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39화 〉 1139. 아카데미의 구원자
-꾸우욱!
모카의 의지가 내게 흘러들어왔다.
의식을 붙잡는 수면욕을 떨쳐내고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건 잠든 최다연의 얼굴이었다. 그녀는 손으로 내 어깨를 끌어안고, 다리로는 내 하반신을 휘감았다. 발기한 자지는 그녀의 엉덩이 사이에 들어가 있다. 자지에 감각을 집중하자 최다연의 보지와 항문의 형태가 적나라하게 느껴진다.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이거 하마터면 큰일 날 뻔한 거 아니야?’
잠결에 실수로 최다연의 처녀를 빼앗을 수도 있었다. 반대로 최다연이 나를 덮쳐 처녀를 졸업하는 일도 있을 수 있고.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최다연의 나체를 쓰다듬었다. 손을 통해 느껴지는 피부는 따뜻하고 부드럽다. 그녀가 풍기는 냄새까지 좋다. 내 몸에 착 달라붙은 유방, 크고 탄력적인 엉덩이, 가늘고 굴곡진 허리. 그 모두가 꼴린다.
‘젠장. 어제 그 말을 했으니 내가 먼저 섹스하자고 할 수는 없고….’
자지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의 보지가 움찔거리며 반응했다. 최다연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눈꺼풀이 열린다.
눈이 마주쳤다.
최다연의 눈동자가 당황한 듯 흔들린다. 그녀가 뭘 하기 전에 내가 먼저 그녀를 끌어안았다.
“…….”
“…….”
고요한 침묵 속에서 최다연이 눈을 감았다.
-꾸욱!
무시당한 모카의 불만 담긴 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모카가 내게 말하고자 하는 건 악령에 관해서였다. 나는 모카에게 악령을 잡아두라고 명령했다. 헌데 모카가 잠깐 방심한 틈을 타서 악령이 도망쳤다. 마땅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내 잘못도 있으니 모카를 탓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뭐, 적당히 악령을 놓아줄 생각이기도 했고.’
신나리에겐 악령이 필요했다.
나는 다시 잠이나 자기로 했다.
•••
방과 후, 정령과에 불청객이 찾아왔다.
알록달록한 한복은 입은 중년 여성이었다. 짧은 단발머리에 붉은색 뿔테 안경을 썼다. 키가 작고 인상은 무척 깐깐해 보인다.
나는 그녀를 안다.
아카데미에서 유일하게 한복을 입은 캐릭터라 싫어도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주술과 대표 교사 고현숙.
주술과. 아카데미 초창기에는 그 위세가 마법과보다 뛰어났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마법이 전 세계의 주류가 되었고, 주술은 점점 뒤떨어지게 되었다. 그래도 중형 규모의 전공과로서 나름 인기 있는 곳이다.
“고현숙 선생님. 정령과에는 무슨 일로 오셨나요?”
칼레스가 물었다. 목소리는 묘하게 적대적이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 모두 인사를 하지 않았다. 사이가 안 좋은 모양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어요. 신나리 학생을 주술과로 보내세요. 이제 막 다시 개설된 정령과는 신나리 학생을 감당하지 못해요. 애초에 악령과 정령은 아예 다른 존재고요.”
고현숙의 목적은 신나리였던 모양이다. 그거 말곤 정령과에 직접 찾아올 이유가 없긴 하다.
그리고 그녀의 말은 전부 반박하기 힘들 정도로 옳은 말들이었다.
“고현숙 선생님. 무언가 착각하고 계시는군요. 제가 억지로 나리를 정령과에 데려온 게 아니에요. 나리가 정령과를 선택한 거죠.”
“그 말을 저보고 믿으라고요? 상식적으로 신나리 학생이 정령과를 선택할 이유는 한 가지도 없어요.”
고현숙의 말대로다. 신나리와 관련된 저주, 악령 등은 모두 주술과 관련 있다. 그러나 고현숙이 간과한 건 신나리 그 자체다. 신나리는 상식적이지 않다.
“저도 나리에게 몇 번이나 주술과를 추천했어요. 하지만 나리는 정령과를 선택했죠. 전 나리의 선택을 존중해요. 나리를 억지로 데려가겠다고 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어요.”
“억지로 데려갈 생각은 없어요. 전 신나리 학생을 설득해서 데려가겠어요.”
