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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316화 (1,316/1,497)

< 1316화 > 1316.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판테움의 부회장인 루퍼스라 합니다."

멜리사는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판테움의 부회장이라… 생각했던 것 이상의 거물이었군. 원래 직접 나서며 행동하나?"

루퍼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직접 나서는 건 좋아하지 않습니다. 누구 덕분에 판테움은 인력 부족인지라 제가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악마 계약자가 많지 않은가 보군."

"악마도 사람을 가립니다. 누구나 악마 계약자가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판테움의 회장은 어디에 있지? 왕성에 있나?"

“네. 왕성에 있습니다. 방금까지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는데… 침입자가 발생했다고 하더군요. 회장은 잔혹한 사람인지라 침입자들이 불쌍해지는군요. 쉽게 죽지 못할 겁니다. 아, 혹시 침입자가 공작님의 지인이십니까? 그거참 안 됐군요."

"하핫, 하하하하하."

멜리사가 육성으로 웃었다. 확 기분이 나빠진 루퍼스가 멜리사를 노려봤다.

"왜 웃으십니까?"

"네가 너무 당당하게 말해서 말이다. 너는 판테움의 회장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침입자가 너무 규격 외라 말이지. 그 회장이 죽는 모습밖에 상상되지 않는군. 뭐, 판테움의 회장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지만."

"어처구니없군요. 겨우 그딴 이유로 웃다니…."

"네가 그녀를 몰라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다. 그녀를 아는 사람이었다면… 판테움의 회장을 동정했을 거다."

"됐습니다. 적당히 대화에 어울려주며 괜찮은 정보라도 얻을까 했는데… 그건 나중으로 미뤄두죠. 당신을 죽이면 둘리바드 국왕이 날뛸 것이 분명하니 살려서 데려가겠습니다."

루퍼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의 등 뒤에 있는 악마가 반응한다. 상체를 부풀리더니 그대로 하늘을 향해 포효를 내지른 것이다. 늑대의 하울링 같은 그 소리에 루퍼스의 부하들이 반응한다. 머리와 몸통이 짐승으로 변한 것이다. 다만, 머리 부분에 팔이 있다거나, 엉덩이에 사람의 얼굴이 붙어 있는 등, 몸의 일부가 뒤틀어져 있었다.

"짐승의 악마, 코르코즈.”

"코르코즈를 아시는군요. 예. 사람을 짐승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습니다.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만, 그것까지 알려드릴 생각은 없습니다."

"짐승으로 만들 대상의 손가락을 먹어야 한다는 조건 말이냐?"

"…그것까지 아십니까? 악마에 대해 많이 공부하신 모양입니다."

"악마를 공부한 건 내가 아니다. 나는 그저 들었을 뿐이다. 짐승의 약점도 안다. 은에 약하지."

"맞습니다. 그럼 이것도 아십니까? 짐승 한 마리, 한 마리가 기사와 맞먹는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당신은 혼자서 70마리의 기사급 짐승은 상대해야 한다는 겁니다."

"끔찍하군.”

"항복하십시오. 그게 그나마 덜 끔찍해지는 방법입니다."

"그대는 일이 너무 잘 풀린다고 생각하지 않나?"

“……무슨 말입니까?"

"반란군의 수장인 이렇게 혼자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나?"

“이건 당신의 함정이라고 말하고 싶습니까? 이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건 이미 확인했습니다. 병사와 기사. 모두 왕성을 향해 돌격했죠. 당신을 도울 병력은 없습니다."

"나는 지금 두 개의 신분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반란군의 수장인 아르헨 공작. 다른 하나는 유진 프루커스 휘하의 AM 부대 리더다."

"AM 부대? 그건 또 뭡니까?"

“이런 거다."

멜리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의 주위의 공간이 일렁거리더니 여러 사람이 나타났다.

루퍼스는 그녀들이 공간 이동으로 나타난 걸 알았다. 마법은 아니다. 다른 무언가다.

'아마도 유물이겠지.'

루퍼스는 나타난 여자들을 보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나타난 여자는 30명 정도인데 모두 메이드복을 입고 있었다.

“기사도. 하물며 병사도 아닌 메이드군요. 메이드로 뭘 할 수 있다고 합니까?"

"그냥 메이드가 아니다. 전투 메이드다. 온실의 화초처럼 아름다워 보여도 산전수전 다 겪었지."

철컥.

AM 부대의 메이드들이 돌격 소총을 짐승들에게 겨눴다. 총기에 대해 아예 모르는 루퍼스는 그녀들의 여유로운 자세와 분위기를 확인하고서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저들보다 2배 이상 많은 자신의 짐승들이 그녀들을 찢어발기리라.

