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8화 > 1188. 15일
야쿠자들은 살기등등한 얼굴로 계단을 올라왔다.
그들의 험악한 얼굴에 굵은 땀방울이 맺힌다.
‘계단이 좆같지. 선선한 새벽에 올라왔을 때도 좆같았는데 지금은….’
한여름. 그것도 해가 쨍쨍할 때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빌어먹을 날씨에 수백 개의 계단을 오른다? 아주 죽을 맛일 거다.
마음속으로는 조직 보스를 잔뜩 씹고 있을 테지. 뻔하다.
놈들은 어느새 계단의 절반 이상 올라왔다.
‘좀 더 올라와라.’
움찔거리는 손을 다독이며 기다렸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야쿠자들은 거리가 가까워지자 고함을 질렀다. 가래 끓는 듯한 목소리로 위협한다.
“빠가야로!!”
“우리에게 이 개고생을 시켜?”
“죽여버린다!!”
나는 놈들을 비웃으며 중지를 세웠다. 화난 야쿠자들이 살벌한 기세로 계단을 달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들의 다리는 다시 느려졌다. 가쁜 숨을 내쉬며 흐르는 땀을 닦기 바쁘다.
‘거의 80% 정도 올라왔군. 계단을 올라오지 않은 야쿠자는… 없군.’
주머니를 뒤적이며 혈단을 꺼냈다.
혈단 3개.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부작용이 없는 적정선.
혈단 3개를 한꺼번에 삼켰다.
시야가 붉게 변하고, 눈에서 피눈물이 흐른다. 감각이 날카로워지고, 몸이 가벼워진다.
‘혈단을 하나만 더 먹으면… 젠장. 이거 중독성까지 있었나.’
뒤쪽에 손을 뻗어 손가락을 까딱였다. 대기하고 있던 검은 옷의 남자가 다가와 문짝을 내게 줬다. 방금 신사에서 떼어온 신선한 문짝이다.
‘그리고 신성한 문짝이지.’
나는 문짝을 바닥에 눕히고 그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스노우보드를 타듯 아래로 미끄러졌다. 보통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 계단의 경사와 내 무게를 이용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문짝 보드가 아래로 미끄러지듯 내려간다. 야쿠자 놈들이 당황하며 무기를 치켜들었다. 나 또한 허리춤에서 일본도를 빼냈다. 가장 앞에 있는 놈이 기겁하며 옆으로 몸을 던져 나를 피했다.
두 번째에 있던 놈은 피하지 못했다. 놈은 몸이 크게 베였고 쓰러졌다. 나는 문짝 보드에서 내렸다. 문짝은 여전히 계단 아래로 내려가 야쿠자들과 부딪혔다. 야쿠자들은 균형을 잃고 뒤로 쓰러진다. 그 뒤에는 야쿠자가 있었다. 인간 도미노 완성이다.
“크아아아아아악!”
야쿠자들이 쓰러지며 서로 얽히며 계단을 구른다. 스노우볼이었다. 아래로 내려가면서 인간 구체는 점점 더 크기를 불려갔다. 뭐, 한계는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커지지 않았으니까. 대신 많은 야쿠자가 인간 구체에 깔려 죽었다.
계단은 순식간에 피범벅이 되었다. 절반 이상이 전투 불능 상태에 빠졌다.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이제 남은 건 전투였다.
운이 좋아서, 혹은 뛰어난 반사 신경을 이용해 인간 도미노를 피한 놈들. 그놈들을 죽여야 했다.
“이 자식이!!”
일본도를 든 야쿠자가 내게 달려든다. 나는 그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며, 칼을 휘둘렀다. 칼날이 놈의 목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쓰러지려는 놈의 멱살을 잡고 방패처럼 앞에 내세웠다.
탕탕탕!
총성이 울린다. 시체 방패에 총알이 박혔다. 총알은 두꺼운 시체 방패를 관통하지 못했다.
나는 놈들에게 달라붙어 싸웠다. 물러나지 않는다. 달라붙어야 살 수 있다.
“빌어먹을! 총 쏘지 마! 우리가 맞잖아!”
“칼로 배때지를 쑤셔!”
“놈은 혈달은 먹었다! 우리도 혈단을 먹는다! 빨리 먹어!”
“니들이 혈단을 먹는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거라 생각하나.”
나는 야쿠자들을 비웃으며 일본도를 휘둘렀다. 혈단은 신체 능력을 상승시켜주고, 각성 효과가 있다. 집중력을 올려준다는 말이다. 그러나 없던 경험을 주는 건 아니었다. 놈들과 나의 경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총 없이 나를 이기겠다고? 니들 따위가?’
