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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염의 피닉스-1080화 (1,080/1,497)

〈 1080화 〉 1080. 신의 아틀란티스

‘한 번 죽는 것쯤은 각오했지만… 못 해도 팔 한 짝은 가져가리라 생각했는데.’

그때였다.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푸른 나비가 내 앞으로 팔랑팔랑 날아왔다.

나비가 내 어깨에 살포시 앉았다. 직후, 시야가 바뀌었다. 나는 발로르로부터 떨어진 곳에 나타났다.

“웬 놈이냐?!”

발로르가 짜증이 담긴 목소리로 외쳤다. 13개의 눈동자를 뒤룩뒤룩 굴리는 걸 보니 엘레나의 위치를 알지 못하는 모양이다. 물론 나도 엘레나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나는 나설 수 없다.

귓가에 익숙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엘레나였다.

-그 웃기지도 않는 황금 가면으로 죽음을 위장하고 있는 너와는 다르게, 나는 죽음을 위장할 수단이 없다.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환술을 사용하는 건 마나 낭비다. 이 상태로 널 서포트 하겠다.

나는 씨익 웃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네 서포트라면… 상대가 신이라도 할만하지.”

그녀의 존재만으로도 천만 대군을 얻은 기분이었다. 절망적이던 상황에 다시 빛이 돌아온다.

“…우선 눈앞에 있는 네놈을 죽이고, 숨어 있는 놈까지 찾아내어 죽여버리겠다.”

13개의 눈으로도 엘레나를 찾아내지 못한 발로르가 내게 다가온다.

-한정된 땅에선 자유롭게 움직이기 힘들지.

몸이 하늘로 떠오른다. 나는 생소하면서 익숙함을 느꼈다. 분명 나는 하늘을 날고 있지만, 땅을 딛고 서 있는 듯한 모순된 감각이 느껴졌다. 내 몸은 내 의지대로 움직였다.

-신화에서 발로르는 눈이 터져 죽었다지? 신화는 신의 업이다. 눈이야말로 발로르의 약점이지.

“알아. 그래서 나도 눈을 노렸지. 성공한 적은 없었지만 말이야.”

-13개의 눈. 저 눈들을 모두 터트려라.

“…저 몸에 있는 눈만 노리면 되지 않아?”

-다른 12개의 눈도 모두 똑같은 눈이다. 마법으로 그럴싸하게 눈의 수만 늘렸다면, 저런 위력 따윈 나오지 않는다. 발로르를 죽이려면 저 13개의 눈을 전부 노려야 한다.

“귀찮게 하는군.”

엘레나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화련비도를 손에 쥔 나는 가장 가까운 눈알을 향해 날아갔다. 12개의 눈알이 움직이더니 나를 중심으로 원을 그렸다. 동공이 빛난다. 광선을 쏘아내기 직전의 모션에 반사적으로 몸이 움찔거렸다.

-멈추지 마라.

엘레나를 믿고 화련비도에 힘을 주었다. 붉은 칼날을 타고 아스트라페의 붉은 전류가 번뜩인다.

키이이이이잉.

붉은 광선이 일제히 나를 향해 쏘아졌다.

파란 나비가 내 곁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엘레나의 환접술은 세계의 법칙을 일시적으로 속였다. 공간을 굴절시켜 나를 노리던 광선들을 죄다 엉뚱한 방향으로 틀었다.

‘첫 번째.’

서걱.

발로르의 눈을 하나 베어냈다. 반으로 갈라진 눈알이 바닥에 철푸덕 떨어졌다.

‘바로 두 번째다!’

10M도 되지 않는 거리에 있는 눈알로 달려갔다. 눈알이 도망치려고 했지만, 내가 더 빨랐다.

까앙!

보이지 않는 배리어에 화련비도가 튕겼다.

‘쉽게 당해주지 않겠다는 건가.’

파지지지지지직.

아스트라페의 출력을 높인다. 뇌전을 한계 이상으로 사용하자 마나 로드가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개의치 않았다. 마나 로드가 전부 타버려도 상관없다. 나중에 회복하면 된다.

