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1171화 (1,171/1,497)

< 1171화 > 1171. 15일

‘날 죽이러 왔나.’

몸을 일으킨다.

어둠 속에서 움직이던 놈은 내가 자신을 발견한 것을 알아차렸는지 주춤거렸다. 그러다 결심이라도 한 듯 나를 향해 뛰어온다. 점점 가까워지며 놈의 생김새가 보인다.

‘복면을 쓰고 있군. 손에 쥔 무기는… 손도끼인가? 복면을 쓴 걸 보니 날 죽이려고 작정하고 찾아왔군.’

취해 있을 때라면 한 번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나는 취기가 전부 가신 상태였다.

놈과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살기가 가득한 눈동자를 보니 날 죽일 생각으로 뇌가 가득 찬 것 같다.

손도끼는 정확히 내 정수리로 떨어진다.

손도끼를 피하려고 영천류의 보법을 펼쳤다. 나는 마나를 사용하지 못한다. 반쪽짜리도 되지 않는 보법이다. 그러나 무술의 정수가 녹아든 보법이기도 했다. 이 세상에선 이 보법에 견줄만한 보법은 없으리라.

“허억?!”

손도끼를 피하며 놈에게 파고들었다. 손바닥으로 놈의 턱에 어퍼컷을 날린다. 이빨이 부서진 감각이 느껴진다. 골도 제대로 흔들렸으니 균형을 잃고 쓰러져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놈은 쓰러지지 않았다. 붉게 충혈된 눈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손도끼를 휘두른다.

획, 획획.

‘꽤 빠른데.’

상체의 반동을 이용해 손도끼를 피한다. 도끼날이 어깨를 스쳤다. 도끼날을 얼마나 갈았는지 옷을 단번에 베며 피부에 상처를 냈다.

“죽어! 죽어! 죽어라!!”

‘이 새끼. 정상이 아니군.’

아무리 빡쳤다 하더라도 피눈물을 흘리는 건 말이 안 된다. 뭘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무언가 한 것은 확실하다.

도끼를 휘두르는 팔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팔이 벌어진다. 나는 주먹으로 놈의 명치를 강타했다. 놈이 뒤로 나자빠졌다. 도끼를 쥔 놈의 손을 발로 짓밟았다.

“아아아아아악!”

놈이 비명을 지른다. 나는 놈의 머리를 주먹으로 몇 번 더 후려쳤다. 그래도 놈은 발광한다. 팔다리를 허우적대며 나를 떨쳐내려 애쓴다.

“짜증 나게.”

손도끼를 빼앗아 들었다. 놈의 왼쪽 팔꿈치에 손도끼를 찍었다.

“아아아아아악!”

놈의 비명이 울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주위에는 민가 대신에 밭밖에 없었다. 놈을 도와줄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놈도 여기서 날 습격하려 했던 것이지만.

“오른팔도 찍어버리기 전에 닥쳐 새끼야.”

“……!”

놈이 입을 다물었다. 피눈물을 흘리는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면상이나 한번 봐볼까.”

복면을 벗기려던 손이 멈췄다.

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젠장. 가깝다.’

전투에 집중한 나머지 뒤늦게 깨달았다. 적이 한 명이라고 단정한 것도 너무 섣부른 판단이었다.

‘마나가 없어서 감지가 늦었어. 이미 3m까지 가까워졌다.’

몸을 뒤로 돌렸다. 손도끼를 투척할 생각이었는데 의외의 인물이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핫팬츠와 티셔츠를 입은 노란 염색 머리의 미녀가 있었다.

나카가미 리사.

여자 서클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그녀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보며 서 있었다.

“…나카가미 선배? 아, 이건… 이놈이 먼저 절 습격해서… 정당방위로….”

“알아. 설명하지 않아도 돼. 처음부터 지켜봤으니까.”

“…처음부터요? 혹시 구멍가게 있을 때부터요?”

“그 이전부터.”

“…….”

나는 고민했다.

나카가미 리사를 죽일 수는 없었다. 죽이기에는 너무 아까운 미모다. 다르게 떠오른 생각은 감금이다. 창고나 근처 민가에 감금해놓고 따먹는 것이다. 퀘스트 끝날 때까지 감금해두고 따먹는다. 결론을 내린 내가 몸을 일으켰다.

“날 죽일 생각이야?”

“아뇨. 그럴 생각은 없는데요.”

“아니면 하가와처럼 강간할 생각이야.”

“…선배. 어디까지 알고 있어요?”

멈칫했다.

