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32화 〉 1132. 아카데미의 구원자
광란의 오줌 쇼가 끝났다.
최다연은 의연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바지와 상의를 벗어 옷걸이에 걸어두었다.
“누드 쇼?”
“실없는 소리 하지 마. 더러운 오물을 씻어야 하니까 벗은 거야.”
그녀는 바로 옆에 있는 수도꼭지를 틀었다. 차가운 물이 대야를 채운다. 아쉽게도 여기엔 샤워기가 없었다.
최다연이 바가지에 물을 펐다. 나는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걸 놓치지 않았다.
‘그나저나 좋은 엉덩이를 하고 있군. 지금 당장 엉덩이를 잡고 박아버리고 싶을 정도야.’
기차처럼 질주하는 충동을 참아냈다.
여기서 그녀를 덮치는 건 쉽다. 최다연이 음란한 여자라는 걸 알았으니 함락시키는 것도 자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최다연을 좀 더 가지고 놀고 싶었다.
촤아아아.
아예 샤워할 생각인지 머리에서부터 물을 부었다. 물에 축축하게 젖은 그녀는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자지를 내밀었다.
“또 뭐야?”
신경질적으로 물어온다.
“내 거기도 씻겨줘.”
“직접 씻어.”
“최다연. 짜증 나게 굴지 마. 너랑 나. 둘 중에 누가 더 우위에 있는지 모르는 거야?”
“…….”
최다연은 날 쏘아보고는 바가지에 물을 펐다. 그대로 내 하반신에 물을 뿌린다.
“그걸로 끝낼 생각은 아니지? 자지는 정성스럽게 씻겨. 명령이야.”
“누, 누가 네 명령 따위를…!”
“명령을 듣지 않으면…. 곤란해지는 건 너야.”
“…하면 되잖아!”
바닥에 쪼그려 앉은 그녀의 떨리는 손이 내 자지를 잡았다. 최다연이 숨을 들이켰다. 그녀가 내 자지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그녀의 손이 내 자지를 주물럭거린다.
‘씻기라고 했더니 아예 만지고 있군.’
자지가 발기한다. 최다연의 두 눈이 더 뜨거워진다.
“부랄 까지 제대로.”
“아, 알았어.”
고환을 만지작거린다. 그녀는 충분한데도 멈추지 않고 내 자지를 만졌다. 안쪽에서 사정감이 밀려온다. 나는 참지 않았다.
이곳에 없는 샤워기를 대신하여 시원하게 새하얀 액체를 뿌렸다. 액체는 최다연의 검은 머리와 하얀 육체에 투둑투둑 떨어졌다.
“아, 시원하다.”
“…큭, 더럽게….”
멍하니 있던 그녀는 재빨리 물을 퍼서 몸에 뿌렸다. 정액이 씻겨 나간다. 그녀의 손이 분주해졌다. 서둘러 이 상황을 끝내려는 것이다.
그녀가 수건으로 몸에 묻은 물기를 닦았다.
기다리고 있던 나는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당황한 그녀가 품에서 벗어나기 전에 키스로 기선제압 하고 그녀의 젖가슴을 주물렀다. 최다연이 미약하게 저항했다. 있으나 마나 한 의미 없는 저항. 혀를 몇 번 섞자 그 저항도 사라진다. 다른 손은 그녀의 음부로 향했다.
화장실 내에서는 한동안 물소리로 가득했다.
•••
정오가 되었다.
마을 노인들이 준비해준 점심을 먹고 오염구역으로 향했다.
“어제처럼 한심한 모습은 안 보여줄 거라고 믿어.”
성하리가 말했다. 묘한 압박감이 서린 말에 일행의 안색이 굳어졌다. 특히 류하나와 김천우는 사생결단을 앞둔 무사처럼 진지하다.
나도 몸을 긴장시켰다.
오늘은 일요일. 오후에는 마루한 아카데미로 돌아가야 한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었다.
‘일이 틀어지면… 성하리에게 도움을 청해야겠군. 성하리가 진심으로 나선다면 이 오염구역도 30분 내로 공략할 수 있겠지.’
물론 공략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그리고 나는 당연히 공략법을 알고 있다.
오염구역에 들어갔다.
처음은 일그러진 숲이었다. 녹아내리는 듯한 땅과 나무들. 이 오염구역의 처음은 항상 같았다.
깡총.
토끼 한 마리가 튀어나온다.
