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1180화 (1,180/1,497)

< 1180화 > 1180. 15일

[대길(Lv. Master)이 발동합니다.]

산속에 들어오고 대길이 발동했다.

내 몸이 멋대로 움직여 방향을 틀었다. 나는 당황했지만, 대길 스킬에 몸을 맡겼다. 대길은 행운이다. 내게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

“성! 어디로 가는 거냐?! 산의 안쪽으로 가야 하지 않나?”

모리 마사히로가 말했다. 나는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몸이 멋대로 움직이는 건 썩 기분 좋은 느낌이 아니었다.

“일단 따라와요.”

달리면서 생각했다.

위기의 순간에 우리를 구해준 건 지진이었다. 마을 사람들에겐 불운이었고, 우리에겐 행운이었다.

‘행운인데 대길은 발동하지 않았어. 그 지진은 원작에서도 일어난 지진이겠지.’

원작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말이다.

15분가량 산속을 달린 끝에 도착한 곳은 커다란 일본식 저택이 있는 곳이었다. 이 저택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병원이 있다.

“여긴… 카미노야마 저택이군.”

모리 마사히로가 땀을 닦으며 말했다.

“카미노야마. 그 무녀의 성이군요. 그 무녀의 집인가?”

“본가다. 무녀, 카미노야마 카구라는 신사에서 생활한다. 보아하니 알고서 온 건 아닌 것 같군.”

대길이 이끄는 대로 왔을 뿐이다.

“…그냥 산 아래로 내려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와다 쿄시로가 말했다. 나쁜 의견은 아니었다. 원래 계획은 산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었고.

“난 유진이 무슨 생각인지 알겠는데.”

나카가미 리사가 웃으며 말했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한다. 이 상황에서 대놓고 웃는 그녀가 낯선 듯 시선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지금 우린 최악의 상황이야. 이 마을 사람들은 우릴 찾아 죽이려 하고, 우리가 가진 건 아무것도 없어. 이 상태로 산에서 내려간다? 내가 볼 땐 자살 행위야. 이 산이 얼마나 큰지는 올 때부터 느꼈잖아.”

“하지만 나카가미 선배. 산을 내려가면 도로가 나올 거고,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도시로 갈 수 있을 거예요.”

“와다. 산을 내려가는 게 문제야. 이 산은 위험해. 산 한쪽에는 낭떠러지가 있고, 야생 동물도 나온다고 들었어. 운이 좋아 내려갔다고 치자. 마을 사람들이 산 아래에 기다리고 있으면 어쩔래?”

“…선배랑 성의 의견은 우리가 이 마을에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게 아니야. 산을 내려가는 건 동의해. 문제는 우리에게 아무것도 없다는 거야. 도구가 있어야 해. 식량은 필수고. 마을 사람과 맞닥뜨릴 수 있으니… 무기도 있어야지.”

나카가미 리사의 시선이 저택으로 향했다. 모두의 시선도 자연스레 저택으로 향한다.

도구, 식량, 무기.

저 저택에 원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위험하지 않을까요? 마을 사람들의 배후에 무녀가 있고, 무녀의 본가인 만큼 경호도 삼엄할 텐데….”

와다 쿄시로가 걱정했다.

“위험하다는 건 지금도 똑같다. 빈손으로 산에서 도망치면 위험해진다. 무엇보다 우린 산의 지리를 전혀 모른다. 다른 건 몰라도 식량만큼은 챙겨야 한다.”

모리 마사히로의 말이었다.

“…아까부터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는데 신호가 끊겼어. 인터넷은 물론이고 통화도 안 돼. 이 마을에서 전화를 방해하는 짓거리를 한 거야. 외부에 도움을 구할 수도 없어. 우린 스스로 살아남아야 해. 그러려면 무기가 필요하고.”

후도 준이 말했다. 그는 냉철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겁을 먹지도 않았다. 평범한 남자는 아닌 듯했다.

서클원들은 의견을 나누었다. 그리고 민주주의 방식으로 결정했다. 저택을 털기로 했다.

저택의 담을 넘었다.

좀 높은 담이긴 했으나 못 넘을 담은 아니었다.

저택은 조용했다. 경비원이 돌아다닐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으나, 그 예측은 틀렸다. 저택 내부를 돌아다니는 경비원은 한 명도 없었다.

타다다다닥!

저택 밖에서 급히 움직이는 발소리가 들렸다.

“모두 깨워! 비상사태다!”

“넵!”

“산을 뒤져야 한다! 사냥개를 준비해라!”

“알겠습니다!”

“마을 아래 도로를 막아! 사람이 필요하니 외부에 인력을 요청해!”

