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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301화 (1,301/1,497)

< 1301화 > 1301.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둘리바드…!!"

코발트 왕국의 국왕인 둘리바드의 등장에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이곳은 솔프메드 왕국이었다. 코발트 왕국에서 일하고 있어야 할 놈이 이곳에서 나를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이곳과 코발트 왕국과의 거리는 최소한으로 잡아도 수십 일이다. 거기에 놈은 국왕이다. 국무를 보고 있어야 할 놈이다.

'…아니. 말이 아예 안 되는 건 아닌가.'

코발트 왕국은 악마회 판테움과 레드 드래곤인 레오시오가 있다. 악마들의 능력이나, 레드 드래곤의 텔레포트 등으로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당혹감을 추슬렀다.

‘생각을 달리하면 좋은 기회로 볼 수 있다. 안 그래도 성가신 놈이 나타났으니… 이 기회에 죽여야지.'

진각을 밟으며 오러 블레이드로 강화된 검을 휘두른다. 둘리바드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의 검도 붉은 오러 블레이드가 빛난다.

콰아아앙.

검이 맞닿는 순간 강력한 충격파가 일어났다. 나와 둘리바드는 동시에 뒤로 밀려났다.

'찰나.'

그에게 순간적으로 접근했다. 갑옷에서 비교적 강도가 약한 관절 부위에 검을 쑤셔 박는다. 푹. 섬뜩한 소리와 함께 검이 둘리바드의 왼쪽 팔꿈치를 꿰뚫었다.

보통이라면 비명을 지르며 팔을 뒤로 뺐을 것이다. 그러나 둘리바드는 팔꿈치가 꿰뚫린 손을 움직여 나를 공격했다. 그의 검이 내 왼쪽 어깨에 떨어진다.

까앙.

스톰브레이커 갑옷이 둘리바드의 공격을 버텼다. 그러나 왼쪽 어깨 부위가 너덜너덜해졌다. 똑같은 부위에 다시 한번 공격당하면 그대로 끝이다.

나는 둘리바드의 팔꿈치를 바라봤다.

"피가 나오지 않는군. 네 몸이 아니군. 그렇지?"

"눈치 빠른 놈. 그래. 네 말대로 내 몸이 아니다. 내 진짜 몸은 왕성에 있지."

"마법과 악마의 힘… 이라고 하기엔 특별한 무언가가 느껴지지 않는군. 유물이냐?"

유물.

악마의 힘만큼이나 신비한 힘. 코발트 왕국의 국왕이자, 레드 드래곤 레오시오의 후손인 둘리바드다. 신기한 유물을 몇 개 가지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래. 태티스 왕국을 점령하고 얻은 전리품 중 하나지."

둘리바드가 내게 공격당한 왼팔을 움직였다. 툭, 하고 움직임을 견디지 못한 왼팔이 떨어졌다. 내 시선이 그의 왼팔로 향한다. 반쯤 썩은 시체가 거기에 있었다.

“이런. 무심코 움직였다가 떨어졌군."

“시체에 빙의하는 능력인가…."

둘리바드가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그의 검격을 막아내며, 그의 검술을 파악하려고 애썼다.

결과적으로 말해 그가 가진 힘에 비해서 검술이 조잡하게 느껴진다. 검술만 따지면 오러 익스퍼트 상급 수준이다.

'정상적인 방식으로 오러 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건 아니라는 뜻이지.'

파악은 대충 끝났다.

“유진 프루커스! 그녀는 어딨지?"

“그녀? 아, 멜리사 말인가? 내가 왜 그걸 너한테 알려줘야 하지?"

"멜리사는 내 것이다. 내 약혼자다! 네놈이 뺏어간 내 것을 되찾겠다. 그녀는 내 소유물로서 평생을 보낼 것이다."

투구로 인해 둘리바드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를 통해 광기가 느껴진다. 이놈은 어딘가 맛이 갔다. 물론 그건 내 알 바 아니다. 내가 거슬리는 건 하나다.

"멜리사는 이미 내 거야. 멜리사의 육체와 정신도 모두 이미 내 거라고."

"네놈을 죽이고 멜리사를 내 곁으로 데려오겠다. 모든 걸 바로 잡아야 한다."

"지랄하네. 멜리사는 내 거라니까? 멜리사의 보지맛도 모르는 새끼가 집착하기는."

