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6화 > 1306.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끼이이익
강철문이 열리고 바깥의 빛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곳은 지하 창고였다. 정돈된 물건들이 보인다. 대부분 낡은 것들이다.
"쓰지는 않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물건들을 모아둔 창고다. 어찌 된 게 내 기억과 달라진 점이 별로 없군."
"이대로 밖으로 나가면 돼”
"잠깐만 기다려라. 밖에는 하인들이 돌아다니고 있을 거다. 하인 중에 첩자가 있을 가능성이 크니 함부로 돌아다니는 건 좋지 않다. 우리가 뭣 때문에 비밀 통로로 왔다고 생각하나."
“그럼 어떡하게?"
“간단하다. 내가 마나를 퍼뜨리면 된다. 가문의 마나 호흡법이란 걸 느낀 기사가 이상함을 느끼고 찾아오겠지."
“기사는 믿을 수 있고?"
"적어도 하인들보다는 믿을 수 있다."
멜리사는 창고 문을 앞에 두고 조용히 호흡에 집중했다. 그녀에게서 나온 마나의 파장이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반응은 10초 만에 왔다. 다급한 발소리와 함께 기사 3명이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다.
창고 문이 벌컥 열리며 갑옷을 기사 3명이 들이닥쳤다. 그중 중간에 선 중년 기사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버럭 소리친다.
"대체 어느 놈이 지하 창고에서 마나 호흡을 수련…… 아가씨?!"
“오랜만이군, 하르멜. 그대는 변한 게 없군. 기사단장은 잘 지내나?"
“기사단장은 2년 전에 은퇴하고 제가 텔피니아 기사단장이 되었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아가씨가 왜 여기에 계십니까? 그리고 그 민망한 옷차림은 대체…?"
중년 기사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지금 상황이 적잖게 충격적인 모양이다. 그의 옆에 있는 젊은 기사 둘은 근엄한 척하면서 멜리사의 몸을 훑어보고 있다.
나는 멜리사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녀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손으로 옷에 감싸인 가슴을 움켜쥔다.
“아응!"
갑작스러운 접촉에 멜리사가 귀여운 목소리를 냈다.
"네 이놈!"
하르멜이 고함치며 허리춤에서 검을 뽑는다.
"지, 진정해라, 하르멜. 나와 주인님은 아버지를 만나러 왔다."
"…주인님? 그,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아가씨?!"
“말 그대로다. 나는 주인님의 메이드다. 보시다시피 몸도 마음도 전부 바쳤지."
“이럴 수가…. 아가씨가 왜…."
"설명하자면 길어진다. 하르멜, 아버지를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
"가문으로 돌아오실 생각은… 아니시군요."
"그래. 아버지께 볼일이 있는 건 내가 아니라 주인님이다. 부탁하마, 하르멜.”
“…후우. 알겠습니다. 가주님께 전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아가씨에게서 떨어져라, 불한당 놈!"
“싫다면? 멜리사는 내 거다. 내가 멜리사를 어떻게 하든 너와 관계없다."
“이놈이 감히…!"
"하르멜! 나는 주인님의 것이다. 미안하지만 이건 그냥 넘어가다오. 주인님에게 아무리 말해봤자 듣지 않을 거다."
"크윽, 아가씨…! 제가 가주님께 말씀드려 반드시 구해드리겠습니다."
“뭔가 오해하는 것 같군. 난 딱히 주인님에게 붙잡혀 있는 게 아니다."
하르멜은 동정심 어린 눈으로 멜리사를 보다가, 나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무언가를 단단히 오해하는 모양이다. 나는 멜리사의 가슴을 주물럭거렸다. 내 손바닥보다 큰 가슴을 주무를 때마다 멜리사 몸을 움찔댔다.
"네놈! 이름이 뭐냐!"
"유진 프루커스다. 가서 네놈 주인에게 내가 찾아왔음을 알려라."
"유진 프루커스…!!"
하르멜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적의가 더 강해졌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가 속한 코발트 왕국에 선전포고한 적군의 사령관이 바로 나다.
“…가주님께 이 사실을 알리고 오겠다. 너희는 프루커스 백작을 지켜보고 있어라."
"예. 단장님!"
빠득.
이를 간 하르멜이 몸을 뒤로 돌리더니 어딘가로 바쁘게 뛰어갔다.
멜리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주인님. 좀 가만히 있을 수 없나? 주인님이 갑자기 내 가슴을 주물러서 시작부터 일이 꼬일 뻔… 흐웁?"
멜리사에게 입을 맞췄다. 기사들이 두 눈을 동그래진 채로 이쪽을 바라본다. 나는 그녀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한 손으로는 그녀의 엉덩이를 만지면서 찐한 키스를 이어간다.
