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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153화 (1,153/1,497)

〈 1153화 〉 1153. 아카데미의 구원자

보지발도 보지일섬!

두 개의 참격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부딪친 참격은 상쇄되며 거대한 충격파를 발생시켰다. 나는 바람에 뒤로 물러나면서 칼을 납도했다. 그러면서 가짜 성유진을 주시했다.

가짜 성유진도 충격파를 피해 뒤로 물러나며 칼을 납도했다.

놈이 보법을 밟는가 싶더니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났다.

'...찰나를 사용했군.'

직접 사용할 때는 몰랐는데 상대하는 입장이 되니 상당히 성가신 능력이었다. 놈이 보지발도를 사용하려고 한다. 이대로 반응하기 어려웠기에 찰나를 사용한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 5 ]

시야가 느려진다. 충전된 오나홀칼집에서 폭발적인 기세로 빠져나오는 놈의 화련비도가 보였다.

'...아까 경비원을 죽일 때 찰나를 한 번 썼어...안 좋은데. 놈과 비교해서 스택 하나가 부족해.'

마음속으로 혀를 차면서 놈의 공격에 대응한다.

보지발도 하세기.

오나홀칼집으로 가속된 칼날이 교차했다.

카아앙!

교차한 칼날은 어느 한쪽도 물러나지 않았다.

'근력과 민첩, 반응속도까지. 전부 나랑 똑같은 건가.'

파지지지직.

놈의 칼날에서 시뻘건 뇌전이 일어난다. 나는 황급히 놈과 거리를 벌렸다. 평범한 뇌전이면 적당히 맞아주며 반격하겠는데, 화련비도로 강화된 뇌전은 나도 버겁다.

가짜 성유진은 질풍처럼 내게 파고들며 연속으로 발도한다.

[꺄아아아악! 뭐 하는거야! 빨리 반격해!!]

마키나의 말을 무시하고 피하는 데 집중했다.

'나랑 똑같은 능력치라면... 체력과 마나를 아껴야 한다. 먼저 지치는 놈이 지는거야.'

허나 피하는 게 쉽지 않았다. 보지발도를 통해 쉬지 않고 날아오는 참격과 찰나를 통한 극한의 쾌검술. 찰나를 쓰는 타이밍이 익숙했기에 어떻게든 피하고는 있다.

'...이 새끼. 왜 이렇게 무데뽀로 공격해오는 거지?'

가짜라서 막무가내로 행동한다? 아니다. 가짜이기 때문에 진심으로 날 죽이고 진짜의 자리를 차지하고 싶을 것이다.

'애초에 나랑 똑같은 스펙이 아니라면?'

이 일에는 라플라스가 관련되어 있다. 라플라스라면 수작을 부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젠장. 시간을 끌면 내가 더 불리해지는 건가.'

입술을 깨무는 나와 다르게 가짜는 신나게 칼을 휘두르고 있다.

"하하하! 도망만 치지 말라고! 진짜 주제에 가짜에게 쫄았나?!"

놈이 칼을 휘두를 때마다 붉은 벼락이 떨어진다. 쾅쾅쾅! 천둥소리가 울리며 주위로 아카데미 학생들이 모여든다.

"왜 여기서 싸우고 지랄이야?"

"말려야 되는거 아니야?"

"말리다가 한 대 맞으면 우리만 손해지. 선생님이나 불러와."

아카데미 학생들이 중얼대며 구경한다. 가짜 성유진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학생들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거슬린다, 이 버러지들!"

"꺄아아아악!"

아카데미 학생들이 놈의 참격에 쓸려나간다. 몸이 베이고 피가 바닥에 쏟아진다.

놈의 집중력이 학생들에게 쏠리며 빈틈이 발생했다. 절호의 기회였다.

'찰나를 통해 접근한다.'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 4 ]

보지발도 보천세.

찌걱찌걱찌걱찌걱찌걱.

발도와 납도를 반복한다. 오나홀칼집의 보지가 너덜거리며 벌어진다. 그리고 검격은 점점 빨라진다.

"이, 이 자식...!"

놈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놈은 내 검격을 모조리 받아내고 있다. 찰나를 연속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놈은 찰나를 10번 이상 사용했다. 아마 찰나의 횟수 제한이 놈에겐 없는 것이다. 대신 놈은 찰나를 쓸 때마다 몸에 부하를 받는 듯했다.

