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96화 > 1296.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요 3일간 적들은 길목마다 요새를 만들어 우리를 귀찮게 했다. 거의 3시간마다 요새를 맞닥뜨리는 수준이다. 그렇다고 요새를 무시하고 갈 수는 없었다. 요새를 피해서 돌아가면 시간이 많이 소모된다. 게다가 병사들의 사기도 떨어진다. 요새를 피한다는 것은 전투를 피한다는 것이니까.
아크 메이진 샤르넬도 3시간마다 대규모 마법을 사용하니 빠르게 지쳤다. 그렇다고 그녀의 마법 없이 요새를 공략하면 최소 몇 시간은 발이 묶인다. 요새를 함락시켜도 정작 얻는 건 별로 없다.
"이대로는 코발트 왕국에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대책이 필요해."
"딱히 뾰족한 방법은 없습니다. 요새를 만드는 악마 계약자를 죽여야 하는데… 그 악마 계약자는 우리와 최소 이틀거리는 떨어져 있을 겁니다."
스칼렛이 말했다. 차라리 놈들과 전면 대결을 펼치는 게 더 편할 지경이다.
"협상해야겠지. 솔프메드의 태양. 레오나 데이커드 후작에게 서신을 보내야겠어. 어제 기사 5명을 잡았지? 데리고 와."
스칼렛은 병사들을 시켜 포로가 된 기사 2명을 데려왔다.
"……5명 아니었어?"
"1명은 본보기로 처형했습니다. 2명은 반항이 심해 죽였습니다."
"…뭐, 서신을 전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니 상관없겠지.”
나는 포로 기사들에게 말과 서신을 주었다. 식량은 주지 않았다.
"정확히 일주일 주마. 일주일 내로 내게 데이커드 후작의 답변을 가져와라. 답변이 없다면 우리는 데이커드 후작령으로 움직일 것이다."
"…프루커스 백작. 당신은 죗값을 치르게 될 것이오!"
기사 한 명이 떠나기 전에 나를 보며 씹어뱉듯이 말했다. 아주 건방진 그 자세에 피가 끓어올랐다. 화련비도를 소환했다. 푸른색 오러 블레이드가 화련비도의 붉은 도신을 코팅했다. 나는 기사와 말을 단번에 베어갈랐다.
"너도 내게 할 말이 있나?"
경악한 얼굴로 날 보고 있는 기사를 쳐다본다. 기사를 이를 악물며 몸을 돌렸다.
“…서신은 데이커드 후작께 전하겠소."
기사는 두려움을 감추듯 서둘러 말을 타고 사라졌다.
나는 칼날을 허공에 털어냈다.
“스칼렛.”
"네. 주군."
"경로를 바꿔 카시오드 자작의 도시로 간다. 이렇게 우리를 농락하는데…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조금이라도 빨리 코발트 왕국으로 가야 하지 않습니까?”
나는 씩 웃으며 스칼렛에게 손을 까딱였다. 스칼렛이 내 곁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녀의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너한테만 말해주는 건데… 사실 시간은 크게 상관없어. 어차피 이쪽의 비밀 병기는 따로 있거든."
유리아.
유리아의 존재만으로 이 전쟁은 우리가 이길 것이다. 여차할 때는 다른 세계의 무기도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주군의 뜻대로 카시오드 자작에게 피의 철퇴를 내리도록 하지요."
군대가 방향을 꺾으며 카시오드 자작의 도시로 향한다. 대충 이틀 거리다. 뛰어가면 반나절도 안 걸려 도착하겠지만 12만에 달하는 대군과 함께 이동해야 한다.
“그런데 주군. 데이커드 후작에게 보내는 서신에는 어떤 내용이 적혀 있습니까? 혹시 거래를 신청했습니까?"
"뒤지기 싫으면 조용히 짜져 있으라고 적었어."
“…혹시 그대로 적었습니까?"
"돌려 말할 필요가 있나?"
“…데이커드 후작과의 전쟁을 준비해야겠군요."
나는 스칼렛을 데리고 마차에 올라탔다. 원래는 샤르넬의 처녀막을 따먹을 예정이었는데… 스칼렛과 대화를 하다 보니 그녀가 꼴렸다.
마차에 들어오자마자 스칼렛의 옷을 벗긴다. 그녀는 키가 크고 늘씬했다. 가슴은 C컵으로 내 손에 착 들어온다.
“으음…."
그녀는 저항 없이 내 손길을 느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입에서 차분한 교성이 흘러나왔다.
“아앙."
이틀 후.
카시오드 자작의 도시에 도착했다. 도시의 성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성벽 위에는 병사들이 우리를 누려보며 활을 겨누고있다.
"샤르넬. 가능하겠어?"
“마법만으로 피해를 주긴 힘들어. 저기 있는 마법사들 안 보여? 못해도 50명 이상이야. 내가 헬파이어 마법을 쓰면 바로 저 마법사들이 대응할 거야."
"네가 제대로 힘을 발휘하려면 저 마법사들부터 처리해야 한다는 거군."
아크 메이지는 예전 시대부터 계속 존재해왔다. 그런 만큼 아크 메이지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 방법도 존재했다. 그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지금처럼 대량의 마법사를 모아 방어에 집중하는 것이다. 화력 면에서 아크 메이지 한 명을 이기긴 힘들어도 방어는 다르니까.
나는 하늘을 바라봤다. 해가 산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아군 병사들도 방금 막 도착해서 지쳐있다.
"오늘은 휴식을 취하고, 내일 아침에 공성을 시작한다. 공성 무기는 자기 전에 준비해두도록. 샤르넬. 너도 컨디션 챙겨."
"흥. 네가 날 내버려 두면 돼."
“…오늘도 너의 천박한 가슴 댄스를 보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지."