나카가미 리사는 날 앞에 두고도 당당했다.

‘…애초에 내 앞에 이렇게 나타나는 것도 이상하지. 뭘 믿고 이렇게 대담한 거지?’

눈동자를 굴리며 주위를 살핀다. 다른 사람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다른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는다.

“안심해. 다른 사람은 없어. 나 혼자야.”

“…아니 선배. 무슨 생각이에요. 내가 선배를 죽일 거라고 생각 안 해요?”

“날 죽이려는 게 아니라 강간하고 싶겠지. 네가 내 가슴이나 엉덩이를 끈적하게 보는 걸 모를 줄 알았어?”

“…그건 또 어떻게 알았어요? 내가 몰래 훔쳐보는 건 잘하는 편인데.”

“내가 다른 사람의 시선에 좀 예민해.”

나는 치켜든 손도끼를 내렸다. 일단 그녀와는 대화해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남은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가져가려는 놈의 머리를 후려쳤다. 놈이 몸을 펄떡거렸다. 이 정도 되면 과다출혈로 쇼크사해도 이상하지 않은데 아직 몸을 움직이고 있다. 여러모로 대단한 놈이다.

“이 마을에 올 때 기억나?”

“네?”

“차에 말벌이 들어왔을 때 말이야.”

“아. 그렇죠. 그때 좀 난리였죠.”

“넌 말벌을 손가락으로 때리고 발로 짓밟아 죽였지. 그때 직감했어. 너와 나는 동류라고.”

“음. 그때부터 절 주목했어요?”

나카가미 리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왔다. 화장품 냄새가 났다. 이 화장품 냄새가 꽤 묘했다. 남자의 방심을 흔든다고 해야 하나, 음심을 자극한다고 해야 하나. 나는 이 냄새를 좋아한다.

“널 계속 지켜본 건 아니야. 네가 하가와를 강간했다는 것과… 몇 시간 전에 노인을 폭행한 건 알고 있어. 그리고… 지로. 그 감자밭의 노인. 네가 죽였지?”

“그것도 봤어요?”

“아니. 짐작했을 뿐이야.”

“……저와 동류라는 건… 선배도 살인자라는 말이에요?”

“살인은 범죄잖아. 난 살인을 해본 적 없어. 살인을 해보고 싶은 여자지.”

나카가미 리사의 두 눈이 반질거린다. 잘 보면 호흡이 거칠고 몸이 떨리고 있다. 이마와 목에서 식은땀이 엿보인다. 그녀는 극도로 흥분한 상태였다.

대충 그녀에 대해 감이 잡힌다.

“그런데요?”

“…너와 하가와가 창고에서 나눈 대화를 엿들었어.”

“흐음.”

“넌 하가와가 사람을 죽이면… 그 죄를 네가 대신 뒤집어써 준다고 했지.”

“그랬죠. 대충 2주 뒤에 일본을 떠날 생각이니까요. 뭐, 일본에서 도망친다고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닌데 잡혀도 딱히 상관없기도 하거든요.”

“나도 그렇게 해줘. 내가 저지른 죄… 네가 전부 가져가. 다만, 오해하지 마. 이건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거야.”

“최악이요? 최선의 경우는요?”

그녀가 손을 들어 민가를 가리켰다.

“이 마을에 뒤집어씌우는 거야. 실제로 이 마을에선 구린 구석이 많이 있는 것 같고.”

그녀는 복면을 쓴 남자를 내려다봤다. 그녀도 느낀 것이다. 이 마을은 좀 이상하다고.

“그럴 방법은 있어요?”

“내 직업이 뭔지 알고 있어?”

“대학생…. 아니, 이 경우에는 모델?”

“맞아. 내가 이 말하기 그렇지만, 난 잘나가는 모델이야. 내 팔로워만 20만 명이 넘어.”

“아하. SNS를 이용하시려고요?”

그녀는 스마트폰을 들어 SNS 계정을 보여줬다. 그녀가 쓴 글들이 보인다.

[무서운 노인들이 잔뜩 몰려왔어. 너무 무서워.]

[이 마을 이상해.]

[길이 무너졌어. 누가… 누가 좀 도와주세요. 제발.]

[누군가가 날 지켜보는 것 같다.]

사람들을 선동할 떡밥을 잔뜩 써놨다. 여기서 확정적인 증거까지 있다면, 이 마을은 최악의 범죄 집단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일이 잘못되면 모든 죄를 내게 뒤집어씌운다.

‘일본에는 조센징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말을 믿는 일본인들이 많으니까.’