가장 앞에 선 김천우가 대검을 휘둘렀다. 토끼의 몸이 갈라진다. 처음 몇 번 나오는 토끼는 분열하지 않는다. 우리는 계속 전진했다.
울렁울렁울렁.
공간이 울렁거리며 변화한다. 대리석 바닥과 대리석 조각상이 가득한 곳이었다. 조각상은 일그러져 있었다. 무엇을 형상했는지는커녕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지 모르겠다. 조각상을 만지려고 했다. 딱딱한 질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단언컨대 조각상과는 거리가 먼 질감이었다.
‘나무의 질감이군.’
조각상에서 시선을 뗐다.
저 앞에서 토끼가 나타났다. 전투 시간이다.
• • •
칼을 휘두른다. 토끼 두 마리가 그대로 베여나간다. 다른 토끼가 내게 달려든다. 허나 나는 대응하지 않고 한 박자 쉬었다. 뒤에서 날아온 화살 두 개가 토끼를 꿰뚫었다. 최다연의 화살이다.
고개를 슬쩍 돌려 최다연을 보며 웃어준다. 도도한 표정의 최다연은 코웃음 쳤다. 어제 있었던 일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성유진!!”
류하나가 날 불렀다. 나는 그녀에게 성큼 다가가 칼을 휘둘렀다. 그녀의 쌍검과 내 칼이 어지럽게 수놓아진다. 그중에서 칼과 검이 겹치는 동선은 하나도 없었다.
그녀와 내가 유달리 합이 잘 맞아서가 아니다. 나와 그녀는 수련을 통해 서로의 검로를 알게 되었다.
다른 이와 협력해서 싸운다? 별거 없었다. 동료의 위치를 파악하고 걸리적거리지만 않으면 된다. 자기가 맡은 일을 잘 해낸다면 그게 협력이다.
‘확실히 어제보다 편하네.’
내 옆을 누군가가 맡아주니 집중력 소모가 절반 이하다. 활동량도 적어져서 체력도 여유롭다. 그런데도 어제보다 더 빠르게 토끼들을 죽여나간다.
‘협력의 힘… 뿐만이 아니라 요령이 붙은 거지. 토끼는 증식하지만, 공격 방식은 단순하니까.’
울렁울렁울렁울렁.
공간이 울렁이며 변했다.
나는 두 눈을 빛냈다. 기다리던 공간이 나왔기 때문이다.
갈라진 땅, 부서진 마을.
그 중심에 있는 커다란 나무.
“또 새로운 공간이네. 좋아. 이번엔 저 커다란 나무 쪽으로 가볼까?”
성하리가 말했다. 일행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을 중심에 있는 나무는 딱 봐도 범상치 않기 때문이다.
“엄마. 뒤쪽으로 가자.”
“응? 돌아가자고?”
“그게 아니라 뒤쪽으로 가자고. 뒤쪽에 뭔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야.”
“유진아. 독단은 좋지 않아. 얘들아. 너희는 유진이의 의견에 어떻게 생각하니?”
“전 유진이의 의견에 따를게요. 유진이는 감이 좋으니까요.”
이시은이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상관없어요.”
류하나의 말이었다.
“…….”
최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진이는 보통이 아니죠. 아마 뒤쪽에 뭔가 있겠죠. 저도 유진이의 의견에 찬성입니다.”
김천우는 내게 엄지를 치켜들며 말했다.
마진배와 이강후의 의견은 아무래도 좋았다.
일행은 결국 내 의견대로 뒤로 이동하게 되었고, 낡은 우물을 발견했다. 나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우물을 발견한 이상 공략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다.
“엄마. 이 우물 안쪽을 봐. 통로가 있어.”
“…정말이네. 유진아. 혹시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야?”
“감이야. 감.”
성하리가 날 빤히 쳐다봤다. 나는 어깨만 으쓱여 주었다.
우리는 바로 우물 아래로 내려갔다. 인위적인 통로가 있었다. 일방통행이었다. 방향은 마을이 있는 쪽이다.
건조한 지하통로를 걷는다. 벽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구멍에서 하얀 털 뭉치들이 빼꼼 나타났다.
우리는 누가 뭐라 하기도 전에 무기를 들었다. 전투가 시작되었다.
“허억. 헉. 얘들아. 좀 쉬다 가자.”
김천우가 말했다. 일행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공간이 안 변하네.”
최다연이 이마의 땀방울을 훔치며 말했다. 본래라면 다른 공간으로 변해야 정상이다.
