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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194화 (1,194/1,497)

< 1194화 > 1194. 테스트

시체를 챙겨 하승희에게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스톰브레이커가 있으니 하승희는 무사할 것이다. 허나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하승희는 E등급 헌터였다. 그녀는 헌터긴 하나 헌터 일에 딱히 관심 없다. 그녀의 관심은 경영에 있다. D등급 보스 몬스터인 알락스를 혼자서 처리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게 생각했었지.’

급히 돌아와 보니 알락스는 쓰러져 있고, 그녀는 알락스 앞에 당당히 서 있었다. 스톰브레이커 갑옷에는 알락스의 보라색 체액이 묻어 있었다.

“선배. 이 갑옷 정말 좋네요. 양산해서 판매할 수만 있다면… 헌터계에 혁명이 벌어질 거예요.”

“그 갑옷, 내 꺼야. 따라 만들 수 있는 놈도 없을 테고.”

“…2,000억. 어때요?”

“안 팔아.”

손가락을 튕겼다. 하승희의 몸을 지키던 갑옷이 분해되어 내 옆으로 날아와 창의 형태로 바뀌었다. 하승희가 탐욕 어린 눈으로 스톰브레이커를 쳐다본다.

그녀가 아무리 원한다 해도 스톰브레이커를 넘길 생각은 없었다. 돈이라면 HB-1을 통해 얻을 이익으로 충분하다. 그 외에도 돈을 벌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놈의 시체를 내려놓은 나는 바닥을 뒹굴고 있는 빈 유리병을 발견했다.

“…너 설마 알락스에 HB-1을 썼어?”

“이 던전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알락스 때문이에요. 식물형 몬스터에게 효곽가 있나 테스트해 볼 필요가 있으니까요.”

“깡도 좋네. 결과는?”

“효과는 없었어요. 땅에 떨어지긴 했는데… 성장할 식물이 없어서 그런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HB-1은 땅이 아니라 식물에 작용하니까. 식물 없는 땅에 HB-1을 흘리면, 그건 그냥 버린 거지.”

“네. 맞아요.”

“식물형 몬스터에 효과가 없어서 다행이군.”

“다행이긴 해요. 조금 더 실험해봐야 하긴 하지만요. 그런데 이 남자의 정체는… 알아내셨나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심문을 하기도 전에 독을 먹고 자결했어. 보통 놈이 아니야. 아마 범죄 조직에 속해 있겠지. 누군가의 청부를 받은 건 확실한데….”

“…….”

시체를 보는 하승희의 눈가가 떨렸다. 그녀는 시체에 익숙한 나와는 달랐다.

“…정체를 알아내야겠어요. 이 남자의 옷을 벗기는 걸 도와주시겠어요?”

“남자 옷을 벗기는 취미는 없는데.”

“알았어요. 제 손으로 벗기죠.”

“내 여자가 남의 남자 옷을 벗기는 건 더 싫어.”

나는 결국 시체의 옷을 벗겼다. 놈의 몸은 깨끗하지 않았다. 여기저기 흉터가 있었다. 놈의 신원을 알 수 있을 만한 물건도 없었다.

하승희는 결국 상자에 놈의 머리카락, 피, 손톱 등의 신체 일부를 챙겼다. 카메라로 놈의 몸도 여기저기 찍었다. 나는 그녀에게 나무 피리도 줬다. 아마 평범한 나무 피리가 아닐 것이다.

“놈의 손은 왜 챙겨? 그런 취미가 있었어?”

“농담할 기분 아니에요. 손을 챙기는 건… 전문가에 맡겨 정보를 알아낼 생각이에요.”

“과학적인 방법은 아니겠군.”

“전 과학이 좋지만, 때로는 과학보다 마법이 더 편리하더라고요.”

대충 수습이 끝났다.

하승희는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붉은 씨앗이었다.

“…뭐 하려고?”

“테스트요. 원래는 몬스터나 동물 시체에 하려고 했지만…. 인간도 동물이니까요.”

하승희는 붉은 씨앗을 시체 위에 뿌리다가 멈칫했다. 이내 입술을 깨물고는 다시 씨앗을 뿌린다.

“설마 시체를 양분 삼아 성장하는 꽃이야? …분명 그 꽃 이름을 대학교에서 배웠는데.”

“블레제타.”

“맞아. 그 이름이었어.”

“몬스터나 동물 시체에서 자라는 꽃이에요. 꽃잎이 약초로 쓰이죠. 꽃잎 하나당 25만이고, 꽃 한 송이에 꽃잎 13장이 있죠.”