고립된 마을에서 살인을 저지른 조센징.

우익들이 딱 좋아할 만한 내용이 아닌가. 그리고 일본 우익은 정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니….

마녀사냥에 나만 한 제물은 없다.

“선배가 뭘 원하는지 알겠어요. 근데 선배는 제게 뭘 주실 수 있죠?”

“뭘 원하는데?”

“괜히 튕기기는…. 선배도 알고 있잖아요.”

“좋아.”

그녀가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는 내 손을 잡고 자신의 가슴에 가져갔다. 가슴의 탄력이 손을 통해 느껴진다. 가슴 크기는 C컵. 하과요 료코에 비해 크기는 작지만, 모양이 섹시했다. 한 손에 딱 맞게 들어오는 크기라 안정감도 있고.

“선배 가슴은 쫀득해서 만지는 맛이 있네요.”

“내 가슴을 만진 남자는 네가 처음이야.”

“더 꼴리네. 근데 이것만으로 선배를 믿기 좀 그래요. 나중에 내 뒤통수를 칠 수 있잖아요.”

“……그럼?”

“내 똥구멍 좀 빨아줘요. 그럼 선배를 믿을게요. 설마 내 똥구멍까지 빤 여자가 날 배신하겠어요?”

“…….”

나카가미 리사의 시선이 차가워졌다.

여기서 그녀가 거절해도 상관없었다.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건 그녀가 아니라 나니까. 거절하더라도 상관없었다. 덮치면 그만이니까.

“그거면 돼?”

차가운 눈초리와 달리 답변은 긍정적이었다.

“지금 바로 여기서요. 할 수 있겠어요?”

“그 정도도 못 할 것 같아?”

“흐흐. 한 번 해봐요.”

나는 몸을 돌려 바지춤을 풀고 팬티를 내렸다. 엉덩이가 시원하다. 나카가미 리사가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이어 그녀는 쪼그리고 앉아 내 엉덩이를 양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벌린다. 그녀의 얼굴이 내 엉덩이에 닿는다. 그녀의 혀가 느릿하게 내 애널을 핥는다.

‘주저함이 없잖아. 한 번 정한 일에는 망설임 없이 직진하는 스타일인가?’

나는 움찔움찔 떨며 그녀의 혀 놀림을 즐겼다. 자지는 이미 한계까지 발기했다.

‘나카가미 리사…. 평범한 여자가 아닌 건 확실해.’

주의해야겠다.

“선배. 그만. 이제 충분해요.”

“…후우. 그래?”

“내 똥구멍은 어때요?”

“…….”

나카가미 리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찡그린 표정을 보면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닌 모양이다. 나는 킬킬 웃으며 바지춤을 올렸다.

“조금 있다가 선배 보지 따먹을 건데 괜찮죠?”

“마음대로 해. 대신….”

그녀의 시선이 아래의 쓰러진 복면남에게 향했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놈의 사타구니 사이에 작은 텐트가 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 놈은 내가 죽이게 해줘.”

“죽일 수 있고요?”

“죽일 수 있어.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나카가미 리사가 발이 놈의 고간을 짓밟았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팔이 잘렸을 때보다 더 끔찍한 비명이 울렸다. 기둥이 부서지고 알이 깨진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사타구니를 확인했다. 발기했던 자지가 조용히 작아지고 있었다.

“도끼 줘.”

나카가미 리사가 말한다. 희열에 가득 찬 목소리였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입술이 부들부들 떨리고, 눈가가 휘어져 있다. 확실했다. 그녀는 한 남자의 소중이를 작살 내놓고 쾌락을 느끼고 있었다.

‘사디스트네.’

세상에 변태는 많다. 맞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때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나카가미 리사는 좀 심각한 사디스트 같았다.

‘날 때리는 게 아니니 상관없지.’

아무 말 않는 내게 나카가미 리사가 다시 손을 뻗는다.

“도끼 줘. 날 아직 못 믿어? 난 네 똥구멍까지 빨았어.”

“아뇨. 그게 아니라. 지금 죽이면 곤란해서요.”

“곤란해? 뭐가? 여긴 CCTV도 없고, 보는 사람도 없어.”

“정보를 알아내야 해요.”

“아. 그렇구나. …고문도 할 거야?”

“필요하면요.”

“후, 후후후. 역시나.”

“네?”

날 보는 그녀의 눈에서 열기가 흐른다. 좀 부담스러울 정도다.

“너와 난 동류야.”

“아닌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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