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1279화 (1,279/1,497)

< 1279화 > 1279. 페로몬 몬스터

뇌천류(雷天流) 뇌광(雷光).

붉은 궤적이 채드의 커다란 몸에 쇄도한다. 검날이 채드의 울퉁불퉁한 드레이크 가죽을 베었다. 피가 튀었으나, 치명상이라

부르기엔 밋밋했다.

“하하. 갑옷을 입어도 똑같구만."

채드의 커다란 오른 주먹이 날아온다. 나는 왼손을 들어 그의 주먹을 막았다. 그것만으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지며, 바닥 아

스팔트에 금이 갔다.

나는 투구 속에서 이를 악물었다. 스톰브레이커가 아니었다면, 채드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날아갔을 것이다.

나는 버티면서 정신을 집중했다. '다크 문' 세계의 내가 염력을 사용하는 느낌으로 등 뒤에 나립한 4개의 검을 자기력으로 제

어한다.

4개의 검이 동시에 허공으로 치솟는다. 기회를 노리듯 회전하던 검들이 붉은 뇌전을 발산하며 일제히 채드에게 떨어졌다.

등을 찌른 검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튕겨 나갔다. 드레이크의 가죽에서 가장 단단한 부위가 등이었다. 왼팔과 허벅지를 노린 검은 약간이나마 그의 몸에 파고들었다. 마지막 하나의 검은 목을 노렸으나, 채드가 고개를 틀어 검을 회피했다.

'……목이 약점인가?'

채드가 몸에 힘을 주었다. 왼팔과 허벅지에 꽂혀있던 검들이 사방으로 밀려 나갔다.

"처형 시작이다!”

그가 즐겁다는 듯이 말한다.

그의 머리가 변이를 시작했다. 물속에 들어간 슬라임처럼 형태가 일그러지더니 부피가 커지고 드레이크의 머리로 변한다. 육

식 공룡의 대가리와 매우 흡사한 모습이었다. 공룡의 아가리가 쩌억 벌어진다. 삐죽한 이빨들은 공포감마저 불러일으킬 정도

다.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이 모습을 맞닥뜨린다면, 트라우마를 얻게 되겠지.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1]

황급히 뒤로 물러나며 채드의 공격을 피했다.

파직.

바닥을 구르던 4개의 검들이 내 의지를 받아 하늘 위로 올라갔다. 천둥소리가 하늘을 가득 채운다.

'떨어져라.'

4개의 검은 붉은 벼락이 되어 일제히 추락했다. 노리는 것은 채드의 목이 아니었다. 검들은 각각 채드의 사방을 점했다.

"허어? 무슨 수작이냐?!"

뇌천류(雷天流) 뇌명(雷鳴).

4개의 검이 붉은 뇌전을 휘감으며 공명한다. 4개의 검을 중심으로 붉은 전류가 이어지며 그 전압을 서서히 끌어올린다.

채드의 공룡 대가리가 싹 굳어졌다. 직감인가. 아니면 본능인가. 채드는 뇌명을 위험성을 알아차렸다. 그가 급히 자리를 피하

려고 한다.

[가속을 사용합니다. 10분 동안 유지됩니다. 남은 스택: 0]

질풍신뢰에 더불어 가속.

찰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엄청난 속도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어딜 그렇게 가냐, 파충류."

"…네놈에게도 비장의 한 수가 있다는 건 인정하마. 그래도 아무리 엄청난 공격이라도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그가 옆으로 피하려는 순간, 나는 대놓고 그에게 달려들었다. 노리는 건 채드의 목, 이를 드러내며 반격한다. 나를 쓰러뜨리거

나, 날려 보낸 뒤에 자리를 피할 속셈으로 보였다.

그러나 나는 놈의 전투 방식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했다. 거기에 내가 입고 있는 스톰브레이커는 방어력 하나만 따지면 둘째

가 서러울 정도다. 버티는 건 일도 아니다. 무엇보다.

