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1202화 (1,202/1,497)

< 1202화 > 1202. 광명승천도

땡땡땡! 땡땡땡! 땡땡땡!

기상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평소 종소리를 듣자마자 몸을 일으키고 침구를 정리하던 연예하는 몸이 무겁다는 걸 느꼈다. 머리에는 지끈거리는 두통이 있고, 피부가 차갑다. 특히 사타구니 쪽에 화끈거리는 통증과 끈적한 뭔가가 느껴진다.

“……!!”

자신이 알몸이라는 걸 깨달은 그녀는 경악해서 침대에서 일어나 바닥에 섰다. 침대 옆에 자신의 옷이 떨어져 있었고, 침대는 엉망 그 자체였다. 하반신이 있던 침대 부분은 축축하게 젖어 있다.

“이건….”

붉은색 얼룩.

피다.

그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영민한 두뇌는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했다.

자신은 누군가에게 범해졌다. 지금까지 지켜온 순결이 더럽혀졌다.

뚝.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연예하는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시야를 방해하는 커다란 젖가슴을 손으로 꽉 누르며 아래를 확인한다. 음부에서 새하얀 액체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걸 확인하는 순간 음부에서 이물감을 느꼈다.

그녀는 손을 내려 음부를 만졌다. 있어야 할 털이 없고, 끈적한 액체가 손을 더럽혔다. 액체가 무엇인지는 말할 것도 없다. 자신을 범한 놈의 정액.

연예하는 아랫입술을 씹었다. 수치심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가 익히고 있는 무공인 참정마신검(斬情魔神劍)이 반응한다. 끓어오르던 분노가 보이지 않는 칼에 싹둑 베여 사라진다. 분노가 다시 치밀어 오른다. 그때마다 참정마신검은 연예하의 감정을 베어냈다.

베인 감정은 참정마신검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녀는 단전에서 차오르는 내기(內氣)를 느꼈다. 이 정도로 참정마신검이 반응하는 건 처음이었다.

냉정함을 찾은 연예하는 이 상황이 웃겼다. 아니, 웃기다고 생각했다. 누군지도 모를 놈에게 강제로 범해졌는데 분노할 수 없다. 그리고 범해진 덕분에 자신은 더 강해진다.

연예하는 입을 벌리고 숨을 내쉬었다. 강해지는 참정마신검을 갈무리해야 하지만, 지금 당장 그럴 수는 없었다.

분노가 사라졌다고 하나, 자신을 범한 놈을 찾아내 복수해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히 있었다. 단서를 찾아야 했다.

‘…이상한 건 내가 범해졌는데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거야. …수면제에 당했나? 그게 아니면 술법에?’

연예하는 더럽혀진 침대를 빤히 바라봤다. 지린내가 났다. 강간범은 자신의 음모를 밀었을 뿐만이 아니라, 침대에 오줌까지 지리고 갔다. 터무니없는 변태였다.

“567번! 기상 시간이다!”

문밖에서 여교관의 목소리가 울렸다. 흠칫 놀란 연예하는 바닥에 떨어진 옷들을 서둘러 몸에 걸쳤다.

“567번!”

여교관이 재차 부른다. 대충 옷을 걸친 연예하는 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아주 살짝 문을 열고 여교관을 바라봤다.

“567번! 빨리 나와라! 곧 조회가 시작된다!”

“…오늘은 힘들 것 같군요.”

“뭐?”

“오늘은 힘들다고 했어요.”

“그러… 시군요.”

여교관은 목소리에 신경 쓰며 대답했다. 다른 입소자가 이딴 식으로 말했으면 소리부터 질렸겠지만, 상대는 장로회(長老會)의 삼장로(三長老)인 검마(劍魔)의 딸이었다.

“휴식이 필요하신 모양이군요.”

연예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교관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소장님에겐 제가 보고하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여교관이 떠났다.

연예하는 문을 닫았다. 그녀는 뒤늦게 문을 잠그는 잘린 걸쇠를 발견했다.

‘…문틈으로 칼을 넣고 걸쇠를 벤 거야. 이렇게 깔끔하게 벴다는 건… 최소 검기를 뽑아낼 줄 안다는 거야.’

그녀는 머릿속으로 몇몇 남자를 떠올렸다. 자신을 음탕한 눈으로 보는 남자들은 많았다. 그중에서 이런 짓을 저지를 놈들이 몇 있다. 그중 가장 의심스러운 건 팔장로이자 청수색마(靑手色魔)란 별호를 가진 권만옥이다.

