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84화 〉 1084. 신의 아틀란티스
“다시 물을게. 넌 누구의 여자지?”
“나, 나는 누구의 여자도 아니야…!”
나는 낮게 웃으며 허리를 강하게 튕겼다. 주서현의 자궁구를 쿵 때린다. 내 자지에 박히고 있는 주제에 부정하냐는 무언의 시위였다.
“흐잇….”
다소 얼빠진 신음을 흘린 주서현이 내 시선을 피했다.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주서현. 이번 대련에서 이긴 건 나야. 적어도 다음번 대결까지 넌 내 여자라는 거야. 너도 알고 있잖아.”
“…….”
“네 주제를 이해했지? 다시 물을게. 넌 누구의 여자지?”
주서현의 얼굴을 응시했다. 주서현은 얼굴을 확 붉혔다. 주서현은 농담도 잘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다시 말해 말의 무거움을 잘 알고 있다. 아무리 내가 시켜 어쩔 수 없이 내뱉었다고 해도, 자신이 내뱉은 말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지, 지금의 난 네 여자야. 하지만 어디까지나 다음 대련이 있을 때까지만이니 착각하지 마!”
“다음 대련에도 내가 이기면… 그때도 내 여자겠군. 그렇지?”
“큭. 다음에도 네가 꼭 이길 거라 생각하지 마라…!”
“그래. 그래. 다음에는 내가 질지도 모르지. 자, 키스하자.”
“…….”
주서현이 고개를 돌렸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키스에 응한다. 혀가 섞이며 그녀의 보지가 경련한다. 그녀의 가장 깊숙한 곳에 하얀 정액을 쏟아 냈다.
2시간이 지났다. 쉬지 않고 섹스를 한 덕분에 나와 그녀의 몸은 땀 범벅이었다. 그녀의 몸이 수련장 바닥에 축 늘어졌다. 나는 아직 만족하지 못했지만, 주서현에겐 쉴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몸은 쉬어도 입이 쉴 이유는 없지.’
규칙적으로 숨만 내쉬는 주서현의 머리를 들어 내 허벅지에 올렸다. 주서현은 곧바로 내 뜻을 알아차리고는 자지를 입에 물었다. 혀가 천천히 구르며 귀두를 핥는다. 그녀의 입김과 콧김이 사타구니에 느껴졌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몇 시간 만에 고분고분해진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수탉이 울 때까지 몸을 겹쳤다.
•••
사흘 뒤, 에이플랜 레기온 일원들은 새로운 구역 공략을 위해 움직였다. 목적지는 제 2,910 구역, 기계 공원이다.
“미안하다, 유진. 네겐 더 많은 휴식시간을 주고 싶지만…. 지금이야말로 적기다. 더 시간을 끈다면 다른 레기온에게 빼앗기게 되겠지.”
“괜찮아. 사흘이면 충분히 푹 쉬었으니까.”
“이 작전의 핵심은 너다. 문제가 있다면 바로 알려라.”
제 2,910 구역, 기계 공원은 구역 이름대로 기계 몬스터의 구역이다. 이 구역의 기계 몬스터는 전기 속성에 유독 취약하다고 한다.
우리는 공간 이동 주문서를 찢어 2,910 구역 앞에 나타났다. 공략에 나서는 건 총 6명이다.
나, 강명진, 주서현, 릴스네, 지영빈, 레인.
나머지 인원은 레기온을 지키게 되었다.
6명.
보통 한 구역을 공략할 때 못해도 20명을 데리고 간다는 걸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인원이었다.
‘이번 공략의 핵심인 내가 있고, 강명진은 이미 기계 공원에 대해 잘 알고 있지.’
강명진은 6명도 넉넉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유서희는 나와 함께하고 싶어 했으나, 함께하지 못했다. 서큐버스인 그녀는 기계 몬스터와 상성이 좋지 않았다.
기계 공원 입구는 강철 문으로 닫혀 있었다. 벽은 3M 정도로 높지는 않았으나, 시스템이 지키고 있어서 벽을 강제로 넘는 건 불가능했다. 강명진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파란색 카드였다.
그가 강철 문에 카드를 내밀었다.
삑!
“오…. 이렇게 쉽게 문이 열릴 줄이야. 마스터. 그 카드는 어디에서 얻으셨습니까?”
레인이 호들갑을 떨며 강명진에게 물었다. 강명진은 카드를 주머니에 넣으며 대답했다.
“길거리에서 주웠다.”
“에이. 그런 물건을 어떻게 길거리에서 줍습니까? 농담이 심하시군요.”
“정말로 길거리에서 주웠다.”
“알려주기 싫으시면 됐습니다.”
레인이 서운하다는 듯이 말했다. 강명진은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저 카드는 정말로 길거리에서 주운 거다. 거리의 돌멩이 틈 사이에 아무도 모르게 꽂혀 있던 카드를 말이다.
