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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222화 (1,222/1,497)

< 1222화 > 1222. 광명승천도

‘모조리 죽인다…!’

살수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갑작스러운 돌진에 살수들이 당황한다. 내가 어둠 속에 숨어 있는 그들의 위치를 정확하게 보고 움직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류 살수들은 빠르게 당혹감을 수습하고 사방으로 흩어져 나를 포위해 암기를 날린다.

사방팔방에서 날아오는 암기는 알고 있어도 피하기 어려웠다.

참귀도법(斬鬼刀法) 악참(惡斬).

칼끝에서 커다란 참격이 일어나 사방에서 날아오는 암기들을 쳐냈다. 살수들은 암기 대신 준비한 그물을 꺼내 던졌다.

‘찰나.’

시야가 느려지고 그물이 느릿하게 떨어진다. 그물에 담긴 기세가 평범하지 않다. 찰나를 써도 피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나를 상대하기 위해 준비한 물건이다. 아마 평범한 그물은 아니겠지.’

무시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우우웅.

천마신공을 일으킨다.

쿵!

심장이 크게 뛴다. 그에 따라 마기가 기혈을 누볐다. 활력과 힘이 치솟는다.

칼날이 진동하는 듯하더니 검은색 검기를 만들어냈다. 금제가 풀린 상태에선 강기(罡氣)를 아무렇게 쓰는 나다. 강기에 강철이라면 검기는 플라스틱이었다.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래도 이 새끼들을 죽이는 데는 충분하다!’

나는 이를 악물며 검을 휘둘렀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검(天魔劍) 마풍(魔風).

검은 바람이 일어나 정면을 휩쓸고 지나간다. 검기를 담은 바람은 그물을 갈기갈기 찢고, 그 너머에 있던 살수마저 무참히 참살했다.

“빌어먹을. 저건 참귀도법이 아니잖아.”

“당황하지 마라. 무인이 실력을 숨기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하면 된다.”

“…숨겨 놓은 힘도 적당해야지. 저건….”

살수들은 말을 다물었다. 내가 살수들을 향해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민첩하게 움직이며 나와의 적정거리를 유지하며 주로 암기로 공격했다.

‘귀찮게 구는군.’

참귀도법(斬鬼刀法) 일풍반진(一風反眞).

찰나를 사용해 순식간에 가속했다. 피하지 못한 살 수 한 놈의 목을 벤다. 하늘로 떠오른 살수의 머리는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나는 왼손으로 살수의 머리를 잡아 야구공 던지듯 다른 살수에게 던졌다. 살수는 이를 악물며 동료의 머리를 주먹으로 쳐냈다.

두 명의 절명. 살수들은 일제히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약 20m의 거리다. 전투가 잠깐 멈추고 소강상태가 되었다.

나는 호흡에 집중했다. 입에서 마기가 새어 나온다.

‘천마신공의 초식과 기술은 이 이상 쓰지 않는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했다. 이곳 하가시는 천유운의 눈과 귀가 닿는 곳이다. 천마신공은 최대한 아껴야 한다. 물론, 이 세계 천마신교의 천마신공이 아닌지라 대놓고 보여줘도 알아차리지 못하겠지만…, 혹시 모르니 조심은 해야 한다.

‘젠장. 금제 때문에 천마신공을 쓰니 체력과 내공이 쪽쪽 빨리는군.’

미령이 내게 걸어준 금제는 견고하고 은밀하다. 그러나 내가 원할 때 바로 금제를 풀 수 있는 특성이 있었다. 문제는 그 특성 때문에 전력을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차라리 뇌천류면 모를까. 천마신공은 너무 거칠었다. 자칫하면 천마신공이 금제를 풀어버릴 수 있다.

살기가 느껴진다.

4명의 살수들이 다음 수를 준비했다.

‘내가 먼저 공격한다. 찰나.’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4]

세상이 느려지면서 놈들이 무엇을 준비하는지 알아차렸다. 살수 2명이 손을 등 뒤로 돌려 바닥에 어떤 액체를 뿌리고 있었다. 주술적인 무언가라고 직감했다. 특이한 일은 아니다. 요즘 살수들은 목표를 죽이기 위해선 뭐든지 한다. 독은 당연하고 저주도 거리낌 없이 사용한다.

나는 칼끝을 아래로 내렸다. 칼끝이 땅에 닿는다. 칼끝으로 땅을 그으며 위로 올린다.

참귀도법(斬鬼刀法) 역귀추(逆鬼追).

흙더미가 작은 파도처럼 일어나 살수들을 뒤덮였다.

“술진을 쓰는 걸 눈치챘나…!”

흙더미를 뚫고 나아가 가장 앞에 있는 살수를 죽였다. 목에 칼을 쑤시고 아래로 내리긋는다. 피와 함께 내장이 흙바닥에 쏟아졌다.

참귀도법(斬鬼刀法) 악귀십살(惡鬼十殺).

