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8화 > 1238. 다크문
가면을 쓰고 정장을 입은 상태로 저택 밖으로 나갔다. 대외적으로 남작이 고용한 특수 용병이라는 설정이기에 군복은 입지않았다.
나는 매서운 눈으로 저택 주변을 둘러봤다.
'만약, 적이 습격해온다면…. 정문이 아니라 후문으로 오려나? 의외성을 찌르려고 정문으로 올 수도 있겠지.’
가장 무난한 건 벽을 타고 넘어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가장 어렵다. 벽에는 전류가 흐르고, 자동 전투 기계가 설치되어있다. 벽을 넘으려고 하는 순간부터 기관총이 적을 인식해 벌집으로 만들 것이다.
저택을 돌아다니던 나는 정문이 유독 소란스러운 걸 느꼈다. 정문으로 향하자 경호원을 상대로 말씨름을 하는 남자가 보였다.
낡은 모자와 작업복을 입은 남자였다. 구릿빛 피부는 수척했고, 턱에 난 수염은 며칠이나 방치된 것 같았다. 브리핑 때 본 얼굴이다. 빌 클랙슨. 프텔가르 남작과 대립하는 노동자 대표.
"노동자 대표로서 프텔가르 남작과 이야기하고 싶다!"
".…곤란합니다. 클랙슨 씨. 현재 프텔가르 남작님은 몸이 좋지 않아 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계십니다."
빌 클랙슨은 얼굴을 와락 일그러뜨리며 노호를 터트렸다.
"웃기지 마라! 정문을 통해 저택에 들어간 창녀를 오늘 아침에 똑똑히 봤다! 몸이 좋지 않은 놈이 집안으로 창녀를 부르
나?!"
"클랙슨 씨가 착각하고 계십니다. 그 여자는 창녀가 아니라 간병인입니다."
"작작해라! 프텔가르 남작을 불러! 나는 그와 이야기하러 왔을 뿐이다!"
악을 쓰는 클랙슨을 보며 경호원은 고개를 내저었다.
"하아. 클랙슨 씨. 이래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때였다.
뒤에서 검은색 자동차 한 대가 다가왔다. 정문 앞에서 멈춰 선 자동차의 문이 열리고 여자들이 우르르 내렸다. 모두 평균 이상의 미녀들이었는데 웃이 짧았고, 허벅지와 허리, 어깨 등에 문신이 그려져 있으며, 머리카락은 형형색색으로 화려했다.
창녀들이다. 그것도 비싼 창녀들.
나는 저도 모르게 숨을 삼키며 창녀들을 훑어봤다.
“아저씨, 문 열어줘요. 우리 처음 보는 것도 아니잖아요."
".…지금 열겠습니다."
경호원이 정문을 열었다. 지켜보고 있던 빌 클랙슨이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를 주시하고 있던 경호원이 바로 빌 클랙슨의몸을 잡아 밖으로 내던졌다.
"크어억! 이, 이건 폭행이야!"
“이건 정당방위입니다. 뭣하면 경찰에 신고하셔도 됩니다. 아니지, 제가 경찰에 신고하는 게 맞겠군요. 클랙슨 씨.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돌아가십시오."
"빌어먹을…빌어먹을…빌어먹을…프텔가르!!!”
빌 클랙슨이 벌떡 일어나 다시 정문을 향해 달려들었다. 경호원은 익숙하다는 듯 빌 클랙슨을 막았다.
“이쯤하고 돌아가십시오. 봐주는 것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최후 협상일이 3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건강한 상태로 협상에 임하셔야지요."
"지금… 협박하는 거냐?!"
“협박이 아니라 경고입니다. 10초 내로 돌아가 주십시오. 그러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습니다."
빌 클랙슨은 경호원을 잔뜩 노려보다가 몸을 돌려 사라졌다.
정문 안에 들어와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창녀들이 깔깔거렸다.
"뭐야, 시시하네. 남자라면 한번 해봐야지."
“남자 주제에 꼴사납네."
"돈도 없어 보여. 그냥 짜져 살 것이지 왜 저러는 거야."
저들끼리 웃던 창녀들이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녀들이 인상을 확 찌푸렸다.
“거기 가면 아저씨. 뭘 보고 있어?"
"우리가 탐나요? 돈은 있어요?"