보이는 놈들을 베어가며 아래로 내려간다.
계단이 피로 미끄럽기에 내려갈 때는 특히 신경 써야 한다. 한 번 자빠지면 그걸로 끝이다.
그리고 나는 내 앞에 누군가를 앞세웠다. 살아있는 놈이든, 죽은 놈이든 상관없다. 방패가 있어야 총에서 안전할 수 있다. 나는 방탄복을 그리 믿지 않는다.
‘기왕이면 살아 있는 놈이 방패로 더 좋지.’
살아있는 동료가 내 손에 붙잡히면 놈들이 주춤거리기 때문이다.
“이런 미친…!”
“저건 뭐 하는 괴물이야?!!”
야쿠자들이 경악한다.
나는 더욱 전투에 집중했다. 새빨간 세상에서 보이는 건 죽여야 할 적들이다. 놈들의 공격을 피하고, 손에 쥔 칼로 적의 목숨을 앗아간다.
생명줄 없이 빌딩 옥상 난간에 서 있는 기분이다.
아슬아슬하다.
완전 회복은 없다. 쿨타임까지 앞으로 2시간 이상 남았다.
여기서 죽으면 끝이다.
‘재밌다! 이 감각 대체 얼마 만이냐…!’
칼날이 다가온다. 내가 쥔 일본도보다 짧은 칼이다. 칼은 내 목의 경동맥을 노리고 있다. 숨을 삼키며 목을 세운다. 칼끝이 목을 스쳐 지나갔다. 목이 약간 베이고 핏물이 나왔다.
놈의 공격이 끝났으니, 내 차례다. 칼을 휘두르는 척하며 놈의 복부를 발로 찼다. 놈이 계단을 굴러가 동료와 부딪혔다. 균형을 잡지 못한 동료의 운명도 결정 났다.
죽이고, 죽이고, 죽이고.
보이는 대로 죽이면서 아래로 내려갔다.
휘청.
균형을 잃을 뻔했다. 몸은 미친 듯이 뜨겁고, 근육이 한계를 소리치고 있다. 허나 그 때문이 아니다. 아래에 계단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난 계단을 전부 내려온 것이다.
“…네놈. 카미노야마가 만든 개조 인간이냐?”
내 앞에 키자키가 있었다. 그는 두 눈을 부릅뜨고 권총을 내게 겨누었다. 그의 옆에는 4명의 야쿠자가 있었다.
조용히 주변을 확인한다. 남은 야쿠자는 눈앞에 있는 5명이 전부였다.
“내가 시바타같은 개조 인간으로 보이냐?”
“개조 인간이 아니라고? 네가 저지른 짓이 평범한 인간에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나!!”
“혈단 먹었어.”
“웃기지 마라! 혈단에도 한계가 있다!”
“그건 네 한계겠지.”
피투성이의 칼을 들어 올렸다.
키자키는 나를 향해 소리치려다가 멈칫했다. 그가 아까보다 차분해진 목소리로 말한다.
“…너 같은 인재를 내 손으로 없애고 싶지 않다. 우리에게 와라. 확실한 대우를 해주지.”
“오? 내가 원하는 제안이야. 받아들이지.”
“그런가.”
키자키가 방아쇠를 당기고, 나는 왼팔을 들어 머리를 지키며 놈에게 달려들었다. 놈은 날 살려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야쿠자가 내 손에 100명 가까이 죽었다. 그런데 나를 영입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놈은 사격 솜씨가 뛰어났다. 왼손이 너덜너덜해졌다. 혈단 덕분에 아프지는 않았다. 쇼크로 죽는 일도 없겠지.
키자키의 총구가 아래로 내려간다. 머리 회전이 빠른 놈이다. 머리가 안 된다는 걸 알고 내 가슴을 노린다. 허나 내 가슴은 방탄복이 보호하고 있다.
“보고만 있지 말고 놈을 막아!!”
“예!”
4명의 야쿠자가 동시에 달려든다. 끝까지 올라간 내 집중력은 아직 풀어지지 않았다. 그들의 움직임이 느리게 보였다. 찰나를 쓰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나는 그 찰나의 틈에서 칼날을 휘둘렀다. 4명이 목을 붙잡으며 쓰러진다.
키자키는 이해 불가의 괴물을 보는 눈으로 날 쳐다봤다.
“넌 대체 뭐냐…!”
대답할까 하다가 관뒀다. 어차피 뒈질 놈이니까.
