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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174화 (1,174/1,497)

< 1174화 > 1174. 15일

섹스가 끝나고 옷을 입은 나카가미 리사가 물었다.

“숙소로 돌아갈 거야?”

“파출소에 들렀다 가려고요.”

“권총 때문이야?”

“어떻게 알았어요?”

“이런 상황에서 권총이 있으면 엄청 좋잖아. 그리고 나도… 한번 쏴보고 싶기도 하고. 권총을 손에 넣으면 한번 쏘게 해줘.”

“사람에게요?”

“당연한 거 아니야?”

나는 피식 웃었다.

우리는 여기서 얻은 쓸만한 무기들을 챙겼다. 그녀는 손도끼와 창을. 나는 나이프와 일본도를.

‘일본도는 날이 상하긴 했는데…. 닦고 숫돌로 갈아두면… 2~3번 정도는 쓸 수 있겠지.’

나는 일본도를 허공에 획획 휘두르다가 칼집에 집어넣었다. 칼집은 근처 집을 뒤져서 얻었다.

“칼이 익숙해 보이네. 사무라이야?”

“천마입니다.”

“그건 또 뭐야.”

나는 그녀와 함께 경찰서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여긴 마을 중에서도 외곽이었던지라 제법 걸어야 한다. 우리는 일부러 손전등을 끄고 걸었다. 마을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다.

한참 걷던 나는 나카가미 리사를 바라봤다. 그녀는 걷는 게 불편한 듯 다리를 절뚝이고 있었다.

“발목 접질렸어요?”

“…허리가 약간 불편하네. 뭐, 못 걸을 정도는 아니야.”

그녀는 방금까지 처녀였었다.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녀를 혼자 쉬게 두거나, 숙소로 돌아가라고 하기에는 불안했다. 마을 사람이 나타나 습격할지도 모르니까. 차라리 내 옆에 있는 편이 더 안심된다.

“빨리하고 돌아가죠.”

마을 파출소에 도착했다.

파출소의 정문은 유리로 되어 있었고, 안쪽 형광등은 모두 꺼져 있다. 규모가 적다곤 하나 경찰이니 24시간 운영할 줄 알았는데… 인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잘된 일이다.

나는 유리문을 향해 발로 찼다. 문이 흔들렸으나 깨지지 않았다. 강화 유리인 모양이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나카가미 리사에세거 손도끼를 받아 문을 향해 휘둘렀다. 몇 번 때리니 문이 부서졌다. 나와 나카가미 리사는 당당하게 파출소 안으로 들어갔다.

총기함은 어렵지 않게 발견했다. 문제는 보통 사물함이 아니라 금고라는 점이다. 열쇠가 필요한 종류다.

“열쇠…. 이 근처에 있으려나.”

“이거 아냐?”

나카가미 리사가 어디선가 5개의 열쇠를 가져왔다. 금고에 전부 꽂아봤는데 맞는 게 없었다.

“열쇠는 시마다인가 뭔가 하는 놈이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커요. 당장은 포기하죠.”

“아쉽네.”

파출소를 나가기 전에 뭐가 더 있나 하고 둘러봤다. 안쪽에 있는 유치장을 발견했다.

유치장 안에는 타나카 히로시가 구석에 누워 자고 있었다. 이마에 식은땀이 잔뜩 맺혀 있었다. 그는 치료받지 못했는지 팔다리가 여전히 꺾여 있는 채였다.

쾅쾅!

쇠창살을 두들기자 놈이 두 눈을 부릅뜨고 이쪽을 쳐다봤다.

“조, 조센징?! 나카가미 선배?!”

“이 새끼 팔자 좋네.”

“구, 구해 줘. 그 새끼들은 나 죽일 거야!”

“나 보고 조센징이라며?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기분이 확 나빠진다.”

“씨발! 내 팔을 이렇게 만든 주제에! 나카가미 선배! 저 좀 구해 주십시오!”

나카가미 리사는 팔짱을 끼고 그를 쓰레기 보듯 쳐다봤다.

“내가 왜?”

“이 마을은 위험합니다! 당장 도망쳐야 한다고요!”

“도망은 언제든지 칠 수 있어. 팔다리가 부러진 넌 짐 덩어리 밖에 안 될 것 같은데?”

“젠장! 내가 길을 압니다! 아니, 가야 하지 않아야 할 길을 압니다!”

내가 끼어들었다.

“아까 낮에 들어보니 경찰 놈이랑 네 말이 완전 다르더라. 한 번 자세히 말해봐.”

“내가 왜 너 같은 놈한테…!”