'팔이 떨어질 것 같군. 결판을 내자.'

보지발도 절정.

연속 발도로 붉게 달아오른 화련비도를 최고의 속도로 놈에게 휘두른다. 내 눈에도 잘 보이지 않는 속도의 검격이었다. 놈은 찰나를 사용해 검격을 피하려고 했으나, 부하가 축적된 육체가 잠깐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촤아아아악!

놈의 몸을 베어냈다.

"이런 씨발!"

욕설과 내장을 흘린 놈이 바닥에 쓰러진다.

나는 방심하지 않았다. 떨어질 것 같은 팔의 통증을 무시하고 화련비도를 납도한 뒤 다음 발도를 준비한다.

가짜 성유진이 완전 회복을 사용했다. 기다리고 있던 나는 천심을 사용하며 육체능력을 끌어올렸다.

영천류(影天流) 극기(極技) 천광(天光).

칼은 빛살이 되어 놈의 심장을 꿰뚫는다.

몸을 일으키던 가짜 성유진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날 바라봤다. 눈동자가 흔들린다.

"바, 방금 그 기술은 뭐냐?"

"널 죽이기 위해 새로 만든 기술이지."

나는 [아카데미의 구원자] 세계에서 영천류 극기를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가짜 성유진이 극기에 대해 모르는 이유였다.

"...지랄하지 마라, 재능 없는 네가 임기응변으로 그런 기술을 만들 수 있을 리 없다..."

파지지직.

뇌전을 일으켰다. 붉은 뇌전은 놈의 몸을 감전시키기 시작했다. 놈이 이를 악물며 내 목으로 손을 뻗는다. 나는 칼을 휘둘러 놈의 목을 잘랐다.

'내가 내 목을 자르는 것 같아서 썩 기분 좋지는 않군.'

목을 쓰다듬으며 가짜 성유진의 머리를 노려봤다. 찰나처럼 완전 회복 또한 여러 번 사용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놈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청룡의 시련을 완료했습니다.』

『청룡창이 본래 능력을 각성합니다.』

알림창을 본 나는 그제야 가짜 성유진의 시체에서 눈을 뗐다. 놈은 확실히 죽었다.

'류하나는...'

주위를 둘러보던 나는 멈칫했다.

가짜 성유진이 날뛰며 죽여버린 아카데미 학생들의 시체가 주위에 널브러져 있고, 어느새 모여든 아카데미 교사들이 날 포위하며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양손을 들어 올리며 싸울 의지가 없다는 것을 표했다. 천안을 사용해 류하나의 상태를 확인했다.

'류하나는 뒷산에 있군.'

류하나의 앞에 가짜 류하나가 쓰러져 있다. 류하나도 승리한 것이다.

나는 하늘을 바라봤다.

시련은 끝났다.

던전은 무너지고 우리는 바깥으로 나가게 될 것이다... 그래야 하는데, 던전은 무너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맑고 창창하기만 했다.

•••

나는 구속된 채로 학장실에 끌려왔다.

내 주위에서 아카데미 교사들이 살벌한 기세를 흘리고 있다.

"모두 진정하시게."

정면에 앉은 노인이 말했다. 주름이 가득한 얼굴에 하얀 수염을 기른 왜소한 체격의 노인이다. 등이 굽은 그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유했다.

강주석.

마루한 아카데미의 초대 학장이다.

"학장님. 이놈은 테러리스트로 지명수배받은 놈입니다. 이놈에게 걸린 현상금만 5억이 넘습니다. 무엇보다 학생 5명이 죽었습니다."

"학생 5명이 죽은 건 안타까운 일이네. 그러나 따질 건 제대로 따져야 하지 않겠나. 학생 5명을 죽인 건 그가 아니라 그의 도플갱어일세. 회수한 시체가 그 증거이고, 증인까지 여럿 있네."

"...그래도 그가 지명수배된 테러리스트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나는 구속 상태를 확인했다.

양손에 수갑이 걸려있다. 평범한 수갑이 아니다. 마법적 처리가 되어 있어 풀기 힘들다.

'공간 이동 주문서를 사용하면 도망치는 건 문제가 아니야. 수갑을 찬 상태라도 주문서를 소환해 찢을 수 있으니까.'

문제가 되는 건 날 지켜보고 있는 학장과 교사들이었다. 내가 수상한 행동을 하면 바로 저지할 것이다.

