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27화 > 1227. 광명승천도
입마소장 배택주는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입마소의 세 번째 시험. 각각의 입소자들에게 부여한 임무의 결과가 나올 시기이기 때문이다.
“소장님. 25번은 임무에 실패했습니다."
교관이 보고서를 가지고 오며 간략히 말한다.
"25번의 임무는 뭐였지?"
배택주는 오랜 경험을 통해 보고서를 보는 것보다 교관에게 직접 묻는 편이 빠르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신교 동쪽에 있는 해밀 마을을 조사하는 임무입니다."
“조사 계열은 간단한 임무라 실패할 확률이 별로 없을 텐데? 임무 실패의 원인은?"
“해밀 마을에 천의맹이 있었습니다. 25번은 천의맹의 무인과 싸웠고 패배했습니다. 해밀 마을 전체가 천의맹으로 돌아선듯합니다."
"25번은 죽었나?"
"네. 정보원이 시체를 확인했습니다."
".…쯧. 천의맹인가. 이 사실은 상부에 올려야겠군."
입마소장은 이런 보고를 듣는 일이 익숙했다. 입소자들은 매년 죽는다. 이 같은 보고를 들을 때마다 그들에게 투자한 게 아까워지지만, 그렇다고 어중이떠중이들을 걸러내지 않을 수는 없었다. 천마신교는 최고의 인재를 원한다.
"슬슬 세 번째 시험도 끝나가는군. 가장 우수한 입소자는 누구지?"
"가장 뛰어난 입소자는 88번입니다. 임무 이상의 성과를 냈습니다. 그다음은 567번, 연예하 소저입니다. 그녀는 이미 우리 교관들의 실력을 뛰어넘었습니다. 다음은 366번입니다. 그는 작전과 모략에 뛰어납니다."
검마의 딸인 연예하와 달리 소천마인 88번의 정체를 알고 있는 건 배택주밖에 없었다.
"88번에 관한 평가가 부족하군. 88번이 최우수자인 이유가 뭐지? 567번보다 무력이 뛰어나나? 366번보다 두뇌를 잘 쓰
나?"
"…그게.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88번의 무력과 지력은 뛰어난 건 맞으나, 최상위라고 하기엔 약간 부족합니다. 하지
만 사람을 다룰 줄 압니다. 그는 이미 입소자들 대부분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입마소장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88번을 비웃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는 교관의 말이 기꺼웠다. 차기 천마가 인망이 있는 자라면 천마신교는 지금의 체제를 유지하며 멀쩡히 굴러갈 테니까.
"88번은 좀 더 특별한 무언가를 타고났다. 하지만 최우수자인 이유는 그것만이 아닐 테지?"
"좀 더 확실한 이유입니다. 저희는 입소자들의 능력과 배경을 제외하고 오직 성과로만 판단했습니다. 567번의 무력과 366번의 두뇌는 성과가 왜 이렇게 나왔는가에 대한 이유일 뿐입니다.”
"1등은 88번, 2등은 567번, 3등은 366번이다."
"예. 소장님."
"4등은?"
"4등부터가 조금 애매합니다. 후보는 2명입니다. 123번, 290번."
"1등부터 5등까지가 모두 88번의 1분대로군."
"예. 88번의 인재 보는 눈이 무척 뛰어납니다. 후에 88번을 입마소로 데려오면 안 되겠습니까? 일을 아주 잘할 것 같습니다."
"무리한 소리 하지 마라. 성적 우수자 상위 10명은 상부에서도 주시하고 있다.
“그냥 한번 해본 말이었습니다. 저는 290번이 4등에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왜지?"
"290번은 호위 임무를 완벽히 끝냈습니다. 그 과정에서 호행채라는 산적 단체와 마주쳤고, 산적들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섬멸했습니다. 흠잡을 부분이 딱히 없습니다."
"123번은?"
".…123번도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임무 난이도만 따지면 최상위에 속해 있습니다만, 임무 과정이 터무니없습니다. 290번이 호위하는 암상인에게서 사들인 벽력탄으로 선가장을 주춧돌 하나 남기지 않고 날려버렸습니다."
