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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106화 (1,106/1,497)

〈 1106화 〉 1106. 다크 문

떨어지는 31호를 구하기 위해 폭포를 향해 몸을 날렸다.

사용하는 마법은 비누스 교관이 사용했던 배리어를 응용한 마법. 허공에 나타난 투명한 발판을 밟고 떨어지는 31호에게 양손을 뻗는다.

이제 31호의 몸을 붙잡고 왔을 때처럼 폭포 위로 발판을 만들어 돌아가면 된다.

텁.

기절한 31호의 어깨와 허리를 잡았다.

그리고 여기서 변수가 발생했다.

빠직.

발판으로 만든 배리어가 부서졌다. 31호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그녀의 자체 무게라기보다는, 장비와 옷이 젖으면서 무게가 올라간 것이다. 1급 배리어. 그것도 발판용으로 작게 만든 배리어는 내 예상만큼 튼튼하지 못했다.

‘떨어진다!’

찰나를 사용했다.

본능적으로 방금 봤던 레비테이션 마법 술식을 짜내려고 했다. 완벽하게 하늘을 날지 못하더라도 바닥으로 이동할 정도의 짧은 부유는 가능할 것이다.

술식 계산이 끝나기 직전, 저 멀리 놀라고 있는 비누스 교관이 보인다.

마녀 인자도 없고, 2급에 불과한 내가 4급 마법인 레비테이션을 한순간이나마 사용하면 그가 어떻게 생각할까?

‘시발.’

레비테이션을 포기하고 배리어 술식을 짜낸다. 술식의 일부를 손봐 충격 흡수율을 최대한으로 높였다. 2급 배리어 3개를 중첩했다.

‘폭포의 높이가 500m 이상이야. 이걸로는 부족해.’

팔찌가 빛을 발한다. 4급 배리어가 발동하기 직전, 의지를 개입해 술식의 일부를 변형한다. 단단함을 없애는 대신 충격 흡수율을 높인다. 검이나 창 같은 날카로운 공격에 약해지지만, 폭포 아래로 떨어지는 지금은 신경 쓸 필요 없는 일이다.

‘혹시 모르니….’

찰나를 이용해 술식 하나를 준비해뒀다.

“…….”

나는 가까워지는 폭포 아래의 작은 호수를 보며 31호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2급 배리어 3장이 순식간에 박살 났다. 다행히 4급 배리어가 버텨주며 충격에서 멀쩡할 수 있었다.

나는 물속에 빠지자마자 마법을 발동했다.

‘버블 룸.’

2급 마법, 버블 룸.

물방울이 나와 31호의 몸을 감쌌다. 버블 룸은 물속성 방어 마법이지만, 배리어보다 활용도가 높았다. 죽은 벨하가 교관은 상대에게 버불 룸을 씌워 공격 마법으로 응용했다.

‘물속에서 버블 룸을 발동하면 아래로 빠지지 않고 위로 떠오르지.’

살았다.

안도의 한숨을 내쉴 때였다.

아래쪽에서 거대한 기척이 느껴졌다. 서둘러 시선을 내리니 3m가 넘는 물고기 한 마리가 나를 향해 입을 벌리며 달려들었다. 물고기의 톱날 같은 이빨이 버블 룸을 터트렸다.

‘물고기 따위가…!’

물의 흐름이 몸에 통해 고스란히 느껴지고, 숨이 턱 막힌다.

‘……막히는 기분인데 왜 숨을 쉴 수 있는 거지?’

물에 빠지면 숨이 막히고, 몸이 무거워지고, 눈뜨기 힘들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나는 편했다. 어떤 마법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었고, 손과 다리도 편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물의 흐름도 느껴져서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겠다.

‘…이능이군.’

번개를 일으키는 이능. 육체와 사고를 가속하는 이능에 이은 3번째 이능이었다.

운 좋게 각성했다. 라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찝찝했다. 정말 신이란 작자가 날 지켜보며 필요한 이능을 주는 게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생각을 이어가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거대 물고기가 나를 먹기 위해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찰나.’