"무릎 꿇고 빌어봐. 그럼 가슴 정도는 보여줄게."
“그래도 몸은 좋네. 나중에 가게에 찾아와. 서비스해 줄게."
“얘들아, 그거 알아? 의외로 몸 좋은 남자들이 자지가 작은 경우가 많더라. 내 경험에 의한 정보야."
나는 오른손을 들었다.
파지지직.
손바닥에서 전류가 튀었다.
깔깔 웃던 창녀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지켜보고 있던 경호원이 다가왔다. 단호하게 빌 클랙슨을 상대하던 태도와 달리 나를 보고 쭈뼛거린다.
"그, 가면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그녀들은 남작님의 손님입니다."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오른손에서 펄떡거리던 전류가 더 강렬해진다. 경호원과 창녀들이 벌벌 떨었다.
그들은 내가 화났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나는 화가 난 게 아니다. 그 반대다. 경호원과 창녀들이 나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에 짜릿함을 느꼈다. 성적인 쾌락과는 다르다.
'이건 권력이다….'
빠르게 마음을 가라앉힌다. 손에서 파지직 거리던 뇌전도 없앴다.
“저 여자들. 확인했나?"
내 목소리는 저음으로 변조되었다. 가면의 음성 변조 기능이었다.
“그녀들은 남작님의 손님입니다. 이미 몇 번이나 저택을 방문했습니다."
“그건 예전 일이지. 지금은 중요한 시기다. 최후 협상일까지 3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저 여자들을 모른다. 그리고저 여자들이 어제 매수되었을지도 모를 일이 아닌가. 저 여자들이 사고를 치면 네가 책임질 건가?"
책임.
그 단어에 경호원이 움찔거렸다. 어느 시대든 말단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책임이었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저 여자들을 철저하게 검사한다."
나는 창녀들을 향해 걸어갔다. 마나를 슬쩍 흘려주는 것만으로도 일반인인 그녀들은 압도당해 몸을 떨었다.
[바람 장막]
2급 바람 마법을 사용해 창녀들 주위에 바람의 벽을 세웠다. 창녀들이 도망가는 걸 막기 위해서다. 마법을 본 창녀들은 시선을 내리깔았다. 기선 제압은 성공했다.
팔짱을 끼고 기계처럼 무감정한 목소리로 창녀들에게 말했다.
"너희가 옷 속에 무기를 숨겼는지 확인하겠다. 옷을 벗어라."
"이, 이러고도..…!"
반항하는 창녀를 바라봤다.
"히이익!"
창녀는 겁에 질리더니 뒤로 물러났다. 허나 그것도 바람 장막에 막혔다. 바람 장막이 창녀의 등을 떠밀었다.
"옷을 벗어라. 이건 확인 작업이다."
“.가면님. 아무리 그래도 이건 지나칩니다."
경호원이 나섰다. 식은땀을 흘리면서 나를 똑바로 바라본다. 건방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약해 빠진 주제에 뭘 믿고 이렇게 나대는 거지?'
[그래비티]
중력을 증폭한다.
털썩! 경호원의 무릎이 바닥에 닿는다. 중력에 의해 상체가 짓눌리며 고개까지 아래로 떨어진다.
"크으으으, 크으으윽…!"
경호원이 필사적으로 버틴다. 그의 피부 위로 핏줄이 툭 튀어나왔다. 나는 조용히 그를 지켜봤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감히 주제… 넘었습니다…! 그, 그만해주십시오! 이러다가..…!"
그의 귀와 코에서 피가 터져 나온다. 그의 몸이 점점 내려가더니 결국엔 머리가 땅에 닿았다.
"사, 살려주십시오…!"
그래비티 마법을 해제했다.
경호원이 축 늘어졌다.
"지금까지 너희만의 방식으로 남작을 지켰겠지. 허나, 이곳에 내가 있는 이상 내 방식을 따라야 한다. 불만 있나?"
"…없습니다.”
경호원이 마른기침을 흘리며 말했다.
나는 다시 창녀들을 바라봤다. 내 시선을 느낀 창녀들이 파르르 떨었다. 개중에는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앉은 여자도 있었다.
"벗어라."
"네, 네!"
창녀들이 옷을 벗었다. 안 그래도 그리 많은 옷을 걸치고 있지 않았기에 알몸이 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조용히 군침을 삼키며 창녀들의 몸을 훑어봤다.