‘죽음이 바로 눈앞에 있어. 여기서 조금이라도 망설이면 죽을 거야.’

카가가가가가각!

배리어를 억지로 베어내고 눈알에 칼을 찔러 넣었다. 붉은 번개가 눈알을 불태웠다.

남은 눈알은 11개.

이어서 추가로 눈알 4개를 없앤다. 남은 눈알은 7개. 나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걸 느꼈다. 마나 로드도 한계다. 입과 코, 귀에서 핏물이 주르륵 흐른다. 그러나 나는 멈추지 않았다.

목표한 눈알의 홍채가 붉은색에서 보라색으로 변한다. 일시적으로 몸이 멈칫했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정지의 마안이다. 이건 정지의 효과를 다른 곳으로 날려 보내는 편이 낫겠군.

엘레나의 서포트 덕분에 3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몸이 움직였다. 허나 3초의 틈은 꽤 컸다. 저 멀리서 날아온 광선에 두 다리가 증발했다.

멈추지 않았다. 다리가 없어도 날 수 있었다.

푸욱.

눈알 하나가 떨어진다. 남은 눈알은 6개.

-함정이다.

눈알이 터진다. 불꽃이 내 몸을 뒤덮었다. 몸이 타오른다. 엘레나가 환접술을 사용해 불꽃을 꺼뜨렸을 땐, 내 몸은 이미 새까맣게 탄 뒤였다. 육체가 아래로 추락한다.

-환술로 회복하는 건… 불가능하다. 네 상처에 신의 힘이 서려 있다. 보통 불꽃이 아니라는 거지.

아득해지는 의식을 느끼며 완전 회복을 사용했다. 새까맣게 탄 피부가 새롭게 돋아난다. 증발했던 다리도 다시 나타났다. 추락하던 나는 다시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크으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놈이었군.”

발로르의 탄식이 들렸다. 그 와중에도 놈의 공격은 계속되고 있다. 광선을 피하느라 정신이 없다. 내가 실수하면 엘레나가 커버해주지만, 신의 공격을 받아내는 짓이다. 그녀에게도 한계가 찾아올 것이다.

허공에 떠 있던 눈알 5개가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한다. 나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눈알들 간의 거리가 10km가 넘는다.

“발로르. 신이면서 쪼잔하게 나오는군.”

“기뻐해도 좋다. 그만큼 날 몰아붙였다는 뜻이니.”

발로르가 뻔뻔하게 나왔다. 눈알을 쫓아 날아간다. 눈알이 허공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내게 광선을 쏘아낸다. 아까보다 눈알의 움직임이 좋아졌다. 눈알의 숫자가 줄면서 발로르의 컨트롤이 더 좋아졌다.

“엘레나. 이대로는 우리가 먼저 지치게 될 거야. 방법이 없을까?”

-……있다. 다만, 완전 회복까지 사용해야 해서 서포트가 힘들어질지도 모르겠군.

“지쳐서 쓰러지는 것보다는 낫지. 그리고 이놈.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고 있어. 아니, 적응하고 있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시간을 끌면 이쪽이 불리해.”

-그건 동감이다. …어디 한 번 신들을 놀라게 해볼까.

파란 나비가 나타났다.

나비가 하늘을 날아다닌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나비가 날갯짓할 때마다 그 숫자가 점점 늘어났다.

나비의 숫자가 약 천 마리 정도 되자 증식이 멈췄다. 엘레나가 죽었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리고 다시 나비가 증식한다.

‘완전 회복을 쓰고 다시 환접술을 쓰는군.’

최종적으로 약 3,000 마리의 나비가 하늘을 날아다녔다.

-잠시. 세상을 뒤집겠다.

엘레나가 선언했다.

수천 마리의 나비가 일시에 산화하여 공간에 스며든다.

세상이 뒤집혔다. 정확하게는 5,485 구역이 뒤집혔다. 땅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땅이 된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세상이 돌수록 세상은 점점 좁아졌다.