칼이 허공을 가르며 키자키의 목에 당도했다.
“끄아아아아악!”
단번에 목을 가를 생각이었는데, 칼날이 훼손되었는지 절반도 베지 못했다. 나는 칼을 버리고 키자키에게 달려들었다. 키자키의 머리를 붙잡고 있는 힘껏 지면에 내려쳤다. 몇 번 반복하니 놈의 머리가 박살 났다.
‘끝났다.’
나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뜨겁게 달궈진 몸이 천천히 식는다.
긴장의 끈은 놓지 않고 느슨하게 쥐었다. 아직 살아 있는 놈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상황이 이러니 죽은 척할 놈들은 끝까지 죽은 척하겠지. 아니면 산속으로 도망가거나.’
왼팔을 바라봤다. 너덜너덜했다. 완전 회복까지 2시간.
‘혈단을 이용해 버텨야겠군.’
혈단의 효과가 끝나면 바로 혈단을 먹을 생각이다. 부작용이 있겠지만, 2시간만 버티면 된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무녀와 나카가미 리사, 하가와 료코가 내 쪽으로 걸어왔다. 무녀의 충실한 부하들은 시체를 정리 중이다.
나를 보는 무녀는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의외였다. 그녀와 만난 지 얼마 안 되지만, 그녀가 감정을 대놓고 드러내는 사람이 아님을 안다.
“성유진. 당신의 능력을 확인했습니다. 정말… 환상적이군요.”
“내 실력이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군.”
하가와 료코는 복잡한 눈빛으로 날 보고 있다. 그녀는 다가와 너덜너덜해진 왼팔에 응급조치를 했다. 그녀 덕분에 혈단을 먹을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어처구니가 없네. 진짜 정체가 뭐야? 인간이긴 해?”
“인간이야. 근데 네가 날 도와줄 줄은 몰랐는데. 내 죽음을 원하지 않아?”
“15일. 난 너와 달라. 약속은 지켜.”
“크크. 날 조센징이라 안 부르네?”
“다, 닥쳐, 조센징.”
아까부터 조용한 나카가미 리사를 바라봤다. 나는 그녀를 보고 놀랐다.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몸을 떨고 있었다. 나를 보는 눈에는 환희와 쾌락이 가득하다. 더 놀라운 건 그녀의 오른손이 바지에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당연히 손이 거칠게 움직이고 있었다.
“하윽, 모, 못 참겠어…!”
나카가미 리사는 바지와 팬티를 냅다 벗었다. 맨들맨들한 백보지가 움찔움찔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내 곁에 다가왔다. 피에 젖은 내 바지를 강제로 벗기고 자지를 주무른다. 자지는 바로 발기했고, 그녀는 냉큼 내 위로 올라탔다.
“하아아아아아아앙!”
단숨에 절정에 오른 나카가미 리사가 실금했다.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내 사정 따위는 조금도 신경 안 쓰고 허리를 흔든다. 나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상의를 벗기고 출렁이는 젖가슴을 만졌다.
안 그래도 섹스가 하고 싶었다. 나카가미 리사의 행동은 무척 반가웠다. 피의 열망이 섹스의 쾌락으로 바뀐다.
“…….”
“…….”
무녀와 하가와 료코의 시선이 묘하다.
“하응, 앙! 아앙!”
찌걱찌걱.
나카가미 리사와 내 하반신은 투명하고 끈적한 액체로 흠뻑 젖어 있었다. 모두 나카가미 리사의 애액이다. 그 묘한 냄새가 피 냄새를 뒤덮는다.
“하아아아아아앙!”
나카가미 리사가 교성을 터트리며 뒤로 쓰러졌다. 그러나 그녀의 하반신은 당당히 위로 올라갔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경련하며 음탕한 액체를 사방에 흩뿌린다.
‘대단한 여자야.’
나카가미 리사에게 감탄한 나는 무녀와 하가와 료코를 바라봤다.
“너희들도 벗어.”
“나, 나는….”
“예. 알겠습니다.”
하가와 료코는 망설였고, 무녀는 당당하게 옷을 벗더니 내 위로 다가왔다. 나카가미 리사가 그랬던 것처럼 허리를 움직이며 내 자지를 삼키며 즐기기 시작한다.
‘보지가 흠뻑 젖어 있잖아. 이 여자도 리사같은 여자인가?’
이 둘에 비하면 하가와 료코는 정상인이었다.
나는 하가와 료코를 빤히 바라봤고,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옷을 벗었다.
“약속은 약속이니….”
2시간은 금방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