“비싼 꽃이군.”

“재배가 까다로운 꽃이기도 하죠. 사람의 손으로 재배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요.”

하승희가 시체 위의 붉은 씨앗에 HB-1을 뿌렸다.

씨앗이 발아한다. 씨앗 속에서 검붉은 뿌리가 꿈틀거리며 나오더니 시체의 피부 속으로 파고들었다. 발아한 씨앗은 총 32개. 32개의 뿌리는 서로 경쟁하듯 시체를 빨아 먹기 시작했다. 시체는 급속도로 비쩍 말라 미라가 되었다.

32개의 블레제타 중 땅에 자리 잡은 건 20개가 전부였다. 나머지 12개는 경쟁에서 밀려났다. 시체에서 빨아들인 양분이 부족했던 것이다.

붉은 꽃봉오리가 맺힌다.

20송이의 블레제타는 주변 식물의 생기를 다 빨아들이며 꽃잎을 활짝 펼쳤다.

“성공이네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한 하승희는 블레제타를 한 송이씩 회수했다.

이후에도 다른 테스트를 몇 가지 끝낸 우리는 던전을 나갔다. 던전 입구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협회 직원들이 우리를 보자마자 허리를 세웠다.

“…….”

하승희를 협회 직원들을 조용히 노려보다가 고개를 돌려 던전을 떠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뒤를 따르며 물었다.

“협회에 안 따지는 거야?”

“이 일을 공론화하고 싶지 않아요. 오히려 쓸데없는 관심만 받겠죠. HB-1에 대한 정보는 최대한 숨기고 싶어요.”

“네가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 남은 일은 없지? 이제 호텔에 가서 쉬어야지.”

“선배, 죄송하지만, 급한 일이 생겼어요. 우릴 습격한 그놈의 정체가 뭔지 알아내야죠.”

“그건 네가 직접 안 해도 되잖아.”

하승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알았어요. 대신 연구소에 들렀다 가죠. 1시간도 안 걸려요.”

“그 정도야 뭐…. 크크. 승희의 발정 댄스가 너무 기대되는 걸.”

“……무슨 댄스요?”

“발정 댄스.”

“처음 들어 보는 댄스네요. 요즘 유행… 은 무슨. 또 이상한 생각을 하시는 모양인데, 전 춤 같은 거 안 쳐요. 전 스트리퍼가 아니에요.”

“스트립 댄스가 아니라 발정 댄스. 잔뜩 발정 나서 춤으로 내 자지를 조르는 거야.”

“전 그런 천박한 짓은 안 할 거예요.”

우리는 자동차에 올라탔다.

내가 운전석, 하승희가 조수석이다. 내 오른손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후. 승희야.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 하는 법이야. 기브 앤 테이크. 너도 잘 알잖아.”

“이미 그 이야기는 끝났을 텐데요? 헌터 실적. 제가 확실하게 챙겨드릴게요.”

“그거랑 이건 달라.”

“선배는 절 도와주기로 하셨잖아요.”

“도와주기로 했지. 정확하게 말하면 널 보호하는 게 내 일이었고. 그 피리 부는 놈이 습격한 것에 대해선 괜찮아. 어차피 내가 할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호수에 들어가는 건 내일이 아니었어. 그 호수에 들어가느라 얼마나 기분 나빴는지 알아?”

“다 들어가지도 않았잖아요. 발만 들어갔지.”

“아무튼 날 부려 먹었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발정 댄스. 기대할게.”

“꿈 깨세요.”

단호하게 말한 하승희가 고개를 돌렸다.

정말로 발정 댄스를 안 출지도 몰랐다.

‘헤빌의 촉진제를 걸면… 힘들겠군. 복제품인 HB-1이 완성됐는데 통할 리가….’

헤빌의 촉진제가 안 된다면…. 다른 걸로 거래하면 된다.

•••

일을 마친 하승희와 나는 호텔로 향했다.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최고급 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을 빌렸다. 창문 밖을 보면 서울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욕실에서 함께 샤워를 하고 가운을 입은 채로 나왔다. 준비된 와인을 한 모금씩 한다. 오늘 낮에 있었던 일 때문일까. 하승희는 거침없이 와인을 들이켰다.

“승희야. 이제 보여줘. 너의 발정 댄스.”

“진짜 돌았어요? 전 그런 춤 안 춘다고 했어요.”

그녀가 날 죽일 듯이 노려봤다. 정말로 추기 싫은 모양이다.

어쩔 수 없었다. 이럴 땐 거래할 수밖에.

