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1화 〉 1071. 신의 아틀란티스
“유진 씨…. 대체 얼마나 강한 거예요?”
리 메이가 질린 듯한 어조로 물었다. 그녀의 눈앞에는 갈라진 땅과 그 땅에 남은 전류가 땅을 태우고 있다. 상식 밖의 광경이었다.
‘저 전류 자체가 평범한 전류가 아니라 가능한 일이지.’
땅에 흐르는 전류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이 기세대로면 3분도 지나지 않아 땅에 흔적만 남기고 사라지리라.
“이건 내 힘이 아니야. 천공의 주인에게서 일시적으로 빌린 힘이지.”
30초가 지났다.
끝없을 것같은 압도적인 힘이 사라졌다. 나는 약간의 박탈감과 허무감을 느꼈다.
“천공의 주인?! 유진 씨의 계약 신좌가 천공의 주인이었어요?!”
“천공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나 보네.”
“현대 지구 문명 출신인데 모르는 게 이상하죠. 유진 씨가 강한 이유가 있었네요.”
리 메이의 두 눈이 반짝인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짐작이 간다. 그녀는 말단이어도 흑주맹의 간부 중 한 명이었다. 수완은 있다는 거다. 지금 아마 날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너무 심한 게 아니라면 들어줄 의향은 있지.’
그녀는 둘째치고 아스트라페에 대해 생각해봤다.
제우스의 힘을 빌려 사용한 아스트라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했다.
‘방금 내가 사용한 아스트라페는 질량을 가지고 있었어.’
전자에는 질량이 있다. 다만, 그 질량이 너무 작아서 의미 없는 수준이지. 그러나 내가 방금 사용한 아스트라페는 무게가 있었다.
‘어쩌면 무게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일지도 모르겠군. 한 번 사용한 거라 자세히는 모르겠어.’
「아스트라페
무기에 번개의 힘을 부여할 수 있다.
종류: 신좌 스킬
랭크: A」
내가 가진 아스트라페 스킬이다. 나는 단순히 인첸트 종류라 생각했지만, 지금 인식이 바뀌었다.
아스트라페. 그 제우스의 번개인 만큼 숨겨진 힘이 있을 것이다.
‘그런 스킬이 있지. 랭크가 낮을 때는 쓰레기지만, 랭크가 높을 때는 개사기 스킬인 것들이.’
잠깐 생각에 잠겼다.
‘천재의 시간을 사용하고 한 번 더 사용하면 감이 잡힐 것 같기도 한데… AP가 아깝지.’
사실, 방금처럼 30만 AP로 신좌의 힘 일부를 빌리는 건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 형평성 등의 문제로 신의 힘을 빌리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당장 위험할 때 신의 힘을 빌린다면 그건 치트키가 아닌가.
‘여긴 내 구역이니까 그럭저럭 괜찮았던 거지. 그리고 시스템은 내가 처한 상황을 심각하게 보지 않았어.’
다른 곳, 다른 상황이었다면 30만 AP로 천공의 주인의 힘을 10초도 빌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방금 사용한 그 힘은 지금 내 능력치로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힘이겠지. 본래의 제우스는 이것보다 훨씬 더 강력할 거야.’
나는 차오르는 한숨을 삼켰다.
천공의 주인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천공의 주인이 최고의 신좌 중 한 명이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신과 인간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는 걸 느꼈다.
“자, 유진 씨. 멍하니 있지 말아요. 우리 상황은 객관적으로 봐도 좋은 상황은 아니에요. 다음은 어떻게 할 거예요?”
“다음?”
“흑주맹은 바보가 아니에요. 장 차오를 비롯한 부하들이 전멸했다는 사실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알아차릴 거예요. 그리고 보다 강력한 인원으로 척살 부대를 만들어 파견하겠죠.”
“함정을 판다거나?”
“농담이시죠? 저희 둘이서 팔 수 있는 함정은 한계가 있어요. 그리고 흑주맹은 이미 우리의 위치를 알고 있으니 크게 의미는 없을 거예요.”
“이참에 흑주맹을 접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내 또 다른 신분은 천마. 적당히 박살 낸 흑주맹을 천마신교로 흡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힘들 것 같은데요…. 유진 씨에겐 어떤 기반도 없잖아요. 흑주맹주를 죽인다고 해서 그 아랫것들이 유진 씨를 성심성의껏 따르는 일은 없을 거예요. 오히려 도망치겠죠.”
“리 메이. 너라면 가능하지 않아? 네가 그 자리에 앉아서 흑주맹을 차지하는 거야.”
“…제가요?”
리 메이의 두 눈이 흔들린다. 그녀의 시커먼 탐욕과 야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난 이런저런 일로 바쁘거든. 그리고 넌 내 좆집이잖아. 내 여자라는 거지.”