“이제 됐습니다. 당신을 상대하고 있으니 제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군요. 메이드들은 모두 죽이고 당신만 살려 데려가겠습니다."

루퍼스가 손을 흔들며 짐승들에게 명령했다. 짐승들이 그녀들을 향해 질주한다.

“쏴라."

멜리사가 짧게 말했다.

메이드들이 일제히 방아쇠를 당겼다. 돌격 소총의 총구가 불을 뿜으며 달려드는 짐승들에게 은탄의 비를 선사한다.

"끄어어어억!"

“깨개개개갱!"

"끼이이익…."

짐승들은 은탄의 비를 피하지 못하고 나자빠지며 비명을 지른다. 평범한 탄환이었다면, 무시하고 달렸겠지만 모두 은으로 만든 탄환이었다. 거기에 은탄에는 효과를 증폭시키는 특수한 마법까지 새겨져 있었다.

루퍼스는 멍하니 죽어가는 짐승들을 보았다. 70마리의 짐승은 메이드들의 근처도 가지 못했다.

“…대체 그건 무슨 무기입니까?"

"총이다. 생물을 쉽게 죽일 수 있는 무기지. 기사도 모르면 당한다. 알고 있더라도 엄폐물이 없으면 상대하기 쉽지 않지."

“…쏘아진 것들은 모두 은이군요. 제 정체도 알고 있었습니까?"

“아니. 네 정체는 몰랐다. 은탄을 항상 준비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렇습니까. 이렇게 된 이상 제가 직접 나서야겠군요. 저는 짐승이 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어쩔 수 없지요."

루퍼스의 등 뒤에 있던 악마가 루퍼스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루퍼스의 육체가 변화하기 시작한다. 주둥이가 앞으로 튀어나오고, 몸집이 커진다. 피부에서는 굵은 검은 털이 길게 자란다.

퍽!

루퍼스의 뒤에서 은탄이 날아와 등에 박혔다. 루퍼스의 몸이 흔들렸다. 이어서 은탄이 연속으로 날아와 루퍼스의 팔뚝과 허벅지에 박힌다.

"크허억…!"

루퍼스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몸에서 피가 줄줄 흐르지 않는다.

"우리는 네 변신을 기다려줄 만큼 인내심이 좋지 않다."

"대, 대체 어디서…!"

"뒤쪽 산에 저격수를 배치해뒀다. 사실 네가 나타났을 때부터 언제든지 네 머리를 날려버릴 수 있었다. 죽이지 않은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알 테지. 네가 알고 있는 정보가 많았으면 좋겠군.”

멜리사는 주위에 있는 메이드들에게 말했다.

"모두 수고했다."

“아니에요, 리더. 임무 중에서도 역대급으로 쉬운 임무였어요.”

"맞아. 저번에 했던 백작 암살 임무가 더 쉬웠다니까. 무슨 놈의 함정이 그렇게 많던지."

"공간 이동 주문서만 괜히 쓴 거 아니에요?"

"나 이따가 케이크 먹으러 갈 건데 같이 먹을 사람?"

"난 초코케이크 아니면 안 먹어."

“인간적으로 돌아가면 목욕부터 먼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순식간에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멜리사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이곳이 전쟁터임을 알고 있음에도 그녀들과 함께 있으니 긴장이 풀린다.

"습격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막사 내에서 수다나 떨고 있어라. 공간 이동 주문서는 팍팍 써도 상관없다. 어차피 주인님의 재산이다. 저격수들은 미안하지만 계속 위치를 사수하고."

"네에."

"혹시 홍차 챙겨온 사람 있어?"

"초코파이는 챙겨왔어."

메이드들이 막사로 들어갔다. 주위가 다시 조용해졌다. 멜리사는 전쟁터를 응시했다. 마침 성문이 파괴되었다. 병사들은 함성을 지르며 성내로 들어갔다.

블루드래곤 앞에서 대기하던 유리아에게 3명의 남녀가 나타났다.

풀어헤친 연갈색 머리카락의 여자는 유리아와 구면이었다.

베젤.

골드웨이 아카데미의 마법학과 교수였던 여인이다. 몽상의 악마, 레브스의 계약자다. 그녀는 과거 유리아에게 왼팔을 잘렸었다. 현재 그녀의 왼팔은 멀쩡히 붙어 있었다.

그녀는 샐쭉한 눈으로 유리아를 노려봤다.