내공을 쥐어 짜내 십자 형태의 검기를 날린다. 남은 살수 셋이 검기를 피하고자 몸을 옆으로 날렸다. 나는 손에 든 칼을 투척했다. 퍼억! 살수 한 명의 미간에 정확히 꽂힌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뛰어가며 시체에 박힌 칼을 뽑았다.

‘남은 건 2명.’

벌떡 일어난 살수들은 서로에게 눈짓하더니 양방향으로 찢어져 도망치기 시작했다. 나는 우선 오른쪽 놈을 쫓아갔다.

‘놓칠 순 없다. 여기선… 뇌천류를 사용할 수밖에.’

가속.

찰나.

뇌천류(雷天流) 질풍신뢰(疾風迅雷).

몸에 시퍼런 전류를 휘감으며 도망치는 살수의 등에 칼을 꽂았다. 심장을 관통했다. 놈이 쓰러지기도 전에 몸을 뒤로 돌려 내달렸다.

홀로 남은 살수는 골목길로 들어갔다. 골목길을 이용해 날 따돌릴 의도로 보였다.

‘나한테는 천안(天眼)이 있다.’

천안은 시점을 바꿀 수 있었다. 하늘에서 도망치는 살수를 내려다볼 수 있는 것이다. 놈은 그 사실을 모른다.

파지직.

뇌기를 발바닥의 용천혈을 통해 터트렸다. 흙바닥을 박차고 앞으로 나아간다. 다리는 무거우나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었다. 풍경이 쭉쭉 바뀐다. 누군가가 나를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더욱 빠른 스타트를 위해 찰나를 사용했다.

“……!”

나는 두 눈을 부릅떴다. 눈앞에 전기가 보였다. 아니, 이게 전기인가? 전기와는 조금 다르다.

‘내가 가는 방향과 이어져 있다. 이건 꼭….’

레일(Rail)이다. 내가 가는 길에 레일이 깔려 있었다. 나는 무언가에 홀리듯이 레일 위로 발을 올렸다. 나는 번개가 되어 레일 위를 질주했다. 거의 1초 만에 도망치는 살수의 뒤를 잡았다.

“…전이술을 사용한 거냐?!”

경악한 살수가 내 찌르기를 피하며 반격을 위해 왼손을 들어 올린다. 놈의 손등에서 장갑을 뚫고 한 뼘 길이의 작은 칼날이 튀어나왔다. 칼날에 얇은 검기가 코팅되듯 이글거렸다.

그러나 내가 더 빨랐다. 놈은 날 죽이기 위해 팔을 휘둘러야 했고, 나는 의지만으로 내 몸에서 전류를 퍼뜨릴 수 있었다. 그 차이는 컸다.

“끄으으으으으!!”

감전당한 살수의 두 눈이 뒤로 뒤집혔다. 고기 타는 냄새와 함께 그의 몸이 힘없이 고꾸라진다.

‘전부 죽였다.’

한숨을 내쉬며 몸에서 힘을 푼 순간이었다. 쓰러지던 살수의 칼이 움직인다. 찰나는 스택을 전부 사용했다. 나는 다급히 뒷걸음질 쳐 칼을 피했다. 칼은 내 팔뚝을 스쳤다. 핏물이 튀었다. 다행히 상처는 깊지 않다. 약간 베인 수준이다.

“이런 씨발.”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짜증이 치솟은 나는 살수의 머리를 발로 걷어찼다. 아쉽게도 놈은 이미 죽은 상태였다. 화풀이로 살수 놈들의 시체를 전부 토막 내고 객잔으로 돌아갔다.

살수가 또 덮쳐올지도 모르기에 완전 회복을 아끼기로 했다. 다행히 살수의 습격은 없었다.

객잔에서 꿀잠을 자고 일어난 나는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오른 팔뚝에 통증이 느껴진다. 오른팔이 잘 움직이지도 않아.’

오른 팔뚝은 어제 살수의 칼에 베인 곳이었다. 아무래도 어제 맞은 칼에 독이 묻어 있었던 모양이다. 상의를 벗고 상처를 확인했다. 오른 팔뚝 피부가 흑녹색으로 변했다.

운기행공으로 독기를 몰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이건 독기가 몸 전체로 퍼지는 게 아니라 오른 팔뚝만 변질시킨 듯한 감각이다.

‘완전 회복을 쓸까?’

고민하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어쩌면 기회일지도 모른다. 선가장에 숨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추저를 끌어낼 기회!

‘놈을 찾아가 정식으로 비무를 신청한다. 내 팔이 정상이 아니란 걸 확인한 놈은 비무를 받아들일 수 있어.’

그렇게 싸우다 결정적인 순간에 완전 회복을 사용한다. 당황한 놈은 자세가 흐트러질 테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놈을 죽인다.

‘승리 대사를 생각해두는 게 좋겠군. 지옥에서 네 애미나 따먹어라. …아니야. 좀 진부해. 뭐가 좋을까.’

객잔 밖으로 나갔다.

어제는 피곤해서 대충 영업 중인 객잔에 들어왔는데, 낮에 보니 객잔이 영 아니었다. 청소도 제대로 안 하는지 바닥 여기저기에 얼룩이 묻어 있으며, 가구는 낡아서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손님도 별로 없었다.

