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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300화 (1,300/1,497)

< 1300화 > 1300.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으아아아아아아아!"

노예병들이 공포에 찬 비명을 질렀다.

돌격을 포기하고 전장에서 도망치려는 노예병들이 하나, 둘씩 나타난다. 물론 노예병들의 탈영을 허락할 생각은 없다. 도망치는 노예병은 아군의 병사가 쫓아가 사냥한다.

노예병에게 선택지는 단 두 가지뿐이다. 돌격하거나, 아니면 아군에게 죽거나.

펑펑펑펑펑!

노예병이 약 1만 명 넘게 죽은 시점에서 계속 터지던 마법 지뢰도 얌전해졌다.

적군은 마법 지뢰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돌격하는 노예병을 보고 질린 표정을 짓는다. 미친놈을 보는 눈이다.

"주군. 마법 폭격을 허락해 주십시오."

“벌써?"

“아무리 그래도 일방적으로 당하는 건 제 취향이 아닙니다. 우리가 한 번 당해줬으니, 저들도 한 번 당해야 맞지 않습니까?"

“맞는 말이야. 마법 폭격 시작해. 단, 후방 쪽으로는 하지 마. 데이커드 후작은 다쳐서는 안돼."

"알겠습니다. 적군의 선봉을 향해 마법 폭격을 가하겠습니다. 아군이 휘말릴 가능성이 큽니다만, 사소한 문제죠."

스칼렛이 장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장교들이 바쁘게 움직인다.

아군의 마법사 부대가 일제히 마법을 준비한다. 마나가 요동치는 게 떨어져 있는 내게까지 느껴진다.

'우리에겐 아크 메이지인 샤르넬이 있지.'

적군 진영에서도 마나가 요동친다. 마법 폭격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적군을 바라보던 나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이거 별다른 피해는 못 주겠네."

"네?"

"적군에 아크 메이지가 있어. 샤르넬 수준이야."

"…할게리스 백작이군요. 솔프메드 왕국의 아크 메이지입니다. 중립을 유지하던 귀족이었는데…, 어느새 데이커드 후작의 아래로 들어간 모양이군요."

적군의 마법사들 사이로 할게리스 백작의 존재감이 느껴진다. 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이다. 마법 지팡이를 들고 대규모의 방어 마법을 펼치고 있다.

하얀 수염이 인상적인 노인이다. 겉걸모습만으로 샤르넬과 비교된다. 이 경우에는 젊은 나이에 아크 메이지가 된 샤르넬이 터무니없이 대단한 거다. 아마 대륙 최연소일 테지.

아군의 마법 폭격이 시작되었다. 수많은 공격 마법이 하늘을 가로지르며 적군에게 날아간다. 그 장대한 광경은 수백 발의 미사일이 날아가는 것과 같다.

그러나 적군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공격 마법이 도중에 격추되거나, 방어 마법에 막혀 상쇄된다.

'헬파이어가 없군. 샤르넬의 마법은 어디 있지?"

의아함을 느낀 순간이었다. 하늘에 먹구름이 만들어지더니 주위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먹구름이 적군의 머리 위에만 모여 있는 걸 보니… 샤르넬의 마법이군.

먹구름에서 새빨간 불이 지상으로 떨어졌다.

불꽃의 비가 아니다.

용암의 비다. 불꽃보다 더 하다고 할 수 있었다. 지상으로 떨어지며 온도가 급격하게 내려가기에 갑옷을 단숨에 녹일 정도의 열기를 품은 건 아닐 테지만… 비와 달리 무거운 질량을 가지고 있다.

적군 모두가 강철 갑옷을 입은 건 아니다. 가죽 갑옷이나 나무 갑옷을 입은 병사들에겐 최악의 마법 공격이다.

"장관이군요. 설마 샤르넬 씨가 이 정도의 마법을 사용할 줄은 몰랐습니다."

"네가 저거 쓰라고 시킨 거 아니야?"

“샤르넬 씨는 제가 명령해도 듣지 않습니다. 주군이 하라고 했다고 말해야 그나마 협조해 주는 정도입니다. 아마 전쟁을 조금이라도 빨리 끝내기 위해 저 마법을 쓴 것 같습니다."

"적들은 어떻게 대응하려나?"

나는 흥미진진한 눈으로 적군을 바라봤다. 고작 대마법 한 번에 전쟁이 판도가 바뀔 거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저들에게도 아크 메이지가 있으니까.

쩌어어엉.