"자네, 이름이 뭔가?"

강주석이 내게 물었다.

"성유진."

"그래. 성유진. 굉장히 젊어 보이는군. 몇 년 전에 발행된 지명수배자의 사진과 별 차이도 없고... 우리 교복이 잘 어울리지만, 실제 나이는 더 많겠지."

"......"

"자네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겠네. 어떤 목적으로 아카데미에 들어왔고, 자네와 그 도플갱어의 정체는 뭔가?"

"묵비권을 행사한다면?"

"상관없네. 입을 다무는 것도 자네의 자유니, 우리가 뭘 할 수 있겠나. 헌데 그건 잊지 말게. 학생 5명이 죽었네. 우린 지금 간신히 화를 참고 있는 상태라네."

살벌한 분위기다.

이러다가 고문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라면 모를까. 지금 시대에선 충분히 가능성 있다.

"...나는 데빌 헌터다. 악마를 쫓아 아카데미에 들어왔지."

입을 열었다.

거짓말을 쏟아낸다. 속일 자신은 있었다. 학생을 죽인 건 내가 아니라 도플갱어다. 증인이 있는 이상 학생이 죽은 것에 대한 책임을 내게 물을 수 없다.

"......"

내 거짓말을 들은 그들은 침묵을 유지하며 생각에 잠겼다.

학장실의 문이 열리고 한 젊은 교사가 들어왔다.

"학장님. 히어로 협회에 신고하고 그의 신원도 조사했습니다. 신원에 관해선 어떠한 정보도 없습니다."

"...협회는 언제 온다고 하는가?"

"방금 평양에 대규모 게이트가 열렸습니다. 협회는 평양을 수습해야 한다는 이유로 우리에게 그를 구속해달라는 요청을 해왔습니다."

"공교롭구만... 평양이 그렇게 심각한 수준인가?"

"...실패하면 평양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

학장실의 사람들은 다른 의미로 침묵했다.

강주석 학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지시를 내렸다.

"박 교사, 검무과 근처에 작은 창고가 있지 않나. 거길 감옥으로 쓰고 싶네. 창고 내의 물건들을 정리해주게. 오 교사, 마법과의 도움이 필요하네. 창고에 구속진을 준비하고 주변에 결계를 설치하게. 윤 교사, 행정과에 가서 감시 인원을 모집하게. 교사 1명 직원 2명... 3인 1조로 8시간마다 교대하는 게 적당하겠군. 다들 당분간만 고생하지."

"예. 학장님."

강주석 학장의 지시에 교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학장실에는 나와 강주석 학장만 남았다.

"자네 말대로라면 도플갱어는 자네가 쫓는 악마의 하수인이지. 어떤 악마를 쫓고 있는지 물어봐도 되나?"

"라플라스. 제 8 군단의 주인을 쫓고 있다."

"...역시 그렇군."

"역시?"

"몇 년 전, 자네가 서울에 테러를 일으킨 그 날. 자네가 라플라스와 싸우고 거대 괴물들을 쓰러뜨렸다는 증언을 들었네. 자네가 아니었다면 서울은 반파되었을 거라는 게 협회의 주장이지."

"생각 이상으로 유능하군."

"나는 자네에게 감사하고 있네. 자네가 아니었다면 대한민국은 크게 휘청였을 테니."

"고마우면 이 수갑 좀 풀어주지."

"그것과 별개로 자네가 테러를 저지른 건 사실 아닌가. 그것도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하네만... 자네 방식은 잘못됐네."

"......"

나는 입을 다물었다. 강주석 학장의 의지는 확고하다.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풀어주지 않을 것이다.

'시련은 끝났어. 좀 기다리면 던전 밖으로 나가겠지.'

불편하더라도 조금 참으면 된다.

나는 아카데미 창고 안에 갇히게 되었다.

"...자네가 타고 온 자동차 트렁크에 경비원의 시체가 있더군. 그는 왜 죽였나?"

강주석 학장이 날 선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그놈은 악마에게 조종당하고 있었다."

"...그 말을 믿으라고?"

"난 진실을 말했어. 믿든 안 믿든 당신 자유지."

"......"

"하나 더 말해주지. 아카데미에 악마가 숨어 있다."

"......악마는 어디에 숨어 있나?"

"풀어주면 한 번 찾아 봐주지."

강주석 학장은 날 빤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창고를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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