‘내가 알기로 저 카드는 한 장이 아니야. 대충 100장 정도가 아틀란티스 어딘가에 뿌려져 있지.’
그 카드가 2,910 구역의 입장권이란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제 2,910 구역, 기계 공원에 입장했습니다.」
기계 공원은 잘 정리된 공원이었다. 크기도 넓었고, 화단에는 꽃과 나무들이 존재감을 뿜었다. 그리고 이 공원을 관리하는 건 기계들이었다. 온갖 기계 몬스터들이 쉬지도 않고 돌아다닌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계, 바닥을 굴러다니는 기계, 손에 커다란 가위를 든 기계 등등.
기계들은 우리를 보자마자 렌즈를 빨갛게 물들였다.
“침입자 발생.”
“침입자는 신속히 제거한다.”
“배틀 모드 전개.”
기계 몬스터가 다짜고짜 달려들었다.
만뢰(卍雷)를 사용했다. 만(卍)자로 뭉친 뇌전의 중심에서 레이저 같은 번개가 쏘아졌다. 만뢰는 단순히 벼락을 떨어뜨리는 것보다 위력이 더 강했다.
만뢰에 맞아 감전당한 기계 몬스터들이 바닥에 쓰러진다.
“침입자… 제… 거….”
“오류… 발생….”
“삐이이이이….”
기계 몬스터들이 쓰러졌다. 그 강철 몸체에서 번갯불이 파지직 튀며 연기 한 줄기가 피어올랐다. 레기온 일원들은 경계를 풀지 않았다. 기계 몬스터가 벌떡 일어나서 공격을 가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강명진이 담담하게 움직였다. 창으로 기계 몬스터의 몸을 뜯어내며 중심에 있는 부품을 꺼냈다. 엄지 크기만 한 작은 부품이었는데 영롱한 파란색을 띠고 있다.
“마스터. 그게 뭡니까?”
“아크리스다.”
“아크리스요?”
“마나 전도율이 높은 희귀금속이지. 무기를 만들 때 쓰기 좋고, 마법적 재료로도 가치 높은 금속이다.”
빠르게 아크리스를 회수한 강명진은 기계 몬스터의 잔해를 한쪽 구석으로 치웠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거리를 최대한 깨끗하게 유지했다.
우리는 강명진을 바라봤다. 공원이라 그런지 길이 여러 갈래였다. 이럴 때 길을 정하는 건 레기온 마스터의 역할이었다. 다른 일원들은 모두 중앙으로 향하는 길을 바라봤다. 구역 중심에 보스 몬스터가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외곽부터 천천히 돌면서 중심으로 향한다.”
“어….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기계 몬스터의 수를 줄여야 한다. 한 번에 모여들어 우리를 포위하면 상황이 위험해진다.”
“그렇군요.”
강명진의 말에 일원들은 쉽게 납득했다. 지금껏 강명진의 구역 공략은 완벽했다. 이번에도 완벽하리라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는 아크리스를 최대한 긁어모으려는 속셈이지. 보스 몬스터부터 없앴다가 쫄몹이 사라질 수도 있으니까.’
외곽을 천천히 돌았다.
기계 몬스터가 3마리 이상 나오면 내가 나서서 처리했으나, 1~2마리는 다른 사람들이 처리했다.
지영빈이 앞에 서는 탱커 역할이고, 주서현과 릴스네가 딜러다. 마법사인 레인은 상대방을 속박하고 방해하는 마법에 특화되어 있다. 손발이 살짝 안 맞긴 한데 나쁘지 않은 조합이었다.
“주서현. 너무 빠르게 공격했다. 틈이 보인다고 무작정 공격하지 마라. 너 혼자면 모르겠으나, 그 상황에서는 너보다 릴스네가 더 피해를 줄 수 있는 타이밍이였다.”
“…알았어. 주의할게.”
“지영빈. 누누이 말하지만 막는 것뿐만이 아니라 반격을 준비해라.”
“네. 마스터.”
“릴스네와 레인은… 잘하고 있군.”
한 발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강명진이 조언하며 아크리스를 챙겼다. 알뜰했다.
“성유진.”
앞으로 나아가서 화단에서 꽃을 꺾던 강명진이 나를 불렀다.
“왜?”
강명진이 내게 다가왔다.
“꽃? 남자한테 꽃을 선물 받을 줄이야. 당장 던져버리고 싶은데.”
노란색 꽃이었다. 생긴 건 백합과 비슷했다. 중심 부분이 움푹 파여있고 구슬처럼 생긴 뭔가가 있다.
“그런 게 아니다. 그 꽃에 전류를 흘려보낼 수 있나?”
“평범한 꽃이 아닌 모양이네.”
「플라워 배터리
전기를 충전한다.
랭크: D」
“주의해야 할 점은 전압이 너무 강하면 안 된다는 거다.”