“말하기 싫어? 그럼, 여기 계속 갇혀 있던가.”

“…말할게! 말하면 되잖아! 대신 이 빌어먹을 철창을 열어줘.”

“일단 말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미리 경고하는데 거짓말을 하는 순간 끝이야.”

나와 나카가미 리사는 의자를 가져와 유치장 앞에 앉았다. 그냥 듣는 건 심심했기에 옆에 앉은 나카가미 리사의 가슴을 주무르며 들었다.

타나카 히로시는 날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나와 곤조와 사쿠라이는 마을을 돌아다니다 젊은 여교사를 발견했어. 맥주를 주면서 말을 걸었지.”

“여교사? 아하, 그 여교사를 강간해서 경찰에 잡혔구만.”

“강간 안 했다고! 하고 잡혔으면 이렇게 억울하지도 않지! 그년은 우릴 속였어!”

“속여?”

“그년이 자기 집으로 우릴 유혹하더니 술에 약을 탔다고! 우린 이상한 냄새가 나는 곳에 감금당했고!”

“거기가 어딘데.”

“병원 근처에 있는 집이었어. 겉으로 보기엔 사람이 사는 집처럼 꾸며진 곳이야. 우리 이외에도 동물 같은 것들이 잔뜩 들어 있었어.”

딱딱.

타나카 히로시는 공포에 잠겨 이빨을 딱딱거렸다.

감금당한 기억이 강렬한 트라우마가 된 모양이다.

“거기서 어떻게 탈출했는데? 똘마니들은 지금 어딨고?”

“…곤조와 사쿠라이는 살해당했어. 곤조는… 미친 할망구에게 강간당하면서 칼에 찔려 죽었고, 사쿠라이는… 역겹게 생긴 남자에게 범해져서 죽었어. 씨발….”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무심코 상상하고 말았다.

“끔찍하군. 넌 안 당했냐?”

“안 당했어. 나를 적합자…? 그거라면서 건들지도 않았어.”

“어떻게 도망쳤지?”

“놈들이 곤조와 사쿠라이의 시체를 정리할 때 도망쳤지. 너 때문에 팔과 다리가 꺾이고 다시 잡혔지만….”

타카나 히로시가 날 죽일 듯이 노려본다. 나는 그를 조소하며 나카가미 리사의 목덜미를 핥았다.

“하응….”

꿀꺽.

타카나 히로시가 음욕에 찬 눈으로 나카가미 리사를 바라봤다. 나는 보란 듯이 나카가미 리사를 희롱했다. 양손을 핫팬츠와 티셔츠 안에 넣어 가슴과 보지를 만졌다.

“그게 다야?”

“뭘 더 원하는 거냐? 다 말했으니 구해 줘. 이대로 있으면 난 놈들에게 죽을 거다.”

“시마다. 그 경찰이 널 감금 장소가 아니라 유치장에 넣은 이유는?”

“날 감시하기 위해서겠지. 그놈은 내가 병원에 보내달라고 했는데도 안 보내준다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5개의 열쇠를 철창에 꽂아봤다. 그중에 하나가 딱 들어맞았다. 철컥. 유치장 철창이 열리자 타나카 히로시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는 부러진 팔다리를 꿈틀거리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움직이기 힘들다. 도와줘.”

“내가 널 들고 가라고? 돌았나?”

“이 빌어먹을 자식이! 내 팔다리를 부러뜨리건 네놈이다!”

“네가 내 여자를 탐내지만 않았어도 팔다리를 부러뜨리지 않았을 거야.”

반박하려던 놈은 내가 다시 유치장을 나가려고 하자 기세를 꺾었다.

“미,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어. 도와줘. 이대로 이 마을 놈들에게 죽고 싶지 않아…. 도와줘.”

“자식이. 이제야 얌전해졌군. 날 따라 말해. 독도는 한국 땅.”

“독도는 한국 땅…?”

“그래. 독도는 한국 땅이야.”

“독도가 어딘데?”

“이 새끼. 독도도 몰라?! 무식한 새끼. 어떻게 대학에 입학한 거냐?!”

“아, 안다! 독도는 한국 땅이다!”

타나카 히로시가 다급하게 말했다.

나는 피식 웃으며 놈의 뒤통수를 잡고 그대로 벽에 찍었다.

쿵쿵쿵쿵!

“아아아악! 아악! 이, 이 새끼가아아아아악!!”

“내가 네 뒤치닥꺼리를 할 것 같냐! 여기서 죽어라!!”

쿵쿵쿵쿵쿵쿵!

어느 순간 타나카 히로시의 비명은 사라지고 없었다.

