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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299화 (1,299/1,497)

< 1299화 > 1299.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스칼렛과 함께 반란을 일으킨 노예병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내게 있어 노예들의 반란은 흔한 일이었다. 대량의 노예가 한 번에 들어오다 보면 며칠 지나지 않아 자기들끼리 뭉쳐서 반란을 일으킨다. 쪽수를 믿는 것이다.

쪽수가 많으면 자신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대응 방법은 간단했다.

힘으로 찍어 누른다.

협상 따윈 없다. 한 번 들어주면 주제도 모르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해 온다.

평소였다면 문답 무용으로 깡그리 모아 태워 죽여버렸겠지만, 지금은 전시다. 노예병이 필요했다. 전쟁에서 쪽수는 무시 못할 요소다.

반란을 일으킨 노예병들을 보았다. 내가 지급해준 무기를 들고 자기들끼리 똘똘 뭉쳤다. 병사들 시체가 보였다. 대략 50명은 노예병들에게 죽은 듯했다.

병사들은 반란자들을 둘러싼 상태였다. 노예병들을 노려보는 병사들의 눈빛은 살벌하다. 내가 명령을 내리는 순간 망설임없이 노예병들을 학살할 것이다.

여기저기서 고함이 들리던 곳은 내가 나타나자 조용해졌다. 노예병들은 나를 보며 긴장했고, 약탈에 환장한 거친 병사들도 내 눈치를 살폈다.

"프루커스 백작…!"

노예병 한 명이 내 이름을 씹어뱉듯 읊조린다. 증오와 살의가 담겨 있었다. 나는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뇌천류(雷天流) 뇌섬(雷閃).

번개를 휘감은 검기가 노예병들을 향해 날아가 베어낸다. 검기는 한 명을 베어내는 것으로 멈추지 않고 뻗어갔다. 30명이넘는 노예병을 죽인 끝에 허공에서 사라졌다.

"프루커스 백작!!"

"아아아아아아아아!"

“죽어라!!"

노예병들이 나를 향해 달려든다. 자유를 향한 용기? 절대 아니다. 분노와 두려움이 놈들의 등을 떠밀고 있었다.

'일이 쉽게 풀리겠군.’

나는 무덤덤하게 검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노예병들을 모조리 죽여댔다. 달려들지 않아도 근처에 있으면 죽였다.

약 300명 정도를 죽였을까. 어느 순간부터 사방이 고요해졌다. 노예병들은 내 눈치를 살폈다. 괜히 달려들었다가 개죽음당하기 싫은 것이다.

‘생각보다 빠르게 정리됐군.'

분위기는 내 쪽으로 넘어왔다. 그다음은 주동자를 찾는 일이었다. 어렵지 않았다. 중심을 찾아보면 된다. 그리고 반란의 주동자쯤 되면 평범한 인간과는 다른 아우라가 있었다.

'저놈이군.'

대검을 쥔 백발의 남자가 있었다. 말랐지만, 온몸이 근육질인 남자였다. 나이는 30대 정도로 보이고, 하얀 콧수염을 길렀다.

'평범한 놈은 아니군. 분위기를 보니 용병 출신인가?'

나는 놈이 있는 중심을 향해 걸어갔다. 노예병들은 나를 막아서려 했으나, 칼을 휘둘러 수십 명을 죽여대자 겁에 질려 물러났다. 모세의 기적처럼 인파가 갈라진다.

마침내 주동자와 목소리가 닿는 거리까지 좁혀졌다. 노예병들이 나와 스칼렛을 둘러싸고 있으나, 전혀 두렵지 않았다.

주동자는 탄식을 흘렸다.

"내가 잘못 생각했군…. 프루커스 백작. 당신에게는 최소한의 인정도 없어. 아무렇지 않게 우리를 학살할 수 있는 인간이다. 왜 기존의 노예병들이 당신에게 절대복종하는지 알겠군. 그들의 말을 무시하지 않고 들었어야 했는데…."

"뭘 믿고 이딴 귀찮은 짓거리를 한 거냐?"

"귀찮은 짓거리라…. 예상은 했지만, 우리의 필사적인 반란은 당신에게 겨우 그 정도였나."

