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9화 〉 1089. 신의 아틀란티스
장미의 종속(S)은 내가 가진 종속 스킬과는 좀 달랐다. 정신적인 제약 같은 게 전혀 없다.
장미 문신이 새겨진 가슴 부위에서 아릿한 통증이 느껴진다.
내 종속 스킬이 대상에게 제약을 거는 것으로 관리한다면, 페데리카의 장미의 종속(S)은 고통이라는 노골적인 방법으로 종속 대상을 관리한다.
심장이 그녀의 손에 붙잡힌 느낌이다. 장미의 종속(S)이 어떤 효과인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짐작하기로는 페데리카가 원하는 때에 날 죽이는 게 가능할 것이다. 나의 생살여탈권을 페데리카가 손에 쥔 것이다.
내 가슴을 핥던 페데리카가 상체를 일으켰다.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이 물결치듯 흔들린다.
“너무 그렇게 인상 찌푸리지 마. 네겐 나쁘지 않은 일이 될 거야. 지금도 이렇게 대우해주고 있잖니?”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나?”
존댓말은 집어치우고 퉁명스럽게 말한 내가 손을 들어 올리려고 했다. 그러나 팔다리가 묶인 듯 손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장미의 종속(S)에는 육체를 속박하는 힘도 있는 모양이다.
페데리카의 손이 아래로 움직였다.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 불알을 강하게 움켜쥔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떨었다. 페데리카는 아슬아슬하게 힘을 주면서 불알을 주물렀다. 오싹한 쾌감이 등골을 타고 흐른다.
“우린 시작부터 꼬였지만… 앞으로도 계속 꼬여 있으리란 법은 없어. 난 너랑 잘 지내고 싶어.”
“글쎄. 난 좀 회의적인데. 내 목숨줄을 쥐고 있는 상대랑 잘 지낼 자신이 없거든.”
“후후.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 앞으로 잘 대해줄게. 봐, 지금도 이렇게… 기분 좋게 만들어주고 있잖니.”
스윽스윽스윽. 손바닥으로 내 자지를 문지른다. 그녀의 아래로 늘어진 젖가슴이 내 몸에 닿았다.
“네가 이러는 걸 네 남자친구는 알고 있어?”
“그럴 리가. 남자친구에게 말할 만한 일은 아니잖니. 이것도 일종의 외도라고 할 수 있으니까. 산타누에게 오늘 일을 말하려고? 나쁜 생각은 아니지만, 의미 없어. 산타누는 날 배신하지 못해. 우리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건 나야. 그리고 네 목숨도 내가 쥐고 있지.”
페데리카가 내 귓불을 살짝 깨물었다.
그녀가 산타누와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말은 바로 이해했다. 산타누는 마약 중독자이고, 그녀는 마약 제작자다. 누가 더 위에 있는지는 뻔했다.
나는 심장이 조금씩 아려오는 걸 느꼈다. 이게 무슨 뜻인지 안다. 페데리카는 내 주인이 자신임을 각인시키려는 것이다. 고통과 쾌락. 두 가지를 이용해서.
“그거 아니? 난 산타누보다 네가 더 마음에 들어.”
“…왜? 자지가 커서?”
“후후. 그것도 있지만… 산타누 보다 가진 게 많잖니. 그리고 무력 면에서도 산타누와 비슷한 것 같고…. 산타누와 널 선택해야 한다면… 기꺼이 널 선택하겠어.”
“빈말치고는 꽤 기분 좋은 말이야.”
“빈말이 아니야. 진심이란다.”
페데리카가 입을 맞춰왔다. 입안으로 그녀의 혀가 침입한다. 그와 동시에 그녀가 몸을 내 몸에 비비적거린다. 여체의 부드러움과 안락함에 기분이 나른해진다. 딱딱하게 솟은 자지가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쿡쿡 찔렀다.
속박이 약해졌는지 손이 움직였다. 손은 아래쪽으로 내려가 페데리카의 둥근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아앙.”
페데리카가 입을 떼고 교성을 흘렸다. 혀끝에 걸린 투명한 타액은 내 입술과 이어져 있었다.
나는 그녀의 찰떡같은 엉덩이를 주무르고 벌리기를 반복했다.
“하응…. 못 참겠니?”
“날 유혹하려면 제대로 해.”
“정말이지. 네 처지를 잊은 거니?”
“이미 목숨이 저당 잡혔으니 즐긴 건 즐겨야지.”
“그 태연함은 대단한걸.”
페데리카가 몸을 일으켰다. 설마 이대로 끝내나?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러나 다행히도 페데리카도 이대로 끝낼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녀의 엉덩이가 내 가슴팍에 올라탔다. 내 머리 양옆에는 그녀의 하얀 허벅지가 있었다. 역삼각형 모양의 붉은 보지털이 제법 촘촘했다.
“그거 아니?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은… 상당히 굴욕적이었어.”
