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3화 > 1203. 광명승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천마신교의 입마소를 착각한다. 입마소에 들어가기만 하면 천마신교의 무공을 배워 고수가 될 수 있다. 라고.
입마소에서 무공을 배우는 건 맞다. 그러나 그 기간은 1년밖에 되지 않는다. 고작 1년 만에 고수가 될 수 있을까? 그게 가능했다면 천마신교는 이미 천하를 지배했을 것이다.
애초에 무공에 입문하지 못했다면 입마소에 들어가지도 못한다.
입마소는 재능을 가리기 위한 곳이었다. 재능을 없는 자들은 입마소에서 떨어져 나가고, 일정 수준의 재능을 가진 자들만이 입마소를 수료하고 천마신교의 진정한 무인이 될 자격을 얻는다.
그러니 진짜 천마신교의 무공을 배우는 건 입마소를 수료한 이후로 보면 된다.
그렇다고 입소자들이 입마소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재능을 증명하기만 하면 누구보다 앞서나갈 수 있다.
“123번.”
입마소장은 광장에 모두를 불러놓고 나를 불렀다. 나는 당당하게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 등 뒤로 꽂히는 수많은 시선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번 주 우수 입소자로 선정된 걸 축하한다. 네게 마열단(魔熱丹)을 하사한다.”
마열단은 천마신교에서 만든 영약이다. 먹으면 대량의 내공을 쌓을 수 있고, 지성단(智城丹)처럼 출지(出志)의 경지에 오를 때 도움을 준다.
“감사합니다.”
나는 두 손으로 마열단을 받았다.
입마소는 입소자의 뛰어난 재능만 확인하면 이런 식으로 영약을 지원해준다.
‘내겐 별 도움 안 되는 영약이군.’
삼정의 경지를 앞두고 있는 내겐 마열단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당할 때 먹고 출지의 경지에 오른 척 연기할 생각이었다.
그 후에는 훈련을 받았다. 혼자서 다수를 상대하는 법이었다. 솔직히 이게 도움이 될지는 회의적이었다. 이 세상에는 쪽수로 당하기보다는 무공의 경지 차이로 당하는 경우가 훨씬 많으니까.
훈련 뒤에는 공용 목욕탕으로 향했다. 나는 평소 공용 목욕탕을 잘 이용하지 않았다. 남자놈들의 몸을 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교관에게 약간의 돈만 찔러주면 개인 목욕도 쌉가능이지.’
어느 세상이건 돈은 만능에 가까웠다.
여하튼 내가 공용 목욕탕에 들어온 건 연예하 때문이었다. 연예하는 사진에 찍힌 내 손을 특징으로 나를 찾고 있다. 내 자지도 사진에 찍혔지만, 연예하가 미치지 않는 이상 남자의 거기를 확인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오늘 밤에도 연예하를 범할 건데… 이대로 가면 너무 쉽게 걸릴 수도 있어. 그러니 다른 놈의 신체 특징을 알아야 해. 그래야 그놈에게 덮어씌울 수 있을 테니까.’
뭐, 겨우 그걸로 연예하를 완전히 속여 넘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연예하에게 혼란은 줄 수 있겠지.
탈의실에서 옷을 벗었다. 남자들이 힐끔거리며 나를 봤다. 내 등 뒤에 그려진 붉은 악귀 문신에 눈살을 찌푸리고, 내 사타구니의 덜렁거리는 물건에 주춤거렸다. 이 세계의 배경이 고대 짱깨라 그런지 평균 자지 크기가 현실 짱깨 평균 크기보다 작았다.
양떼들 사이에 늑대… 아니, 호랑이가 출몰한 꼴이었다.
나는 자랑스럽게 덜렁거리며 목욕탕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씻고 있는 천유운과 제갈모순을 발견했다.
‘…천유운이 여기에 있다고? 신분을 속이고 있다 해도 결국 나중에 모두가 정체를 알게 될텐데…. 좆에 어지간히도 자신 있나 보군.’
그것보다는 제갈모순과 친분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제갈모순은 훗날 천마신교 최고의 두뇌가 될 테니까. 그걸 알고 있는 천유운은 미리 작업을 쳐두는 거다.
“123번. 네가 공용 목욕탕에 들어올 줄 몰랐군. 항상 개인적으로 씻지 않았나.”
