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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081화 (1,081/1,497)

〈 1081화 〉 1081. 신의 아틀란티스

아틀란티스의 주민들은 하늘을 올려봤다. 하늘로부터 거대한 존재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늘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별빛이 반짝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물론 시간이 밤인 구역도 있었다. 밤하늘에서도 새로운 별이 나타나 다른 별보다 유난히 반짝인다.

아틀란티스의 주민 대부분은 대수롭지 않게 이변을 받아들였다.

“새로운 별자리의 출현이군.”

“누군가가 신화에 필적한 업적을 쌓은 모양이군. 어떤 업적인지 궁금하군.”

“바클레이의 반레이 이후로 몇 달 만의 새로운 별자리다.”

“누구의 별자리지?”

사람들은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새로운 별자리의 탄생은 좀처럼 볼 수 없는 진귀한 광경이었다.

반짝반짝.

새로운 별들이 빛난다. 아직은 정확히 어떤 별자리인지 알아볼 수 없었다.

“북극성처럼 유난히 빛나는 별이 있군.”

“별자리의 주인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소문에 민감한 음유시인들은 뭔가 알고 있을까?”

“나비 자리다! 저 별들의 위치를 보면 나비 자리가 틀림없어!”

“새로운 별자리의 영웅을 위하여!”

아틀란티스 주민들이 웅성거렸다.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누군가는 새로운 별자리의 탄생을 축하하며 술잔을 들었다.

별이 한층 더 선명해지고 유난히 빛나는 별에서부터 은색의 선이 그어졌다. 모두가 기대감을 가지고 새로운 별자리를 지켜봤다.

“…….”

“…….”

“…….”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별자리의 형태를 본 사람들은 스스로의 눈을 의심하고 입을 벌렸다.

“엄마. 저건 무슨 별자리야?”

“어떤 동물 자리야?”

“괴물처럼 생긴 것 같아.”

아이들이 부모를 보채며 별자리의 정체를 물었다. 당황한 부모들은 아이들의 호기심에 대답해주지 못했다.

어처구니가 없는 건 다른 어른들도 마찬가지였다.

“보지잖아.”

“…아무리 봐도 보지군. 보지 자리인가?”

“어떤 미친 새끼가 저딴 별자리를 생각한 거야?”

“이제부터 밤하늘을 보면 보지를 보게 되겠군.”

“저 별자리의 주인은 우리 여성의 적이 틀림없어. 찾아내서 죽여버릴 거야.”

“누구 별자리의 능력을 알 수 있는 사람 없나? 중요한 건 별자리의 모양이 아니라 별자리의 능력이지. 능력이 어떤 건지 꼭 알고 싶군.”

“내 능력으로 별자리 효과 일부를 알 수 있어요. 으음. 이건 외설스러운 별자리의 외형과 별개로… 상당히 좋은 능력이군요.”

“음유시인 양반. 대체 어떤 능력인데 그러슈? 돈이라면 낼 테니 속 시원하게 말해주시오.”

“여성과 성관계를 가질 시 일시적으로 버프를 획득하는 능력이오.”

“…좋은 능력이잖아.”

“미친 새끼들. 그게 무슨 좋은 능력이야!”

남자들은 킬킬 웃었고, 여성들은 짜증을 냈다. 비슷한 상황이 아틀란티스 곳곳에 나타났다.

•••

에이플랜 레기온 일원들도 하늘을 올려다봤다. 보지 자리가 찬란히 빛난다. 외설스러웠다. 그러나 강명진은 팔짱을 끼고 진지하게 별자리를 봤다. 강명진의 용안이 별자리의 효과를 읽어낸다.

강명진은 감탄했다. 별자리의 외설스러운 형태는 아무래도 좋았다.

‘여성을 상대할 때 상성에서 우위를 점하는 효과.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 세상 절반이 여성이라는 걸 생각하면 무시할 수 없는 효과다. 그리고 아마 인간뿐만이 아니라 다른 종족이나 몬스터에게도 통하겠지.’

강명진은 별자리의 주인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여성의 성기. 외설스러우나 누구나가 알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다. 아마 효과를 예측하고 별자리로 선택했을 것이다.

그가 별자리의 효과에 감탄하고 있을 때,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사람이 있었다. 주서현이었다.

“저런 어처구니없는 짓을 할 놈은 그놈뿐이지.”

“서현 씨 말에 동의해요.”

유서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했다.

