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9화 > 1169. 15일
나는 새벽 6시가 되었을 무렵에 남자 숙소로 돌아왔다.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와다 쿄시로가 다다미 위에 앉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성 상. 왔어?”
“뭐야. 왜 앉아 있어? 안 잤던 거야?”
“방금까지 자고 있었어. 원래라면 자고 있었을 텐데…. 오늘따라 어쩐지 불안해서… 빨리 일어났어. 성 상은?”
“부엌에서 잠들었다가 이제 일어났어.”
와다 쿄시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 상. 기상청 정보를 보면 태풍은 오후에 일본을 떠나고 비도 그칠 것 같아.”
“다행이네. 내일이면 돌아갈 수 있으려나?”
“그러면 좋겠지만….”
와다가 말끝을 흐렸다.
나는 개의치 않고 이불에 드러누웠다. 나도 지금 상황을 안다. 밖과 이어진 도로는 부서졌을 뿐만이 아니라 쉬지 않고 내린 장대비에 침수까지 된 상태다. 당장 마을 밖에 있는 밭만 봐도 흥건하게 잠겨 있다. 그나마 고지가 있는 산이라 이 정도로 끝난 거지. 도시 쪽은 물난리가 나도 크게 났다.
마을 사람들이 도로에 달라붙어 복구 작업을 한다고 해도 며칠은 걸릴 것이다. 외부의 도움을 받기에는 상황이 마땅치 않고.
‘이 세계 이름이 15일이지. 축제 조사 때문에 마을에 와서 자연재해로 갇힌 상태…. 무슨 장르인지 대충 짐작은 가네. 퀘스트 성공 조건은… 생존인가. 원흉을 찾아내 제거하는 것일 수도 있겠군.’
퀘스트 내용을 추측할 수 있게 되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느 쪽이든 성공할 자신이 있었으니까.
‘완전 회복이 있는데 생존이 뭐가 문제야.’
초능력자도 없는 세상이다. 같은 조건이라면 전투 경험이 많은 내가 훨씬 유리하다.
‘음. 일단 원흉을 찾아내긴 해야겠군.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오후가 되었다.
비가 그치고 바람이 잠잠해졌다.
그러나 마을은 엉망이었다. 길에는 진흙이 범람했고 여기저기 부서진 것들이 많았다.
나는 하가와 료코를 창고로 몰래 불렀다.
“여어. 섹스 파트너.”
하가와 료코는 고개를 돌리며 주위를 획 둘러보고는 날 죽일 듯이 노려봤다.
“조센징…. 그딴 식으로 날 부르지 마.”
“알았어. 료코.”
“멋대로 이름 부르지 마.”
“알았어. 스시.”
“…스시?”
그녀에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녀는 수치심으로 가득한 얼굴로 내 곁에 다가왔다. 그녀가 입은 옷을 바라본다. 프릴이 달린 하얀색 블라우스와 청바지다. 심플하면서도 깔끔하다. 그녀는 몸매가 뛰어났기에 무척 잘 어울렸다.
손을 뻗어 그녀의 가슴을 만진다.
그 즉시 하가와 료코의 손이 허리로 향했다가 멈췄다. 나는 블라우스를 들어 올려 그녀의 허리춤을 확인했다. 단도가 허리에 붙어 있었다. 투명 테이프를 이용해 붙인 것이다. 엉성하지 않고 깔끔하다. 몇 번이나 해본 것 같았다.
나는 한 손으로 하가와 료코의 브래지어를 벗기며 물었다.
“오늘 새벽부터 궁금했는데… 너 대체 정체가 뭐야? 평범한 여대생이 무기를 가지고 다니지는 않잖아.”
“내가 왜 조센징 따위에게 나에 대해 말해 줘야 해?”
“말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돼. 대신 저녁까지 여기서 떡칠 거야.”
블라우스 속에 손을 넣었다. 유방을 꽉 누르며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잡아당겼다. 하가와 료코는 얼굴을 붉히며 부들부들 떨었다.
“말하면 되잖아…. 대신 저녁까지 너랑 놀 시간은 없어. 1시간 내로 끝내.”
“2시간.”
“…1시간 10분.”
“2시간.”
“…1시간 11분.”
“2시간.”
5분간의 실랑이 끝에 2시간으로 결정됐다.
그녀는 블라우스를 벗은 상태였다. 내 양손에 잡힌 가슴 끝에는 선홍색 젖꼭지가 딱딱하게 발기해 존재감을 내뿜는다. 나는 그녀의 발기한 젖꼭지를 손가락을 살살 굴리며 질문했다.
