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6화 > 1236. 다크문
점호가 끝나고 취침 시간이 되었다.
베개에 머리를 눕히고 모포를 목까지 덮은 나는 말똥말똥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봤다.
'미치겠네.’
몇 시간 전에 렉시에게 받아서 먹은 정력제가 아직도 효과를 발휘 중이다. 9번이나 사정했음에도 발기가 가라앉지 않는다.
'한때 유명했던 불법 약이라더니.… 효과가 너무 좋잖아.'
무릎을 세웠다. 이러면 발기한 자지를 들키지 않을 것이다.
"211호."
옆자리의 212호가 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이미 그녀는 사일런스 마법을 사용해 목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했다.
"오늘은 뭔가 다르네.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212호가 내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갈색 머리의 그녀는 성인 여성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어린 티가 있었던 예전과는 다르다. 나는 새삼스레 그녀와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욱신.
발기한 자지가 꿈틀거린다. 지금 이 상황에서 조금만 자극받아도 사정할 것 같았다.
"오늘따라 피곤해서 그래. 지금도 잠이 막 쏟아져."
"평소처럼 많이 이야기 못 나누겠네. 간략하게만 할게. 오늘 낮에 지나가면서 들은 건데… 반년 뒤에 프로젝트가 끝나고 우린 정식으로 부대에 배치될 거래."
배틀 메이지 프로젝트의 끝.
나는 마음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프로젝트가 성공한 순간부터 새로운 배틀 메이지 프로젝트가 시작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새로운 배틀 메이지 프로젝트가 다른 곳에서 진행 중일지도 모른다.
'반년 뒤에 끝난다고? 웃기지 마. 프로젝트가 끝나더라도 내 복수심은 안 사라져. 반드시 복수한다. 이 빌어먹을 부대와 배틀 메이지 프로젝트를 제안한 알파 티어 제약에 복수한다!'
이불 속에서 보이지 않게 주먹을 꽉 쥐었다.
212호의 말대로 반년 뒤에 프로젝트가 끝나고 부대에 배치되어 계급을 받고 정식 배틀 메이지가 되더라도 감시가 떨어질 거라는 보장은 없다. 내가 생각했을 때 높은 확률로 평생 군부대에서 일해야 할 것이다.
'평생 군에 있을 생각은 없어. 기회가 되면… 도망친다.
그러기 위해선 오른쪽 팔뚝에 새겨진 노예 인장부터 제거해야 한다.
"반년 뒤에는 마나 진액을 받지 않아도 괜찮겠지?"
"아마 그렇겠지. 요즘은 마나 진액을 받는 주기도 늘어나고 있잖아. 마지막으로 받은 게·. 2달 전이었나?"
"난 1달 전에 투여받았어. 211호. 역시 넌 대단하구나."
나는 입을 다물었다. 장난스럽게 잘난 척하며 대꾸할 기분도 아니었다. 머리에서는 복수심이 끓어오르고, 성기는 내 통제를 벗어나 껄떡거린다. 귀두에서 나오는 쿠퍼액에 팬티가 젖어가는 게 느껴진다.
212호는 내가 대답 없이 눈을 감자, 스윽 몸을 돌려 천장을 바라봤다.
"211호."
“…왜?"
"저번에 비누스 교관이 정식 부대에 배치되면 이름을 쓰게 될 거라고 말했잖아. 어떤 이름을 쓸 거야?"
".…글쎄. 아직 생각 안 해봤어. … 너는? 원래 이름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212호의 원래 이름이 무엇인지 모른다.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있어. 하지만 그 이름은 안 쓸 거야. 버린 이름이니까. 나는 새로운 이름으로 새롭게 시작할 거야. 이름도 이미 정했어. 다프네. 나무 요정의 이름이래. 예쁘지?"
“..앞으로 널 다프네라고 부르면 돼?"
"나중에. 여기서 벗어나게 되면."
그녀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사일런스 마법도 해제되었다. 212호가 잠든 것이다.
'성공적으로 복수를 하고 이곳에서 벗어난다면… 뭘 해야 하지?'
깊게 생각해본 적 없어서 모르겠다.
하지만 딱 하나, 군대의 병사처럼 누구 밑에서 소모품이 되어 살아가고 싶지 않다.
소모품이 될 바엔 소모품을 다루는 사람이 될 것이다.
나는 두 눈을 감았다. 쉴 틈 없이 떠오르는 잡념을 떨쳐내며 어렵사리 잠들었다.
번쩍!
두 눈을 뜬 나는 상체를 일으켰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하반신에서 쾌락이 밀려온다. 이를 악물었다.
'이놈의 정력제.… 지나칠 정도로 효과가 좋잖아.'