"너는 진짜…. 하….”
샤르넬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성벽을 지켜보고 폼을 잡았다. 이번 전투에는 내가 직접 앞장설 것이다. 그래야 내 무용담이 널리 퍼지고, 군대의 사기도 오를 테니까.
한참 폼을 잡고 있을 때, 플로이가 나를 불렀다.
“주군. 성문이 열리고 기사가 말을 타고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카시오드 자작의 사신 같습니다."
“어떤 개소리를 할지 기대되는군."
병사들과 함께 카시오드의 사신을 맞이했다.
카시오드의 사신은 긴장한 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나는 오만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그를 맞이했다.
"프루커스 백작 각하. 처음 뵙겠습니다. 카시오드 자작님의 뜻을 대변하여 찾아온 팔레스트입니다."
“그래 팔레스트 경. 버르장머리 없는 카시오드가 무슨 말을 전하라고 했나?"
"……."
팔레스트가 발끈하려 했으나, 곧 호흡을 안정시키며 품에서 서신을 꺼냈다. 플로이가 서신을 받아 내게 건네주었다.
서신을 읽어본다.
미사여구를 제하고 요약하자면….
[당신이 원하는 것은 이곳에 없소. 군대를 끌고 꺼지시오. 당신에게 더 중요한 일이 있지 않소?]
나는 씩 웃었다.
“아주 건방지군. 마음에 들어. 플로이. 팔레스트 경을 죽여라. 경의 머리가 내 답변이 되어줄 것이다."
"예. 주군."
스르르르륵. 플로이가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팔레스트가 당황하며 뒷걸음질 쳤다.
"프루커스 백작 각하! 저를 사신으로서 정당하게 대우해주십시오! 저를 죽인다면, 모든 사람이 프루커스 백작 각하를 비난할 것입니다!"
"먼저 나를 모욕한 건 카시오드다. 놈은 좀 더 나를 공경해야 했다. 그리고 나는 개돼지의 비난 따윈 전혀 두렵지 않다."
팔레스트는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듯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주위에 있던 모든 여기사가 일제히 검을 뽑아 팔레스테에게 달려들었다. 수십 자루의 검이 팔레스트의 몸을 꿰뚫었다.
"플로이. 놈의 머리는 네가 직접 카시오드에게 던져줘라."
"예. 주군."
팔레스트의 잘린 머리를 본 카시오드가 분노하며 플로이에게 활을 쏘라 명령했다. 화살 비가 플로이에게 떨어진다.
플로이는 여유롭게 검을 휘둘러 떨어지는 화살들을 모조리 쳐냈다. 오러 마스터. 그것도 전쟁 경험이 풍부한 그녀에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설령 실수하더라도 몸에 걸친 드워프의 갑옷이 화살로부터 그녀를 지킬 것이다.
플로이는 상처 하나 없이 군대로 복귀했다.
"크아아아악!"
한밤중에 비명이 들렸다. 그것도 한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무언가 일이 터진 게 확실했다. 마차 안에서 유리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나는 눈살을 와락 찌푸렸다. 바깥 상황을 무시하려 했지만… 비명이 무려 5분 넘게 지속해서 들린다.
"유리아. 잠깐 밖에 갔다 올게."
유리아의 보지에서 자지를 빼낸다. 애액으로 젖은 자지가 아쉬움에 껄떡거린다.
"네. 주인님. 보지가 식지 않도록 손가락으로 쑤시고 있을게요."
“그러지 않아도 돼. 네 보지가 식기 전에 돌아올 테니까."
유리아의 입에 키스해 주고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입었다. 치솟는 짜증을 참으며 마차 밖으로 나갔다.
“아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악!"
"그, 그만해!!”
비명은 막사 안에서 들렸다.
병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여기사들은 검을 들고 주위를 돌아니며 만일의 사태를 대비 중이다.
나는 스칼렛을 찾아갔다.
"스칼렛. 무슨 일이야? 전염병이라도 창궐했어?"
"아닙니다. 수면 중인 병사들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돌연사하고 있습니다. 사인은 심장마비입니다만, 수면 중에 갑자기 돌연사하는 경우는 말이 안 됩니다. 저와 장교들은 몽마의 짓이라 짐작하고 있습니다."
"몽마라…."
우리의 적은 악마회 판테움이었다. 악마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피해 상황은?"
"181명이 사망했습니다. 비명을 지르는 병사들은 3분을 버티지 못하고 사망합니다."
"깨우면 되지 않아?”
"뺨을 때리고, 차가운 물을 뿌려도 깨어나지 않습니다. 마법사들도 속수무책입니다."
"다른 방법은 없어?"
"마법사들을 닦달하고 있습니다만… 악마에 대해서 잘 모르더군요."
유리아에게 물어봐야 하나?
군대에 참가한 마법사는 500명이 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정도로 무능할 줄이야.
"다만, 몽마를 찾아내 죽이면 해결될 거라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게 뭐 대단한 추측이라고. 몽마가 이 짓거리를 벌였으니, 몽마를 죽이면 해결되겠지. 중요한 건 몽마가 어디에 있느냐지."
"여기서 마법사들의 의견이 둘로 나뉩니다. 하나는 몽마가 누군가의 꿈속에 숨어 있거나… 그게 아니면 막사 어딘가에 숨어서 병사들의 꿈을 조종하고 있거나."
"……."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다.
천안(天眼).
천안은 여러 가지 효과가 있다. 그중에 하나가 마나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마나를 보면 몽마의 위치를 특정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밖으로 나와 바로 천안을 발동했다.
막사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시커먼 기운을 발견했다. 마나와는 다르다. 그 기운들은 하늘 위로 올라가 한곳으로 모이고 있었다.
"낄낄낄."
그곳에 3등신의 악마가 배를 잡으며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