마주 본 그녀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조심스레 잡았다. 분홍색 머리카락은 비단실처럼 부드러웠다. 리 메이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정말. 정말로 흑주맹을 제게 주실 수 있어요?”
“물론이지. 넌 내 좆집이니까. 믿을 수 있어. 설마 흑주맹을 얻고 바로 날 배신하지 않겠지?”
“에이. 그럴 리가요. 전 유진 씨의 좆집이예요. 제 처지를 완벽히 받아들였죠. …그런데 꼭 좆집이라고 말해야 하나요? 내 여자. 라고 말해주시면 안 될까요?”
리 메이가 방긋 웃으며 분홍색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는 내 손을 잡아 가슴으로 가져갔다. 가슴의 부드러움이 손에 느껴진다. 오늘 처녀 딱지를 뗀 여자라고는 믿기 힘든 행동이었다. 나는 그녀의 가슴을 천천히 주물렀다.
“안 돼. 좆집이 더 꼴리잖아.”
“아…. 그러세요. 대신 다른 사람이 앞에 있을 때는… 좆집이라 하지 말아줘요. 흑주맹주의 체면을 지켜주세요.”
“벌써 흑주맹주로써 체면을 챙기는 거냐…. 뭐, 못 들어 줄 부탁은 아니지.”
가슴을 만지는 내 손이 점차 노골적으로 변했다. 그녀의 숨소리도 조금씩 거칠어진다.
“제가 흑주맹주가 되려면… 흑주맹주를 죽이는 것만으로는 안 돼요.”
“예상은 했어. 방법은 있겠지?”
“흑주맹은 하나의 거대한 기둥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기둥에 여러 가지가 얽혀 있어요. 간부들끼리 얽혀 있는 것도 크지만… 그 뒤에는 외부 세력까지 얽혀 있죠.”
“외부 세력? 일이 더 커지는 건 마음에 안 드는데.”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알고는 있었다. 리 메이를 심문할 때 대충 들었으니까. 다만, 그때는 대충 흘려들어서 외부 세력의 정확한 정체를 캐묻는 걸 깜빡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흑주맹의 역사는 비교적 짧으니까요. 급성장하기 위해선 외부 세력의 도움이 필요했죠. 지금 흑주맹주는 그 외부 세력을 끊을 준비를 하고 있어요.”
“그 외부 세력이 어딘데?”
“헬텐이요.”
“…….”
“유명한 범죄 조직이죠. 누구는 우스갯소리로 지어낸 조직이 아니냐고 묻는데, 그건 머저리들이에요. 헬텐은 실제로 존재하니까요.”
내가 그 헬텐에 속해 있다.
‘흑주맹과 헬텐에 이런 관계가 있었나. 이상한 일은 아니야. 원작에서 흑주맹이 갑자기 멸망하고 사라진 건…. 헬텐의 짓일 가능성이 높겠군.’
헬텐의 입장에서 주인에게 이를 드러낸 개를 살려둘 필요가 없었다. 흑주맹은 기르는 개 중에 한 마리 일뿐이니까.
“꽤 많은 것을 알고 있네? 말단 간부 수준이 아니잖아.”
“계속 4,344 구역의 관리자로 남을 생각은 없었으니까요. 정보 수집은 많이 했어요. 간부 중 몇몇은 이미 제 노예예요.”
“그 매료 능력을 사용해서?”
“네. 꽤 오랫동안 공을 들였죠. 올라갈 기회만 엿보고 있었는데… 설마 이렇게 될 줄이야. 정말 세상은 알다가도 모르겠네요.”
내가 손짓하자 리 메이는 치파오의 치맛자락을 잡아 올리고 허벅지를 양옆으로 벌렸다. 나는 그녀의 검은색 팬티를 아래로 내렸다.
그녀의 음부에 맞닿았던 팬티 안쪽은 하얬다. 내가 싸지른 정액이 끈적하게 묻어있었기 때문이다. 익숙한 밤꽃 향기를 느끼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보지를 벌렸다. 분홍색 속살이 열리고 정액이 꿀렁 나와 바닥에 떨어진다.
“하응…. 그러니까…. 계획은 흑주맹주를 죽이고, 흑주맹주가 가지고 있는 이권들을 모두 손에 넣고, 헬텐에 접촉해 흑주맹주의 배신 사실을 알리며 협상하면 돼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헬텐에 접촉하는 일이겠죠. 그리고 조심해야 할 건 부맹주인 칭 궈리예요.”
“칭 궈리?”
“네. 흑주맹주의 오른팔이죠. 아주… 음흉한 놈이에요. 그와 관련된 정보는 별로 없어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자기가 제갈량 급의 책사라고 믿고 있는 정신병자라는 거예요.”