"선가장을 한 번에 날려버렸나. 신교는 무주공산이 된 하가시를 점령하겠군."
"예. 이미 부대 하나가 파견되었다고 합니다. 성과로만 따지면 123번이 더 뛰어납니다만, 그 과정이 문제가 됩니다. 이미
하가시에선 신교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떠돌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290번이 4등에 걸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군. 내 의견을 말하지. 123번이 4등이다."
교관들의 시선이 배택주에게 향한다. 입마소장 배택주는 교육자였다. 교관들이 궁금한 게 있다면 마땅히 대답해준다.
"123번은 마인이다. 신교에 어울리는 인재다. 알겠나, 지금 시대가 오며 신교는 얌전해졌다. 황제의 눈치를 보며 수많은 규칙이 생겼지. 명분이 없으면 마음대로 무림 문파를 공격하지도 못한다. 지금 신교는 이빨 빠진 호랑이다. 이런 상황에서 123번의 존재는 신교에 긍정적인 자극이 될 것이다. 아, 내가 지금의 신교에 불만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말도록."
"진짜 이유는 성과다. 신교가 하가시를 얻게 됨으로써 얻게 될 향후의 이익은 상당하다. 하가시를 타고 흐르는 신교에 대한 안 좋은 소문? 소문 따위야 공작을 통해 잠재울 수 있다. 가장 성가신 적인 선가장이 전멸했으니 손쉬운 일이다."
"하지만 123번은 벽력탄을."
“교관들."
"…네. 소장님."
"우리는 정파 떨거지가 아니다. 정파 놈들처럼 생각하지 마라. 우리는 신교다. 이기기 위해선 무엇이든 한다. 알겠나?"
"저희가 잠시 본분을 잊었습니다."
"4등은 123번이다. 5등은 290번. 다음은 6등부터 정하도록 한다."
배택주는 마음속으로 확신했다. 123번은 천마신교에 변화의 바람이 될 것이라고.
입소자 중에서 임무를 가장 먼저 끝마친 건 연예하였다.
그녀에게 세 번째 시험이 끝나는 날까지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허나 그녀의 성격상 휴식을 즐기는 일은 없었다. 매일 수련장에서 검을 휘두르고, 방에 돌아와서는 가부좌를 틀고 운기행공을 이어갔다.
그녀의 일상은 기계처럼 일정한 일상이었다.
연예하는 자신의 일상이 이상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허나 무인인 그녀에게 더없이 효율적인 일상이었다. 그녀의 일상은 폐관수련 그 자체였다.
인간은 게으르다. 일어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아 있으면 눕고 싶어진다. 허나 연예하는 달랐다. 그녀에겐 게으름을 부르는감정이 없었다. 감정이 없기에 기계처럼 수련할 수 있었다.
연예하는 무념무상으로 운기행이어가다가 조용히 두 눈을 떴다.
운기행공의 효과가 미미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빠르게 강해졌다. 참정마신검이 그녀의 감정을 내공으로 변화시키고, 수련 효율을 극대화해준 덕분이다.
허나 세 번째 시험이 시작된 한 달 전부터 수련 효율이 줄어들었다. 일주일에 4번 이상 자신을 범했던 남자가 사라진 게 이유였다.
'…그는 입마소에 있는 게 확실해.'
연예하는 일부러 그를 생각하며 증오를 일으키려고 했다. 참정마신검은 증오를 연료 삼아 더 강해질 것이 분명하니까. 실제로 참정마신검이 꿈틀거리며 반응했다.
'추정되는 범인 후보는 4명. 그중에 가장 의심스럽고 범인일 가능성이 큰 존재는…'
소천마 천유운.
모든 정황 증거가 천유운을 범인으로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연예하는 범인이 천유운이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그녀는 천유운을 비교적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게 친하다는 뜻은 아니었지만, 천유운의 성격 정도는 파악하고 있다. 천유운이 자신을 범할 이유가 없었다. 자신을 원했다면 예전부터 이야기가 나오던 약혼을 밀어붙였을 것이다.