고현숙이 멍한 얼굴로 앉아 있는 신나리에게 다가갔다. 칼레스는 그 뒤에서 팔짱을 끼고 지켜봤다. 눈이 곱지 않다. 고현숙이 조금이라도 강압적으로 나온다면 바로 개입할 모양새다.
“신나리 학생.”
“네.”
“신나리 학생에게 정령과는 어울리지 않아요. 신나리 학생의 능력과 성향은 주술과에 걸맞죠. 주술과로 오세요. 제가 신나리 학생의 미래를 위해 도와드릴게요. 신나리 학생을 위한 커리큘럼도 준비했어요. 신나리 학생이 주술과에서 노력한다면… 아카데미를 졸업할 즈음에는 저주를 다룰 수 있게 될 거예요.”
“전… 정령과가 좋아요.”
“…신나리 학생. 잘 생각하세요. 아카데미의 전공은 무엇보다 중요해요. 신나리 학생의 미래가 걸린 일이죠. 신나리 학생이 정령과에서 배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도 정령과가 좋아요.”
신나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고현숙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진다. 고현숙이 칼레스를 노려봤다. 칼레스는 그녀의 눈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서 있었다. 물론 칼레스도 신나리가 왜 정령과에 집착하는지는 모른다.
이후로도 고현숙은 신나리를 설득하려고 했다. 주술과 관련된 전문적인 용어가 막 튀어나온다. 저주와 악령의 상관관계 등을 설명하는데 알아듣기 힘들었다. 그러나 신나리는 고현숙의 어떤 말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하아….”
고현숙이 한숨을 내쉬며 포기했다. 그녀는 고개를 획 돌려 칼레스를 바라봤다.
“…칼레스 선생님. 잠깐 저와 둘이서 이야기하죠.”
“아무리 뭐라 해도 전 나리의 의지를 존중할 거예요. 아카데미는 학생의 의지를 존중하는 곳이에요.”
“그런 주제가 아니에요.”
고현숙과 칼레스는 강의실을 나가 회의실로 들어갔다.
강의실에는 나와 신나리 둘만 남았다.
나는 정령안을 사용했다. 눈동자가 황금색으로 변하고,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신나리의 등 뒤에 붙어 있는 악령을 확인했다. 어젯밤에 내 목을 긁은 그 악령이다. 악령은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을 번뜩이며 나를 위협한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정령사인 내겐 조금도 위협적이지 않다.
“선배. 보지 보여주세요.”
“응.”
신나리가 아무렇지 않게 치마를 올리고 팬티를 올렸다. 다시 봐도 귀여운 보지가 나왔다. 성감 고조를 사용한 상태로 보지를 만졌다. 따뜻하고 부드럽다.
“…으….”
신나리가 입술을 오물거리며 눈살을 찡그렸다. 나는 그녀의 보지를 계속해서 만졌다.
캬아아아아아아악!
악령이 발작한다. 당장 그만두라고 소리 지른다. 나는 정령안을 해제했다. 악령이 보이지 않고, 악령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선배. 내가 선배를 따로 조사했거든요.”
“흐으…? 응….”
“근데 좀 부족한게 있어서요. 선배에 대한 정보가 필요해요.”
“내 정보…?”
“네. 선배의 인생을 나한테 알려줘요.”
“알았어.”
신나리가 자신에 대해서 말했다. 아주 어렸을 적 부모에게 버림받아 고아원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한다. 너무 어렸을 적의 일이라 신나리는 당시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녀는 고아원장에게 들었던 걸 말했다.
그 이후에는 히어로 협회가 관리하는 학교를 다니고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도중에 그녀에게 붙은 악령과 저주 때문에 관련된 사람이 피해를 봤다.
신나리는 자신의 인생을 3분 만에 전부 말했다. 3분. 그녀가 자신의 인생을 얼마나 무미건조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선배는 부모님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어요?”
“이름도 몰라.”
찌걱.
신나리의 보지에서 음액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몸이 움찔거린다. 나는 계속해서 신나리의 보지를 만졌다.
“제가 선배에 대해 조사해서 얻은 내용이 더 많네요.”
조사한건 거짓말이다. [아카데미의 구원자] 게임 설정집을 보면 그녀의 배경에 대해 자세하게 적혀 있으니까.