성감 고조까지 사용하자, 멜리사가 초조하게 발을 굴렀다. 한동안 키스하다가 입을 뗐다.
그녀와 내 입술 사이로 타액이 이어졌다. 멜리사의 볼을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주인님. 너무 막무가내다…."
"참을 수 없어서 말이야. 한 번 더 키스하자.”
"아니, 잠깐만… 하읍, 응…."
다시 한번 그녀에게 키스한다. 이번 키스는 아까보다 더 거칠었다. 혀와 타액이 뒤섞이는 소리가 바깥에까지 들릴 정도였다. 나는 이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기사들에게 잘아하듯 멜리사의 혀를 쪽쪽 빨았다.
"응웃…. 응!"
멜리사의 두 눈이 풀렸다. 그녀도 키스를 즐기고 있다. 아마 지금 그녀의 보지는 좀 젖어 있을 것이다. 손가락을 넣어 확인해보고 싶지만… 보는 눈이 있어서 참았다.
아니, 참으려고 했다. 치솟는 충동을 버티지 못했다. 나는 몸을 돌려 등으로 멜리사를 가렸다. 그녀의 엉덩이를 주무르던 손이 치마 안으로 들어갔다. 음부를 가리는 팬티를 살짝 젖히고 중지를 보지에 푹 찔러넣었다.
찔꺽.
생각보다 큰 소리가 나서 깜짝 놀랐다. 예상 이상으로 보지가 흠뻑 젖어 있었다. 나는 뒤늦게 그녀의 성벽 중 하나가 노출증이란 걸 떠올렸다. 최근에 그녀와 노출 플레이를 한 적이 없어서 잊고 있었다.
손가락을 빼내고 눈높이로 들어 올렸다. 중지가 애액 범벅이었다.
키스를 멈추고 멜리사의 뺨을 잡았다. 그녀의 표정은 거의 녹아내린 상태였다. 애액 묻은 중지를 입에 갖다 댔다. 그녀가 반사적으로 내 중지를 쪽쪽 빨았다. 음란한 얼굴과 음탕한 혀 놀림이었다.
자지가 내 통제를 벗어나 제멋대로 발기하려고 할 때였다. 쿵쾅거리는 소리와 함께 하르멜이 돌아왔다.
“아가씨! 가주님께서 대면을 허락하셨습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유진 프루커스! 당장 아가씨에게서 떨어져라!!"
하르멜이 소리쳤다. 물론 나는 그녀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라."
멜리사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10초 후, 손이 내려왔다. 평소의 얼굴이다. 뺨은 아직 불그스름했지만.
우리는 하르멜의 뒤를 따라 아르헨 공작의 집무실로 향했다. 가는 길에 마주치는 하인은 없었다. 아마 다른 곳으로 보내 놓은 것이리라.
집무실에 들어갔을 때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아르헨 공작의 존재감이 몸을 짓누른다. 순간적으로 멜리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으나, 곧 평소처럼 돌아왔다.
그라우스 아르헨 공작.
올백 머리의 중년 남성이다. 멜리사의 아버지답게 잘생겼다. 그는 냉담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적군의 사령관이 이곳엔 무슨 일이지?"
내 옆에 있는 멜리사에겐 아예 시선조차 주지 않는다. 나는 멜리사를 품 안으로 끌어들이며 히죽 웃었다.
"제안할 게 있어서 찾아왔다, 아르헨 공작. 기사들은 내보냈으면 하는군. 그들이 들을 이야기는 아니다."
"내가 너의 제안을 들을 거라 생각하나?"
“듣지 않으면 후회할 텐데?”
“……하르멜. 밖으로 나가 그 누구도 집무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라."
“가주님! 위험합니다!"
“하르멜. 나는 약하지 않다."
아르헨 공작이 단호하게 말했다. 하르멜은 어쩔 수 없이 기사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하르멜 공작은 약하지 않다. 그는 코볼트 왕국의 최강자 중 한 명이다. 멜리사가 후계자로서 검과 마법을 익혔듯이, 그 또한 검과 마법을 동시에 익혔다. 거기에 그는 이미 오래전에 오러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 다만, 마법은 아직 상급의 경지에 머물고 있다.
'과연, 대영웅의 가문이라고 해야 하나. 멜리사나, 저 남자나 보통이 아니군.'
1대1로 정정당당하게 싸우면 내가 질지도 모르겠다.
나는 대놓고 멜리사의 가슴과 엉덩이를 주물렀다.
“하으으읏….”
멜리사 또한 일부러 음란한 목소리를 냈다.
"……."
아르헨 공작이 무시무시한 눈으로 이쪽을 쳐다본다. 살기가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프루커스 백작… 나를 모욕하러 왔나?"