빨갛게 칠한 긴 손톱이 그녀의 두툼한 연분홍색 소음순을 벌린다. 발기한 클리토리스, 벌렁거리는 질구멍. 장미 향으로도 감추지 못하는 진한 여자의 냄새.
“그리고 동시에 흥분되는 일이었지. 이번엔 네가 내걸 빨아줘. 거부하지는 않겠지?”
“거부권은 있고?”
“당연히 없어.”
보지가 내 얼굴에 앉았다.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을 복수하려는 모양인데, 나는 딱히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 않았다.
입을 벌려 보지를 환영했다. 혀로 도톰한 소음순을 벌리며 보지를 핥았다.
“흐으응…. 나쁘지 않아.”
페데리카가 천천히 엉덩이를 움직였다. 아직 까지는 여유로워 보였다. 나는 지금까지 쌓은 테크닉을 유감없이 선보이기로 했다. 페데리카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하아, 하앗, 힉….”
보지가 급속도로 젖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더 빠르게 흥분하는데? 성감 고조는 사용 안 했고…. 별자리의 효과군.’
축축해진 보지 속으로 혀를 쑤셔 넣었다. 질벽이 꾸물거리며 혀를 반겼다. 동시에 페데리카의 몸이 파르르 떨린다.
“하윽, 하아아아앙!”
보지가 수축하며 애액이 울컥 튀어나왔다. 나는 그녀의 허벅지를 꽉 붙잡고 계속해서 보지를 핥았다. 페데리카의 상체가 아래로 떨어진다. 새가 알을 품듯이 그녀가 내 머리를 안았다.
“히읏, 앙! 아아앙!”
연속된 절정에 페데리카의 몸이 축 늘어졌다.
“하아…. 이, 이런 건 처음이야.”
여전히 내 머리를 품에 안은 상태로 중얼거린다. 나는 그녀를 옆으로 밀어내며 몸을 일으켰다. 속박의 영향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닌지라 몸을 움직이기가 영 힘들었다.
페데리카는 천장을 보며 몸을 눕힌 채로 여운에 잠겨 조용히 숨만 내쉬었다.
이대로 조금 쉬는 것도 나쁘지 않으나, 내 자지는 그걸 바라지 않는다. 그녀의 양 다리를 잡아 벌리고 그사이에 들어갔다. 내 허리 양옆의 하얀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자지끝을 보지에 비볐다. 두툼한 연분홍색 소음순이 흐트러진다.
“…급하네. 그렇게 넣고 싶어?”
“보지가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참아.”
“그걸 넣는 순간 넌 내게 되는 거야.”
페데리카가 양팔을 머리 위로 올려 침대 끝을 잡았다. 요염하게 웃으며 풍만한 가슴을 과시한다. 거부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글쎄. 그건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
찌거억.
자지를 삽입했다. 페데리카의 입이 점점 벌어졌다. 허리에 힘을 주어 끝까지 넣었을 때는 그녀의 입에서 커다란 교성이 튀어나왔다.
“하읏, 하아아아아아…!”
그녀의 발가락 끝이 바들바들 떨리고, 눈동자가 요동친다. 나는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며 허리를 움직였다. 내 움직임에 맞춰 그녀의 허리도 들썩였다.
“앗, 앙…, 흐읍…!”
페데리카는 경험이 꽤 있는 걸로 보이지만, 이토록 자극적인 섹스는 처음인 듯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체위를 바꿨다. 그녀를 침대에 엎드리게 하고 엉덩이를 올리게 했다. 갈라진 엉덩이는 자연스레 벌어졌다.
‘뒤치기에 최적화된 엉덩이군.’
엉덩이가 크고 모양도 좋다. 손을 올리면 그 탱탱함이 느껴진다. 골반 부위에 장미 문신이 있어서 보기에도 좋았다. 특히, 그녀의 두툼한 소음순 덕분에 보지가 유독 도드라진다. 나는 그녀의 골반을 붙잡고 자지를 찔러넣었다. 두툼한 소음순에 의한 쿠션감이 있었다.
“아응, 앙!”
찌걱찌걱.
규칙적으로 허리를 흔들었다. 자지가 불끈거리며 그녀의 질내에 사정했다. 허리는 여전히 멈추지 않았다. 사정하면서도 그녀의 보지를 쑤신다.
“아아아! 미칠 것 같아…! 너무 좋아…!!”
그녀의 달뜬 목소리가 질척이는 보지 소리와 하모니를 이루었다. 나와 그녀는 아침이 될 때까지 섹스했다. 나는 물론이고 페데리카 또한 만족한 밤이었다.
‘페데리카가 더 마음에 들었어. 반드시 내 부하로 만들자.’
페데리카가 귀족이 되고 싶다고 했던가. 내 부하가 될 테니 못 도와줄 것도 없었다.