벽은 피와 뇌수 범벅이 되어 있었고, 바닥에는 짓눌린 눈알 조각이 굴러다녔다.

난 흥분을 가라앉히며 손에 쥐고 있던 시체를 바닥에 버렸다.

유치장을 나간다. 나카가미 리사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날 지켜보고 있었다.

“나 또 젖어버렸어. …할래?”

그녀가 핫팬츠와 팬티를 슬쩍 내려 보지를 보여줬다. 투명하고 끈적한 액체가 어지럽게 묻어 있었다.

“숙소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한 번하고 가도 늦진 않겠죠.”

나는 바지를 벗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

오오카루마 마을에 고립된 지 5일째.

나는 오늘 난리가 날 줄 알았다. 어젯밤에 마을 사람을 10명도 넘게 죽였으니까.

그러나 어떤 일도 없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우르르 몰려오지도 않았고, 소문이 나도는 것도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했다.

나와 나카가미 리사는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핑계로 은행나무로 향했다. 범인이 범행 현장을 찾는 것과 비슷한 심리였다.

“…없잖아.”

“다 정리했나 보네요.”

은행나무에 걸어두었던 시체들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흔적 전부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땅바닥에 피가 흐른 흔적이 남아 있었으니까. 우리는 은행나무 근처의 집에 들어갔다. 시체를 옮긴 흔적이 남아 있었다.

“보통 마을이면 당장 우리를 구속하려고 하겠지?”

“여긴 보통 마을이 아니니까요.”

“…괜히 찝찝해지네.”

마을이 상식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니 불안해지는 것이다.

“오늘 밤에 병원에 갈 거야?”

“아니요. 오늘이나 내일은 쉴 거예요.”

섹스를 즐기면서 쉴 생각이었다. 나는 아직 이 퀘스트를 끝낼 생각이 없었다. 하가와 료코와 나카가미 리사. 나는 그녀들이 나름 마음에 들었다.

‘신경 쓰이는 건 병원과 신사. 둘 다 급하게 조사할 필요는 없어. 이 세계 제목이 15일이니…. 여유는 많아. 즐길 건 즐겨야지.’

그리고 내 직감이 말하고 있다.

병원과 신사는 함정이 가득할 것이라고.

아무리 내게 완전 회복이 있다고 해도 수십 명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힘들다. 평범한 인간이면 모를까. 놈들은 혈단이라는 이상한 약을 먹어 강화한다.

‘이상한 약까지 만드는 놈들이야. 경찰뿐만이 아니라 다른 놈들도 총을 가지고 있을 수 있지.’

거기에 마을 놈들을 죽이고 그 시체를 토막 내 은행나무에 주렁주렁 걸어놨다. 마을 놈들은 분노하는 동시에 우리를 경계할 것이다.

“산책 온 김에 마을이나 한번 돌아보죠.”

마을은 조용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대다수가 노인인데 입을 꾹 다물고 태풍으로 엉망이 된 마을을 정리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를 무시했다. 옆을 지나가도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다. 말을 걸면 단답형으로 대답한다.

그런데 우리는 시선을 느꼈다.

숨어서 우리를 지켜보는 시선을.

“기분 나쁘네.”

“가서 죽일까요?”

“안 돼. 사진 같은 거 찍히면 곤란해.”

“그렇긴 하죠.”

지금은 대낮이었고 숨어 있는 놈들이 너무 많았다. 조용히 처리하는 건 힘들었다.

나와 그녀는 점심이 되어 구멍가게로 들어갔다.

구멍가게 주인 노파는 벌벌 떨며 내가 말했던 대로 한식을 준비했다.

소고기뭇국이랑 잡채였다. 소고기뭇국은 합격점이었으나, 잡채는 별로였다.

나는 마음속으로 노파를 죽일까 말까 고민했다.

“할망구. 내가 맛없으면 죽인다고 했지.”

“히이익! 마, 맛없으셨습니까?!”

“맛있네. 내일도 여기서 먹고 싶어.”

나카가미 리사가 말했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먹은 것들은 대학생들이 만든 카레와 컵라면 정도가 전부였다.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요리는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할망구. 운 좋네.”

나는 자리에 앉아 숟가락을 들었다. 일본인은 젓가락으로 밥을 먹는다고 하던데… 굳이 내가 그 문화를 따를 이유는 없었다. 난 숟가락이 편했다.

열심히 밥을 먹고 있는데 구멍가게의 문이 열리며 손님이 들어왔다. 나와 나카가미 리사는 고개를 빼 손님을 확인했다.

하가와 료코와 와다 쿄시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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