천유운이 내게 말을 걸었다. 내 등을 보는 그의 눈이 반짝인다. 성적인 의미가 아니라 문신을 보고 내가 염구석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것이겠지.
“오늘은 빨리 씻고 돌아갈 생각이다.”
“그런가. 네가 평소 공용 목욕탕을 사용하지 않아 입소자들 사이에선 말이 많았지. 주로….”
천유운은 말끝을 흐리며 내 사타구니를 힐끗거렸다. 그러다 피식 웃는다.
“소문이란 건 역시 믿을 게 못 되는군.”
나는 천유운의 물건을 힐끗거렸다. 피식하고 웃음을 흘릴 뻔했다. 그의 물건은 나름 대물 소리를 들을 정도는 된다. 허나, 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몸을 씻은 나는 탕에 들어갔다. 내 옆에 천유운과 제갈모순이 앉았다. 나는 사람들 몰래 눈동자를 굴리며 남자들의 신체 특징을 확인했다.
“그거 들었나? 조만간 신교 밖으로 임무를 나간다더군.”
천유운의 말을 제갈모순이 받았다.
“바깥 임무 말입니까. 생각보다 빠르군요.”
주위에 있는 남자들이 귀를 쫑긋 세운다. 공용 목욕탕은 1조, 2조, 3조 모두가 사용한다. 아마 시간이 조금 지나면 이 천유운의 말은 입마소 전체로 퍼질 것이다.
“366번. 너도 바깥 임무에 관해 알고 있었나?”
“입마소에 들어오기 전에 수료자에게 돈을 주고 정보를 얻었습니다. 뭐든지 정보가 중요한 법입니다. 알고 있으면 대비할 수 있습니다.”
“그럼 임무 지역이 어딘지도 알고 있나?”
“…작년에는 신교에서 떨어진 곳에서 산적을 토벌했다더군요. 거리 때문에 두 달이 걸렸다고 합니다. 올해도 비슷하지 않겠습니까.”
“비슷할 거다. 그리고 두 번째 시험도 그때의 실적에 따라 이뤄질 테고.”
“그럼 분대를 짜게 되겠군요. 당신이 왜 이 말을 했는지 알겠습니다. 저와 함께하고 싶습니까?”
천유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123번. 너도 함께하지 않겠나?”
“나는 누구와 분대를 꾸리든 상관없다.”
원작의 염구석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하하. 그 자신감, 마음에 드는군. 그럼 우리와 함께하는 걸로 알겠다.”
“…88번. 전 당신의 의도를 모르겠습니다. 왜 그 이야기를 지금 여기서 하신 겁니까?”
“너와 나처럼 이 정보를 알고 있는 자들이 있겠지. 그러나 모르는 자들이 있다. 나는 그들과 공평하게 경쟁하고 싶다.”
“……그렇군요.”
제갈모순이 새삼스럽게 천유운을 바라봤다. 원작대로 천유운의 정체를 짐작한 모양이다.
‘역시 천유운. 제갈 모순을 제대로 공략하고 있군. 설마 목욕탕에서 이럴 줄은 나도 몰랐지만….’
이 이야기는 입마소 전체에 퍼져나갈 테고, 천유운의 평판은 오를 것이다.
천마신교.
사람들은 천마신교를 마인들의 소굴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사람들이 모인 커다란 세력일 뿐이다. 정파와 마찬가지로 이곳에도 높은 자리에 올라가고 싶으면 실력뿐만이 아니라 정치적 수완은 필수였다.
“123번. 벌써 나가는 건가?”
“몸은 다 씻었다.”
천유운과 제갈모순의 손바닥 모양과 굳은살 위치도 확인했다.
•••
천강성 시스템에 공간 전이 시스템이 있다. 하루에 한 번 지정된 곳으로 공간 전이가 가능하다. 특수한 결계에 막힐 수도 있는데, 입마소에 펼쳐진 결계는 공간 전이 시스템을 막을 정도의 수준 높은 결계가 아니었다.
자정이 되었다. 나는 일루시터를 사용해 몸을 투명하게 만들고 연예하의 방으로 이동했다.
연예하는 침대에 이불을 덮고 누워있었다.
이불 속에서 볼록 튀어나온 게 보인다. 검이었다. 연예하는 검을 품에 안고 누워있었다. 그게 무슨 뜻일지 뻔했다.