엘프인 릴스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진 씨가 별자리의 주인이라 생각하시는 모양이군요. 유진 씨에게 조금 엉뚱한 면이 있긴 해도 저런 미친 짓은 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그리고 무엇보다 별자리를 만들 정도의 업적을 쌓을 정도의 힘이 없을 거예요.”

상식적인 의견이었다. 성유진의 연차를 따지면 얼마 되지 않는다. 별자리를 만들 정도의 업적을 쌓기엔 가진 힘이 약한 것이다.

“넌 아직 그놈에 대해서 잘 모르는군.”

“유진 씨라면 가능해요.”

주서현과 유서희가 말했다. 릴스네는 왠지 모를 패배감을 느끼며 입을 다물었다.

“저 별자리의 주인은 그놈이 맞아. 내기할까? 내일이나 모레쯤에 놈이 돌아오면 거의 100%지.”

주서현이 자신감에 찬 어조로 말했다.

평소의 릴스네라면 당장 내기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돈을 벌 기회니까. 허나 지금은 돈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만 느껴졌다.

“…내기까지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보지 자리. 만들고 보니 뿌듯했다. 이제 한 달에 2~3번 정도는 밤하늘을 통해 볼 수 있겠지.

‘별자리는 성장한다. 내가 업적을 더 쌓거나, 보지 자리와 관련된 일을 할 때마다.’

별자리의 성장은 전자가 더 빠르다. 후자의 경우엔 너무 느리고 기약이 없었다.

그리고 성장할수록 별자리 효과는 더 강해지고, 밤하늘에 나타나는 일도 잦아진다. 일단 목표는 매일 밤 보지 자리를 보는 것이다.

옆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모습을 숨겼던 엘레나가 나타났다. 그녀는 내 옆에서 어처구니없다는 눈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지금 난 기여도를 포기한 것을 맹렬히 후회하는 중이다. 적어도 내가 기여도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저런 별자리가 만들어지진 않았을 테니…. 아틀란티스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미안하군.”

엘레나가 내게 손을 뻗었다. 승리한 기념으로 키스라도 해주는가 싶었는데, 내 뺨을 잡고 살짝 꼬집었다. 뺨이 아파왔다.

“아악!”

“정상적인 별자리를 선택할 수는 없었나?”

“어지간한 별자리는 이미 존재하는 상태였어.”

“후우.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 어디 가서 저 별자리의 주인이라고 말하지 마라. 보는 내가 더 부끄럽군.”

“뭐, 굳이 알릴 생각은 없어. 얻을 수 있는 이득도 별로 없으니까. 아, 마침 잘 됐다. 보지 자리의 축복 좀 받아 볼래?”

“…무슨 축복?”

엘레나의 눈매가 날카로워진다.

나는 그녀가 더 화를 내기 전에 서둘러 보지 자리의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내 설명을 들은 엘레나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의외로 별자리의 효과는 나쁘지 않군. 아니, 솔직히 말해서 생각 이상이다.”

“별자리는 유명하면 유명할수록 좋아. 별자리는 일종의 상징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보지는 유명하잖아.”

“…불쾌하지만 맞는 말이긴 하다. 그… 보지 자리의 축복의 효과는 뭐지?”

“나도 잘 몰라. 하지만 나쁜 건 아닐 거야. 축복이잖아. 보지 조임이 더 좋아질 수도 있어.”

“영, 내키지 않는다만…. 일단 축복이긴 하니 받아는 보겠다.”

나는 엘레나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엘레나의 눈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갔다. 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멈췄다. 나는 그녀에게 보지 자리의 축복을 내렸다.

「대상에게 보지 자리의 축복을 내립니다.」

「대상이 여성입니다. 조건을 만족합니다.」

「앞으로 30일 동안 보지 자리의 축복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알림창이 떴다.

축복의 효과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이런 경우는 축복에 랜덤성이 있다는 뜻이 된다.

나는 엘레나를 바라봤다. 기분 탓일까. 엘레나의 피부가 은은히 빛나는 기분이 든다. 나와 눈이 마주친 엘레나가 씨익 웃는다.

“좋군. 입에 담기도 싫은 이름의 축복이다만, 효과만큼은 뛰어나다.”

“무슨 효과인데?”

“체력이 영구적으로 1 상승하고 매력이 올랐다. 남자들을 쉽게 유혹할 수 있다고 하는데… 효과가 있나?”