파지지지지지지직!

4개의 검을 중심으로 공명하는 번개가 점점 더 강해지며 놈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다. 그 자랑스러운 드레이크의 가죽에도 조

금씩 그을림이 생겨나고 있다. 전격의 소용돌이가 그를 조금씩 분해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나는 멀쩡하다. [뇌전]과 뇌천류에 의해 전격에 있어서 만큼은 완전 면역에 가깝다. 그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는 모르지

만, 적어도 눈앞에 있는 도마뱀보다는 훨씬 멀리 있겠지.

육탄전을 이어 나간다. 채드의 짐승 같은 공격은 하나, 하나가 위협적이다. 놈의 손바닥에스톰브레이커 어깨가 우그러지고,

주먹의 충격파는 뼛속까지 침투해 온다.

그러나 버텼다.

1분간의 짧은 육탄전에서 나는 쓰러지지도, 치명상도 입지 않았다.

파지지지지지직!

채드의 몸이 서서히 부서지고 있다. 몸에서 튀어나온 피는 땅에 닿기도 전에 붉은 전격에 의해 증발한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채드가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며 전격의 소용돌이 속에서 도망치려고 한다.

"어림도 없지."

도망치는 채드의 꼬리를 붙잡는다. 전격예 몸이 부서지고 있는 놈은 아까처럼 압도적인 함힘을 내지 못했다.

채드를 바닥에 처박았다. 놈의 변이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마운트 자세를 잡고 채드의 대가리를 주먹으로 후려쳤다.

퍽! 퍽퍽!

한동안 그를 후려치던 나는 슬슬 뇌명에도 한계가 왔음을 깨닫고 멀찍이 물러났다.

붉은 전격의 소용돌이가 한점으로 압축하더니 그대로 강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땅바닥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났다. 그 중심에 있어야 할 채드는 신체 일부도 남기지 못하고 소멸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뒤에서 경악하는 뉴욕 시민들을 뒤로하고 호텔로 발걸음을 옮긴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일까. 마침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 잭 테일러와 맞닥뜨렸다.

짧은 갈색 머리를 깔끔하게 정리한 건장한 체격의 남자였다. 정장을 입고 회색 코트를 걸쳤다. 전체적으로 스마트하고 부드러

운 인상이다.

"반갑습니다, 주피터. 블루캐드로부터 들었습니다. 당신의 도움에 감사하고 있습니다만, 공식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이해합니다."

사람들이 날 다크 히어로라고 치켜세우지만, 나는 범죄자였다.

“당신의 공로는 잊지 않겠습니다."

잭 테일러는 나를 지나쳐 호텔 밖으로 나갔다. 스포트라이트가 그를 비춘다. 내 일은 끝났다. 나는 카메라가 없는 비상계단으

로 이동해 공간 이동 주문서를 찢었다.

소피아를 만났다. 그녀의 얼굴에는 기쁨과 슬픔이 동시에 공존하고 있었다. 슬픔의 이유는 우리가 헤어지게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

"고마워요. 당신 덕분에 미국의 미래는 안전할 거예요."

"소피아. 오늘 밤에도 당신을 허락해 줄 수 있나요?"

“그렇게 말하니 거절 못하겠잖아요.”

우리는 전투 섹스의 시간을 보냈다.

[정보 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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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보 말살을 사용해 내 존재를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주피터의 존재는 사라질 것이고, 나는 내 일상으

로 돌아가면 된다.

소피아와 나는 알몸으로 침대에 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봤다. 잭 테일러의 기자회견이 생중계 되고 있었다.

이미 세상은 주피터의 행적을 통해 주지 보시의 비리를 알아차렸다. 주피터는 오직 주시 보시와 관련된 범죄자만을 처단했기

때문이다. 이제 필요한 건 주지 보시를 떨어뜨릴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그 한방은 잭 테일러가 터트릴 거다.