느려진 세계에서 술식의 계산을 끝내고 찰나를 해제했다. 물고기가 날아온다. 나는 놈이 코앞까지 다가온 순간에 마법을 발동했다.

‘일렉트릭 스파크.’

전기 구체가 놈의 입안으로 쏙 들어갔다.

파지지지지지직!

전기 구체가 터지며 전류가 사방으로 뻗친다. 물론 내 쪽으로도 뻗어온다. 나는 이능을 사용해 내 쪽으로 뻗어 오는 전류를 쳐냈다. 성공했다. 물속에서 전류로 바싹 구워진 거대 물고기가 눈깔을 뒤집었다. 물고기 시체는 수류에 떠밀려 저 멀리 빠르게 이동했다.

나는 물 위로 올라갔다. 물속에서 숨 쉴 수 있는 나와는 달리 31호는 물속에 있으면 익사해서 죽는다.

위를 향해 무심코 손을 뻗었다가 깜짝 놀랐다.

‘…수면이 짚인다고?’

딱딱한 유리를 만지는 듯한 촉감이 손바닥을 통해 느껴졌다. 당혹스러움도 잠시. 물과 관련된 이능임을 알았다. 손에 힘을 주며 수면 위로 올라간 나는 발아래를 쳐다봤다. 물살의 영향을 받지 않고 수면 위에 서 있었다.

‘게임 속 3급 마법 중에 물 위를 걷게 해주는 효율 쓰레기의 마법이 있었지. 그 마법을 사용하면 이런 느낌인가?’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야시경은 아까 떨어지며 잃어버렸던지라 두 눈에 마나를 집중했다. 야시경만큼 밝은 시야는 아니었으나, 주변 지형지물을 파악하기엔 충분했다.

‘저기 마침 쉬기 좋은 동굴이 있군.’

함부로 동굴로 향하지 않았다. 보통 이런 야생의 동굴에는 주인이 있기 마련이다.

“아이스 애로우.”

얼음 화살이 동굴로 날아간다.

“크어어엉!”

분노한 늑대의 포효가 들렸다. 늑대 열 한 마리가 뛰쳐나왔다. 감히 호수로 들어오지 못하고 뭍에서 사납게 짓는다.

“…….”

무감정하게 늑대를 보면서 등에 메고 있던 소총을 늑대들에게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사일런스로 소리를 죽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총 11발. 모두 늑대의 머리에 명중했다.

정예 병사들이 쓰는 비싼 소총인 만큼 물에 흠뻑 젖어도 잘 작동했다.

‘늑대는 보통 도망치기 마련인데… 다크 문 때문인지 겁을 아예 상실했군.’

시체를 넘어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3m가 넘는 크기의 늑대 한 마리가 두개골이 꿰뚫려 피를 흘리며 죽어 있었다. 머리에는 아까 쏜 아이스 애로우가 박혀 있었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귀찮음이 늘어났다.

바람 마법으로 늑대 시체를 멀리 내다 버렸다.

다음은 동굴 정리였다. 역겨운 짐승 냄새가 났기에 워터 마법으로 대충이나마 청소하고 바닥에 우의를 깔고 31호를 눕혔다.

동굴 입구는 윈드 커터로 나무를 쓰러뜨려 막았다. 나뭇잎을 이용해 불빛이 새어 나가지 않게 위장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오늘은 다크 문. 감당할 수 없는 몬스터가 불빛을 보기라도 하면 끝장이야.’

모두 처리하자 마나와 체력이 고갈됐다. 나는 멍하니 어두컴컴한 허공을 보며 생각했다.

‘도망칠까?’

도망치기 딱 좋은 기회가 아닌가.

‘…아니지. 피곤해서 그런지 잠시 판단력이 흐트러졌군.’

내 오른 팔뚝에 새겨진 노예 인장.