연예하가 갑자기 두 눈을 떴다. 그녀의 눈동자가 사방을 훑어본다. 내 존재를 약간이나마 느낀 모양이다. 나는 가만히 서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심장 소리마저 죽이며 가만히 서 있었다.
들키지 않았다.
연예하는 주위를 한 차례 둘러보고 다시 두 눈을 감았다.
‘연예하가 이전보다 더 강해진 것 같은데…? 기분 탓은… 아니겠지.’
다행히 오늘 낮에 받은 마열단을 받아 출지의 경지에 올라섰다는 명분으로 금제를 조금 더 풀었다. 지금 나는 출지 3단의 경지다. 이 정도면 연예하에게 들킬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조용히 움직여 침대 아래로 기어갔다.
일루시터를 믿고 방 중심에 가만히 서 있을 수는 없었다. 광명승천도로 강화한 일루시터는 [광명승천도] 세계에선 40분이 한계다.
‘후우.’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연예하는 계속 깨어있진 않을 것이다. 무인이라고 해서 밤새는 건 빡신 일이다. 특히 내일 훈련 일정을 생각하면 푹 자두는 게 좋을 것이다.
‘…이대로 한 시간 정도는 가만히 있는 게 좋겠군. 그쯤 되면 잠들겠지…? 좀 더 안전하게 두 시간은 기다릴… 헉!’
침대 바깥으로 연예하의 머리가 불쑥 나타났다. 연예하가 침대 아래를 살펴봤다. 일루시터를 아직 사용하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들켰을 것이다. 연예하는 침대 아래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다시 머리를 침대 위로 올렸다. 바닥에 질질 끌리던 머리카락이 위로 갈랐다.
‘시, 식겁했네.’
방금은 진짜 귀신보다 더 무서웠다. 심장이 쫄깃하다 쪼그라든 모양이었다.
‘조심하자. 여기서 들키면 전부 다 망하는 거야.’
기껏 염구석을 연기하면 천마신교에 들어왔다. 벌써 몇 달이나 시간을 보냈다. 그 노력들을 수포로 돌릴 수는 없었다.
나는 숨을 죽이며 일루시터를 해제했다. 그리고 연예하가 잠들기를 기다렸다.
한 시간이 지났다.
침대 밑을 확인하던 연예하의 얼굴이 떠오른다. 한 시간을 더 기다리기로 했다.
‘…시작하자.’
인벤토리에서 실혼약이 든 가습기와 공간 이동 주문서를 소환했다. 일이 잘못되면 공간 이동 주문서를 찢어서 도망갈 생각이었다. 내 존재를 들키더라도 복면을 쓰고 있어 얼굴이 알려지진 않을 것이다.
휴대용 미니 가습기를 통해 실혼약이 위로 올라간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30분을 기다렸다. 일이 잘 풀렸다. 연예하는 어떤 반응도 없었다.
‘이번에도 성공했다!’
한결 편해진 나는 침대 밖으로 기어 나왔다. 몸을 일으켜 침대에 누운 연예하를 바라본다. 품에 검을 끌어안고 있는 그녀는 깊이 잠든 상태였다. 벌린 입에서 침 한 줄기가 흐른다.
‘다시 봐도 꼴리는 얼굴이군.’
침을 흘리며 자는데도 이렇게 예쁠 수가. 과연 마교제일미였다.
이불을 벗겼다. 역시 그녀는 수련복을 입고 있었다. 양팔이 꼭 끌어안고 있는 검을 빼내 침대 옆에 던졌다. 검이 바닥에 떨어지며 제법 큰 소리가 났음에도 연예하는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입술을 비비고 입안에 혀를 넣는다.
“흐읍, 으응….”
처음엔 불편한 듯 고개를 움직이던 그녀는 곧 익숙해져서 내 키스를 받아들였다. 의식이 있는 건 결코 아니었다. 그녀의 호흡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숨결마저 맛있군.’
그녀의 입을 맛보면서 손으로는 그녀의 수련복을 벗겼다. 가슴을 압박하는 붕대를 풀자 거대한 가슴이 출렁이며 나왔다. 성감 고조를 사용하고 가슴을 애무한다. 유방만큼이나 큰 분홍색 유두가 바짝 섰다.
한동안 젖꼭지를 만지던 나는 이어서 그녀의 옷을 완전히 벗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