“이제 말해봐. 대체 네 정체가 뭐야?”
“…네가 궁금한 건 내가 왜 칼을 가지고 있냐는 거겠지. 정체고 뭐고 할 것 없어. 칼은 호신용이니까.”
하가와 료코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나는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새벽에 남겨두었던 키스 마크가 희미해져 있었다.
“평범한 여대생은 호신용으로 칼을 안 가지고 다녀.”
“……우리 집은 닌자 가문이야.”
그녀의 청바지를 벗기려던 손이 멈춘다.
어이가 없는 단어를 들었다.
“닌자 가문?”
“믿지 않겠지만 진짜야. 집에 족보도 있어. ……지금은 닌자 체험 시설을 운영하고 있을 뿐이지만.”
“아니. 믿어.”
이 세계는 일본 창작물 속 세계다.
뜬금없이 닌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분위기에 맞지 않는 감이 있지만, 그녀가 닌자로서 술법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작가가 하가와 료코의 배경을 닌자 가문으로 설정했다는 거지. 재미로? 그럴 리가.’
호신용으로 단도를 가지고 있는 여대생. 전투력도 뛰어났다. 어제 내가 이겼던 나였기 때문이다. 다른 남자가 그녀와 1대1로 싸우면 못 이길 것이다.
‘히로인에게 그런 설정이 붙을 정도로 위험한 일이 생긴다는 거지.’
그녀의 청바지를 내렸다. 그녀의 크고 탱탱한 엉덩이를 바라보면서 하얀색 팬티를 봤다. 중심 부분이 손가락 한 마디만큼 젖어 있다. 나는 그녀의 팬티를 벗기고 엉덩이를 잡아 양옆으로 벌렸다.
한 작품의 히로인답게 핑크색의 보지와 항문이다. 소음순도 평행하고 항문도 앙증맞다.
오늘 새벽까지만 해도 처녀였던 보지에 검지를 찔러 넣었다.
찌걱.
“보지가 젖어 있네. 가슴 만져줘서 흥분했어?”
“…그거 오줌이야.”
“오줌치곤 좀 많이 끈적한데.”
“…헛소리 말고 빨리하고 끝내.”
“빨리 넣어달라고? 오케이. 새벽 때처럼 뿅가게 해줄게. 같이 기분 좋아지자.”
“그럴 일 없어. 조센징과 섹스해서 기분 좋아질 일은 결코 없으니까…!”
그건 두고 볼 일이었다.
나는 자지를 꺼내 그녀의 보지에 쑤셔 넣었다.
찔꺽.
2시간 30분이 지났다. 약속한 2시간보다 30분이 더 지났는데도 우리의 성기는 서로 이어져 있었다.
나는 체력이 후달려 낡은 의자에 털썩 앉아 있었고, 하가와 료코는 내 무릎 위에 앉았다. 땀으로 젖은 그녀의 등에는 검은색 머리카락이 달라붙어 있다.
“한국인의 자지는 어때? 기분 좋지?”
“몇 번이나 말해야 해? 흐으…. 조금도 기분 안 좋아….”
하가와 료코가 헐떡이며 말했다. 우리 아래쪽은 끈적한 액체로 넘쳐났다. 내 자지가 쏟아낸 하얀 정액과 하가와 료코가 터트린 애액 분수의 흔적이다.
그녀는 최고 수준의 오르가즘을 느끼면 애액 분수를 뿜어댄다. 웃긴게 스스로는 부정한다는 점이다.
자기 말로는 기분 좋아서 애액을 뿜어대는 게 아니라, 요실금이 있어서 오줌을 싼다는 것이다.
‘그게 더 쪽팔리는 일이 아닌가….’
“흐으으으으으으응!”
하가와 료코가 턱을 세우며 몸을 떨었다. 보지에서 뿜어나온 애액이 내 허벅지를 적신다. 나는 옆으로 쓰러지려는 그녀의 몸을 내 품으로 안았다. 숨을 헐떡이는 그녀는 멍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봤다.
입을 맞췄다. 약간 저항하더니 이내 나와의 키스를 이어간다.
“료코.”
“…이름으로 부르지 마, 조센징…!”
하가와 료코가 으르렁거렸다. 내 자지에 박힌 채로 으르렁거리는 모습은 꽤 웃겼다.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는 건 일본의 요비스테 문화다. 일본은 가깝고 친한 사람이 아니면 이름이 아닌 성으로 부른다.
“이 마을을 조심해. 앞으로도 칼을 잘 챙기고 다녀.”
“…뭐?”
“좀 이상한 마을이야. 못 느꼈어?”
“…….”