'그가 범인이 아니라면….'
다음으로 가능성이 큰 남자는 2명.
제갈모순과 염구석이다.
제갈모순은 술법사다. 저번에 비무를 통해 그 실력을 확인했지만, 연기였을 가능성이 있었다.
염구석은 제갈모순 이상으로 범인일 가능성이 높은 남자다.
연예하는 지난 시간 동안 100번 이상 범인에게 범해졌다. 그중 범인은 꽤 자주 염구석의 목소리와 얼굴을 유지했다. 연예하가 범인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건 범인이 연예하의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묻는 걸 좋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예하는 은근슬쩍 범인의 얼굴을 손으로 만져보기도 했다.
'천유운과 염구석의 얼굴이 가장 많았어.'
범인은 기분파였다. 적어도 연예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 진짜 얼굴로 자신을 범한적 있을 것이다.
연예하는 범인과 나눴던 질문들을 떠올린다. 거의 모든 질문이 천유운을 범인으로 가리키고 있다. 하지만 그 질문 중 절반 이상은 염구석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범인이 거짓말을 하지 않은 이상은.
'염구석.'
연예하는 염구석이 범인의 정체인 것 같았다.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 일종의 직감이었다.
연예하는 기억을 더듬었다. 자신을 범하던 범인을 떠올리며 혹시 놓쳤을지 모를 결정적인 단서를 찾으려고 애썼다.
"읏…"
돌연 연예하가 신음을 흘리며 몸을 떨었다. 동시에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연예하는 살짝 놀란 얼굴로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유두 부분이 찌릿하고, 음부가 간지럽다. 그녀의 몸은 성적으로 흥분하고 있었다.
연예하는 당황했다. 허나 그것도 잠시. 참정마신검이 바로 발동했다. 당혹스러움이 사라진다. 흥분된 몸도 서서히 가라앉는다.
그러다 다시 몸이 흥분된다. 그녀는 음부의 간지러움에 자기도 모르게 손을 바지 속으로 집어넣었다. 꾸준히 제모를 해와 매끈한 음부에서 끈적한 액체가 흘러나오는게 느껴졌다.
'참정마신검은 발동 중이야. 꾸준히 내 감정을 없애고 있어. 그런데도 몸이 흥분한다는 건….'
육체는 정신의 지배를 받는다. 그러나 지금 연예하는 반대의 상황에 처해 있었다. 무의식인지 뭔지 몰라도 육체의 흥분에 따라 정신이 성욕을 느끼고 있었다.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해도 육체가 말을 듣지 않는다.
곤혹스러워하던 그녀는 육체의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취했다.
바로 자위!
그에게 범해질 때처럼 옷을 벗고 참대 위에 누운 그녀는 다리를 벌리고 음부에 손가락을 쑤셔 넣었다.
퓨웃, 풋풋!
"흐으으읏응?!"
연예하는 오랜만에 느끼는 쾌락의 자극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꺾었다. 벌어진 입에서 숨이 새어 나왔다. 어처구니없게도 그녀는 손가락을 한 번 쑤신 것만으로 절정을 느꼈다.
명백히 이상한 일이었다. 혹시 그 남자가 자신에게 무언가를 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녀는 가라앉지 않는 육체의 흥분을 느끼며 다시 손을 움직였다. 참정마신검이 계속해서 발동해 그녀의 성욕을 베어낸다.
허나 그것만으로 육체의 흥분은 가라앉지 않는다. 그에게 범해질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육체의 성욕을 해소하는 것이다.
연예하는 손가락으로 보지를 들쑤시기 시작했다. 애액이 사방으로 튀며 침대보를 적신다. 약 한 시진이 지났을 때. 그녀는손가락 3개로 보지를 쑤시고 있었다.
"하으으으으읍…!"
그녀는 가까스로 육체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