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창염의 피닉스-1094화 (1,094/1,497)

〈 1094화 〉 1094. 80 레벨

[천운(天運)을 발동합니다. 현재 확률은 100%입니다.]

뽑기를 눌렀다.

스마트폰 화면이 찬란하게 빛났다.

단 한 번의 뽑기로 원하는 캐릭터를 손에 넣었다.

‘돈으로 몇 십 만원이면 얻을 수 있는 캐릭터지. …음. 따지고 보면 10 포인트를 사용한 내가 손해를 봤군.’

캐릭터를 보며 흐뭇하게 웃던 나는 다른 게임을 켰다.

워블러드.

대한민국에서 가장 창렬하기로 유명한 게임이다. 동시에 대한민국의 아저씨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게임.

내 취향의 게임은 아니었으나, 유희 생활 어플 때문에 플레이하고 있다. 혹시 모르는 일이지. 나중에 이 게임 세계에 들어가게 될지.

게임 속 캐릭터는 바로 대장간으로 향했다. 이 게임의 시스템 중 가장 중요한 건 뽑기. 그리고 강화였다. 나는 강화를 할 생각이다.

‘600만 원을 주고 산 기사왕의 검(+6)을 강화할 때가 왔군.’

워블러드는 어처구니없게도 강화 3단계부터 강화 실패 시 아이템이 파괴된다. 아이템을 보호하려면 따로 9,900원 짜리 강화 파괴 방지권을 구매해야 한다. 워블러드는 터무니없는 상술 때문에 욕을 오지게 먹는 게임이었다.

<섹지스존 님이 기사왕의 검(+6) 강화를 시도합니다.>

채팅창 위에 알림창이 떴다.

이 게임에서 강화는 일종의 콘텐츠였다.

-6강 기사왕의 검? 그거 600만원이 넘는 물건이잖아! 그걸 진짜 강화한다고?!

-ㅋㅋ 600만 원이 이렇게 허공에 날아가네.

-가즈아아아아아아!

구경꾼이 3,000명 가까이 모여들었다. 나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구경꾼이 이렇게 반응해주니 강화할 맛이 났다.

“가즈아아!”

천운과 함께하는 내겐 성공뿐이다.

[천운(天運)을 사용합니다. 10%의 확률을 상승시키는데 3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어, 잠깐. 3 포인트? 1 포인트가 아니라?”

예상치 못한 일에 잠깐 당황했지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같은 확률이라고 해도 미소녀 게임과 이 게임의 강화는 종류가 조금 다르니까. 워블러드는 좀 더 대중적인 게임이기도 했다.

‘같은 확률이라도 가치가 다르다는 거지.’

3배 많이 소모되는 포인트에 고민하던 나는 실험도 해볼 겸 포인트를 사용했다. 3포인트면 감당할 수 있다. 랜덤 뽑기 3번을 할 수 있는 포인트지만. 어쨌든 감당할 수 있다.

[천운(天運)을 발동합니다. 현재 확률은 20%입니다.]

‘8번을 더하면 되겠군.’

[천운(天運)을 발동합니다. 현재 확률은 100%입니다.]

<기사왕의 검(+7) 강화에 성공했습니다!>

-오오오오오오!! 7강!!

-600만 원이 1,000만 원으로 껑충 뛰었네. 재테크 ㅆㅅㅌㅊ

-섹지스존님 8강 ㄱㄱㄱ

-근데 7강부터는 강화 파괴 방지권 못 쓰지 않나?

맞다. 7강 부터는 강화 파괴 방지를 쓰지 못한다. 그리고 공지에 적힌 강화 성공률은 3%다. 3%면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건 가챠랑은 다르다. 1,000만 원짜리 아이템이 한순간에 증발할 수 있는 거다.

‘이참에 마지막 단계인 9강을 만들어 전설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나는 아이템 강화를 준비했다.

[천운(天運)의 발동 조건에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뭔 소리야?’

다시 한번 천운을 발동했다.

[천운(天運)의 발동 조건에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

얼굴이 일그러졌다.