그는 주위를 둘러봤다. 노예병들은 이미 잔뜩 전투 의지를 상실했다. 겁에 질려 있었다. 노예병들은 나를 포위하고 있지만, 그들 또한 내 기사와 병사들에 의해 포위당하고 있었다.

내 목숨을 가지고 협상을 할 수도 없다. 노예병들이 아무리 덤벼들어봤자 오러 마스터인 나를 어떻게 하지 못하니까.

"프루커스 백작. 우리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노예로서의 처지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반란을 일으키냐?”

"최소한. 최소한의 대우를 원했다. 적어도 가족들이 병사들에게 범해지지 않고, 병사들의 재미로 죽지 않기를 바랐다."

“노예 주제에 원하는 게 많군."

“역시나 말이 안 통하는군. 우리를 전부 죽일 생각인가?"

"필요하다면 그래야지. 하지만 이번에는 세리온 여신께 너희를 맡기기로 했다."

“뭐?"

주동자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되물었다. 그에게 친절히 내 생각을 설명해줄 이유는 없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주사위를 꺼내 그에게 던졌다. 주사위를 받은 그의 미간은 더욱 찌푸려졌다.

"주사위? 놀이라도 하자는 거냐?"

"네 운명이 걸린 주사위다. 바닥에 던져라. 홀수면 불타 죽을 것이다."

“…짝수면?"

"자비를 내려 반란을 없던 일로 해주지. 세리온 여신께 감사하도록."

“미친 새끼…."

주동자는 주사위와 대검을 번갈아 봤다. 끝까지 나와 싸울지 고민하는 것이다. 계속 고민하던 그는 주사위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데구루루 구르던 주사위가 멈췄다. 나온 숫자는 4.

나는 주동자를 보며 피식 웃었다.

“세리온 여신께서 네게 미소를 짓는군. 여신께 감사해라. 내 신실함에도 감사하고."

"필요 없다…! 가축처럼 살아갈 바에야 차라리 싸우다 죽을 것이다!"

주동자가 대검을 꽉 쥐었다. 나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그를 비웃었다.

"내게 대들고도 편하게 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좋게 말할 때 대검을 버려라. 지금도 늦지 않았다."

"우아아아아악! 프루커스 백작!!"

그는 내 권고를 듣지 않고 달려들었다. 대검에는 푸른색의 오러가 희미하게 빛난다. 오러 익스퍼트 초급의 경지다.

나는 여유롭게 그의 공격을 피했다. 찰나나 뇌천류를 쓸 필요도 없었다. 그의 움직임은 훤히 보였다.

5분 동안 그에게 반격하지 않고 피하기만 했다. 그는 거친 숨을 내쉬며 지쳤다. 검날에 희미하게 맺혔던 푸른 오러는 사라졌고, 온몸은 땀으로 젖어 있다. 그 애처로울 정도로 처절한 모습에 노예병들의 사기는 계속 내려갔다.

'뭐, 이제 더 내려갈 사기도 없는 것 같군.'

이 귀찮은 짓도 끝내기로 했다. 가볍게 검을 휘두른다. 그는 피하기는커녕 막지도 못했다. 그의 사지가 절단되어 몸통만 남아 바닥에 떨어진다.

사지를 잃은 그는 바로 자결을 시도했다. 혀를 깨문 것이다. 바로 점혈을 짚어 그의 자결을 막았다.

“스칼렛. 이놈은 특별히 관리해라. 본보기가 될 테니 죽게 내버려 두지 마. 혹시 이놈에게 가족이 있나?"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 이놈에게 가족이 있다면… 똑같은 꼴로 만들도록. 자른 팔과 다리도 챙겨서 식사 시간 때마다 먹여. 자기 팔다리니 잘 먹겠지."

“알겠습니다. 나머지는… 아까 말씀하셨던 대로 주사위를 던져 처리하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났다. 스칼렛이 알아서 잘 처리할 것이다.

그리고 이날, 반란을 일으킨 5,000명의 노예병 중 3,000명이 사망하고 2,000명이 살아남았다. 주사위를 굴러 짝수가 나왔음에도 병사들이 노예병을 재미 삼아 죽인 것이다. 많이 죽은 것도 아니니 대충 넘어가기로 했다.

나는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정면을 바라봤다. 천안(FR)을 사용해 산 너머에 있는 평지를 바라본다.