“그래?”
신나리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 말했다.
“일단 선배의 부모가 선배를 버린 이유를 말해드릴게요. 선배는 실험체예요.”
“실험체…?”
“네. 인간을 주물로 만드는 실험의 실험체죠. 실험은 선배가 자궁에 있을 때부터 시작되었고, 선배가 세상에 태어나면서 실험이 끝났죠.”
“…실패구나.”
“네. 성공했으면 선배를 고아원에 버리지 않았겠죠. 하지만 그건 그들의 의견이고. 실패는 아니었어요. 선배는 성장하면서 힘이 더 강해졌죠. 그 부모들은 지금의 선배를 보면 땅을 치고 후회할 거요.”
“…….”
“선배의 부모들은 선배를 버리고 3달 뒤에 죽었어요. 사인은 자살이었죠. 주변 사람들의 증언으로 혼자서 중얼거리는 일이 많았다고 해요. 또 몸을 난도질한 듯한 상처들이 많았죠. 경찰들은 폭행이 아니라 자해라고 판단했어요.”
“……자해. 정신 이상. 혹시 악령에게 당한 거야?”
“글쎄요. 그건 저도 모르겠네요. 근데 선배는 언제부터 악령에게 시달린 거예요?”
“모르겠어.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항상… 악령은 내게 달라붙어 있었어.”
“선배. 선배의 가문은 주술계에서 나름 유명했던 가문이에요. 몇십 년 전부터 주술이 쇠퇴하면서 선배의 가문도 쇠퇴했죠. 인간을 주물로 만드는 실험. 그 실험의 시작은 선배가 아니에요.”
“그렇구나. 혹시 내 곁에 있는 악령은… 내 가족이야?”
“눈치채고 있었어요?”
“어렴풋이. 왠지 악령은 날 지켜주는 것 같기도 했으니까. 엄마는… 아니지?”
“악령의 정체는 선배의 엄마 동생. 즉, 이모예요.”
“…….”
신나리의 시선이 옆으로 향한다. 정령안을 발동했다. 신나리와 악령은 서로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그 분위기가 굉장히 묘했다.
“날 지켜줘서 고마워, 이모.”
“…….”
악령이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여 신나리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주물.
저주받은 물건.
인간이 주물이라면 어떻게 될까? 숨을 내쉬는 것만으로도 저주를 뿜어대며 주위에 흩뿌린다. 미약한 저주라도 일반인에겐 영향을 받는다. 컨디션이 안 좋아지거나, 피로감이 빠르게 쌓이거나. 다행히도 이 부분에선 히어로 협회의 도움으로 비교적 순탄하게 성장했다.
문제는 다른 것에 있다.
살아 있는 주물. 가만히 있어도 부정한 기운을 내뿜어대는데 잡귀가 꼬이지 않을 리 없다. 신나리가 지금까지 잡귀에 당하지 않고 살아 올 수 있었던 건 잡귀 따위랑은 비교도 안 되는 강력한 악령이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악령은 신나리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신나리를 지켜온 것이다. 그리고 신나리의 부모를 죽인 것도 바로 악령의 소행이다.
“악령의 정체를 알려줬으니, 악령을 다루는 법도 알려드릴게요. 어렵지 않아요. 선배는 그냥 악령에게 부탁하면 돼요. 소중한 조카의 부탁이니 어지간한 부탁은 다 들어주겠죠.”
“그렇구나…. 난 왜 지금까지 알아차리지 못한 걸까.”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죠. 너무 가까이 있으면 잘 모르는 법이에요.”
“응. …근데 언제까지 보지 만질 거야?”
“왜, 싫어요?”
“난 괜찮은데… 이모가 싫어해. 널 죽이고 싶어 해.”
“죽일 수 있으면 죽여보라죠.”
악령이 나를 향해 손을 뻗는다. 정령안을 해제했다. 악령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가 크다.
“…뭔가 이상해…. 오줌 마려운 것 같기도 하고… 으응….”
흠칫흠칫. 신나리의 몸이 떨린다.
“어제도 느꼈죠? 그게 간다는 거예요. 갈 때는 간다고 말하세요.”
“간다…? 간다…!”
그녀의 하반신이 경련했다. 보짓물이 울컥 튀어나왔다. 나는 애액 묻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꾹꾹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