“흐음. 그래.”
리 메이의 보지를 만지던 내가 자지를 꺼냈다. 꼿꼿하게 발기한 자지를 본 리 메이가 숨을 들이켰다.
“…다시 봐도 흉악하네요. 이런 게 내 안에 들어왔다니….”
“익숙해질 거야. 아니지. 넌 이미 익숙해졌다고 할 수 있지.”
보지에 자지를 찔러 넣었다.
“하으으앙…!”
리 메이가 내 어깨를 잡고 몸을 떨었다. 나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찌걱이는 소리와 함께 자지는 그녀의 보지 속으로 쏙 들어갔다.
“리 메이. 넌 나의 뭐지?”
“나, 나는… 유진 씨의 좆집이에요.”
우리는 2시간 정도 쾌락의 시간을 보내고 4,344 구역을 벗어났다.
4,344 구역인 누더기 실험소는 조금 특별했다. 지배자인 내 허락 없이는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흑주맹이 강제로 점거할 일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당분간은 괜찮을 것이다.
‘누더기 실험소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가치를 떨어뜨리진 않겠지. 흑주맹에서도 아쉬울 테니까.’
이미 공략된 구역의 지배권을 빼앗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흑주맹은 그중에서 가장 편하고 효율 좋은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나를 죽이고 지배권을 빼앗는 방법을 말이다.
“저기요. 유진 씨. 지금 어디 가는 거예요? 바로 흑주맹주에게 가는 건 아니죠?”
샤워를 하고 새롭게 몸단장을 한 그녀가 물었다. 다시 입은 분홍색 치파오가 무척 잘 어울렸다.
“헬텐 만나러 가는데?”
“…헬텐에 대해 알아요?”
“알고 자시고 내가 헬텐의 간부야. 뭐, 너처럼 말단이지만.”
“…네?”
•••
헬텐의 보스인 사무엘을 직접 만나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나라도 막무가내로 그를 쉽게 만날 수는 없었다.
‘다른 간부 중에 딱히 친분이 있는 놈은… 엘레나를 제외하고 하르모인가.’
서쪽의 거상 하르모.
나와 거래를 지속하고 있다. 다만, 흑주맹이 활동하는 곳과 하르모가 활동하는 곳은 전혀 달랐다.
‘결국 엘레나군.’
「바람에 묻히는 목소리
한 쌍으로 된 소라고둥.
대상과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같은 하늘 아래 있는 이상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랭크: A」
소라고둥을 꺼내 엘레나에게 연락했다.
“…무슨 일이지?”
피곤함이 가득 묻어있는 목소리에 흠칫 놀랐다.
“목소리가 왜 그래? 많이 바빠?”
“바쁘다. 몸이 30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다. 빌어먹게도 가문에 돌아와 보니 개판이 나 있더군. 자세히 보니 그냥 개판도 아니고 개똥판이었다. 1명과 2명. 뭐가 낫지?”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심리 테스트 같은 건가 싶어서 대답했다.
“2명.”
“그래. 친척은 2명이면 충분하지. 그래서 무슨 일인가?”
뭔가 섬뜩한 말을 들은 것 같다. 나는 애써 무시했다. 엘레나에게 가문의 일은 역린이다. 외부인인 내가 왈가왈부할 자격은 없다.
“흑주맹에 대해 알아?”
“흑주맹? 이번에 처리 대상 후보에 올라온 조직이군.”
“뭐야. 알고 있잖아. 혹시 네가 담당하는 거야?”
“대륙 중앙에서 활동하는 하청 조직은 내가 관리하고 있다. 흑주맹이 어떻다는 거지?”
“이번에 내가 흑주맹을 삼킬까 하는데…. 하청 조직 취급은 너무한 거 아니야? 흑주맹 정도면 제법 덩치가 될 텐데.”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헬텐과 내 입장에선 실속 없는 조직에 불과하다. 가지려면 가져라. 어차피 처리하려고 한 조직이니. 다만, 방심은 하지 마라.”
“오케이. 감사!”
“그런데 누구지?”
“엉?”
“너를 대신해서 흑주맹을 관리할 자가 있을 텐데? 내가 알고 있어야 이후에 흑주맹의 편의를 봐주던가, 뭐든 할 것 아니냐.”
“아. 리 메이라고.”
“여자군. 이해했다.”
뚝.
연결이 끊겼다.
나는 당황하며 소라고둥을 바라봤다. 다시 연결을 시도해도 엘레나가 받지 않았다. 잠시 생각에 잠긴 나는 곧 씨익 웃었다.
“훗. 질투하는 게 귀엽군.”