‘…아니야. 권만옥이 미치지 않고서야 내게 이런 짓을 할 리 없어. 입마소는 천마신교 내에서도 격리된 곳. 아무리 권만옥이라도 쉽게 들어오지 못해.’

그래도 가능성을 완전히 지우지 않았다.

그녀는 혹시 모를 단서를 찾기 위해 방안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책상 위에 놓인 물건들을 발견했다.

2개의 병과 10장이 넘는 그림.

2개의 투명한 병 안에는 털이 담겨 있었다. 한쪽은 뻣뻣하고 양이 많았고, 다른 한쪽은 양은 적으나 꼬불거렸다. 병을 노려보던 연예하는 그림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바닥 크기의 그림이었다.

‘이럴 수가…. 이건… 나잖아….’

그림에는 자신이 있었다.

아니, 이게 그림이라고 해야 할까? 눈으로 본 것을 그대로 종이에 찍어낸 것처럼 선명하고 현실감이 있었다. 그림 속의 자신은 알몸으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녀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격렬한 감정이 그녀의 몸을 지배한다. 참정마신검이 발동했다. 그녀의 격렬한 감정을 베어 가른다. 다시 냉정함을 손에 넣은 그녀는 다음 그림으로 넘겼다.

연예하의 눈이 커졌다. 그림 속에는 자신의 음부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양옆으로 벌어진 다리, 검은색 털로 뒤덮인 음부.

‘이, 이게 내 거기라고?’

그녀는 생전 처음으로 자신의 음부를 봤다. 자신의 그곳이 남들보다 털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다. 목욕 시중을 드는 시녀들과 비교해 자신의 그곳이 더 짙었으니까. 하지만 크게 신경 쓴 적은 없다. 시녀들도 만만치 않게 그곳에 털이 많았으니까.

‘…설마 항문에도 털이 이렇게 많이 나 있을 줄이야. …다른 시녀들도 그렇겠지?’

민망함을 느꼈다. 물론 그 민망함도 오래가지 않아 사라졌다.

다음 그림으로 넘겼다.

누군가의 손이 면도칼을 쥐고 자신의 음모를 자르고 있었다. 연예하는 면도칼을 쥔 손을 빤히 쳐다봤다. 크기나 모양을 보니 남자 손인 건 확실했다. 그녀는 좀 더 자세히 손을 바라봤다. 안타깝게도 손등만 보일 뿐 손바닥 쪽은 잘 보이지 않았다.

‘손등만 봤을 때는 평범한 남자의 손이야. 손등에 아무 상처가 없다는 건 큰 단서야.’

다음 그림으로 넘겼다.

제모가 끝나고 매끈해진 여성기가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유리병에 향한다. 각각 음부 주위의 털과 항문 주위의 털이란 걸 알았다. 그녀는 냉정한 눈으로 다음 그림을 바라봤다.

남자의 커다란 성기가 자신의 음부에 들어가 있었다. 한계까지 벌어진 음부는 찢어진 듯 피를 흘리고 있었다.

욱씬.

그녀는 아랫배의 통증에 눈살을 찌푸리며 그림을 계속 넘겼다. 모두 남자에게 범해지는 자신의 그림이었다. 마지막 그림에는 남자가 없었다. 자신이 음탕하게 다리를 벌리고 오줌을 지리는 그림이었다. 벌어진 보지에서는 피와 정액이 섞인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림 아래에 검은색 글자가 적혀 있었다.

[존나 맛있는 마교제일미의 보지!]

“…….”

꽈직.

연예하는 그림을 손으로 구겼다. 이 그림은 위험하다. 자신의 얼굴이 온전히 그려져 있었다. 누군가가 이 그림을 보게 되면 자신의 명성뿐만이 아니라 아버지인 명성까지 땅에 추락한다. 그녀는 그림을 모두 구기고 똘똘 뭉쳤다. 나중에 불로 태워 확실하게 없앨 생각이었다.

그녀는 유리병에 담긴 털들을 바라봤다. 이 그림과 함께 똑같이 태울 것이다.

그녀는 이어 몸을 돌려 엉망인 침대를 바라봤다. 저것도 처리해야 했다. 여교관의 도움을 받을 순 없었다.

“…….”

찔꺽.

그녀의 음부에서 하얀 액체가 눈치 없이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렸다.

