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1191화 (1,191/1,497)

< 1191화 > 1191. 테스트

[15일 세계의 엔딩을 봤습니다.]

[15일 세계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엔딩은 저장되며 언제든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엔딩 보너스로 307포인트를 획득합니다.]

[특수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엔딩 업적, ‘흑막’을 달성했습니다.]

[정보 말살을 획득합니다.]

[정보 말살.

원하는 정보를 세계에서 말살합니다.

말살된 정보는 오직 당신만이 알고 있습니다.

가격 : 5,000

※주의

말살된 정보를 누군가가 발견하거나, 추측할 수 있습니다.]

정보 말살에 대한 정보를 읽은 나는 사용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이건 랜덤 뽑기에서 또 구매할 수 있어. 5,000 포인트면 나름 싼 편이고…. 만약, 나에 대한 정보를 없애면 어떻게 되는 거지? 사람들이 나를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건가? 아니, 그건 정보 말살이 아니니….’

나는 충동을 억눌렀다.

정보 말살을 쓰더라도 현실이 아닌 창작물 속 세계에서 써야 한다.

그리고 5,000 포인트. 다시 생각해보면 5,000 포인트가 마냥 싼 것도 아니다. 5,000 포인트를 다시 모을 생각을 하니 급격히 피곤해진다.

‘나중에 쓸 때가 오겠지.’

[생살권

대상의 이름과 얼굴을 알고 있어야 한다.

죽은 자를 살린다.

살아 있는 자를 죽인다.

가격 -

※주의

부활 능력을 가진 대상은 부활할 수도 있습니다.]

생살권.

이번 퀘스트를 완료하고 얻은 보상이다.

가격이 없다는 건 랜덤 뽑기 상점에서 구매할 수 없는 물건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내 추측에 불과하지만, 가격이 없는 건 랜덤 뽑기에서도 안 나올 것이다.

‘생살권… 볼 때마다 사랑스럽군.’

크크 웃으면서 내가 가진 포인트를 확인한다.

[성유진

레벨: 81

근력: 105 체력: 100 민첩: 100 지능: 100 정력: 110 마나: 103]

[사용 가능 포인트: 7,580]

레벨이 하나 오르고 3,000 포인트 정도 얻었다. 포인트를 어디에 쓸지 행복한 고민을 하던 나는 고개를 저었다.

‘급할거 없어. 지금은 패스한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찬물에 샤워라도 하며 찝찝함을 털어낼 생각이었다.

우우우웅.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통화가 왔다. 발신자는 하승희.

‘요새 조용하더니 무슨 일이지?’

우리는 근래 만나는 횟수가 줄었다. 일주일에 1~2번 정도다. 그 이유는 하승희에게 있었다. 헤빌의 촉진제의 복제품인 HB-1이 완성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를 존중해주기로 했다. 하승희와 나의 관계는 HB-1이 완성된다고 해도 끊어지지 않을 테니까.

‘일주일에 1~2번씩 만나고 있는 게 그 이유지. HB-1의 복제품이 거의 완성된 만큼 헤빌의 촉진제는 필요 없을 테니까. 그런데도 나와 만나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건… 크크.’

웃으면서 전화를 받았다.

“…유진 선배.”

“어, 승희야. 지금 만날까? 네가 내 집에 올래?”

“오늘은 그 일 때문에 전화한 게 아니에요.”

“그럼 무슨 일인데?”

“선배의 도움이 필요해요.”

“내 도움?”

“네. HB-1은 완성됐어요. 하지만 이대로 판매를 개시할 수는 없어요.”

“왜? 팔기만 하면 돈은 쓸어 담을 거라며?”

“완성됐다고 해서 끝이 아니에요. 부작용 여부를 확인해야 하죠. 테스트를 거처야 해요. 이 과정이 무척 중요해요. 만약, 여기서 사람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이라도 나온다면….”

“나온다면?”

“…HB-1을 개량해 HB-2를 만들어야겠죠. 부작용이 없어야만 판매할 수 있어요. 그렇지 못하면 프로젝트 자체가 날아갈 테고, 제 꿈은 박살 나고, 제 인생은 시시해지겠죠.”

“근데 내 도움이 필요하긴 해? 난 테스트에 대해 잘 몰라. 그 뭐냐, 연금술에도 문외한이고.”

“테스트에 관해선 만나서 자세히 이야기해드릴게요. 연구소로 오세요.”