“발정 댄스를 춘다면… 이걸 주려고 했는데…. 정말 싫어?”

준비한 물건을 손가락으로 집었다. 거의 1m 길이에 육박하는 금색의 실이었다.

호기심이 동한 하승희가 내 곁으로 다가와 금색 실을 빤히 쳐다본다.

“색이 예쁜 실이네요. …뭔가 꼬불거리는 것 같은데 평범한 실은 아니겠죠?”

“엘프의 보리카락이야. 신축성이 무척 뛰어나지. 마법 재료로도 충분히 값어치가 있고, 무엇보다 활시위 용으로 제격이야.”

“…평범한 물건은 아니겠죠. 한 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근데 이름이 엘프의 보리카락? 처음 들어 보는… 아니, 잠깐. 보리카락…? 서, 설마 제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겠죠?”

“아마 맞을걸. 보지털이라 하기엔 너무 길어서 보리카락이라 부르고 있어. 나쁘지 않지?”

“이런 미친…!”

하승희가 기겁하며 뒤로 물러난다. 그녀는 날 쏘아보며 물었다.

“…엘프. 그거 진짜 엘프의 보지털… 아니, 음모예요?!”

“진짜 엘프의 보지털이야.”

“거짓말하지 마요. 엘프가 있을 리가…!”

“엘프는 존재해. 헤빌의 촉진제를 내가 어떻게 얻었을까?”

“…헤빌의 촉진제도 엘프의 물건인가요?”

“뭐, 비슷해.”

그녀는 인상을 쓰며 다시 다가왔다. 그녀는 정말 싫다는 얼굴로 엘프의 보리카락을 잡았다. 그리고 잡아당기거나 하면서 보리카락을 확인한다.

“이게 헤빌의 촉진제 만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 정도는 아니겠지. 하지만 이 세상에 없는 물건인 건 확실해. 연구해볼 가치는 충분하지. 설마 엘프의 보지털이 더럽다는 이유로 연구를 안 할 생각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헤빌의 촉진제 정도의 가치는….”

“가치를 알아내는 건 네 일이잖아. 연구하다가 대박이 될지도 모르고.”

“…….”

그녀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헤빌의 촉진제를 들먹일 보람이 있었다.

‘헤빌의 촉진제는 하승희의 인생을 바꿔버릴 정도로 대단한 물건이니까.’

이 엘프의 보리카락이 그러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좋아요. 그 발정 댄스라는 거, 한 번 춰보죠. …생각해보면 선배 앞에서 자존심을 챙기는 것도 이상한 일이죠. 온갖 천박한 짓은 다 했는데… 춤 한번 춘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좋아. 잘 생각했어. 발정 댄스만 춰준다면 이 보리카락은 네 거야!”

“……그래서 그 발정 댄스가 뭐죠?”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발정 댄스에 관해 설명했다. 설명은 20분 동안이나 이어졌다. 설명 시간이 길어진 이유는 그녀가 설명 도중에 안 한다고 4번이나 소리쳤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마다 헤빌의 촉진제를 들먹이며 그녀를 설득했다.

테이블 위에 올려둔 스마트폰에서 비트 소리가 울렸다. 묘하게 느린 비트는 끈적하게까지 들렸다.

하승희가 춤을 췄다. 관능적인 손짓으로 가운을 벗어 알몸이 되더니, 허벅지를 게 다리처럼 쫙 벌렸다. 보지 둔덕이 도드라졌다. 일자로 다물린 분홍색 보지는 이렇게 봐도 아름다웠다.

그녀는 양손을 머리 뒤로 올리고 춤을 췄다. 펠라치오를 하는 것처럼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었다. 턱을 치켜 세운 뒤에 양옆으로 왔다 갔다 했다.

스트립 댄스는 우아한 맛이라도 있었지만, 발정 댄스는 그딴 건 개나 줘버렸다. 오직 섹스를 갈구하는 천박함의 극치인 댄스였다.

“자지, 자지, 자지…!”

하승희가 얼굴을 붉히며 외쳤다. 나는 킬킬 웃었고. 그녀는 수치심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내게 다가온 그녀가 허리를 앞뒤로 흔들었다. 춤을 추면서 흥분했는지 보지가 젖어 있었다. 소음순에 맺혀 있던 애액이 튀어 내 몸에 닿았다.

그녀의 발정 댄스가 끝났다. 나는 그녀를 테이블 위에 올리고 자지를 박았다.

“하아아아아앙!”

나는 그녀의 교성을 들으며 호캉스. 아니, 보캉스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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