곤이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성룡… 이라고?!"

-기껏 드래곤이 되었는데 해츨링부터 시작할 이유가 있나? 해츨링을 건너뛰기 위해 일족을 전부 바쳐야 했지만… 그 가치가 있었다. 하하. 기분 좋군. 유진 프루커스. 그거 아나? 나는 심장이 두 개다. 그렇게 진화했다.

"용언을 남발하던 이유가 있었군."

용언은 드래곤의 전매특허지만, 실제 드래곤들은 용언을 잘 쓰지 않는다. 효율상의 문제였다. 용언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은 마나 소모가 더 적은 마법으로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까 했던 말은 취소다.

"뭐?"

-멜리사를 비롯해 네놈의 모든 것을 빼앗는다고 했었다만…. 흥미가 떨어졌다. 드래곤인 내가 고작 인간 따위에 집착하는게 바보 같아졌다. 물론, 그렇다고 너를 향한 원한이 사라진 건 아니다. 너와 관련된 모든 것들은 이 세상에서 깨끗하게 지워주마. 그리고 나는 드래곤으로서 이 세상에 군림할 것이다.

"지랄. 이 세상에 군림하는 건 나다! 드래곤이든, 마왕이든… 날 방해하는 것들은 다 죽여버린다!"

레드 드래곤을 향해 칼끝을 겨눴다. 붉은 번개가 허공을 기어 놈에게 닿았다.

뇌천류(雷天流) 극기(極技) 폭진뢰(爆震雷).

놈의 몸을 휘감은 번개가 폭발했다. 비늘이 사방팔방 흩날리고, 검은 연기가 레드 드래곤의 모습을 가렸다.

내 모든 것을 짜낸 일격이었다. 그러나 겨우 이걸로 둘리바드가 죽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어느 정도의 피해를 주느냐인데….'

-(전이.)

용언과 함께 등 뒤에서 묵직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반응이 늦었다. 둘리바드의 앞발이 내 몸을 콱 움켜쥐더니 그대로 위로뛰었다. 천장을 박살 내고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로 날아간다.

나는 둘리바드의 상태를 확인했다. 비늘 좀 부서지긴 했으나, 대체로 멀쩡했다. 쥐어 짜낸 공격이 의미 없어진 순간이었다.

-인간들이 버러지처럼 보이는군. 하늘에서 죽는 걸 영광으로 알아라. 네놈을 죽인 다음에는.. 브레스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시험해봐야겠군. 하하하!

콰직.

놈의 악력에 몸이 터졌다.

[죽음 저항이 발동했습니다. 앞으로 15초간 죽지 않습니다.]

[죽음 저항의 남은 시간: 15초]

[완전 회복을 사용합니다.]

지상으로 떨어지는 상태로 부활했다.

브레스를 위해 숨을 한껏 들이마시려던 레드 드래곤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날 바라봤다.

-어떻게 살아난 거냐?! 유물인가?! 이번엔 확실하게 죽여주마!

둘리바드가 한껏 입을 벌리고 내게 날아온다. 아예 나를 씹어 먹을 모양이다.

'일부러 먹히는 건… 너무 위험해. 완전 회복도 썼는데 그런 위험한 도박을 할 순 없지.'

나는 화련비도를 소환해 손에 쥐었다.

뇌천류(雷天流) 허도(虛道).

파지직. 뇌기를 이용해 허공에 발판을 만들어낸다. 나는 발판을 밟으며 위로 올라갔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1]

찰나로 레드 드래곤의 입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그 등에 매달렸다.

[천심(天心)을 발동합니다. 1분 동안 지속됩니다.]

-(떨어져라!)

둘리바드가 용언을 사용한다. 마나가 나를 붙잡아 떨어뜨리려고 한다. 허나, 천심의 효과로 인해 내 몸을 붙잡지 못한다. 둘리바드는 하늘에서 선회를 반복했다. 나는 끝까지 놈의 등에 달라붙었다. 오러 블레이드로 놈의 몸에 칼을 찔러 넣는다. 비늘 때문에 잘 들어가지 않는다.

'에이션트 드래곤도 오러 블레이드에 이렇게 저항하지 못해. 심장이 두 개이듯, 가죽도 진화한 거군.'

더 강한 오러 블레이드가 필요하다.

무작정 마나를 쥐어 짜내며 오러 블레이드를 압축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아닌 듯싶었다. 오러 블레이드가 강해지긴커녕 유지하기도 어렵다.

'……천재의 시간.'

[10초 동안 천재의 시간을 발동합니다.]

번뜩이는 영감이 찾아왔다. 뇌천류의 만뢰(卍雷), 뇌전의 회전과 압축. 그 방법을 오러 블레이드에 적용하면… 더 강한 오러 블레이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망설이는 건 사치였다. 바로 시도했다.

푸른 오러 블레이드와 붉은 번개가 회전하고 뒤섞인다. 그리고 하나의 칼날을 만들어낸다. 그것은 번개의 칼날이었다.

뇌천류(雷天流) 뇌강인(雷罡刃).

화련비도를 놈의 등에 꽃아 넣는다. 아까와 달리 칼날은 놈의 몸속에 깊숙이 들어갔다.

'이걸로도 부족해.'

놈의 몸이 너무 컸다. 칼을 끝까지 쑤셔 박아도 심장에 닿지 않는다.

뇌천류(雷天流) 극기(極技) 폭진뢰(爆震雷).

강기와 번개가 뒤섞인 뇌강인을 강제로 폭발시킨다. 그 발상은 제대로 먹혔다. 내부에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 거대한 레드 드래곤의 몸을 산산조각 냈다.

[천재의 시간을 종료합니다.]

-이놈! 이놈! 유진 프루커스!!! 저주한다…! 네놈을 저주한다!!

나는 코웃음 치며 지상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미 뒤진 놈의 저주 따윈 전혀 무섭지 않았다.

'뇌강인. 생각했던 것 이상의 소득이야.'

뇌천류(雷天流) 허도(虛道).

허도를 이용해 어떻게든 지상에 착지했다. 적군, 아군, 반란군 가릴 것 없이 경외감 섞인 시선이 내게 향한다. 오늘 이곳에서 전설이 하나 새로 쓰였다.

그러나 나는 화련비도를 살펴보느라 그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화련비도의 아름다운 붉은 칼날에 미세한 금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젠장. 폭진뢰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은 건가? 당장 부러질 것 같지 않은데… 내구성 하나만큼은 끝내주던 녀석이 금이 가다니….'

이번 전투의 여파일까. 아니면 지금까지 누적된 데미지가 지금에서야 문제가 되기 시작한 걸까.

'상대가 레드 드래곤이라서 그런가?'

화련비도의 도신은 묵철과 레드 드래곤의 비늘로 만들어졌다. 세계가 달라서 동족이라 부르기엔 뭣하긴 하지만, 어쨌든 둘리바드 놈도 레드 드래곤이다.

'아니. 그건 아니겠지. 아끼던 물건에 문제가 생기니 나도 멘탈이 흔들렸군.'

심호흡하며 흔들린 멘탈을 추스른다.

'드워프들의 실력이면 고칠 수 있을 거야. 암. 고칠 수 있고말고.'

나는 치솟는 불안함을 애써 무시하고 화련비도를 조심스럽게 역소환했다.

그리고 날 바라보는 사람들을 향해 당당히 외쳤다.

"둘리바드는 죽었다! 악마에 홀린 사악한 드래곤은 내가 물리쳤다! 우리가 승리했다!"

거대한 함성이 왕성을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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