중년 남성의 고함이 저택 안쪽까지 흘려 들어왔다.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였다.

“…시마다 파출소장.”

모리 마사히로가 중얼거리며 목소리의 주인을 말했다.

우리는 바깥의 인기척이 사라진 뒤에야 움직였다.

저택 내에서 불이 켜졌다. 소란을 듣고 일어난 것이다. 다행인 점은 저택의 대문은 여전히 닫혀 있다는 것.

가장 앞에 서서 걸어가던 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마을의 사람들은 우릴 죽이려고 합니다. 왜 죽이려고 하는지는 몰라도 하여튼 우리를 죽이려고 합니다.”

내가 먼저 마을 사람들을 죽였기에 복수한다? 절대 아니었다. 놈들은 내가 먼저 죽이지 않더라도 우리를 죽이려 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도 놈들을 죽입니다. 사람을 죽이지 말아야 한다. 라는 개소리를 지껄이려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마십시오.”

옆에 있는 문이 열렸다. 사람이 나왔다. 40대로 보이는 여자였다. 입고 있는 옷이나 추레한 분위기를 보니 저택에서 일하는 사용인으로 보인다. 나는 여자가 비명을 지르기 전에 여자의 목을 낚아채 부러뜨렸다.

꽈드드득.

여자는 그대로 절명했다. 나는 시체를 방안에 밀어 넣고 문을 닫았다.

등이 따갑다. 날 보는 서클원들의 눈에 약간이지만 두려움이 서린다.

“…꼭 죽일 필요가 있었나?”

“모리 선배. 제가 아까 뭐라 말했습니까?”

“……미안하다.”

“그 여자는 우릴 보자마자 비명을 지르려 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당연히 마을 사람들이 몰려왔고 우린 죽었겠죠.”

“그래. 죽지 않으려면 죽여야지…. 이 마을은 지옥이군.”

그 이후에도 몇 명의 사람과 부딪혔다. 내가 앞장서서 나섰지만, 나 혼자 감당하기 힘들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나카가미 리사나 하가와 료코가 나서서 도와주었다.

이 저택의 주인으로 보이는 늙은 남자를 죽이고 성공적으로 저택을 장악했다.

우리는 거리낌 없이 산을 탈 때 필요한 장비와 부엌에 있는 식량을 챙겼다. 무기로 일본도를 챙겼다. 저택 주인의 취미였는지 방 하나에 일본도 수십 자루가 보관되어 있었다. 나는 재빨리 달려가 가장 화려한 곳에 있는 칼을 잡았다.

‘만화 같은 걸 보면 명검 같은 건 숨겨져 있지만… 실제로는 아니지. 검 주인이 멍청이도 아니고 좋은 검을 구석에 박아두겠어?’

칼을 든 나는 저택의 별채를 바라봤다. 우리가 이 저택에서 유일하게 들어가지 않은 곳이다.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이미 챙길 건 다 챙겼으니까.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군.’

별채는 창문이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콘크리트로 막혀 있다. 정문은 무거운 철문이다.

나는 식량과 도구를 챙기느라 바쁜 서클원들에게 잠깐 별채에 갔다 온다 말하고 혼자서 별채 앞에 섰다.

철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철문은 열려 있었다. 저택 주인의 방에 있던 열쇠를 쓸 필요는 없어 보였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하얀빛이 새어 나왔다. 나는 조금 당황하면서 철문을 활짝 열었다.

철컹철컹철컹.

그곳은 작은 공장이었다. 기계가 돌아가며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천장은 밝았고 깨끗했다. 위생을 굉장히 신경쓰고 있는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검은색 옷을 뒤집어쓴 남자가 앉아 기계를 보고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검은색 천이 그의 얼굴까지 가리고 있었다.

그는 나를 보고 당황하더니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붉은색 알약, 혈단이다.

그것도 한 개가 아니다. 무려 6개,

그는 얼굴을 가리는 천을 들어 올려 혈단을 모두 삼켰다.

뚝. 뚝뚝.

피눈물이 바닥에 떨어진다. 그리고 그의 몸이 꿈틀거렸다.

‘…아니. 몸 전체가 아니라… 근육이 꿈틀거린 거야.’

놈이 내게 달려온다. 순간 가속도가 엄청났다.

‘그래도 인간을 초월한 수준은 아니야.’

내 머리를 향해 그의 혈관이 불거진 손이 뻗어온다. 내 머리를 쥐고 터트리려는 것 같다.

나는 허리를 숙이며 발도했다. 그의 손보다 내 칼이 더 빨랐다.

서걱.