“지금 당장?”

“빠르면 빠를수록 좋죠. 할 일이 있으세요?”

“…아니. 조금 있다 갈게.”

나는 전화를 끊고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10시.

부담스러운 시간은 아니었다.

•••

그녀는 정장을 입고 있었다.

팔다리가 길어서 그런지 정장이 무척 잘 어울렸다. 인형 같은 미모는 여전했다.

‘…퀘스트를 하느라 [15]일 세계에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좀 낯설게 느껴지는군.’

현실 시간 기준으로는 사흘 전에 그녀를 만났었다.

나는 그녀의 사무실에서 마주 보고 앉았다. 그녀가 내온 커피를 홀짝인다.

“인스턴트 커피지? 좀 의외네.”

“재벌은 이런 거 안 먹을 것 같나요? 다 먹어요. 할아버지는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은 라면을 드시죠. 덕분에 주치의의 근심은 날이 갈수록 쌓이고 있죠.”

“그 영감은 방사능을 먹어도 안 죽을걸. 내 힘이 필요한 테스트는 뭐야?”

“HB-1… 선배가 헤빌의 촉진제라 부르는 물건의 효과는 뭐죠?”

“식물을 빠르게 자라게 만드는 것?”

“네. 말도 안 될 정도로 빠르게 자라게 만들죠.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있으면 경외심이 들 정도로. 그럼 헤빌의 촉진제의 부작용은요?”

“토양의 정기가… 아니, 양분이 사라지는 거지.”

“맞아요. HB-1은 헤빌의 촉진제보다 부작용이 더 심각해요. 헤빌의 촉진제보다 부작용이 3배 정도 심하죠.”

“3배면 너무 많은데. 개선할 수 있지 않아?”

“부작용을 개선하려면 최소 3년의 시간은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전 그렇게 오래 기다릴 생각이 없어요. 그리고 부작용의 좋은 점도 있어요. HB-1을 남용할 수 없게 되니까요. 농산물의 가치가 급락하는 일은 없을 거예요. 뭐, HB-1을 농산물에 쓸 사람은 없겠지만요.”

“으음. 그래서 내가 할 일은 뭐야?”

“던전. HB-1은 던전에서 사용할 거예요. 던전에서만 자라는 특수한 약초와 작물 등을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될 테죠.”

던전에는 몬스터만 있는 게 아니다.

던전에서만 자라는 특수한 식물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가치가 적은게 아니다. 던전의 약초는 포션의 주재료이니까.

한때 헌터 협회는 던전에서 농사를 지을 생각을 했다. 던전의 식물 태반은 지구에서 자라지 않고, 자라더라도 던전에서 자란 식물의 효과에 절반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니 오픈형 던전에서 농사를 지어 공급을 안정화한다. 그런 목적의 프로젝트가 있었다.

‘실패했지.’

오픈형 던전에서 몬스터는 끊임없이 나타난다. 식묵을 재배할 동안 몬스터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식물이 자라기까지 최소 몇 달이란 시간이 필요하다.

또 식물은 땅과 물, 햇빛만 있다고 자라는 게 아니다. 식물마다 제각각의 재배 방법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프로젝트는 중단됐지. 하지만 HB-1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HB-1을 사용해 몇 분 만에 던전 식물을 재배할 수 있게 된다. 부작용으로 던전의 땅이 죽는다? 신경 쓸 필요 없다. 던전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으니까.

HB-1은 혁명이었다.

누구나가 원할 것이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유럽 할 것 없이 모두가.

그리고 한국과 세진 그룹은 HB-1을 지킬 힘이 있었다. HB-1을 통해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겠지.

‘하승희는 헤빌의 촉진제의 가치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건가.’

그럴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순결을 거래해 헤빌의 촉진제를 가진 거겠지.

나는 하승희의 얼굴을 바라봤다. 야심으로 가득한 그녀의 눈동자는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유진 선배가 해주셔야 할 건 던전 속의 테스트예요.”

“그건 내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이잖아. 헌터만 고용하면….”

“믿을 수 있는 헌터가 없어요. 만약, 헌터를 고용했다가 큰오빠가 이 일을 알기라도 한다면… 분명 전력을 다해 저를 방해하고, 제 성과를 빼앗으려 하겠죠.”

“나는 믿을 수 있고?”

“시시한 질문이네요. 우린 이미 같은 배를 탔어요. 계약서도 찍었죠. …보여드려요?”