커다란 소리가 났다. 공기가 얼어붙는 듯한 소리였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나는 귀를 만지며 눈을 찌푸렸다. 그러다 적군을 보고 두 눈을 크게 떴다. 거대한 얼음 방패가 허공에 만들어져 용암의 비를 막고 있었다. 용암의 비는 얼음에 닿자마자 암석으로 변해 얼음 방패를 타고 지상으로 굴러떨어진다.

떨어진 곳에는 당연히 적군이 없는 곳이다.

"오오. 할게 어쩌고는 빙결계 마법사였나."

"예상보다 쉽게 막아냈군요. 적군의 피해는… 7,000명 정도. 대규모 마법을 사용했다는 것에 의미를 둬야겠군요."

아크 메이지도 대규모 마법을 펑펑 쓸 수 없다. 당분간은 대규모 마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스칼렛은 장교들을 불러 명령을 내렸다. 내 옆에서 장교들에게 뭐라 뭐라 명령을 내리는데… 솔직히 말해서 뭐라 말하는지 절반도 못 알아들었다. 전문 용어가 많기도 했고, 들리는 귀를 의식해서 그런지 암어를 섞어서 지시를 내린다. 철저한 여자다.

"주군은 골든 로즈 기사단과 움직여주십시오."

"원래부터 그러려고 했어. 어디로 가면 되지?"

스칼렛이 손가락으로 어느 지점을 가리켰다.

"오른쪽. 저곳 보이십니까?"

"보여. 바글바글하군.”

"억지로 길을 열겠습니다. 쐐기형으로 돌격하여 후방에 있는 데이커드 후작을 사로잡으십시오. 그게 불가능하다면 적군을 휘저어 주시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단번에 결판이 나지 않을 거라 보는군."

“그러기엔 전쟁의 규모가 너무 큽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에 올라탔다. 스톰브레이커를 소환해 갑옷으로 만든다. 완전 무장을 끝내고 골든 로즈 기사단과 함께 광란의 질주를 준비한다.

그녀들을 돌아본다. 모두 나와 잠자리를 치른 여기사들이다. 그녀들은 내 똥구멍에 입을 맞추며 충성을 맹세했다.

"플로이. 대비는 다 했겠지?"

"예. 모두에게 공간 이동 주문서를 지급했습니다. 즉사하지 않는 한, 공간 이동 주문서를 이용해 전장에서 이탈할 겁니다."

“드워프가 만든 갑옷을 입고 있으니 즉사할 일은 없을 거야. 망했다 싶으면 모두 공간 이동 주문서를 찢어. 내겐 수십만의 병사들 보다 너희의 목숨이 더 중요해. 그 사실을 잊지 마."

"주군. 저희는 죽지 않습니다."

플로이를 비롯한 여기사들이 자신감 있게 말했다.

이건 전쟁이다. 아무리 공간 이동 주문서와 드워프제 마법이 있더라도 100%의 생환을 기대할 수 없다.

허나 그렇다고 그녀들을 말릴 수는 없다. 그녀들은 기사의 길을 택했다. 위험하다는 이유로 그녀들을 막는다는 것은, 내가 그녀들의 존엄을 무시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일이다.

“히이이이잉!”

말에게 마법약을 먹이고, 마법 스크롤을 찢었다.

마법약은 말의 신체 능력을 강화하고, 마법 스크롤은 말의 두려움을 없앤다.

지직.

오른쪽 귀에 끼운 무전기에서 스칼렛의 목소리가 들린다.

-주군. 출격해 주십시오.

철컥.

투구를 썼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바라본다. 골든 로드 기사단도 모두 투구를 썼다. 한 손에는 고삐를 쥐고, 다른 한 손에는 랜스를 들었다.

"가자. 내가 먼저 앞장선다."

나는 적군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어깨에 걸친 화려한 붉은 망토가 펄럭인다. 이 정도로 화려한 게 딱 좋다. 그래야 그녀들이 내 뒤를 잘 따라올 것이니.

"끄아아아아아악!"

우직끈.

말이 아군을 밟은 모양이다. 그냥 말도 아니고 약과 마법으로 도핑된 전마다. 평범한 인간은 밟히는 것만으로도 즉사다.

아군이 말에 밟혀 죽어 나갔다. 아군 병사 대략 백여 명이 죽은 것 같다. 개의치 않는다. 일반 병사는 노예병보다 조금 더 쓸만할 뿐이다. 소모품이란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주군. 살짝 오른쪽으로 치우쳐져 있습니다.

스칼렛의 무전에 바로 방향을 수정한다.

적들이 보였다. 아군과 뒤섞여 싸우고 있다. 피 냄새가 진동하고, 칼 부딪히는 소리가 진혼곡처럼 음울하게 들린다. 병사들의 비명은 너무 당연해서 풀벌레 소리처럼 들릴 지경이다.

