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1290화 (1,290/1,497)

< 1290화 > 1290.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지이잉.

프루커스 저택 침실의 벽을 마나가 뒤덮는다. 공간이 일렁거리더니 원형 포탈이 생겨났다. 포탈 너머에는 테브라 영지의 내 침실이 보였다.

워프 게이트.

유리아가 설치한 워프 게이트가 드디어 성공한 것이다.

유리아가 나섰음에도 워프 게이트를 설치하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텔레포트와 달리 워프 게이트 마법은 먼 옛날에 실전된 마법이었기 때문이다.

"워프 게이트는 마법이라기보다는 마도구에 가깝습니다. 여기 아래에 마석을 끼우고 마나를 움직이면 발동할 수 있죠."

유리아는 보란 듯이 워프 게이트를 넘어갔다. 테브라 영지의 내 침실에서 그녀가 내게 말했다.

“이 워프 게이트란거… 다른 세계에도 설치할 수 있어? 현실에서 설치할 수 있으면 대박일 텐데."

"힘들어요."

유리아가 1초의 망설임 없이 즉답했다.

"세계마다 마나 파장과 법칙이 다릅니다. 그 세계의 법칙에 맞게 워프 게이트를 개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설령 개조하더라도.… 변수가 너무 많아 실패할 가능성이 커요."

"이렇게 워프 게이트를 만들었잖아. 가능하지 않아?"

“이 워프 게이트는 제가 만든 게 아닙니다. 고대 마법서에 남아 있는 약간의 정보를 제 방식대로 복원한 것에 불과합니다. 이 워프 게이트는 이 세계의 법칙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워프 게이트를 다른 세계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거네. 뭐, 어쩔 수 없지."

크게 실망스럽지는 않다. 내게는 워프 게이트보다 휴대성이 뛰어난 공간 이동 주문서가 있으니까.

"유진. 이쪽으로 안 넘어오시나요?"

내가 가만히 있자, 유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글쎄. 갑자기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안 드네. 거기에 뭔가 재밌는 게 있으면 또 모르겠지만."

"정말…."

유리아는 눈치가 빨랐다. 그녀는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바로 알아차리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 짓는다. 그녀의 양손이 드레스를 풀려는 찰나였다. 테브라의 내 침실 문이 벌컥 열리고 검푸른색의 긴 머리카락을 가진 메이드, 멜리사가 나타났다.

“마나의 파동이 느껴져서 와봤더니… 마침내 워프 게이트를 완성한 건가."

멜리사는 드레스를 벗으려는 유리아와 워프 게이트 너머에서 자지를 세우며 지켜보는 날 보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님을 알 텐데."

"…하하. 늘 있는 일이잖아."

나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워프 게이트를 넘었다.

나와 유리아는 멜리사를 따라 별채로 움직였다. 현재 별채에는 사흘 전에 날 찾아온 손남님이 머물고 있다.

멜리사는 노크도 없이 별채에 들이닥쳤다. 소파에 앉아 고급 초콜릿을 먹고 있던 여자가 나를 보더니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양 갈래로 묶은 붉은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늦어! 여기서 사흘이나 기다렸다고! 왜 이제야 오는 거야?!"

날 노려보는 그녀의 붉은 눈이 이글이글 타오른다.

나는 그녀를 보고 피식 웃었다.

얼굴은 예쁘장한데 키가 작고 가슴은 A컵이다. 아니, AA컵이다. 아예 가슴이 없는 거나 다를 바 없다.

샤르넬 구르치.

원작 히로인 중 한 명.

그녀와 나는 아카데미에서 만난 적 있었다.

키는 150cm 정도인데… 실제 체감되는 크기는 그보다 훨씬 작다. 작은 주제에 나이는 나보다 많다. 샤르넬은 카일과 동갑이었다.

샤르넬은 검은색 치마와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방 한쪽에 검은색 로브가 널려 있다. 골드웨이 아카데미 교복과 비슷한 패션이다.

몇 년 만에 만나는 건데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

'…실력은 변했군. 아크 메이지의 경지에 올랐나?'

지나칠 정도로 빠른 성장이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녀의 스승이 드래곤인 프리실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드래곤의 제자이니 실력이 있는 건 당연했다.

나는 멜리사가 가져온 의자에 앉으며 샤르넬을 마주 봤다. 샤르넬은 유리아를 확인하고 무언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의자에 털썩 앉았다.

“샤르넬 구르치. 사정을 설명해."

"…이야기 하자면 좀 길어. 카일은 어딨어?"

"카일은 서쪽으로 갔어. 거기 일손이 꽤 부족하거든."

아마 지금쯤 전쟁터에서 하나밖에 없는 팔로 열심히 적을 죽이고 있을 거다. 샤르넬은 강하게 혀를 차며 다리를 꼬았다. 체격이 너무 작아서 우스울 뿐이었다.