“아니. 됐어. 근데 공짜로 부려 먹을 생각은 아니지?”

“…….”

하승희가 두 눈을 가늘게 떴다.

“…뭘 원해요?”

“…….”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자, 그녀가 한숨을 내쉬며 일어났다. 블라우스 단추를 풀면서 내 쪽으로 다가온다.

그녀는 내 무릎 위에 올라탔다. 거리가 가까워진다. 열린 블라우스 틈으로 고급스러운 하얀 브래지어에 감싸인 유방이 보였다. 예쁜 모양이다. 그리고 좋은 냄새가 났다.

“선배가 원하는 건 뻔하죠. 이걸 원하시죠?”

그녀는 정장 바지를 벗고 내 옷을 하나씩 벗기기 시작했다.

“이건 기본이고.”

그녀의 팬티를 내리고 엉덩이를 쓰다듬는다. 부드럽고 매끈하다.

“…뭘 더 원하는데요?”

“헌터 실적. A급 헌터가 되고 싶은데 실적이 부족해.”

“헌터 일을 해서 실적을 올리면 되잖아요.”

“지금 이대로 하면 몇 년은 걸릴걸. 대학을 졸업하기 전에 A급 헌터가 되고 싶어.”

“거대 길드에 들어가면 지원받을 수 있을 거예요.”

“나 이미 길드에 들어간 거 알지? 이직하기 싫어.”

하승희의 가는 손가락이 내 자지를 희롱한다. 기둥을 훑고, 요도 입구를 엄지로 꾹꾹 누른다. 처음 그녀는 그저 내가 이끄는 대로 밖에 못 했었는데… 지금 그녀에겐 관록이 생겼다. 물론 나는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그녀의 팬티를 벗기고 보지를 만진다. 깔끔한 보지였다. 보기 좋게 손질된 털과 1자로 다물린 분홍색 보지.

우리는 서로의 성기를 애무했다.

“…협회 직원을 매수해서 실적을 조작할 수는 없어요. 한다고 해도 결국 A등급 심사 때 들킬 테니까요.”

“협회를 통해 나한테 의뢰를 하는 거야. 헌터 실적은 의뢰 보수에 따라 높아지기도 하니까.”

“수수료가 한두 푼인 줄 아세요?”

“돈은 내가 보탤게. 어차피 HB-1이 완성되면 나한테 떨어지는 돈도 어마어마할 테니까.”

“하아. 알았어요. 한 번 알아볼게요.”

하승희는 엉덩이를 들고 내게 바짝 붙었다. 그리고 그녀의 엉덩이가 내려왔다. 자지가 그녀의 보지 속으로 들어간다. 질벽이 꿈틀대며 내 자지를 반겼다.

“흐응, 하아앙….”

하승희는 나른하면서도 들뜬 표정으로 내 몸을 부드럽게 안았다.

•••

나는 하승희와 함께 D등급 던전, [발레스탕의 연못]에 들어갔다.

D등급 던전에 들어간 건 하승희 때문이었다. 헌터는 자신의 등급보다 두 단계 이상 높은 던전에 입장할 수 없다. 헌터 협회가 정한 법이었다. E등급 헌터인 하승희는 D등급 던전 밖에 못 들어간다.

“발레스타의 연못은 일주일 전에 나타난 오픈형 던전이에요.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던전의 권리를 사들였죠. 앞으로 일주일 동안, 이 던전은 우리 거예요.”

“던전을 클리어하면 안 되는 거야?”

“상관없어요. 던전을 어떻게 해도 상관없다고 협회로부터 확답을 받았으니까요. 뭐, 이상한 짓을 하면 당연히 개입하겠지만… D등급 던전에 불과해서 그런지 벼롤 신경 쓰는 기색은 없더라고요.”

“저등급의 오픈형 던전은 유지하지 않나? 얻을 게 많잖아. 저등급 헌터의 밥줄이기도 하고.”

“작년이면 그랬겠지만… 최근에는 던전이 너무 많이 발생해서 저등급 던전도 빠르게 해결하고 있어요. 관리하는 던전이 너무 많아지면 문제가 일어날 테니까요. 협회에 대한 여론도 안 좋아질 테고요.”

“일반인은 던전의 등급 관계 없이 무서워하니까.”

“일반인에겐 F급 몬스터도 위험하니까요. 아, 멈춰요. 선배. 여기서 테스트하죠.”

나는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한차례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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