"멜리사는 하루에 한 번씩 만져줘야 하거든. 제안은. 멜리사가 말할 거다."
"…아버지. 오랜만입니다."
“아버지라 부르지 마라. 집을 나간 건 너다. 못 본 사이에 천박해졌군.”
"후후. 주인님의 제안을 말씀해드리지요. 주인님은 아르헨 공작가가 반란을 일으키길 원합니다. 아르헨 공작가와 코발트 왕가의 사이가 좋지 않은 걸 알고 있습니다. 전쟁이 끝나면 코발트 왕가는 가장 먼저 아르헨 공작가를 숙청하겠지요.”
"누구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느냐. 모두 너 때문이다. 네가 일을 저지르고 프루커스 백작을 따라 떠나지만 않았어도 어떻게든 수습했을 거다."
"떠나지 않았다면, 공작 각하의 꼭두각시가 되어 이리저리 치이는 삶을 살았겠지요. 전 그런 삶은 질색입니다."
"너희에게 협조해서 아르헨 공작가가 얻는 건 무엇이냐?"
"우리는 아르헨 공작가에게 살길을 열어줬습니다.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결국 아르헨 공작가는 숙청당할 겁니다."
"너희의 도움이 없이도 우리는 위기를 넘길 것이다. 우리는 늘 그래왔다."
“이번 위기는 이전과 다릅니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
"우리의 목적은 코발트 왕국의 점령과 멸망이 아닙니다. 코발트 왕가의 멸망으로 만족합니다. 그 이후에… 아르헨 공작가가 왕국을 다스리십시오. 이 정도면 만족하십니까? 다만, 우리도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 배상금은 챙겨주셔야 합니다."
“나쁘지 않군. 한 가지 더 조건이 있다."
멜리사가 눈살을 찌푸렸다.
"뭡니까?"
"멜리사. 가문으로 돌아와라."
순간적으로 멜리사의 얼굴이 멍해졌다. 그녀의 입술이 실룩이더니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푸흡."
그녀는 서둘러 양손으로 입을 막았다.
아르헨 공작의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긴다.
"…이거 실례했습니다. 너무 예상 밖의 조건이라서요. 혹시 베이도가 만족스럽지 않으십니까?"
“……베이도와 관계없다. 대답은?"
“저를 가문으로 데려와서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늙은 노인에게 시집이라도 보내시려고 합니까?"
"프루커스 백작과 결혼시킬 것이다. 프루커스 백작은 라펠리 왕국의 실세란 걸 알고 있다. 일이 성공한 후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주인님에겐 이미 결혼을 약속한 여인이 계십니다."
"프루커스 백작. 네가 대답해라."
아르헨 공작이 날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생각에 잠겼다. 멜리사와 결혼하더라도 우리의 관계는 변하지 않는다. 정실의 자리는 유리아가 차지할 것이고, 멜리사는 두 번째 부인이 될 뿐이다.
"좋다. 단, 내게도 조건이 있다."
"뭐지?"
"멜리사에게 공작위를 넘겨라. 멜리사가 반란을 이끌 것이다. 멜리사는 전쟁이 끝난 뒤에 공작위를 다시 넘길 것이다."
"……."
아르헨 공작이 생각에 잠겼다.
나는 그의 답변을 기다리는 동안 멜리사를 희롱했다. 가슴을 주무르고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을 쪽쪽 빨았다.
"흐웅, 앙!"
아르헨 공작의 눈가가 꿈틀거린다.
“그만. 프루커스 백작. 그대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 멜리사. 당장 방으로 돌아가서 그 천박한 옷부터 갈아입어라. 멜리사, 미리 말해두마. 아르헨 공작가의 명예가 실추하는 짓은 절대 하지 마라."
"이렇게 쉽게 받아 들일줄 몰랐습니다. 아버지. 아, 아버지라 불러도 되겠지요?"
"…마음대로 해라. 계승식은 오늘 저녁에 약식으로 진행한다. 그리고 다음 날 바로 군대를 소집할 것이다."
"반란을 눈치채겠지만… 뭐, 내일 당장 군대를 소집해 반란을 일으킨다면… 문제없겠지."
나는 피식 웃었다. 계획이 빨라도 너무 빨라졌다. 그 이유는 아마… 아르헨 공작은 우리가 찾아오기 전부터 반란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하지. 멜리사 방으로 돌아가서 옷부터 갈아입어라."
“아버지. 혹시 제 방을 남겨두셨습니까? 의외군요. 아버지라면 이미 제 방을 정리했을 줄 알았습니다."
"……."
아르헨 공작은 대꾸하지 않고 책상 위의 서류를 읽어갔다. 멜리사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내 팔을 잡고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