그의 머리가 베이고 허공을 날았다. 잘린 목에서 피 분수가 천장까지 치솟는다. 혈압이 지나칠 정도로 높았다.

머리를 잃은 몸은 멈추지 않았다. 나는 옆으로 이동하며 칼을 휘둘렀다. 놈의 어깨를 베어낸다. 질긴 근육질 덩어리가 부드럽게 베였다.

‘과연 명검이야.’

쓰러진 그를 바라봤다. 잘린 어깨에서도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목 부위에 흉터가 있군. 한마디도 안 하던데, …성대를 없애 벙어리로 만든 건가.’

나는 시체를 뒤로하고 기계를 돌아보았다. 관리자가 없음에도 기계는 계속 돌아갔다.

가장 앞에 있는 기계에선 가루 같은 것들이 들어가 섞이고 있었다. 가루의 종류는 총 6가지가 넘었는데, 그중 5개는 하얀 가루고, 1개는 새빨간 가루였다.

잘 섞인 가루는 핑크색 가루가 되어 다음 기계로 이동했다.

물이 추가되어 석인다. 그리고 물이 증발할 때까지 끓인다. 이 과정을 몇 번 더 반복한다.

‘…물이 아닌 것 같은데.’

그다음은 가루를 동그랗게 뭉쳐 굳힌다. 이렇게 혈단이 완성되는 것이다.

‘의외로 쉽게 만들어지네?’

허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완성된 혈단은 검사대에서 2가지로 나누어진다.

겉으로 보기엔 그 차이점을 모르겠다.

‘오른쪽에 있는 혈단이 더 적군. 불량품인가?’

먹어 보기로 했다.

완전 회복을 가진 나다. 바로 먹는다고 죽지는 않는다.

우선 왼쪽에 성공작으로 의심되는 혈단을 들어 입에 넣었다.

두근!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몸에 활력이 돌고 정신이 맑아진다. 몸의 감각이 좀 더 좋아진다. 자신감이 차오른다.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마약이군.’

오른쪽의 혈단을 먹었다.

몸에 힘이 솟구친다. 시야가 붉게 변한다. 뚝뚝. 뺨을 타고 피눈물이 흐른다.

‘적은 쪽이 혈단이었군.’

혈단을 한 움큼 쥐고 주머니에 쑤셨다. 나중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기계 뒤쪽으로 움직였다. 쌓인 상자들이 보였다. 칼로 상자를 베었다. 혈단이 고급스럽게 포장되어 있었다.

‘혈단을 파는 건가. 돈 좀 만지겠는데?’

이걸 원하는 자들은 많을 것이다. 야쿠자, 어쩌면 일본 정부가 은밀히 혈단을 사들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일시적으로 신체를 강화하는 혈단의 효과는 누구나가 탐낼 만하니까.

‘문이 있군. 재료가 들어오는 곳인가?’

지하로 향하는 문이었다. 지하실로 이동한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통로에는 가루들이 가득했다.

‘마약이군.’

통로 끝에는 다른 문이 있었다.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자 지독한 피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러나 어지러운 곳은 아니었다. 차갑고 깨끗한 곳이었다. 나는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기계 속에 타카나 히로시, 곤자, 사쿠라이의 시체가 있었다. 그 외에도 내가 죽인 마을 사람들의 시체가 보였다. 기계는 시체가 썩지 않도록 보관하는 것 같았다.

‘뿐만이 아니라 피도 짜내고 있군. 그 옆에 기계는… 시체에서 살과 뼈를 분리하는 것 같고.’

분리된 살과 내장은 피를 넣은 솥으로 끓이고 있다. 뼈는 분쇄하여 가루로 만들고 있다.

‘가루는 모르겠고…. 뼈와 살, 내장은 혈단의 재료 중 하나인가?’

나는 아까 먹은 혈단의 맛을 떠올렸다. 아무 맛도 없었다. 사람이 들어갔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다.

“…혈단에는 아무 맛도 없던데. 사람을 갈아 넣은 게 아닌가?”

“중간 과정이 있다. 시체에서 뽑아낸 엑기스를 카미노야마 가문의 비전 약을 섞은 뒤에 가루로 만들지. 그 후에 마약 다섯 가지 마약과 섞어 만드는 게 혈단이다. 다만, 혈단의 제조 성공률은 15%에 불과하다. 가루를 뭉치고 굳히는 과정에서 85%의 불량이 발생하지. 지난 5년간 개선해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의사 가운을 입은 2m에 달하는 거구의 남자가 무심한 눈으로 날 보고 있다.

“누구냐.”

“카미노야마 카즈토. 이 병원의 병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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