"파고든다."

랜스를 들고 상체를 낮췄다. 오러를 움직인다. 푸른 오러 블레이드가 랜스 뿐만이 아니라 내 몸 전체를 넘어 말까지 감싼다.

콰아아아앙!

적군과 부딪쳤다. 적병의 몸이 떨어진 유리병처럼 부서져 사방으로 날아갔다. 핏물이 갑옷을 때렸다.

그걸 시작으로 나와 골든 로즈 기사단은 사람으로 가득한 대지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적이 너무 많아서 방향을 잡기 어려웠다.

-주군. 오른쪽입니다.

길을 잃을 때마다 스칼렛의 적절한 오더가 떨어졌다.

적군을 지휘하는 레오나 데이커드 후작이 시야 끝자락에 들어왔다. 가까워지고 있었다.

-...주군. 왼쪽으로 가주실 수 있겠습니까?

“왼쪽?"

-송구스럽습니다만, 아군의 15부대가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꼭 가야 하나?"

-완벽한 승리를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나는 뒤를 돌아봤다. 피투성이의 골든 로즈 기사단이 내 뒤를 따르고 있었다. 청력을 집중하면 그녀들의 거친 호흡을 들을수 있다.

잠깐 고민하다가 스칼렛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고삐를 쥐고 말의 방향을 바꾼다. 골든 로즈 기사단은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에도 한 마디의 불평 없이 내 뒤를 따랐다.

“막아!!!"

“기사용 그물을 던져라!"

“기사단이라 해서 무적은 아니다!"

적군이 소리치며 발악한다. 우리는 그들을 비웃으며 돌진했다.

기사단이라 해서 무적은 아니다. 그 말이 옳다. 초인인 기사가 모여 있다 하더라도 수백, 수천 명의 병사가 한 번에 달려들면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러 마스터가 존재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적군이 던진 그물은 내가 내뿜는 오러에 갈가리 찢긴다. 적을 향해 랜스를 휘두르면 최소 5명 이상이 사망한다. 내가 지치지 않는 한, 적군은 나를 막을 수 없다.

-발무트 기사단이 주군의 뒤를 쫓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대응이 훨씬 매끄럽습니다. 레오나 데이커드는 명성 이상으로 뛰어난 지휘관인 것 같습니다.

힐끗. 고개를 들어 뒤를 바라봤다. 검은 투구를 쓴 기사들이 달려온다. 레오나 데이커드가 부유한 최정예 기사단이다.

-발무트 기사단장은 오러 마스터입니다. 주군과 골든 로즈 기사단은 지쳤습니다. 후퇴를 추천합니다.

"아니, 후퇴를 할 정도로 지치진 않았어. 그리고 우린 오러 마스터가 둘이야. 플로이. 문제 있나?"

"없습니다."

“그래. 크게 우회전해서 발무트 기사단과 부딪친다."

군마가 내달린다.

일반 병사와 노예병들은 기사의 등장에 겁에 질려 혼비백산하여 사방으로 도망쳤다. 덕분에 주변은 꽤 한산했다. 여유는 있었으나, 말에게 휴식 시간을 주지 않는다. 한 번 쉬면 흐름이 끊겨버리기 때문이다.

땡그랑!

나와 기사들은 랜스를 버리고 검을 쥐었다. 상대가 기사일 때는 랜스보다 익숙한 검이 휠씬 낫다.

기사단과 기사단이 서로 부딪쳤다.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충격과 함께 시야가 뒤바뀐다.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낙마한 것이다. 내가 타고 있던 말은 몸이 터져 죽었다. 나는 집중해서 주변을 확인했다. 아군, 적군 할 것 없이 8할 이상이 낙마했다.

피해는 적군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드워프가 만든 갑옷, 마법약을 먹인 군마 등으로 인해 피해가 적어진 것이다.

콰아아앙!

내 몸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충격음이 들렸다. 플로이와 적의 기사단장이 싸우고 있었다.

'…적의 기사단장이 저기에 있다고? 그럼 나와 부딪친 놈은… 누구지?'

바닥을 착지하자마자 적을 찾는다. 나와 부딪친 적은 대검을 들고 내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의 대검에서 붉은 오러 블레이드가 번쩍인다.

'또 다른 오러 마스터…?!'

다급히 검을 세우며 그의 공격을 막아낸다.

키이이이이잉!

오러 블레이드와 오러 블레이드가 맞닿으며 강렬한 소음이 귓가를 떄렸다.

"오랜만이다, 유진 프루커스! 내가 이날을 얼마나 고대했는지 아나!"

투구에 가려져 상대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 목소리만큼은 언젠가 들은 적 있었다.

"둘리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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