멀리 떨어져 있던 발로르의 눈동자들과의 거리가 강제로 좁혀진다.

“…너를 돕고 있는 놈은 누구지? 이건… 인간이 할 수 있는 짓거리가 아니다. 어떤 신이 너를 돕고 있는 건가?”

발로르의 기세가 아까보다 약해졌다. 침식 구역이 주던 힘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맞아. 신이 날 돕고 있지.”

거짓말을 했다. 이걸로 놈의 머리가 약간이라도 복잡해졌으면 좋겠다.

파지지직.

내 주위로 뇌전 6개가 모습을 드러내며 뭉치기 시작했다.

만뢰(卍雷).

회전하는 뇌전이 눈알을 향해 벼락을 쏘아낸다. 눈알 3개를 꿰뚫었으나, 남은 3개의 눈알은 배리어에 막혀 사라졌다.

‘3개면 성공이다. 혼란한 틈을 노린 게 정답이었군.’

발로르는 허공에 떠 있는 2개의 눈을 불러들였다. 눈알이 그의 이마에 스며들었다. 3개의 눈이 나를 노려본다.

나는 그에게 날아갔다. 가까워질수록 그의 몸이 생각보다 위압적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이것도 엘레나의 서포트로군.’

아마도 마지막 도움이겠지. 이 이상의 도움은 바라지 않는다. 나와 함께 덩달아 커진 화련비도를 움켜쥐고 발로르를 향해 달렸다.

발로르의 세 개의 눈이 보라색으로 바뀐다. 정지의 마안. 몸이 구속되고 멈칫한다. 발로르의 입가에 승리자의 미소가 지어진다.

“그놈의 도움은 없다. 아까처럼 벗어나진 못할 거다.”

노리던 바였다.

최후에 최후까지 아끼고 있던 스킬을 발동한다.

‘천심(天心).’

[천심(天心)을 발동합니다. 1분 동안 지속됩니다.]

확실한 순간이 올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정지의 마안에 당한 척 연기했다.

발로르가 내 목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 거대한 손이 내 목을 조르기 직전, 나는 그의 커다란 눈에 칼을 찔러 넣었다.

“크어어억! 어, 어떻게…?!”

“뇌전!!”

붉은 전류가 놈의 몸을 타고 흐른다. 감전당한 놈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이대로 당하지 않는다…!”

이마에 달린 보라색 눈동자가 다시 붉은색으로 돌아가려 한다.

“눈 찌르기!”

왼손의 검지와 중지로 놈의 눈을 찔렀다. 푸욱. 손가락이 두 눈 깊숙이 들어갔다. 발로르는 눈을 모두 잃었다.

“내가… 내가, 인간 따위에게…!!”

발로르의 거구가 쓰러진다.

뒤집힌 세상이 원래의 자리를 찾는다. 좁아졌던 공간이 넓어지고, 땅은 본래 있어야 할 아래로 내려가며, 하늘은 위로 올라간다. 커졌던 내 몸도 원래의 인간 사이즈로 작아졌다.

「천공의 주인이 100,000 AP를 후원합니다.」

「천공의 주인이 만족합니다.」

「마천의 왕이 50,000 AP를 후원합니다.」

「마천의 왕이 입술을 매만집니다.」

「떨어진 별이 10,000 AP를 후원합니다.

“멍청한 발로르! 푸하하하하!”」

「빛나는 창이 100,000 AP를 후원합니다.」

「달의 사냥꾼이 100,000 AP를 후원합니다.」

「태양의 대적자가 30,000 AP를 후원합니다.」

「황금의 주인이 30,000 AP를 후원합니다.」

…….

무수히 많은 후원이 쏟아졌다. 나와 안면이 있는 신좌들은 대부분 후하게 후원했지만, 이름 모를 신좌들은 1,000 AP 내외를 후원했다.