강명진이 원하는 대로 조심해서 전류를 흘려보냈다. 꽃의 중심에 있는 구슬 부분이 빛난다. 꽃잎도 영향을 받아서 꽃 전체가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플라워 배터리
전기를 충전한다.
랭크: C」
랭크가 올랐다.
“완벽하군.”
강명진은 빛나는 꽃봉오리만 뜯어내 허리춤에 걸어둔 파우치에 넣었다.
“그 꽃은 뭐야? 어떻게 사용하는 건데?”
플라워 배터리는 원작에도 없었다. 원작에는 내가 없었으니 사용하지 못했다는 말이 맞겠지.
“플라워 배터리는 목적에 따라 여러 군데에 사용할 수 있지만… 나는 전기 폭탄으로 사용할 생각이다. 위력은 별로 다만, 상황에 따라선 이게 목숨줄이 될 수도 있겠지.”
“폭탄이라. 터질지도 모르는데 파우치에 넣고 다니나?”
“평범하게 던져서는 터지지 않는다. 마나로 자극해야 터지지.”
“그래? 넌 아는 게 많네.”
“이런저런 곳에서 주워들은 것뿐이다. 그리고 네가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만.”
나나 강명진이나 이 주제는 별로 달갑지 않았다. 우리는 입을 멈추고 공략을 재개했다.
외곽을 빙글빙글 돌면서 안쪽으로 들어간다. 기계 몬스터들 대부분 상대하기 어렵지 않았으나, 성가신 놈이 하나 있었다.
인간 형태를 한 놈이었다. 강명진은 놈을 가디언이라 불렀다. 등에 추진기가 붙어서 하늘을 날아다니고 양손에는 칼이 붙어 있는 놈이다. 주특기는 순간 가속이다. 거기에 반응 속도도 빨라서 내가 쏘는 번개를 쉽게 막아 낸다.
이놈이 나타나면 나는 아스트라페를 사용해 전투를 벌여야 했다.
“…….”
강명진이 우뚝 멈춰 섰다. 그는 거리에 널브러진 기계 몬스터 잔해를 쳐다봤다.
“왜 그래?”
“…우리가 해치운 기계가 아니다.”
“확실해?”
“아크리스가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게 그 증거다.”
강명진은 기계 몬스터가 쓰러지면 잔해에서 아크리스를 빠짐없이 회수했다.
“놈들끼리 싸웠을 확률은?”
“다른 몬스터라면 몰라도 기계 몬스터는 피아식별이 확실하다. 그리고 이 정원에 다른 몬스터가 있을 확률은 없다. 사람이 확실하다. 누군가가 우리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온 모양이군.”
“……이 구역에 들어오려면 카드가 필요할 텐데.”
“카드가 하나라는 법은 없다.”
분위기가 심각해졌다.
나는 조용히 레인을 곁눈질했다. 스파이인 레인은 입을 묵묵히 다물고 있었다.
‘레인은 스파이지만, 성급하게 일을 벌일 놈은 아니야.’
생각에 잠겼던 강명진이 말했다.
“아무래도 은밀히 날 미행한 놈들이 있었던 모양이군. 내가 카드를 주운 건 열흘 정도 전이니…. 다른 카드를 구하는 것도 그 기간이면 충분하지.”
“그럼 특정할 수 있는 거 아니야?”
“그러기엔 짚이는 놈들이 많다. 명성이 너무 높은 것도 문제긴 하군.”
특히 에이플랜 레기온은 발데르트 공작의 후원을 받고 있기에 더더욱 주변의 관심과 견제를 받고 있다.
콰앙!
공원 중심 쪽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강명진이 혀를 찼다.
“이러다가 지배권을 잃을 수 있겠군. 지금부터 달려야겠다.”
강명진을 선두로 달리기 시작했다.
중심에 도착했을 때, 5M에 달하는 거대 로봇과 싸우고 있는 무리가 보였다. 20명에 가까운 일원들이었는데, 절반 이상이 여성이었다.
그 중심에서 떨어진 곳에 장미처럼 붉은 머리카락의 여인이 있었다. 검은색 가죽 드레스를 입었고, 오른쪽 어깨에 가시 돋은 장미 문신이 있다.
그녀는 피처럼 붉은 눈동자로 우리를 보며, 붉은 입술을 열었다.
“어머나. 에이플랜 레기온이잖아. 보시다시피 우리가 지금 좀 많이 바빠. 방해하지 말아주겠니?”
“가시 장미 레기온의 페데리카….”
“내 이름을 알고 있구나. 그 유명한 에이플랜 레기온의 마스터가 날 알고 있다니… 영광이네.”
페데리카가 요염하게 웃는다.
“페데리카! 그 새끼들은 죽여버려!!”
거대 로봇과 정면에서 싸우고 있는 남자가 외쳤다.
“미안. 내 남자친구가 좀 다혈질이라서. 오해하지 마. 난 대화로 해결하고 싶어.”
바람이 불자 그녀의 풍성한 붉은 머리카락이 파도치듯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