•••
저녁이 되어서 페데리카는 나와 주서현을 불렀다.
“어제의 대답을 듣고 싶어.”
페데리카가 날 보며 자신만만하게 웃는다. 대답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뭐, 그럴만도 했다. 그녀는 지금 내 목숨을 손에 쥐고 있으니까. 내가 여기서 거부하면 나를 죽이거나, 고통스럽게 하겠지.
“제안은 거절합니다. 전 레기온을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절대로.”
주서현이 페데리카에게 확고하게 말했다. 강명진의 습격까지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다.
“…그러니? 안타깝네. 성유진. 당신 생각은 어때? 이 여자랑은… 다르겠지?”
기대감이 어린 눈과 달콤한 목소리로 내게 묻는다. 여기서 잘 대답하면 상을 주겠다는 뜻이 눈빛을 통해 느껴졌다.
“……생각할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페데리카와 주서현. 두 사람 모두를 실망케 하는 대답이었다. 실망한 이유는 제각각 달랐지만.
“알겠어. 시간은 더 줄게. 대신… 내일까지야. 그때는 확실한 답을 들어야겠어.”
“성유진…! 너, 너 설마…!”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나는 경악하는 주서현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주서현의 시선이 따끔하다.
“주서현. 날 믿어. 상식적으로 내가 에이플랜 레기온을 배신할 리 없잖아.”
“그럼 왜 그 여자에게 바로 거절의 뜻을 내비치지 않았지?”
“시간을 끌기 위해서야.”
“…강명진이 올 때까지 겨우 몇 시간밖에 남지 않았어. 시간을 끌 필요가 있나?”
나는 상의를 파헤쳐 내 가슴팍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가슴 중심에 새겨진 장미 문신을 본 주서현의 눈이 커진다.
“그 문신은…?!”
페데리카의 어깨에 새겨진 장미 문신과 비슷하게 생겼다. 어제까지만 해도 없었던 문신이 갑자기 생겨났으니, 내가 무언가에 당했음을 그녀도 알 것이다.
“…뭐에 당한 거야. 자세히 설명해.”
“그러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 보는 눈도 있고 말이야. 한 가지 부탁할 건… 끝까지 날 믿어 달라는 거야. 알았지?”
“…….”
주서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가 잔소리를 내뱉기 전에 키스로 그녀의 입을 막았다.
강명진의 습격까지 앞으로 몇 시간. 섹스 몇 판 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
콰아앙!
폭발음과 함께 저택이 불타올랐다. 강명진의 습격을 알리는 신호였다.
“적이다!!”
“죽여버려!!”
“이 미친 것들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장미 가시 레기온 일원들이 소리치며 습격에 대응했다. 여기저기서 전투 소리가 났다. 나는 창문을 통해 정세를 확인했다. 강명진은 잘해주었다. 용병을 고용했을 뿐만이 아니라 다른 레기온까지 설득해서 함께 습격에 가담하게 했다. 질적으로나, 수적으로나 에이플랜 레기온이 유리하다.
나와 주서현도 바쁘게 움직였다. 목적지는 장미 가시 레기온의 마스터인 페데리카다.
양손에 너클은 낀 산타누는 강명진과 전투를 벌이고 있고, 페데리카는 뒤에서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으며 전투를 지켜보고 있다.
‘산타누의 고유 특성은 야성(A). 밤이 되면 추가 능력치를 얻고, 감각이 더 날카로워지지.’
그러나 강명진을 이기기엔 역부족이다.
강명진은 내가 지옥에 있을 때도 쉬지 않았다. 히든 피스를 찾아내고, 강해질 방법을 끊임 없이 모색했다. 타고난 재능도 있으니 지금의 나로서도 강명진을 쉽게 보지 못한다.
‘여기서 나와 주서현이 합세하면… 버티는 것도 힘들지.’
아니, 페데리카가 살아나려면 버티는 것만으로도 안 된다. 시간은 그녀의 편이 아니었다. 페데리카는 이 상황을 이겨내야 한다.
“산타누!!”
페데리카가 서랍속에서 약병을 꺼내 산타누에게 던졌다.
“고맙다, 페데리카! 이게 딱 필요했다고!!”
산타누는 약병에 든 푸른색의 액체를 단숨에 입안에 털어 넣었다. 그의 목울대가 움직이는 순간,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의 몸이 부풀어 오르더니 털이 자라고 주둥이가 앞으로 나왔다.
라이칸 슬로프.
늑대인간이 된 그가 강명진과 싸우기 시작했다.
‘늑대인간이라…. 고유 특성인 야성과 찰떡궁합이겠군. 아마 시너지 효과가 있겠지.’
산타누는 약간이지만 강명진보다 우위에 서기 시작했다. 강명진은 창대로 그의 공격을 막아내며 우리에게 외쳤다.
“성유진! 주서현! 가시 장미 레기온 마스터를 제압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