족히 10만은 되어 보이는 대군이 우리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 그들이 들고 있는 깃발을 확인한다. 데이커드 가문을 뜻하는 황금 방패가 새겨져 있다. 문제는 붉은 드래곤과 검이 새겨진 깃발도 있다는 것이다.

'코발트 왕국의 깃발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겠군. 코발트 왕국이 데이커드 후작에게 병사들을 지원한 거야. …아니, 노예병인가?'

코발트 왕국은 점령한 국가가 많았다. 수만 명의 노예병을 동원하는 건 이상하지 않다.

"이상하군요."

망원경으로 적군을 확인한 스칼렛이 말했다.

"뭐가?"

"코발트 왕국군이 있는 게 이상합니다. 저만한 군대가 콜바트 왕국에서 여기까지 진격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텔레포트나 워프 게이트를 사용했을 수도 있다. 코발트 왕국에는 드래곤이 있으니까.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그랬다면 노예병이 아니라 정예 병사와 기사들이 왔을 것이다.

"승리한 뒤에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놈들이 원하는 건… 평지에서 우리와 싸우는 거겠군."

"수성을 포기했다는 건 그만큼 전쟁에 자신 있다는 뜻입니다. 아마 저희가 모르는 비장의 수단을 준비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겠지."

"정보가 너무 부족합니다. 이번 전투는 피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다행히 거리가 꽤 떨어져 있으니 군대를 뒤로 물리기만 하면 됩니다."

평소라면 스칼렛의 말을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봐버리고 말았다. 솔프메드의 태양이라 불리는 레오나 데이커드 후작을.

그녀는 아름다우며 늠름했다. 새하얀 말 위에 앉아 있었는데, 기사처럼 갑옷을 입었다. 바람이 불면 황금색 머리카락이 흩날린다. 피부는 우유처럼 새하얗다. 특히 매력적인 건 그녀의 황금색 눈동자였다.

레오나 데이커드 후작은 갑옷을 입고 있지만, 그 몸매를 상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갑옷의 가슴 부분이 툭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그녀의 가슴이 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엉덩이 부분도 컸고, 키도 컸다.

거기에 레오나 데이커드 후작의 주위에는 여기사들이 모여 있었다. 데이커드 후작은 대륙에서 여자 기사단을 소유한 대귀족이었다.

데이커드 후작을 사로잡을 생각을 하니 자지가 불끈거린다.

“스칼렛. 진격 명령을 내려라.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주군의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스칼렛이 가까운 장교에게 명령을 내렸다. 장교는 어딘가로 헐레벌떡 뛰어갔다. 곧이어 뒤편에서 커다란 뿔피리 소리가 사방으로 울렸다.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

쿵! 쿵! 쿵!

병사들은 장구 소리에 발을 맞춰 정면으로 전진했다. 지축이 울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산을 넘어 평지에 도달했다. 데이커드 후작의 군대가 맨눈으로 보였다.

“스칼렛. 일기토는 없다. 노예병을 앞세워 진격해라."

"별다른 작전도 없이 말입니까? 오늘 수만 명이 죽겠군요.”

"내 명령이 마음에 안 드나?"

“아니요. 저는 화끈한 전면전도 좋아합니다. 전면전이야말로 진정한 전쟁이니까요.”

스칼렛이 서늘하게 웃는다. 그녀가 돌격을 명령했다. 노예병들은 죽기 살기로 적군을 향해 내달렸다.

펑펑펑펑펑!

땅이 터지며 돌격하던 노예병들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지뢰 마법인가."

"예. 마법으로 한 번 땅을 쓸어버리고 돌격을 명할 걸 그랬습니다."

"뭐, 상관없다. 계속 돌격시켜라. 여기까지 오며 붙잡은 노예병들은 충분히 많으니."

"후후…. 전쟁을 시작하자마자 2,000명 정도가 산화했습니다. 이거 참… 적들은 저를 졸장으로 생각하겠군요.”

"그런 것 치곤 기뻐 보인다만."

“저를 졸장으로 생각한다면, 그만큼 방심하게 될 테니까요. 과대평가를 받는 것보다 과소평가를 받는 게 낫습니다. 제게 중요한 건 명예가 아니라 오직 승리뿐입니다."

"아주 좋은 마음가짐이야."

펑펑펑펑펑펑펑!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아군의 노예병들은 터져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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