구경값이다. 신과 인간의 전투. 그리고 인간이 이기는 일은 좀처럼 없으니까. 그들은 몇백 년, 몇천 년이 지나도 이 일을 쉽게 잊지 못하리라.

물론 후원하지 않는 신좌도 있었다.

「가벼운 발걸음이 웃습니다.」

「그림자 여왕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달의 꽃이 분개합니다.」

「검은 파라오가 당신을 지켜봅니다.」

신좌들의 메시지를 뒤로했다. 중요한 건 보상이다. 발로르의 시체는 먼지가 되어 사라졌지만, 그 어떠한 아이템도 남지 않았다. 보상은 시스템에게 받아야 한다.

「천상의 신들이 경악하는 위대한 신화입니다.」

「칭호, 갓 슬레이어를 획득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5 상승합니다.」

「총 75% 기여도를 확인했습니다.」

기여도 75%.

엘레나의 도움이 없었다면 죽는 건 발로르가 아니라 내가 되었을 것이다.

「다른 공략자가 기여도를 포기했습니다.」

「총 100% 기여도를 확인했습니다.」

‘엘레나가 포기했나? 엘레나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군.’

「세 개의 보상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1. 발로르의 사안(SS)」

「2. 별자리 생성.」

「3. 모든 능력치 상승, SSS랭크 상승권 1장」

일단 꽝은 1번이다.

발로르의 사안. 개사기 눈깔이지만, 시스템이 발로르의 권능을 쉽게 내줄 리가 없다. 너프를 못해도 5번 이상 한 상태이겠지.

‘SSS랭크 상승권은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이긴 하지만… 별자리 생성보다는 덜하지. 별자리는 신들이 경악하는 신화에 나올법한 업적을 이루어야만 얻을 수 있지. 엘레나가 포기하지 않았다면 선택지에 나오지 않았을 거야.’

다음에 언제 이 기회가 찾아올지 모른다.

나는 2번을 선택했다.

「당신을 상징하는 별자리를 생각하십시오.」

「별자리의 형태에 따라 효과가 정해집니다.」

‘음. 번개 자리?’

「이미 존재하는 별자리입니다.」

‘…하긴. 아틀란티스도 8회. 별자리는 초기화되지 않는다고 하니… 남아 있어도 이상할 건 없지. 천마로서 이득을 보려면… 음. 악마 자리도 존재하나?’

「존재합니다.」

‘…….’

「정말 이 별자리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내가 원하는 별자리는 죄다 존재하는 별자리잖아. 이걸로 진행해.’

「정말로. 정말로 이 별자리를 선택하시겠습니까?」

「별자리는 추후 변경할 수 없습니다.」

「선택을 미루고 천천히 고민하셔도 됩니다.」

‘난 이미 정했어.’

「…아틀란티스의 하늘에 새로운 별자리가 새겨집니다.」

웬지 시스템이 한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 아마 기분 탓이겠지. 시스템이 그럴 리 없다.

반짝반짝.

푸른 하늘에 새로운 별자리가 나타났다.

빛나는 별들 사이로 빛이 생겨나 선을 그린다. 이것으로 아틀란티스 주민들은 새로운 별자리가 나타났다는 걸 알아차렸을 것이다.

‘저기 가장 빛나는 별이 클리토리스군. 그 아래로 소음순에 요도… 질 구멍까지. 완벽하게 구현했군. 누가 봐도 보지야.’

「당신을 상징하는 별자리가 하늘에 새겨졌습니다.」

「칭호, 보지의 수호자를 획득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5 상승합니다.」

「스킬 보지 자리의 가호(S)를 획득합니다.」

「보지 자리의 가호

여성을 상대할 때 상성에서 우위를 점한다.

여성과 성관계를 가질 시 일시적으로 버프를 획득한다.

한 달에 한 번 여성에게 보지 자리의 축복을 내릴 수 있다.

종류: 별자리 가호

랭크: S」

‘마음에 들어.’

「수많은 신좌가 경악합니다.」

「천공의 주인이 당신에게 경외감을 느낍니다.」

「마천의 왕이 폭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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