내가 뭔가 잘못한 건 없다. 그런데도 발동 조건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건….

‘애초에 확률이 없다?’

나는 인터넷을 뒤적였다. 최근에 8강에 성공한 사례를 찾는다. 대충 2주 전이었다. 성공한 사람은 유명한 길드의 마스터다.

‘뭔가 이상한데.’

[해킹을 사용합니다.]

길드 마스터의 신상정보를 털어 확인해보니 친척이 워블러드 운영진 중 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게임 강화 확률은 8강부터 막혀 있었다. 8강을 시도할 수 있으나 성공 확률이 0%였다. 실패만 하게 조작되어 있다.

‘…이 개새끼들이.’

내가 이 게임에 애정이 없어도 한 명의 게이머로서 열이 확 뻗쳤다.

‘이딴 게임 망해도 그만이지.’

<강화에 실패합니다>

<기사왕의 검(+7)이 부서졌습니다!>

이 게임은 오늘부로 접기로 했다.

접는 기념으로 게임을 해킹해 강화 확률을 100%로 고정했다. 운영진의 권한도 모두 없앴다. 게임을 멈추려면 물리적으로 서버를 내려야 할 것이다.

‘그때 동안 버그 터진 걸 깨달은 유저들이 강화를 시도하겠지.’

9강짜리 아이템이 우후죽순 생겨날 테고, 게임은 개박살 날것이다. 서버 롤백? 이미 데이터는 조작해놨다. 게임이 끝장나는 건 막을 수 없다.

‘후. 이렇게 장수 게임 하나가 가버렸군.’

조건만 맞으면 해킹은 터무니없이 무서운 스킬이었다.

다음은 가속 스킬이었다.

[가속 Lv. Master

‣가속

신체를 10분 동안 가속시킵니다.

‣찰나(刹那)

순간적으로 가속합니다.

현재 충전 스택: 7

스택을 소모해 가속 혹은 찰나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택은 1시간마다 1개씩 쌓이며 최대 7개가 충전됩니다.]

스택 5개가 최대한도였었는데 7개로 늘어났다. 소소한 느낌이지만, 직접 경험해보면 꽤 차이가 클 것이다. 찰나는 내가 자주 사용하는 스킬이기도 하고.

‘다음은 능력치.’

[레벨 80달성으로 가장 낮은 능력치가 8 상승합니다.]

[성유진

레벨: 80

근력: 100 체력: 100 민첩: 100 지능: 100 정력: 100 마나: 100]

[사용 가능 포인트: 7,120]

‘캬. 깔끔하군.’

모든 능력치 100.

가장 낮은 능력치였던 지능이 8 오르면서 100이 되었다. 뭔가 특별한 이벤트가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포인트는 사용하지 않고 남겨뒀다. 확률 스킬이나, 랜덤 소환 등의 스킬을 사용하려면 일정 포인트는 남겨두는 편이 좋았다.

‘급하게 상점에서 물건을 사야 할 때가 생길지도 모르고.’

이번 일을 계기로 비상 포인트를 모아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다음은 피그말리온의 사랑이군. 이건….’

[레벨 80달성으로 피그말리온의 사랑을 획득합니다.]

[피그말리온의 사랑

피규어를 실체화합니다.

가격 – 2,000,000

※주의

단일 피규어에만 사용 가능합니다.

상세한 설정이 존재하는 피규어야 합니다.

피규어의 퀄리티가 높아야 합니다.]

‘피그말리온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놈이군. 자기가 만든 조각품과 사랑에 빠진 놈이었던가?’

조각상은 신의 힘으로 살아나게 되고 피그말리온은 조각상과 잘 먹고 잘살았다지.

‘피규어를 인간으로 만드는 힘이군.’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내 집에 피규어는 없었다. 있어도 당장 쓸 생각은 없었기에 다음으로 넘어갔다.

[레벨 80달성으로 유희 시작 시 페널티와 어드밴티지를 조율할 수 있습니다.]

[어드밴티지는 페널티에 비례합니다.]

‘이건 새로운 기능이군. 페널티는 원래 있던 기능이지만… 페널티가 강할수록 어드밴티지를 얻는 건가.’