"……천박한 놈!!"

둘리바드가 일갈을 터트렸다. 내 말을 듣고 분노한 것이다. 하긴, 내가 둘리바드 입장이라도 빡칠 것이다. 여자를 뺏긴 것 뿐만이 아니라 조롱까지 당하고 있으니까.

"멜리사는 똥구멍 맛도 뛰어나지. 자지를 박으면 그 쫄깃함에 황홀할 지경이라니까. 아, 물론 입 봉사도 엄청나다. 요즘에는 깨달음이라도 얻었는지 5분도 버티기 힘들더군."

“그 입 닥쳐라!!"

둘리바드가 고함치며 대검을 휘두른다. 땅을 갈라버릴 듯한 강렬한 기세가 느껴졌다. 이건 막기도 힘들 것 같았다. 나는 찰나를 사용해 뒤로 피했다.

'어차피 시체. 질질 끌면 내 손해지. 빨리 끝내자.'

지지직.

내 몸에서 뇌전이 번뜩였다. 뇌전은 내 다리를 타고 대지로 내려갔다. 뇌전이 대지를 질주하며 둘리바드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뇌천류(雷天流) 극기(極技) 폭진뢰(爆震雷).

퍼엉!

둘리바드의 몸에 들어간 뇌전이 폭발했다. 그의 몸이 산산이 조각났다. 발치에 놈의 썩은 내장과 살덩어리가 후두둑 떨어졌다.

"유진 프루커스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바닥에 떨어진 투구에서 둘리바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입만 살았군. 얌전히 왕성에서 기다리고 있어라. 곧 찾아가서 네 모가지를 따주마."

"하하하. 말했을 텐데. 이게 끝이 아니라고."

우우우웅.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먹구름의 중심으로 바람이 모여들어 거대한 회오리를 형성한다.

그 중심에 있는 무언가의 기척을 느낀 나는 천안을 사용해 그것의 정체를 확인했다.

보라색 피부를 가진 악마가 있었다. 상반신만 있는 악마는 회오리의 중심에서 바람을 조종하고 있었다.

“폭풍의 악마, 텔로즈다. 그 힘은 자연재해에 가깝다. 네놈의 군대를 절반 이상을 날려버릴 거다. 크흐흐흐."

둘리바드의 웃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는 투구에 발을 올리고 모든 힘을 주었다. 둘리바드의 머리가 터졌다. 그의 목소리가 없어지니 조용해졌다.

'마법사들의 힘으로 대항해야겠군.'

무전기를 통해 스칼렛에게 명령을 내리려고 하는데. 무전기가 먹통이었다. 전투의 충격으로 인해 무전기가 고장 난 것이다. 나는 혀를 차며 주위를 돌아봤다. 전투는 우리가 우세했다. 플로이도 발무트 기사단장과 싸워 이긴 모양이다.

'문제는 저 텔로즈인가 뭔가 하는 악마 새끼군. 번개를 떨어뜨려도 죽이기 힘들 것 같은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을 뿐만이 아니라 하늘에 있어서 가까이 가기도 힘들었다.

골든 로즈 기사단만이라도 데리고 도망갈까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소용돌이치는 먹구름에 선이 그려지더니 그대로 갈라졌다. 그 중심에 있는 악마도 반으로 갈라져 죽은 것이다.

하늘이 갈라지는 광경은 상당한 장관이었다.

나는 감탄하면서 희미하게 웃었다.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딱 한 사람뿐이었다.

유리아.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유리아가 나선 것이다.

저벅저벅. 플로이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오른쪽 다리를 절고 있었다.

"다리는?"

"허벅지의 뼈에 금이 간 것 같습니다. 움직이기 영 힘듭니다. 주군, 후퇴했으면 합니다. 기사단의 절반 이상도 리타이어 했습니다. 셀미와 제이시는 공간 이동 주문서를 사용하지 못하고 전사했습니다."

탄식이 절로 나왔다.

셀미는 눈웃음이 요염한 여기사였고, 제이시는 보지보다 애널을 잘 느끼는 여기사였다.

"그녀들을 이곳에서 잃다니… 슬프군.”

"셀미와 제이시는 주군을 위해 싸우고 전사했습니다. 그녀들은 기사로서 본분을 다했습니다. 죽는 그 순간까지 후회 없었을 겁니다."