“위험하다 싶으면 망설임 없이 칼을 써.”
“…사람을 죽이라고?”
“날 죽이려고 했잖아.”
“넌 날 강간한 조센징이야!”
“그래. 그래. 어쨌든 내 말을 잊지 마. 위험하다 싶으면 걍 죽여. 나중에 문제 될 것 같으면… 내 이름을 팔아. 내가 시켜서 죽였다고. 아니면 내가 죽인 걸로 위장하던가.”
하가와 료코가 눈살을 찌푸리며 날 노려봤다.
“……왜? 무슨 목적이야?”
“네가 감옥에서 썩는 걸 원하지 않으니까.”
나는 얼마나 많은 죄를 뒤집어써도 상관없다. 어차피 퀘스트가 끝나면 현실로 돌아갈 테니까.
“쓸데없는 짓을….”
하가와 료코는 비틀거리며 내 위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보지에서 걸쭉한 하얀 액체가 흘러내린다. 그녀는 손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옷을 입기 시작했다.
“오늘 밤 11시쯤에 네 방에 찾아갈게.”
“…….”
하가와 료코는 대답도 하지 않고 창고를 떠났다.
나는 바닥을 내려다봤다. 음탕한 액체가 가득하다.
‘이건 대충이나마 치워 둬야겠지. …오늘 밤에는 펠라치오를 시켜 볼까.’
•••
4일째 오후.
재팬 페스티벌 스터디 서클의 분위기는 척 가라앉았다.
마을에 고립되었다. 마을에 빌린 작은 발전기 덕분에 최소한의 전기는 사용할 수 있긴 한데, 말 그대로 최소한이다. 냉장고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외부에 구조대 요청?
해봤다.
그러나 돌아온 말은 심각한 상황은 아니니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구조대에게 따질 수는 없었다. 실제로 재난으로 난리 난 바깥에 비하면 마을은 평화로웠으니까.
서클원들은 남자 숙소 1층 거실에 모여 있었다. 이럴 때일수록 모여 있는게 좋다는 모리 마사히로의 의견이었다.
나는 와다 쿄시로 옆에 조용히 앉아 있는 하가와 료코를 힐끗거렸다. 날 볼 때마다 조센징이라 비하하던 모습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시선을 느낀 하가와 료코가 이쪽을 쳐다봤다. 내가 히죽 웃으며 혀를 내밀자 눈살을 찌푸리며 바로 고개를 돌렸다.
‘조금 있다 저녁 되기 전에 한 번 따먹을까….’
우울한 공기가 가득한 거실에 변화가 일어났다.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거실문이 열렸다. 귀에 피어싱을 한 양아치, 타나카 히로시가 나타난 것이다. 옷은 진흙으로 엉망이고, 얼굴은 땀에 젖어 있다.
“타나카. 어디 갔다가 이제야 온 거냐. 그 꼴은 뭐고.”
모리 마사히로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물었다. 목소리가 굳었다. 타나카 히로시의 등장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도망! 도망가야 해! 이 마을은 미쳤어!!”
무언가에 겁에 질린 타나카 히로시가 소리치며 눈동자를 굴린다. 그러다 모리 마사히로의 멱살을 붙잡았다.
“차 키! 차 키 어디 있어?!!”
“진정해라, 타나카. 지금 네 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차 키 가져오라고!!! 이 마을에 있으면 죽을 거야! 죽는다고!!! 너도 죽고 싶진 않잖아!!”
“타나카. 차가 고장났다는 걸 잊은 거냐?”
“……!!”
타나카 히로시가 놀란 듯 주춤거렸다. 차가 고장났다는 사실을 정말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보통 그걸 잊나? 제정신이 아니군.’
타나카 히로시가 뒤로 돌아 달려나가려고 한다. 모리 마사히로는 그의 어깨를 잡아 바닥에 패대기쳤다.
“타나카 히로시!! 진정해라! 아무도 널 해치지 않는다! 진정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라! 너와 같이 있던 곤조와 사쿠라이는 어디 있고?!”
“고, 곤조와 사쿠라이는 죽었어! 이 마을 늙은이들이 죽여버렸다고!! 그놈들이! 날 죽이러 올 거야! 도망쳐야 해!!”
타나카 히로시가 악을 쓰듯 외쳤다.
그의 외침은 곧 사라지고 차가운 침묵이 거실에 내려앉았다.
그때였다.
바깥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한두 명이 아니다. 못해도 수 십 명의 인기척이다. 슬쩍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가 긴장한 얼굴이었다. 타나카 히로시를 공포에 가득 질려 있었다. 그는 곧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