일단 자신의 몸 안에 들어와 있는 이물질부터 빼야 했다. 그녀는 망설이다가 음부에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음부에 닿는 순간 몸을 움찔거렸다. 그녀는 음부에서 느껴지는 묘한 감각을 무시하고 손가락으로 소음순을 활짝 벌렸다. 정액이 주르륵 밀려 나온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아직 자신의 안쪽에 남아있는 질척한 이물질이 느껴진다. 그녀는 잠깐 고민하다 침대 위로 올라가 쪼그려 앉았다. 그편이 정액이 잘 나올 것 같아서였다. 손가락을 음부에 넣었다.

뜨거운 액체가 손가락에 달라붙는다.

“…….”

찌걱찌걱찌걱.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질내에 남아있는 긁어냈다. 하얀 정액이 밖으로 튀어나와 침대를 더럽힌다. 그 양은 그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다.

•••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조회를 기다렸다.

567번 연예하가 어떤 표정을 지으며 조회에 나올지 기대됐다. 그러나 연예하는 나오지 않았다. 교관은 연예하가 나오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아쉬움에 조용히 입맛을 다셨다.

“…567번이 나오지 않았군.”

내 옆에선 천유운이 중얼거렸다.

“왜 그러지? 567번에게 관심이라도 있나?”

“567번은 항상 성실했다. 조회든, 무슨 일이든 이렇게 빠진 적은 없지. 내가 볼 땐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군.”

“…567번이랑 잘 아는 사이인가?”

“몇 년 전부터 알고 지냈지만, 그렇게 친밀한 사이는 아니다.”

“약혼한 사이가 아니고?”

“신교 내에 떠드는 소문을 들은 모양이군. 누가 퍼뜨렸는지 몰라도 헛소문이다.”

천유운이 일축했다.

그는 정말 연예하에게 관심 없는 걸까? 지금은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천유운이 연예하를 대할 때 태도가 묘하게 부드러워진다. 본인은 아직 깨닫지 못한 눈치인데 천유운은 연예하를 신경 쓰고 있다.

“그렇군.”

나는 짧게 대답했다. 굳이 천유운을 자극할 필요는 없었다.

연예하는 정오 무렵 식당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당하게 들어서는 그녀에게 모든 이들의 시선이 향했다. 마교제일미. 그 별명만큼이나 그녀는 아름다웠다. 남자들은 그녀를 선망했고, 여자들은 그 미모에 질투심을 넘어 경외심을 가졌다.

“…분위기가 날카롭군. 확실히 무슨 일이 있었나 보군.”

천유운이 연예하를 보며 말했다. 확실히 그는 관찰력이 뛰어났다. 그렇다고 해도 연예하가 내게 범해졌다는 걸 알아차리는 건 불가능하지만.

‘연예하는 남자들을 경계하고 있군. 이곳에 범인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건가?’

나는 속으로 킬킬 웃으며 수련복을 입은 연예하를 구경했다.

투박한 수련복도 그녀가 입으니 선녀 옷 부럽지 않게 고급스러워 보였다. 저 안에 붕대로 수박만 한 가슴을 감싸고 있고, 보지는 털 없이 매끈하다고 생각하니 자지가 불끈거리며 반응했다. 그녀의 살내음과 보지 감촉이 떠오른다.

그녀는 조용히 점심을 먹었다. 그러면서 경계하듯 주위를 훑어봤는데 남자들의 손을 집중적으로 보고 있었다.

‘남긴 사진에 내 손이 찍혀 있었지. 근데 손만으로 날 찾아내는 건 불가능해.’

그렇게 자신한 나였지만, 나도 모르게 몸을 긴장시켰다. 연예하가 나를 빤히 쳐다봤기 때문이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젓가락을 움직였다.

‘벌써 나를 특정했다고…? 눈썰미가 얼마나 좋은 거냐.’

다행히 그녀의 시선은 바로 옆으로 옮겼다. 그녀는 천유운의 손을 주시한다. 손등만 봤을 때 나와 천유운의 손은 비슷했다. 그 외에도 손등만 놓고 보면 나와 비슷한 손을 가진 놈들은 10명 정도는 되었다.

‘연예하에게 걸리면 죽겠지.’

연예하는 좋은 여자였다.

쫄깃한 보지로 내 자지를 조여주더니, 이제는 내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어 조마조마한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오늘 밤에도 따먹으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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