“그녀들의 몸은?"

“챙겼습니다."

"좋아. 후퇴한다."

플로이는 돌아가기 전에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녀가 나섰군요. 그랜드 오러 마스터가 되면 저런 것도 가능합니까?”

"글쎄. 유리아는 평범한 그랜드 오러 마스터가 아니니까."

“그녀가 적이 아니라서 다행이군."

어둑한 저녁.

스테이크로 배를 채우고 미녀 포로들을 희롱하고 있으니, 데이커드 후작의 사신이 찾아왔다.

사신이 레오나 데이커드의 서신을 공손히 건넸다.

서신을 읽어본 나는 피식 웃었다.

코발트 왕국으로 향하는 길을 비켜줄 테니 전쟁을 끝내자는 제안이었다.

'세간에 레오나 데이커드는 용맹하고 정의로우며 신념을 지킬 줄 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제 보니 전부 개소리군.'

내가 볼 때 레오나 데이커드는 정의롭지도, 용맹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냉철한 기회주의자다.

'이렇게 나온 것 자체가 승기가 내게 있다는 거지."

레오나 데이커드는 내가 제안을 받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내 목적은 솔프메드 왕국이 아니라 코발트 왕국이란 걸 알고 있으니까. 내가 최대한 병력을 잃지 않는 선택을 내리리라 판단한 것이다.

레오나 데이커드에게 항복을 요구하면 받아들일까?

'그럴 리가. 전쟁이 승자와 패자가 결정 날 때까지 항복은 절대 하지 않겠지.'

물론 나도 여기서 전쟁을 흐지부지 끝낼 생각은 없었다.

"내게 이딴 서신을 보내다니… 건방지군. 플로이. 사신을 죽이고 그 목을 장대에 걸어 효시해라."

"네. 주군."

스르르릉.

플로이가 검을 뽑았다.

사신은 도망치지 않았다. 저항하지도 않았다. 두 눈에 힘을 주고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프루커스 백작. 이 세상에는 업보란 게 있소. 언젠간 그대에게 천벌이 내려질 것이오."

"아니, 그런 건 없다."

사신의 머리가 잘렸다.

깊은 밤.

"으아아아아아악!"

"습격이다!"

주위가 소란스러워졌다. 레오나 데이커드가 별동대를 꾸려 습격한 것이다. 병사와 노예병이 죽어나갔지만, 나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별일 아니군. 스칼렛. 알아서 처리해."

“예. 주군의 말씀대로 별일 아닙니다.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첫날에는 비등비등하게 느껴졌던 전세는 둘째 날부터 내가 이끄는 프루커스 군대로 확 기울었다. 레오나 데이커.

전세를 바꾸기 위해 여러 전략을 시도했으나, 전세를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첫날에 오러 마스터가 속해 있는 발무트 기시단을 잃은 게 컸다.

둘째 날에는 아크 메이지인 할게리스 백작이 사망했다. 내가 직접 죽인 것이다. 이 시점에서 레오나 데이커드는 가망이 없어졌다.

셋째 날 새벽, 레오나 데이커드는 후퇴를 시도했다. 군대를 버리고 정예만을 데리고 도망치려는 것이다. 그러나 실패했다.

스칼렛은 레오나 데이커드의 도망을 대비하고 있었다. 덕분에 일반 병사로 위장한 골든 로즈 기사단이 도망치는 레오나 데이커드를 손쉽게 붙잡을 수 있었다.

“스칼렛. 대단하군. 레오나 데이커드가 자기 측근만 데리고 도망칠 것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지?"

“저와 그녀는 전장에서 함께 뒹군 사이입니다. 이 정도는 당연히 알죠."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농담입니다. 그녀는 저와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덕분에 파악하기 쉬웠습니다."

"…네가 그런 농담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야. 레오나 데이커드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나?"

잠시 곰곰이 생각하던 스칼렛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군요. 이번 전쟁은 꽤 재밌었습니다."

"레오나 데이커드와 보지를 비비라고 하면 비빌 수 있나?"

"음. 나쁘지 않군요."

"크크크. 이거 기대되는군."

나는 스칼렛과 함께 대형 막사로 향했다. 그곳에 포로로 붙잡은 레오나와 여기사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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