1층으로 내려와 의자에 앉았다. 점소이가 신속한 발걸음으로 달려왔다.

“소협! 기침하셨습니까! 아침은 뭐로 대령할깝쇼?!”

“……아침 식사로 뭐가 있지?”

“우리 객잔 숙수 솜씨가 뛰어납니다. 어지간한 건 다됩니다.”

“말이 많군. 제일 잘 나가는 음식은?”

“손님들이 아침에는 어죽을 제일 많이 찾습니다.”

하가시는 서쪽에 강이 흐르고 있어서 물고기 요리가 많았다.

“어죽 한 그릇.”

“옙! 바로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점소이는 정말로 바로 어죽 한 그릇을 가져왔다. 국밥과 같은 시스템이다. 미리 잔뜩 만들어두었다가 손님이 오면 한 그릇씩 퍼주는 것이다.

어죽을 바라봤다. 비주얼이 영 그래서 그런지 식욕이 확 사라진다. 나는 물끄러미 어죽이 든 그릇을 바라봤다.

억지로 먹을 필요는 없었다. 인벤토리에 넣어둔 음식을 꺼내 먹으면 되니까. 인벤토리에는 7성급 호텔 부럽지 않은 유리아 특제 도시락이 가득했다.

하지만 나는 웬만하면 현지 음식을 한 숟가락 정도는 먹는 편이다. 다른 세계의 음식이란 점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러다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을 발견하면 무척 기뻐서 요리사에게 레시피를 얻어낸다.

“…….”

나는 왼팔을 들었다. 벽에 등을 기대고 쉬던 점소이가 바로 달려왔다.

“네, 소협. 뭘 도와드릴까요? 물 한 잔은 동 1냥입니다.”

“먹어봐라.”

“네?”

“이 어죽. 네가 먼저 한 숟가락 먹어라.”

“강호무정이다. 자고로 강호인은 함부로 음식을 먹지 않는다. 독을 경계하는 건 강호인의 미덕이기 때문이지.”

“미덕… 이요?”

“아무튼 먹어라. 어죽에 독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라.”

“어휴. 알겠습니다, 소협. 소협은 정말이지 뼛속까지 강호인이시군요.”

점소이가 숟가락을 들어 어죽에 푹 찔러넣었다.

“잠깐.”

“네?”

“누가 물고기 살점을 먹으라 그랬지? 국물을 먹어라.”

“…예.”

점소이가 어죽을 먹었다. 독은 없었는지 먹고도 아무렇지 않았다. 표정도 평온했다.

“이제 됐지요? 제가 객잔 경력만 5년인데 소협 같은 분은 처음입니다요.”

“…….”

나는 어죽 그릇을 집어 바닥에 떨어뜨렸다.

“허, 헉! 소협?! 이게 무슨 짓입니까! 독은 없다니까요!”

“이건 실수다. 새로 가져와라.”

“실수라고요?! 제가 분명 봤습니다! 그릇을 잡고 바닥에 떨어뜨리는걸! 망할! 이걸 치우는 건 제 일이란 말입니다!”

“실수라고 했다.”

잘 안 움직이는 오른손으로 칼자루를 만지작거렸다. 점소이는 사색이 되어 바로 미소를 지었다.

“시, 실수는 누구나 저지르기 마련이죠. 새 걸로 가져오겠습니다.”

점소이가 주방으로 뛰어갔다. 나는 점소이를 지켜보았다. 참고로 천안은 투시가 가능했다.

점소이는 국자를 들고 그릇에 어죽을 퍼담는다. 숙수의 눈치를 보더니 품에서 꺼낸 무언가를 어죽에 넣었다.

‘훗. 역시 살수였군. 내 직감이 이상하다고 했지.’

나는 다른 세계에서 암살 몇 번 당한 짬밥이 있다 보니 이런 쪽으로 촉이 좋았다.

‘아까 아무렇지 않게 어죽을 먹었다. 해독제를 미리 먹은 건가? 아니면 나중에 발동하는 독?’

뭐,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점소이가 새 어죽을 들고 다가왔다.

“새 어죽 가져왔습니다, 소협.”

“수고했다.”

점소이의 뒷머리를 왼손으로 잡았다. 그대로 왼손을 당겨 점소이의 얼굴을 방금까지 솥에서 팔팔 끓고 있던 뜨거운 어죽에 푹 담갔다.

“으으으으으으으읍!”

“어죽은 네놈에게 주는 최후의 만찬이다. 남긴 것들은… 지옥에서 먹도록.”

번개처럼 칼을 뽑아 점소이를 참수했다.

깔끔한 참수였다. 지나치게 깔끔했다. 목이 잘린 몸뚱어리는 죽음을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양팔을 허우적거렸다.

“꺄아아아아악!”

“허어어억!”

“사, 살인이다!!”

주변이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나는 점소이의 몸통을 발로 차며 소리쳤다.

“사장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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