"어머. 여기서 만났네?"

“……네. 오랜만이네요. 오늘은 확실히 목숨을 끊어드리지요.”

베젤은 움찔 몸을 떨었다. 그녀는 긴장한 몸을 숨기기 위해 억지로 여유로운 미소를 연기했다.

“잔뜩 흥분했었던 그때와 다르네? 좀 성장했나… 히익?!"

베젤의 그림자에서 가시가 솟아났다. 놀란 베젤이 비명을 지르며 위로 뛰었다. 조금만 반응이 늦었어도 그림자 가시에 몸이 꿰뚫려 죽었을 것이다.

유리아가 작게 감탄했다.

“설마 피할 줄이야. 당신도 그때보다 성장하셨군요."

“이 망할 년이!"

베젤이 이를 갈았다. 그녀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진다. 유리아는 조용히 단검 하나를 손에 쥐었다.

"베젤. 물러나 있어라. 네가 죽으면 블루드래곤의 봉인이 풀린다. 그때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한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그의 금색 머리카락은 허리까지 내려왔다. 베젤은 남성의 말에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베젤은 내심 유리아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기에 내심 환호했다.

"당신은?"

유리아가 남자를 바라봤다. 이미 그 정체를 알고 있었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판테움의 회장인 웨인 라이시스다. 우리는 너에 대해 알고 있다. 유리아 그레이스. 베젤이 네게 당했다는 말을 듣고 너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다. 결과는 놀랍더군. 설마 유진 프루커스의 메이드가 자신의 출신인 헬브리트 공작가를 단신으로 전멸시킨 전설적인 암살자인 암제일 줄이야. 그 정보를 듣고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나?"

"관심 없습니다. 그 곁에 있는 소년은… 인간이 아니라 악마군요."

웨인의 옆에는 10살 정도로 보이는 소년이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

"맞다. 그는 번개의 악마인 로르프다."

“…악마를 인간으로 전생시킨 겁니까?"

"바로 알아봤나? 대단하군."

"성공하라 하기엔 애매하군요. 악마의 육체를 잃었으니 전생에 의미가 있습니까?"

“그래도 악마의 정신과 권능은 이었다. 그는 전생에 성공했으니 앞으로도 계속 영원히 전생하며 살아갈 것이다. 불멸자가 된 것이지."

"우습군요."

그 말과 달리 유리아는 웃지 않았다. 그녀는 악마의 전생에 별 관심 없었다. 그저 원작의 정보가 맞는지 확인했을 뿐이다.

로르프는 유리아의 태도에 입가를 일그러뜨렸다.

"나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군. 라이시스. 이 건방진 인간은 내가 죽여도 되겠지?"

웨인은 느긋하게 대답했다.

“상관없다."

"크하하! 죽여주마, 건방진 인간!"

파지지지직!

로르프의 몸이 황금색 번개로 변했다. 번개로 변한 악마가 유리아를 향해 달려든다. 그야말로 번개의 속도였다.

유리아는 파리 내쫓듯 가볍게 왼손을 휘둘렀다.

영천류(影天流) 극기(極技) 영뢰(影雷).

유리아의 왼손에서 쏘아진 검은 번개가 황금빛 번개와 부딪친다. 검은 번개는 상쇄되었으나, 황금빛 번개는 바닥에 처박혔다. 황금빛 번개가 다시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으으으… 이럴, 이럴 수는 없다…. 고작 인간 따위의 번개에 이 내가…!"

다시 황금색 번개로 변한 로르프가 유리아에게 달려들었다. 아까보다 속도가 더 빨랐다. 유리아는 오른발에 검은 번개를 휘감고 황금색 번개를 축구공 차듯 찼다.

걷어차인 황금빛 번개는 천장과 벽, 땅바닥에 번갈아 가며 연속으로 처박히다가 천장에 깊숙이 박혔다. 한 박자 늦게 원래의 몸으로 돌아온 로르프가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이미 숨이 끊어졌다.

"로르프!!!"

웨인이 소리치며 로르프를 향해 힘을 사용했다. 숨이 끊어졌던 로르프가 두 눈을 번쩍 뜨며 몸을 일으켰다.

"으아아아아아아악!"

로르프가 포효를 내질렸다. 그에 반응해 황금색 번개가 주위 공간을 장악한다.

영천류(影天流) 극기(極技) 영뢰(影雷).

검은 번개 한줄기가 황금색 번개를 무시하고 로르프의 가슴팍에 꽂혔다. 즉사한 로르프가 쓰러진다.

“로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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