"믿을 수 있는 건 카일인데… 왜 스승님은 너랑 저 메이드를…."

"말조심해라, 샤르넬. 난 프루커스 백작이다. 그리고 유리아는 내 아내가 될 약혼자지."

멜리사가 의자를 하나 더 가져와 내 옆에 뒀다. 유리아가 차분히 앉았다. 멜리사는 유리아를 안주인으로서 인정하고 있다.

샤르넬은 기죽지 않았다.

"나는 아크 메이지야.”

아크 메이지는 백작 이상의 우대를 받는다. 특히나 지금처럼 전쟁이 대륙을 휩쓸고 있을 때는… 후작 자리도 얻을 수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경고로 끝나는 거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이나 해봐."

“…도와줄 거야?”

"도움을 받으러 왔나? 난 또 태도가 워낙 당당해서 뭔가를 요구하러 온 줄 알았는데."

샤르넬이 얼굴을 구겼다. 고함을 치려다가 상황을 파악했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관자놀이 혈관 툭 튀어나온 게 웃겼다.

"나는 졸업 후에 스승님을 따라갔어."

"프리실라 말이지? 프리실라는 잘 지내고 있나?"

프리실라를 생각하며 입맛을 다셨다. 한 번 맛본 드래곤 보지가 떠오르며 자지에 힘이 들어간다.

"…스승님은 봉인당했어. 널 찾아온 건… 스승님이 너와 유리아에게 도움을 청하라는 마지막 말 때문이고."

“프리실라가 봉인당해?"

무슨 헛소리를 하는가 싶었는데, 샤르넬의 진지한 얼굴을 보니 농담은 아닌 것 같았다.

"처음부터 자세히 말해봐."

“…나는 졸업하고 스승님과 함께 대륙 곳곳을 돌아다녔어. 스승님의 목적은 마석문(魔石門)을 찾아내 없애는 거였어."

마석문.

달리 데몬 게이트라고 불리는 그것은 마계의 마수와 악마를 불러오는 힘을 가진 돌이다.

나는 샤넬의 말을 집중해서 들었다. 프리실라는 총 6개의 마석문을 없앴고, 마석문을 설치하는 조직인 악마회 판테움과 긴 전투를 해온 모양이다.

"프리실라는 판테움에게 당한 건가?"

믿기 힘든 사실이었다.

프리실라는 그냥 드래곤이 아니다. 에이션트 드래곤. 고룡이다. 세계관 최강의 존재 중 하나다.

“스승님과 나를 습격한 건 판테움만이 아니었어. 레오시오 크라이소드. 그 망할 레드 드래곤이 악마와 손을 잡고 스승님을 습격했어! 나는 마지막에 스승님의 도움으로 도망칠 수 있었지만… 스승님은."

샤르넬이 눈물을 글썽인다. 나는 그녀를 보다가 의문을 느꼈다.

"프리실라는 봉인을 당했다고 했지? 죽이지 않고 왜 봉인한 거지?"

"제물이군요."

샤르넬보다 앞서 유리아가 말했다.

"악마를 소환하는 방법 중 하나는 제물 의식입니다. 아마 그들은 프리실라 님을 산 제물로 바쳐 마왕을 소환하려는 것이겠지요."

"…그쪽, 악마에 관해서 좀 알고 있네. 놈들이 마왕 소환 의식을 진행하기 전에 스승님을 구출해야 해. 알아? 마왕이 소환되면 중간계는 끝이야. 인간은 악마의 노예로 전락하며 고통받을 거야.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스승님을 구해야 해!"

“아뇨. 시간적 여유는 있습니다. 평범한 악마도 아닌 마왕을 소환하는 의식입니다. 시간, 장소, 제물, 의식.. 모든 게 갖춰져야 합니다. 제가 봤을 땐 최소 반년 이상의 여유는 있습니다."

냉철한 유리아의 말이 거슬렸을까. 샤르넬이 참지 못하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네가 뭘 안다고 그래!"

“저는 악마에 관한 연구를 오래전부터 해왔습니다. 그럴 기회가 꽤 많았죠. 악마에 관해선 제가 당신보다 잘 압니다."

"이게…!"

샤르넬이 마나를 일으킨다. 그녀의 양갈래 머리가 위로 붕 떴다. 공기가 순식간에 뜨거워진다.

호흡이 답답해진 내가 눈살을 찌푸리자, 유리아가 오른손을 흔들었다. 샤르넬의 마나가 사라지고, 공기도 원래대로 돌아온다.

샤르넬은 경악한 얼굴로 몸을 파르르 떨었다.

"어, 어떻게 내 마법을 한순간에 없애 버린 거야?!"

"위험해 보이는 마법이었기에 없앴습니다. 이런 실내에서 대마법을 사용하려고 하다니 정신이 나가셨군요."