-여러분. 최근 주피터가 11명의 범죄자와 S급 헌터 채드 로벨을 살해했습니다. 11명은 흉악한 범죄자였고, 채드 로벨은 품행

이 좋지 못한 S급 헌터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주피터에게 죽을 이유는 없습니다. 주피터는 힘을 가진 범죄자일 뿐입니다.

그는 공권력을 무시했습니다. 미국 그 자체를 무시하고 사적제재를 진행했습니다. 주피터는 범죄자일 뿐입니다.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침대 끝을 잡은 소피아는 몸을 부르르 떨었고, 나는 모니터 속의 잭 테일러를 노려봤다.

-주피터에게 죽은 11명의 범죄자는 모두 주지 보시와 관련 있는 인물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만, 그게 정말 진실입니까? 그

저 추측일 뿐입니다. 증거가 없습니다. 소피아 메이버스의 기사? 그것들은 모두 몇 년 전의 기사입니다. 그 기사들은 진실이

아니라 의혹을 제공했을 뿐입니다. 저는 직접 소피아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확실한 증거가 있냐고 물었고,

그녀는 증거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아악!"

소피아가 소리 질렀다. 그녀가 모니터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기 전에, 내가 달려들어 그녀의 몸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진정해요! 소피아!"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잭 테일러…!!!"

-여러분에게 제 이름을 걸고 말하겠습니다. 보시는 결백합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보시와 범죄자들이 결탁한 증거들은 모두

조작된 것들입니다. 증거라 부르기도 민망한 것들이죠.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보시는 결백합니다.

본래 여기서 잭 테일러가 보시를 비난하고 증거를 보여야 했다. 다른 정치인들도 잭 테일러를 지지하고, 주지 보시의 몰락 시

발점이 되어야 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를 비롯한 신미당은 주지 보시를 지지합니다. 보시가 미국을 더욱 위대하게 만들 것입니다.

“말도 안 돼…."

망연자실한 소피아의 몸에서 힘이 빠진다. 나는 그녀를 침대에 앉히고 생각에 잠겼다.

'잭 테일러는 처음부터 보시 편이었나?'

그건 아닐 것이다. 처음부터 보시의 편이었다면, 블루캐드를 이용할 이유가 없으니까.

'호텔에 구류된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보시와 거래를 했거나…. 아니면 보시에게 협박당했거나.'

모니터 속의 잭 테일러는 협박당하는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두 눈은 신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를 따르는 다른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이렇게 한순간에 바뀔 수 있나?'

하나 떠오르는 게 있었다.

정신 조작.

그러나 이들은 미국의 정치인이다. 세계 최고의 나라, 미국. 미국의 정치인이 정신 조작을 대비하지 않는다고?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게 있었다.

광원교.

그 잔당이었던 빌 하이튼.

'광원교. 그놈들이 다른 세계의 힘을 사용했다면… 가능성 있지.'

원래도 괴상한 방식으로 사람을 세뇌하는 놈들이었다. 정치인의 정신을 조작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마구잡이로 세뇌하지 않고 미국 정치인을 집중적으로 세뇌한 걸 보면・ 세뇌에도 뭔가 조건이 있는 모양이군.'

광원교.

생각만 해도 짜증이 치솟는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입기 시작했다. 보시도 마음에 안 들고, 광원교놈들도 마음에 안 든다. 이대로는 못 있겠다. 직접

그놈들을 물 먹여 줘야 앞으로 발 뻗뻔고 편안히 잘 수 있을 것이다.

“……어디 가시나요?"

"보시를 끝내고 오겠습니다. 미국을 구해야죠."

"보시를 죽이겠다고요? 그건 불가능해요. 지금 보시를 지키는 보디가드 30명은 모두 A급 능력자들이에요.”

"보시를 죽일 생각은 없습니다. 소피아의 말대로 불가능하고요. 하지만 놈을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릴 방법은 있습니다. 갔다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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