이걸 처리하지 않는 이상 도망칠 방법은 없다. 아마 지금쯤 부대는 난리가 났을 것이고, 나와 31호를 찾기 위해 병력을 파견했을 것이다. 나는 둘째치고 31호는 특별하니까.

‘노예 인장을 추적하면 방향 정도는 금방 알아내겠지. 늦어도 내일 정오쯤에 구출되겠군. 비상식량도 안 가져왔는데 다행이군.’

조용히 버티기만 하면 된다.

마나가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 준비해둔 장작에 마법을 사용했다.

‘파이어.’

마법의 힘은 굉장했다. 젖은 나무가 활활 타올랐다. 젖은 장작이 순식간에 말라서 그런지 연기도 별로 나지 않았다. 일부러 술식 일부를 바꿔 화력을 높인 보람이 있었다.

나는 바닥에 눕힌 31호를 바라봤다. 그녀의 상의 일부가 피로 젖어 있었다. 얼굴도 창백했다. 빗물에 얼굴이 젖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식은땀이다.

‘폭포에서 떨어질 때 최대한 보호했는데… 다른 원인으로 다친 건가?’

폭포에 떨어지기 전 상황을 떠올렸다. 에어 붐에 의해 몸이 공처럼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상처가 없는 편이 이상했다.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젖은 옷을 벗겼다. 이대로 그녀가 죽으면 나도 죽는다. 다행히 응급키트는 가지고 있으니 응급처치를 하면 된다.

“…음.”

그녀의 몸을 본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깨와 쇄골 부위에 찢어진 상처가 있긴 했는데 이미 출혈은 멈췄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회복되었다. 상처를 자세히 보면 꿈틀거리며 회복하는 게 눈에 보였다.

‘이 회복력도 다크 문의 영향인가? 뭐가 됐든 평범한 인간이 아니란 건 확실하군. 제발 일어나지 마라.’

그녀가 일어나서 난동을 부리면 막을 자신이 없었다.

나는 다시 31호의 옷을 입혀주려고 했는데, 그녀의 피부가 서릿발같이 차갑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리 옷이 젖었다고 해도 이 정도로 차가운 건 이상한데.’

31호의 몸을 훑었다.

젖은 보라색 머리카락, 창백한 피부, 봉긋하게 솟은 젖가슴.

‘겉으로 봤을 땐 원인을 모르겠군….’

본능적으로 시선이 그녀의 가슴 쪽으로 향했다. 하얀 젖가슴은 내 주먹보다 약간 작다. 아직 성장 중인 걸 생각하면 훗날에 거유가 될 것 같다. 젖꼭지는 모양 좋고 예쁜 분홍색이다. 차가워서 그런 것일까, 젖꼭지는 딱딱하게 발기해 있었다.

꿀꺽.

괜히 침을 삼켰다. 하반신의 사타구니 부위에 피가 몰리는 게 느껴졌다.

‘…이 상황에 무슨. 아니지. 지금 같은 상황이니 발기하는 건가.’

동굴에서 둘밖에 없는 상황, 차가워진 그녀의 몸, 연예인 뺨 때릴 정도의 미녀. 남자로서 몇 번 망상해본 상황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야.’

31호의 가슴에 손을 뻗었다. 그녀를 희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좀 더 자세히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손바닥을 통해 느껴지는 부드러운 피부와 차가운 냉기를 무시하고 아스트랄을 개방했다. 보통은 이걸로 상대방의 상태를 알아보는 건 불가능하지만, 나는 상대방의 마나를 감응하는 방식으로 가능하다.

‘그녀가 저항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지. 어디 보자…. 마나 로드의 숫자는 48개…. 내 마나 로드의 4배군.’

놀랍지는 않았다. 마녀인 그녀가 다크 문의 영향을 받았으니 그 정도는 당연했다.

‘마나 로드 일부가 꼬여서 술식 일부가 몸에 남았군. 몸이 차가워지는 건 그 때문이다.’

순식간에 원인을 파악한 나는 바로 조치했다. 아스트랄로 의지를 뻗어 그녀의 마나에 감응하며 술식을 해제했다.