"마법을 발동할 생각은 없었어! 그냥 위험만 하려 했다고! 아니, 그보다 네가 말한 건… 스승님이나 할 수 있는 기술이야! 너 대체 정체가 뭐야?!"

"유리아 그레이스입니다. 유진의 약혼자이며… 메이드입니다."

유리아가 나를 보며 웃는다. 나도 마주 웃으며 그녀의 뺨에 입을 맞췄다. 유리아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아, 짜증 나!!"

샤르넬이 고함이 팩꽥 지른다.

"음. 나도 짜증 나는군."

옆에서 멜리사가 맞장구친다.

아무튼 상황 설명은 끝났다. 봉인된 프리실라는 코발트 왕국 어딘가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내 생각에는 코발트 왕국 수도…. 왕성에 스승님이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레오시오 크라이소드는 코발트 왕국의 초대 국왕인 갈리서스 코발트야. 레오시오는 직접 코발트 왕국을 세우고 지금까지 암중에서 코발트 왕국을 지배해 왔다고 스승님에게 들었어."

“그렇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내가 왜 너를 도울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난 이제 설명을 내렸을 뿐이야."

샤르넬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안 도와준다고…? 스승님은 너와 유리아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했어…! 그래! 유리아! 도와줘! 날 순식간에 제압한 너와 내가 힘을 합치면… 저런 놈 도움 따윈 없이 스승님도 구할 수 있을 거야!"

"거절합니다. 저는 유진의 말만 듣습니다."

유리파가 내 오른팔을 끌어안았다. 나는 히죽 웃으며 샤르넬을 바라봤다. 샤르넬의 얼굴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처럼 붉었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더니 바닥에 무릎 꿇었다.

“세, 세계의 위기야! 도와줘! 스승님이 죽고 마왕이 소환되면 모두 끝장이라고! 나만 좋다고 이러는 거 아니야! 물질적인 보상은 스승님이 해주실 거야! 스승남님은 오랫동안 살아온 드래곤이야! 수집해온 재산이 많다고!"

"부탁하는 방법이 글러 먹었군.”

샤르넬이 이를 악물었다.

"…너희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면 돼. 카일…. 카일은 분명 내 부탁을 줄 거야."

"크크. 정보가 좀 느리네. 카일은 팔 한 짝 밖에 없는 병신이야. 그 팔 병신이 프리실라를 구한다고? 지나가던 개도 비웃을걸. 크크크."

"후후후.”

나와 유리아가 웃었다.

샤르넬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카, 카일이 팔 병신이라고…? 마, 말도 안 돼!”

"겨우 이런 걸로 너한테 거짓말을 할 것 같냐? 그리고 프리실라는 나와 유리아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했을 텐데. 스승의 말은 무시하는 거냐?"

“크윽…."

샤르넬이 고개를 푹 숙였다.

프리실라는 아마 내가 아닌 유리아의 힘을 원할 것이다. 하지만 유리아는 내 것이니 그 힘을 빌리려면 내 허락을 맡아야 한다.

나는 유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멜리사에게 턱짓했다. 멜리사는 고개를 내젓더니 샤르넬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귓속말을 들은 샤르넬이 발끈한다.

“그, 그런 걸 나보고 하라고?! 미쳤어, 멜리사?!"

“그게 주인님에게 도움을 구하는 방법이다. 하기 싫으면 됐다. 이대로 저택 밖으로 나가면 된다. 아쉬운 건 어디까지나 너라는걸 잊지 마라, 샤르넬."

"크으윽…."

샤르넬이 분한 듯 주먹을 꽉 쥐었다. 나는 유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샤르넬의 선택을 기다렸다.

사실 샤르넬이 이곳에서 박차고 나가더라도 상관없었다. 프리실라를 구할 것이다.

마왕이고, 뭐고 간에 프리실라는 내가 점찍은 여자다. 죽게 내버려 둘 수 없다.

샤르넬은 각오를 굳힌 듯했다.

옷을 전부 벗고 깔끔하게 개어 바닥에 내려두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녀는 천천히 내 발밑에 머리를 조아렸다.

약간 어설픈 알몸 도게자다.

가슴은 예상했던 대로 껌딱지였다. 보지는 털 한 가닥 없는 천연백보지다. 가슴과 달리 골반은 꽤 발달해 있었다. 피부는 흉터 하나 없이 깨끗했다.

나는 샤르넬의 붉은 정수리 위에 발을 올렸다.

"크크. 그래. 그렇게 부탁하는 거야. 이제야 좀 네 부탁을 들어줄 마음이 생기는군."

샤르넬은 계륵 같은 여자다.

얼굴은 예쁘긴 한데 내 취향이 아니다. 그렇다고 남들 주기에는 아깝다.

'가슴 좀 키워볼까. 이년은 얼굴과 몸의 비율은 나쁘지 않으니… 가슴만 좀 크면 괜찮을 것 같은데.'

마침 내게 딱 좋은 물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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