사정은 무려 10초 동안이나 이어지다 멈췄다. 아랫도리가 축축하다. 짧은 현자 타임이 찾아온다.
'오랜만에 하는 몽정이었어.'
나는 방금 꾼 꿈을 떠올렸다. 방금 꿔서 그런지 아주 생생했다.
배경은 방이었다. 그럭저럭 넓은 방의 중심에는 헐벗은 여인이 마사지 침대에 누워있었다. 나는 오일을 양손에 묻히고 그녀의 다리를 주무르며 마사지를 시작했다.
그녀는 엄청난 미녀였다. 긴 검은색 머리카락, 하얀 피부, 청초하면서도 도도한 얼굴. 커다란 가슴과 섹시한 엉덩이. 딱 내 이상형을 그려놓은 듯한 여인이었다. 꿈속의 나는 진지하게 마사지를 이어가더니 이윽고 그녀의 가슴과 음부를 노골적으로만졌다.
여인은 내 손을 거부하지 않았다. 교성을 흘리며 음란한 마사지를 즐겼다. 이윽고 꿈속의 나는 마사지 침대 위로 올라가 엎드린 그녀의 음부에 자지를 찔러 넣었다. 짐승 같은 섹스가 시작되었다.
'젠장.'
다시 자지가 벌떡 섰다.
나는 회상을 멈추고 조심스레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밝은 화장실에 들어오자 축축하게 젖은 바지가 훤히 보였다. 철컥. 화장실 문을 잠근 나는 세면대에서 바지와 팬티를 세탁하고 뜨거운 바람을 일으키는 1급 마법 히터로 바지와 팬티를 말렸다.
마법 덕분에 3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대로 돌아가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잠을 자면 된다. 그러나 아직도 뺏뻣하게 서 있는 자지를 보니 숙면하기는 글렀다는 생각이 든다.
'못해도 자지를 진정시킬 필요는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은 렉시와 몸을 섞는 것. 그러나 지금은 렉시를 만날 수 없었다. 나는 급한 대로 칸막이 문을 열고 들어가 변기 위에 앉았다. 그리고 자지를 손에 잡았다.
수치심을 느낄 필요는 없었다. 지금은 당장 이 커진 자지부터 해결하고 싶었다. 방금 꿨던 야한 꿈을 떠올리며 자지를 잡고 위아래로 훑었다.
'분명 꿈속에서 대화를 나눴던 것 같은데…… 이름이 한하린이라고 했던가?'
그녀의 출렁이는 젖가슴과 애액을 흘리는 보지, 음란한 표정의 예쁜 얼굴. 그 모두를 떠올린 나는 결국 사정했다. 요도에서 물총처럼 정액이 뿜어져 나와 화장실 벽을 후두둑 때렸다.
'…시발.'
허무감, 수치심, 모멸감 등등의 감정이 몸을 타고 오른다. 날 더욱 미치게 하는 것은 자지가 아직도 반쯤 발기한 상태로 껄떡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후 2번이나 자위를 한 뒤에 내무실로 돌아갔다. 잠을 자려고 자리에 눕는데 옆자리의 212호가 사일런스 마법을 사용했다.
"211호,"
"…안 잤어?"
"방금 깼어. 어디 갔다 온 거야?"
"화장실."
"거짓말하지 마. 몰래 간식 먹고 왔잖아."
"뭐?"
212호가 몸을 내 쪽으로 돌렸다. 두 눈을 빛내면서 기대감이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내가 달콤한 음식을 좋아하는 건 알지?"
212호는 달콤한 과자와 음료를 좋아했다. 특히 케이크라고 하면 환장할 정도다.
"미안한데, 진짜 화장실에 갔다 왔어."
“거짓말. 내 코는 못 속여. 너한테서 달콤한 냄새가 나. 얼마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온 거야?"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나는 음식을 먹긴커녕 방금까지 딸을 3번이나 치고 왔다.
“진짜 화장실에 갔다 온 거야."
"화장실에서 뭘 먹은 건 아니고?"
“…하아, 어떻게 하면 믿을 건데?"
"손을 줘봐. 아까 보니 네 손에서 달콤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어."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고 보니 화장실을 나올 때 대충 손을 씻었던 것 같다.
킁킁. 킁킁.
212호가 내 손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았다.
"이 냄새야. 왼손에서 나는 냄새였네. 이렇게 달콤한 냄새가 나는데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나는 네가 무슨 소리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몇 시간 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내 자지를 빨던 렉시도 그녀와 비슷한 말을 했다. 정액 냄새가 맛있게 느껴진다고. 심지어정액의 맛도 맛있게 느껴진다고. 나는 농담으로 치부했다. 내 정액에선 살짝 비린 정액 냄새밖에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게 좋은 냄새라고 하기엔 좀 그렇다.