그녀가 날 빤히 쳐다봤다. 그녀에겐 미안하지만, 딱히 차이점을 못 느끼겠다.

“한 번 확인해보자.”

엘레나에게 손을 뻗었다. 엘레나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시간 없다. 미뤄둔 일이 많아서 당장 가봐야 한다. 쌓여 있는 일을 생각하니… 끔찍하군. 리 메이라고 했던가. 흑주맹의 수장이 될 그 여자는 내가 따로 교육해두지.”

붙잡기도 전에 엘레나가 사라졌다.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일단 얻은 것들을 확인했다.

제 5,845 구역, 세 개의 벽의 지배권을 얻었다. 30일마다 15,000 AP를 정기적으로 획득한다.

다른 지배 구역들까지 합해서 한 달마다 얻는 AP는 23만에 가깝다.

「보유 AP: 2,771,752」

보고 있으면 든든해지는 AP 양이었다. 그러나 이 중 절반 이상은 사용할 곳이 정해져 있다.

‘공간 이동 주문서를 구매해야지.’

나는 다른 세계에서도 공간 이동 주문서를 쏠쏠하게 사용하고 있다.

‘지금 공간 이동 주문서의 시세가 6만 AP 정도였나?’

공간 이동 주문서의 시세는 꾸준히 오르고 있었다. 아틀란티스의 수준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면서 비상용으로 공간 이동 주문서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탓이다.

‘6만이면 50개도 못 사겠군.’

한 달에 20만이 넘는 AP를 벌어도 지출 대부분이 공간 이동 주문서를 통해 나간다.

‘나중을 대비해서 AP를 모아야 해. 하지만 공간 이동 주문서를 구매하지 않을 수도 없고….’

다른 세계에서 공간 이동 주문서를 사용하고, 그 편리함을 맛봤다. 공간 이동 주문서가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그렇다고 해결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흑주맹은 끝났어. 왕 쉬안과 칭 궈리가 죽었으니 리 메이가 쉽게 장악하겠지. 흑주맹은 절반 정도 약해지겠지만, 오히려 잘된 일이야. 컨트롤 하기 쉬워지니까.’

엘레나의 교육을 받은 리 메이라면 문제없이 흑주맹을 운영할 것이다.

‘이제 진짜 돌아가자.’

공간 이동 주문서를 찢을까 하다가 참았다. 공간 이동 주문서를 아끼고 덤으로….

‘모처럼 여기까지 왔잖아. 근처 마을에서 좀 놀다 가자.’

•••

이틀 뒤, 에이플랜 레기온에 귀환했다. 정말 오랜만에 돌아오는 것이라 레기온 건물이 낯설게 느껴졌다.

가장 먼저 나를 반긴 것은 강명진이었다. 강명진이 나를 보고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돌아오리라 믿고 있었다.”

“지옥 따위가 날 막을 순 없었지.”

“도중에 일이 생겼다고 들었는데… 잘 해결했나 보군.”

“심각한 일은 아니었어.”

그의 발치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강명진의 다리 하나를 꽉 붙잡고 있는 푸른색 머리칼의 여자아이가 보였다. 청룡인 비야다. 그녀는 푸른색 눈동자로 날 쏘아봤다. 여전히 날 좋아하지 않아 보인다.

‘못 본 사이에 많이 컸군. 뭐, 성장의 기준이 인간과 다르니까.’

타다다다다다다.

누군가 달려와 나를 꽉 끌어안았다. 유서희였다.

“유진 씨! 유진 씨가 돌아오실 거라 믿고 있었어요…!”

나를 끌어안는 손에 힘이 꽤 강하게 들어갔다. 오랜만에 느끼는 유서희의 감촉에 몸이 흥분하려고 한다. 여자의 매력이 더 강해진 것 같았다.

“서희는 더 예뻐졌네.”

유서희의 뒤로 여자들이 나타났다. 단발머리의 이민정은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바라보고 있고, 릴스네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주서현은 팔짱을 낀 채로 적대적인 표정으로 날 노려보고 있다. 나는 그녀의 하반신을 힐끗 바라봤다. 펑퍼짐한 바지를 입고 있어서 정조대를 차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없는 사이에 정조대를 없앤 건 아니겠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 리모콘을 눌렀다. 바로 반응이 왔다. 주서현의 허리가 약간 꺾인 것이다. 주서현이 날 죽일 듯이 노려본다.

‘잘 착용하고 있군.’

레기온에 돌아왔다는 실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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