"지금부터 수색을 시작한다. 가만히 있어라."
가까이 다가갔다. 소지품을 확인하고 창녀들의 몸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가짜 가슴이군. 내 눈을 속일 수 없다. 가슴 안에 무기를 넣어놨나?"
"아, 아니에요. 그냥 인공 가슴이에요."
"흠. 이건 주물러 볼 수밖에 없겠군.”
인공 가슴을 주물러봤다. 기술력이 발달한 시대인 만큼 촉감은 진짜 가슴과 흡사했다. 그러나 뭔가 20% 정도 부족했다. 그게 뭘까 고민하던 나는 금방 답을 찾았다. 감동이 부족했다.
"입안을 확인하겠다. 입을 최대한 크게 벌려라."
"네…."
"…이빨이 조금 다르군. 이빨에 무슨 짓을 한 거지?"
"옛, 옛날에 이빨이 깨져서 수술한 건데요.…."
“이빨에서 미약하지만 마나가 느껴진다."
"아. 큰맘 먹고 마법 이빨로 바꿨어요. 충치나 구취를 신경 쓸 필요가 없어져서 편리해요."
"…청결 마법을 응용한 건가. 별게 다 있군. 다음은 아래쪽을 확인한다. 엎드리고 엉덩이를 내밀어라."
그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아래…쪽도요?"
"여성기와 항문은 무기를 숨기기에 최적의 신체 부위다. 설마 창녀 주제에 수치심을 느끼는 건가?"
"창녀도 인간이에요!"
"…너랑 말다툼하고 있을 시간 없다. 시키는 대로 해라.”
파지직.
손바닥 위에서 전류가 위협적으로 튀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상체를 아래로 숙이더니 엉덩이를 내게 내밀었다.
주기적으로 관리하고 있는지 보지와 애널은 깨끗했다. 다만, 소음순이 좀 지나칠 정도로 축 늘어져 있는 게 흠이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보지와 항문을 벌려 검사를 진행했다.
"통과. 문제없군. 다음."
창녀들은 수치심에 떨면서 검사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검사받을 창녀는 신입으로 보였다. 다른 창녀들보다 담이 약한지 계속해서 몸을 떨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그냥넘어갈 수는 없다.
'여자들마다 보지와 애널이 다 다르게 생겼군. 뭐, 당연한 사실이긴 한데… 눈으로 확인하니 꼴리는군.'
자지가 발기하는 걸 필사적으로 막았다.
“아무 문제없군. 너도 통과."
나는 말을 멈추고 멈칫했다. 마지막 창녀의 몸을 일으켜 세우고, 그 몸을 꼼꼼히 살펴봤다. 정확하게는 그녀의 몸에 새겨진 문신들을.
"뭐, 뭔가요?"
허리, 어깨, 허벅지, 목덜미에 새겨진 검은색 장미 문신. 대충 봤을 때는 평범한 문신으로 보인다.
“…마법진이군."
문신에 마법진의 패턴을 숨겨 놓았다. 실력 있는 마법사의 솜씨다.
그녀를 힐곳 바라봤다. 마나가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매춘부다. 문신을 직접 그렸을 리는 없을 테고…
"문신은 어디에서 새겼지?"
“네?"
"대답해라."
“그, 그게 친구의 추천을 받아 타투이스트를 소개받았는데…"
그때였다.
그녀의 등에 그려진 문신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마법진이 발동하고 있다.
'…흑마나?'
이건 흑마법이다.
판단을 내린 나는 바로 찰나의 시간 속으로 들어갔다. 느려지는 시야 속에서 마법 술식을 준비한다. 세계가 원래의 속도를 되찾는 순간에 마법을 발동한다.
[그래비티]
[바람 장막]
[배리어]
세 개의 마법이 거의 동시에 발동한다. 동시에 내 앞에 있는 창녀는 증폭된 중력에 의해 앞으로 고꾸라지더니 육체가 폭발했다.
철퍽!
창녀의 내장 조각이 배리어에 부딪혀 아래로 주르륵 미끄러진다.
“꺄아아아아아아악!"
여자들이 내지르는 비명 속에서 냉철히 생각했다.
'이건 3급 흑마법인 생체 폭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