할짝.
212호가 혀를 내밀어 내 손가락을 핥았다.
나는 깜짝 놀라 손을 빼려고 했으나, 그녀가 내 손을 놔주지 않았다.
"212호! 이게 무슨 짓이야?!"
"조금만.… 조금만 핥을게. 너무 맛있어서 그래.…."
그녀는 결국 5분 동안 내 손을 핥았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두 눈을 감았다.
"다음에는 혼자 먹지 말고 나한테도 줘."
212호는 잠들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변기에 앉은 나는 막 사정한 정액을 손바닥 위에 올리고 냄새를 맡아봤다.
"맛있는 냄새는 개뿔."
깨끗하게 손을 씻싯고 내무실로 돌아갔다.
다음 날, 나는 유독 활력이 넘치는 렉시 교관을 만날 수 있었다. 반대로 나는 뺨이 홀쭉해질 정도로 수척했다.
"뭐야, 211호. 오늘 상태 왜 이래? 이 누나가 왔는데 자지 제대로 안 세울 거야?"
"오늘은 못 해. 진짜."
나는 수척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반쯤 발기한 자지를 필사적으로 가렸다. 요염한 렉시의 눈을 보니 이러다가 복상사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으음. 피아그라를 또 얻어야 하나?"
“…피아그라?"
“어제 먹은 정력제. 어렵게 구한 건데… 또 구할 수 있는지 알아볼게."
"아니. 그러지 마. 내일. 내일 또 할 수 있어. 그거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으음. 알았어. 솔직히 가격이 비싸서 좀 부담스럽긴해."
“…근데 누나. 오늘따라 엄청 기분 좋아 보이던데."
"컨디션이 좋아서 그래. 비싼 물약으로 도핑한 기분이야. 으음. 어제 먹은 네 정액 덕분일지도?"
그녀의 말에 피식 웃었다.
“그럴 리 없잖아."
비누스 교관이 부대원들을 모두 작전실에 불러 모으더니 말했다.
“앞으로 2주 뒤, 프리셀 국군에서 건국 82주년을 기념해 기념행사를 진행한다. 국왕 전하를 포함한 귀빈들이 참석한다."
그의 앞에 앉은 나는 프리셀 왕국의 의도를 짐작했다. 군사력을 과시하려는 것이다. 군사력을 확인한 시민들로부터 지지도를 올릴 수 있고, 주변 국가에게는 경고의 뜻을 전할 수도 있다.
"또한 우리의 주적이자, 휴전 중인 하페일 공화국의 외교 사절단도 참석한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무엇보다 귀한 손님 두명이 건국 기념 행사에 참석한다."
비누스 교관이 천천히 주위를 둘러봤다.
"지금 너희는 의문을 느끼고 있겠지. 우리는 비공식 부대인데 기념행사와 무슨 상관이냐고, 너희가 수행했던 수많은 임무를 생각해라. 우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유명하다."
그럴 만도 했다. 거의 3년 동안 우리는 상부에서 내린 임무를 수행해왔다. 어려운 임무들이 대다수였고, 많은 임무를 수행해온 만큼 우리에 대해 소문이 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사령부에서 우리에게 기념행사에 참석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우리는 마도 특수부대로서 소개된다. 물론 가면을 쓰고 정체를 숨긴다. 기념행사에서 한마디도 하지 마라. 너희가 해야 할 건 무력을 선보이는 것뿐이다. 그리고 이참에 말하지. 6개월뒤에 너희는 진정한 배틀메이지가 될 것이다."
그 누구도 비누스 교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눈에 기이한 열망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진정한 배틀 메이지가 된다. 즉, 다시 말해서 이 빌어먹을 모르모트 생활이 끝난다는 말이었다.
나는 치솟는 살의를 필사적으로 숨기며 손을 들었다.
"211호. 질문 있나?"
"기념행사 때 온다는 귀한 손님 두 명이 누굽니까?"
“아, 아직 말하지 않았군. 너희도 상식을 배웠으니 우리 프리셀 왕국에 뒤처지지 않는 도시 국가 두 곳이 있음을 알 것이다."
"설마 그 두 곳에서 손님이 오는 겁니까?"
"그렇다. 향후 왕국의 동맹이 될지도 모를 디바인 프랑스(Divine France)와 네오 런던(Neo London)에서 두 명의 귀빈이
온다. 어떻게 보면 이번 기념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들이지."
비누스 교관은 홀로그램에 두 명의 정보를 띄웠다.
디바인 프랑스에서는 디바인 세인트 중 한 명인 수호 성녀 마르타가 참석한다.
네오 런던에서는 네오 원탁의 일원이자, 런던제일검이라 불리는 퍽시발 경이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