‘목숨을 구해줬으니 그 대가로 좀 살펴봐도 되겠지?’

31호의 마나 로드와 아스트랄을 분석한다.

‘아스트랄은 2급 수준이긴 한데 보통의 인간보다 복잡하군. 업그레이드된 버전이라 해야 하나. 선천적으로 마녀 인자를 가지고 있으니 당연하겠지.’

그녀의 마나 로드를 분석했다. 기절한 지금도 그녀의 마나 로드는 활성화된 상태였다. 마나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살펴본다. 그녀의 마나 호흡법의 요체를 파악했다.

‘…과연. 심장이 평범한 인간과는 다르군. 이게 마녀들이 가지고 있다는 마나핵인가?’

마나를 저장하고 마나를 출력하는데 특화된 기관이다. 아직은 저장이 전부지만 그녀가 성장하면 마나핵은 또 다른 힘을 발휘할 것이다.

‘31호의 마나 호흡은 마녀의 것이다. 참고는 할지언정 내가 사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나는 마나핵이 없으므로 깔끔하게 포기했다.

31호의 가슴에서 손을 뗐다. 안색은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그녀의 몸은 차가웠다. 젖은 옷 때문이다.

‘파이어로 옷을 말리기엔… 내 마나가 없다.’

마나 감응으로 31호의 마나를 이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녀의 아스트랄을 지배하지 않는 이상 그녀의 마나를 움직이는 것에서 막힌다.

‘몸은 회복되고 있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내버려 두면 죽을지도 모르겠군.’

방법이 떠오른다.

물리적인 방법이다.

체온을 나누는 것.

‘할까. 말까. 만약 도중에 31호가 정신을 차리면… 끝장이다.’

그러다 31호가 저체온으로 죽으면? 그것도 끝장이었다.

‘안 죽을 수도 있다. 다크 문의 영향을 받아 회복이 빠르니까. 문제는… 그것도 확신할 수 없는 거지.’

고민하던 나는 최악의 경우를 피하기로 했다. 그녀가 죽으면 전부 끝이다. 비누스가 날 죽일 것이다.

‘체온이 오를 때까지만 안고 있으면 돼. 도중에 깨어나면 변명하면 되고. 설마 생명의 은인인데 죽이려 하겠어…?’

살짝 자신이 없어졌지만, 행동은 신속했다.

그녀의 상의를 전부 벗겼다.

‘어깨에 노예 인장이 있군. …살펴보니 좀 다르군. 겉모습만 노예 인장인 문신 수준이다.’

새삼스러운 것도 없는 일이었다.

다음으로 하의를 벗겼다. 하얀색의 보급 속옷을 벗기자 그녀의 은밀한 부분이 드러났다. 보라색 음모가 잔디처럼 자라 있었다. 물론 음모도 빗물에 젖어 있었다. 그 아래로 보지가 1자로 꽉 다물어져 있었다.

순간 저 하얀 보지를 열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나는 괜히 주위를 둘러보고 이곳에 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 이건 확인을 위해서다. 보지가 다쳤을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살짝 보지를 열어봤다. 깨끗한 분홍색이었다.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나는 양심에 찔려 시선을 천장으로 돌렸다. 발기한 자지가 아팠다.

‘…이럴 때가 아니지.’

31호를 구하기 위해 체온을 나눠야 한다.

나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차갑지만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졌다. 발기한 자지는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들어갔다. 발기한 자지는 내 의지로 어쩔 수 없었다. 이건 육체의 본능이었다.

‘좋게, 좋게 생각하자….’

발기한 자지는 불덩이처럼 뜨거우니 그녀의 차가운 보지와 허벅지를 데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스윽스윽.

무심코 허리를 움직였다. 냉정한 이성은 이러면 안 된다고 말리지만, 뜨거운 충동과 육체의 본능은 이 정도는 괜찮다고 말한다.

고뇌가 덮쳐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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