몸이 근질근질하다.

당장 이 기능을 써보고 싶다.

‘그러려면 시작할 유희를 선택해야 하는데… 그건 아직 결정 못 했어. 다음 유희는… 고민 좀 해보자.’

유희는 유희다.

나는 오직 내 재미만을 위해 다음 세계를 선택할 것이다.

•••

다음날 오후.

깊은 고민 끝에 새로이 시작할 유희를 선택했다.

[다크 문을 선택했습니다.]

[아바타가 생성됩니다.]

[선택 가능한 아바타의 설정 3가지가 존재합니다.]

다크 문(Dark Moon).

뱀파이어 형사 세계에서 유행한 오픈 월드 게임이다. 미래의 컴퓨터로 돌아가는 게임인데 기본 용량만 무려 3TB에 달한다.

‘이 게임에서 마법사로 플레이할 때가 제일 재밌었지. 이 세계에서 난 마법사가 되는 거야.’

[1. 유진 프론티어

-프론티어 남작가의 남작. 31세.

-철도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3급 강철 마법사]

[2. 이름 없음.

-고아 출신이며 노예. 16세.

-배틀 메이지 프로젝트의 피해자.

-9급 마나 친화력을 보유. (재능 미개화)]

[3. 유 진(唯 進)

-태왕국의 일곱 가문 중 하나인 유가(唯家)의 직계. 19세.

-후계자 싸움 진행 중.

-7급 신체 능력을 보유.(재능 미개화)]

3개의 아바타 설정을 확인한 나는 바로 선택을 내렸다.

유진 프론티어는 작위를 가진 귀족이지만 한계가 명확했다. 31세에 3급 강철 마법사.

오픈 월드 게임 ‘다크 문’은 레벨에 따라 급이 나뉜다.

다크 문은 레벨이 있다.

1급은 레벨 1에서부터 레벨 9.

2급은 10 ~ 19

3급은 20 ~ 29 까지.

‘게임 속 설정으로는 3급은 평균 이상이지만… 겨우 그 정도에 만족할 수 없지.’

유 진(唯 進)은 7급 신체 능력을 보유했다. 미개화라는 건 아직 재능을 온전히 개화하지 못했다는 뜻이겠지.

‘신체 능력에서 탈락이야. 난 이번엔 마법사를 할 거라고.’

그러니 남은 건 2번. 이름 없음이었다. 노예 출신이면 이름이 없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7급부터가 초인의 경지인데, 9급 마나 친화력이란 터무니 없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니…. 선택지는 이것뿐이야.’

출신이 노예라는 것이 마음에 안 들지만, 신분은 극복할 수 있다. 9급 마나 친화력인데 극복하지 못하는 게 더 이상하다.

[아바타를 선택했습니다.]

[원작 시작 지점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페널티와 어드밴티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어드밴티지를 얻기 위해선 페널티가 필수입니다.]

‘생각해둔 페널티가 하나 있지. 능력치 미적용.’

유희 생활 어플 능력치를 적용하지 않는 페널티! 초인적인 육체 능력을 잃는다는 엄청난 페널티다.

‘대신 마법적 재능을 얻고 싶어.’

[근력, 체력, 민첩, 정력, 마나 능력치 공유를 제외하는 대신 ‘다크 문’에 한하여 지능 능력치 추가 100%를 얻습니다.]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닌데. 아니, 잠깐. 마법적 재능에 지능 능력치가 영향을 끼치는 건가?’

유희 생활 어플은 대답하지 않았다. 신의 아틀란티스 세계의 시스템처럼 친절하지 않다. 그러나 나는 지능이 마법에 영향을 끼치는 걸 100% 확신했다. 그야 게임 속 마법사의 능력치 중 가장 중요한 게 지능이었으니까. 마법의 위력, 효율, 캐스팅 속도 등등 마법적인 모든 것에 영향을 끼치는 능력치가 지능이다.

문제는.

‘정력을 포기해야 한다고?’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괜찮아. 유희 세계에서 정력을 높일 방법은 많아. 정력을 높이는 마법도 있을 거야.’