“벽을 보면 토끼굴이 잔뜩 이어져 있어. 아마 여기 지하야말로 진짜 공간일 거야.”
내가 말했다. 반론은 없었다. 일행들도 비슷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휴식은 끝내고 다시 전진했다.
토끼가 쏟아져 나온다.
여기도 토끼. 저기도 토끼. 시선에 토끼가 안 잡히는 곳이 없다. 토끼의 홍수다. 일행의 얼굴이 심각해진다. 이 순간에도 토끼는 증식하고 있었다.
성하리가 창을 꽉 쥐고 앞으로 나섰다.
“물러나. 너희들이 상대하기엔 너무 많아. 아마 여기에… 오염 매개체가 있는 거겠지.”
파지지지직.
성하리의 창에서 번개가 번뜩인다. 그녀는 시퍼런 번개를 담은 창날을 토끼에게 휘둘렀다. 번개가 토끼에게 달라붙었다가 사방으로 퍼진다.
파지지직, 파지지직, 파지지직.
토끼가 증식한다. 2마리가 4마리. 16마리가 32마리로 불어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허나 토끼에게 달라붙은 번개는 사라지지 않고 연쇄된다. 토끼가 증식한다? 그만큼 번개도 연쇄된다.
증식과 연쇄의 대결.
그 승자는 번개였다. 수천 마리의 토끼 괴물을 해치운 번개가 땅바닥에 달라붙어 꿈틀거리다가 사라졌다.
“…….”
모두가 경악한 얼굴로 성하리를 지켜봤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체인 라이트닝 마법…? 아니야. 성하리는 마법을 사용하지 못해. 번개의 힘을 응용한 거야. 이런 것도 가능했었구나.’
조용히 성하리의 힘에 감탄한다.
“아, 오랜만에 사용한 거라 좀 어색하네.”
성하리는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쨌든 성하리 덕분에 가장 성가신 일이 해결되었다.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정면에 기둥이 있었다.
기둥처럼 보이는 나무 몸통이었다. 뿌리는 바닥을 파고들었고, 나뭇가지는 천장을 찔렀다.
“그게 오염구역의 매개체니? 뭔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
성하리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엄마. 이건 신목이야. 오염의 매개체인 동시에 오염된 마나의 확산을 막고 있는 거지.”
“…과연. 네 말대로네. 유진아, 넌 이걸 어떻게 알았니?”
“믿을 만한 사람에게 정보를 얻었거든.”
“…믿을 만한 사람? 누구?”
“비밀이야.”
“엄마한테도?”
“엄마한테도.”
“…….”
성하리의 눈에 불만이 보였다.
그녀의 불만을 달래주는 건 나중이다. 지금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원작 게임에선 두 개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선택지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는 방식이다. 하나는 오염된 신목을 불태우는 것. 그럼 A랭크 특수 재료 아이템인 신목의 나뭇가지를 얻을 수 있다.
나는 주머니에서 물통을 꺼냈다. 물통 내부에는 평범한 물이 아닌 성수가 들어 있다.
신목에 성수를 뿌렸다.
신목의 몸통이 빛난다.
성하리가 두 눈을 치뜨며 내 어깨를 잡았다. 그녀가 신목을 경계한다. 신목은 빛나기만 할 뿐이다.
‘나무 따위에게 고개 숙이기 싫지만… 어쩔 수 없지. 그게 선택지니까.’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선 선택지대로 해야 한다.
나는 나무에 고개를 숙였다.
“지금까지 마을을 지켜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제 괜찮습니다.”
빛나던 신목이 바스러지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그 잔해 위에는 한 뼘 길이의 새끼줄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나는 새끼줄을 잡았다.
『신목의 새끼줄
랭크: S
저주에 면역된다.
내구도 50/50』
내구도가 다할 때까지 저주에서 면역된다. 심플하면서도 뛰어난 효과다. 아쉬운 건 내구도를 회복할 방법이 없다는 것.
“오염 매개체를 사라졌어. 이제 나가자. 오염된 땅은 시간이 지나면 회복할 거야.”
일행들은 내가 얻은 게 무엇인지 궁금한 눈치였으나, 이내 밖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소유권 다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학생들을 데리고 올 때 이미 협의했기 때문이다.
일행은 이번 경험으로 만족할 것이다. 성하리가 해주는 조언을 받았으니까. 천금보다 값진 보상을 받은 거나 다름없다.
‘이걸로 주물과와의 대결은 끝났군. 내가 지려고 해도 질 수가 없어.’
크크.
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