[페널티와 어드밴티지를 선택했습니다.]

이것만으로는 뭔가 아쉽다.

나는 고민하고 있던 페널티를 한 번 적어봤다.

[다크 문(Dark Moon) 세계의 물건을 가져올 수 없습니다. 물건을 가져오기 위해선 포인트를 지불해야 합니다.]

[기억 전부를 봉인하는 대신 13등급 마나 친화력(미개화)을 획득합니다.]

13등급 마나 친화력.

10등급 이상이니 초월을 초월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진짜 마법사로서 미친 재능이긴 한데 페널티가 너무 심해. 현실보다 위험한 세계야. 기억이 없으면 시작하자마자 죽을 수 있어.’

[다크 문(Dark Moon) 세계의 물건을 가져올 수 없습니다. 물건을 가져오기 위해선 포인트를 지불해야 합니다.]

[다크 문(Dark Moon)을 제외한 기억 대부분을 봉인하는 대신 12등급 마나 친화력(미개화)을 획득합니다.]

‘등급이 하나 떨어졌나. 13등급이 눈앞에서 아른거리는군. 포기하기 힘들어. 다른 페널티를 추가해볼까. 마법을 제외한 다른 재능을 전부 포기하는 대신 13등급 마나 친화력 재능을 줘.’

[설정할 수 없는 페널티입니다.]

‘시발. 아바타 기본 베이스가 나지.’

기본적으로 재능이 좆도 없다는 뜻이었다. 당연히 페널티로 설정하는 건 불가능했고. 그렇다고 병신이 되는 페널티를 넣긴 싫었다.

‘……선택적 신의 축복을 사용할 수 있나?’

다크 문은 게임답게 신이 존재했다.

[선택적 신의 축복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선택적 신의 축복

신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선택한 신의 최대한의 축복을 받습니다.

가격: 1,000,000 포인트

※주의

축복에 다른 제약도 생길 수 있습니다.

선택한 신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합니다.]

과거에 [레벨업 시스템]의 엔딩을 보고 얻은 ‘종교 통일’ 업적 보상이다.

‘쓸 수 있나 보군. 고대신 멜테스의 축복을 받는다.’

다크 문에서 고대신은 설정상 과거에 존재했던 잊혀진 신이었다. 그러나 게임 후반부에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멜테스는 마법의 신이었다.

[멜테스의 축복이 아바타에 내려졌습니다. 13등급 마나 친화력(미개화)을 획득하며, 대마도사의 자질을 획득합니다. 모든 마법적 행위에 추가 효과가 붙습니다.]

선택적 신의 축복의 설명에 적힌 최대한의 축복. 이 정도면 최대한의 축복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

‘크크. 희대의 개사기 캐릭터가 탄생했군.’

[유희를 시작합니다.]

[페널티와 어드밴티지의 개입으로 인해 다크 문(Dark Monn) 설정 일부가 변경됩니다.]

[30일 후 자동으로 유희를 종료합니다.]

•••

콜록.

나는 마른기침을 하며 눈을 떴다. 반사적으로 상체를 일으켰다. 속이 더부룩했다. 체한 건 아니다. 다른 무언가가 몸 안에 가득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괴로운 건 머릿속이었다.

기억이 뒤죽박죽이었다.

“드디어 눈을 떴군. 일단 마나부터 갈무리해라. 211호.”

침대 옆에 앉은 남자가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하얀 가운을 걸쳐 입은 그는 의사로 보였다.

나는 당황하면서도 그의 말에 따라 마나를 갈무리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자연스레 떠올랐다.

‘…기억이 왜 이래. 나는 대한민국의 F급 헌터인 성유진인데…. 프리셀 왕국의 노예 출신 211호…?’

바다 아래로 가라앉은 기억들 속에서 하나의 표류물이 떠오른다.

다크 문(Dark Moon).

이 세계는 다크 문이라는 게임 속 세상이다. 지금 내 설정도 다크 문 초기에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 설정과 흡사하다.

즉, 나는 게임 세계에 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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